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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열심이었던 삶, 이어짐을 바란다...
"지나치게 열심이었던 삶, 이어짐을 바란다..." 내용보기
서울 한복판 우뚝 솟은 힐튼호텔에 머물면 도심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올 것만 같다. 어둠이 짙게 깔리면서 펼쳐지는 야경 향연에 감탄사를 내뱉는 숙박객들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일상 아닌 여행 특유의 매력이 절로 느껴지는 듯하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서울은 파라다이스가 아니다. 힐튼호텔 바로 옆은 쪽방촌이다. 이곳이 과연 서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열심이었던 삶, 이어짐을 바란다..." 내용보기

서울 한복판 우뚝 솟은 힐튼호텔에 머물면 도심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올 것만 같다. 어둠이 짙게 깔리면서 펼쳐지는 야경 향연에 감탄사를 내뱉는 숙박객들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일상 아닌 여행 특유의 매력이 절로 느껴지는 듯하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서울은 파라다이스가 아니다. 힐튼호텔 바로 옆은 쪽방촌이다. 이곳이 과연 서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좁디좁은 골목이 펼쳐지고,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이어진다. 문 하나를 열면 달랑 한 칸의 방이 등장한다. 사람 하나 누우면 남는 공간은 없다.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추울 게 불보듯 뻔하다. 허나 하늘을 벗삼아 밤 지새는 거리의 천사들보단 사정이 나을 수도 있다. 나로서는 막연히 짐작할 따름인 세상이 힐튼호텔 바로 옆에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궁금증을 품어 본 적 있었던가. 그곳과 내가 전적으로 동떨어졌다고 자신있게 나는 말할 수 있는가.

사람이 있으므로 가야 했다. 아무도 귀 기울여 듣지 않기에 다가섰고 기록했다. <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 안에는 그간 무시당하기 일쑤였을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소위 ‘양동’이라 불리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처지는 ‘딱하다’는 한 마디로 정리할 정도로 간단치가 못했다.

과거에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표현이 드물게나마 통용 가능했다. 지금은 아니다. (조)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교육 수준을 결정짓는다. 동질적인 사람들끼리 만나 가족을 이루고, 그렇게 계급은 공고해지며 세습 또한 된다. 쪽방촌에 거주 중인 사람들의 경우, 운이 나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본인이 가난해지고자 안간힘을 쓰며 노력하진 않았다. 먹고 사는 게 힘든 나머지 배움의 기회를 잃었고, 일찌감치 거리를 전전했다. 본의 아니게 싸움에 휘말려 든다거나 명의를 도용 당했다. 피해자였지만 가해자가 되어 감옥행을 겪은 이들도 있었다. 생존을 위해 그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게으르기 때문에 가난하다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외려 그들은 끊임없이 일하며 자신의 부지런함을 증명해 보였다. 그렇게 돈을 벌었지만 제3 자에게 빼앗기거나 자신은 다시 벌면 된다며 가족 손에 쥐어 주기도 하였다. 숱하게 시린 경험을 해댔으니 사람이라면 치를 떨 거 같았는데, 내가 상상한 극도의 경계심은 적어도 이들이 인터뷰한 사람 중 보인 이가 없었다. 평소 털어놓을 기회가 드문 탓인지 몇몇 이들은 적극적으로 제 삶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기록을 행한 이들은 따로 있었으나, 이 책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쪽방촌 사람들이었다. 양동에서의 삶이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가능하다면 계속 이 곳에 살고 싶다고 그들은 말했다.

허술한 쪽방에도 주인은 있다. 시설을 돌보는 데엔 인색한 그들은 건물 리모델링 등의 이유로 거주자들에게 이주를 요구했다. 행정의 필요에 의한 이주 요구도 있었다. 일대가 모두 정비에 들어가는 경우가 그러했다. 나름의 관계를 맺고 살아온 이들은 지금의 지역에 임대주택이 지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늘 만난 이들과 내일도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나누고 싶어 하는 심정이 이해가 갔다. 이 곳의 모든 게 내게 익숙하다. 변화를 싫어하는 건 어쩌면 본능일지도 모른다. 다행이도 양동에서는 이들의 바람이 약소하게나마 결실을 맺었다. 끊임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노고를 보인 덕이 컸다. 인터뷰에 임한 인물들 중 그와 같은 활동에 적극 참여한 경우도 있어 반가웠다. 못 배워 무엇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 전혀 파악도 못하는 이들만이 쪽방촌에 거주한다는 식의 편견에 반한 사례 같이 느껴졌다. 어렸을 적 열심으로 살지 않았다는 고백도 다른 의미로 반가웠다. 틀에 박힌 나의 사고에 반한 고백이 왠지 단절됐을 거만 같은 나와 그 사이에 가교 같아 보였다.

다시 한 번 페이지를 넘기며 한 사람 한 사람 사례를 보듬었다. 계속 양동에 머물 수 없음을 잘 알아서 전전긍긍하는 얼굴이 머릿속에 선히 그려졌다. 아직 힐튼호텔 옆에 살고 있을까. 책이 출판된 이후로도 한동안 이어진 코로나19의 얼룩에 혹 스러진 이가 있지는 않을지. 이제까진 호텔만이 내 눈에 보였는데, 왠지 앞으로는 쪽방촌이 먼저 보일 것도 같다. 거기에도 사람이 산다. 그들의 목소리가 나는 그립다.

q*****2 2023.08.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