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나에게 학고재에서 나온 세계문화예술기행의 특징을 묻는 다면, 나는 "하나 같이 잘쓰여진 말깔나는 글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이 책은 위 세계문화예술기행 시리즈 중에 두번째로 읽은 책으로서, 스페인에 대한 기행문이다. 특히나 스페인은 내가 신혼여행을 다녀온 곳이기도 하여, 책 읽는 즐거움이 유별났다. 저자는 자신을 돈키호테(정확히는 여성 돈키호테-도냐 끼호타)로, 자신의 딸을 여성 판초(판자)로 부르면서 발이 부르트게 스페인 이곳 저곳을 여행하며, 삶을 넓혀간다. 독자는 그들의 여정을 좇아가는 과정에서 스페인의 문화와 역사가 부드럽게 스며듦을 느낀다. 이런 책을 보면 일반 개인 여행자들의 자랑에 가까운 잡문들은 얼마나 얼굴을 뜨뜻하게 하는지..굳이 일반 개인 여행자들이 그런 글을 쓰는 이유와 또 그런 글을 출판해 주는 출판사의 심사를 알 수 없는 노릇이다.(혼자만의 추억으로 일기를 쓴다면 뭐..모르겠다). 암튼..스페인에 관심있으신 분들의 일독을 권하며, 유사하면서도 좀더 깊이 있는 안내서로 "돈키호테를 따라 간 스페인"(제목에 자신이 없음)을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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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삶으로 014 살아가는 집
《세계문화예술기행 3 스페인, 들끓는 사랑》 김혜순 지음 학고재 1996.11.1.
《세계문화예술기행 3 스페인, 들끓는 사랑》을 처음 장만한 2018년 12월 겨울을 떠올린다. 그무렵 작은딸은 필리핀 세부로 동무하고 나들이를 갔다. 작은딸은 필리핀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오자마다 큰딸하고 대만으로 나들이를 간다고 했다. 두 딸이 나누는 말을 들으면서, 두 딸이 함께 다닐 나들이를 헤아리면서, 나도 둘 사이에 섞여 같이 나들이를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두 딸은 저희끼리 나들이를 떠났다. 나는 대구에 남아 가게일을 보았다. 아쉽고 서운한 마음을 책을 읽으면서 달랬다. 그런데 《세계문화예술기행 3》을 쓴 분은 딸하고 스페인 나들이를 했구나. 글쓴이는 “예술가는 폼잡는 엄숙주의가 말할 수 없이 싫었다” 하고 밝히면서, 세르반테스에 여러 스페인 글님 이야기와 삶을 곁들여서 줄거리를 풀어낸다.
글을 쓰는 사람은 왜 머나먼 곳으로 나들이를 가는가? 뭔가 남기고 싶은 하루를 글로 쓰는가? 어느 삶자락을 잃거나 잊지 않으려고, 어느 날 품은 꿈이 날아가지 않도록 글로 붙잡는가?
《세계문화예술기행 3》을 쓴 분은 바르셀로나를 누비고, 가우디에 미로에 피카소에 고야에 게르니카라는 여러 사람들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무엇을 느끼는지 적는다. 바람새(집시)가 보여주는 춤을 보려고 거닐고, 알함브라궁전에, 시에라네 바다에, 알푸하라스에, 세비아 성당에, 이름만 들어도 어질어질할 구석구석을 찾아다닌다.
그렇지만 나는 책을 쥔 채 대구에 있다. 집안일이 바쁘고, 가게일이 바쁘다. 돈을 벌어야 하는 일을 하고, 여러모로 챙길 자잘한 일이 끝이 없다.
너무 쳇바퀴 같은 하루를 벗어나고 싶어서, 문학단체에서 간다는 대마도 나들이를 따라갔고, 울릉도에도 다녀왔고, 또 몽골도 간다고 해서 몽골에도 가려고 했다. 이러다가 문득 멈추었다.
나는 왜 나들이를 다니는가? 나는 나들이를 다니면서 무엇을 느끼고 보고 배우면서 글을 써 보려고 하는가? 나도 ‘문화예술기행’이나 ‘문학여행’을 하고 싶어서, 또 ‘문학여행기’ 같은 글을 남기고 싶어서 자꾸 어디론가 기웃거리면서 따라가는 셈은 아닐까?
책으로 만나는 스페인 여러 사람들과 살림집과 숲이 놀랍다. 그러나 대구에서 곧잘 오르내리는 작은 뒷동산도 푸르고 아기자기하다. 대구에 있는 작은 뒷동산에도 꾀꼬리가 찾아와서 노래하더라. 밤에는 멧길을 오르내리지 않아서 모르지만, 어쩌면 소쩍새도 있지 않을까. 내가 나고자란 경북 의성 멧자락에는 꾀꼬리도 소쩍새도, 숱한 멧새도 어우러졌다.
집이란 어떤 곳일까. 우리나라에서 내가 살아가는 곳도 집이고, 두 딸하고 막내아들이 살아가는 곳도 집이다. 대마도나 울릉도나 여러 곳을 찾아다니면서 스치는 여러 마을도 숱한 이웃들이 살아가는 집이다.
역사나 문화나 예술에 이름이 남을 일이 없을는지 모르나, 시골마을을 일구며 살아온 사람들이 품은 살림집이 있다. 내가 살아가는 집도, 세 아이가 저마다 살아가는 집도, 또 이름난 사람들이 살아가는 집도, 다 다르게 삶이 흐른다.
내가 내 보금자리인 이 집을 스스럼없이 사랑한다면, 스페인까지 가지 않아도 될까. 몽골에 따로 안 가도 될까. 집하고 일터를 오가는 길도 나들이(여행)로 삼을 수 있을까. 집하고 일터를 오가면서 겪고 느끼고 만난 삶을 옮겨도 글이 될까.
어느새 여름이 지나간다. 아직 덥지만 여름이 끝나간다.
2023.08.10. 숲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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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많은 나라들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몇몇의 나라는 내가 좋아하는 빨강색과 매치가 잘 된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 그리고 스페인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그 곳 붉은 느낌이 넘쳐나는 이 땅을 시인 김혜순이 다녀왔다. 기행문의 보통적인 느낌이라고 할 수 있는 어디에서 본 어떤 것이나 어떤 사람을 떠나서 이 책 속에는 여행을 떠나는 작가의 심리가 스펜인이라는 예술도시와 만나면서 충돌하는 느낌을 그대로 보여준다. 침략의 역사가 유럽과 아랍문화의 혼합을 낳았다는 스페인의 문화의 역사는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열정만큼이나 다양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으로 만드어져 유물로 남았으며 시간을 훌쩍 뛰어 넘어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아니 유추할 수 있게 한다. 그녀의 글은 먼 타지에서 보는 낯설면서도 충격적인 옛 과거의 흔적들이 이 곳에서도 동경으로 남게 한다. 지적이면서도 사려깊은 문장들은 여행을 떠나보지 못한 이들에게 여행의 열망을 부추킨다. 로르까, 피카소, 가우디, 세르반테스의 나라로 빈 가방 하나라도 들고 떠나고 싶다. |
| 유럽이라는 곳은 말로만 들어도 누구나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풍요로움과 세련됨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욕구를 그나마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이런 여행기가 아닌가 싶다. 특히 유럽 중에서도 내 마음을 끄는 곳은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미 쪽인데, 그 중에서도 하몽하몽이라는 영화의 촬영지였던 스페인은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광기어린 투우처럼 늘 내 마음을 끌었던 곳이다. 하지만 작가는 집에 돌아와 백과사전을 뒤져가며 글을 썼을까 하는 의아심이 들 정도로 자신이 직접 보고 체험한 내용보다는 다른 책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을 지나칠 정도로 싣고 있다. 물론 작가의 직업이 시인인지라 개인적인 관심이 가는 작가와 미술가의 생애를 보기 위해 떠난 여행일지라도 자기만의 느낌을 독자에게 전달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피카소의 생애나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다른 책으로 읽어도 충분히 감동을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독자가 바라는 것은 그런 훌륭한 예술가를 탄생시킨 그 땅에 대한 문화적 토양이지, 그들의 업적을 알기 위해 이 책을 읽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도 꼭 유명한 사람만이 그 나라를 대표하는 건 아닐게다. 오히려 예술적 감수성을 지닌 일반 민초들과의 교류를 따뜻하게 그려내었다면 더 가보고 싶다는 욕구를 느꼈을 거라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