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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에서 인간으로 변신하여 이 세상을 바꾸려는 존재가 있다. 그 하나가 아니라 바퀴벌레 군단이 인간의 몸을 취하였다. 영국 정치인들이 되어 자신들이 이루고자 하는 것에 매달린다.
영국 총리 짐 샘스로 변신한 바퀴벌레는 익숙하지 않은 몸을 움직여 곧 짐이 가진 기억들을 불러모았다. 카프카의 『변신』의 주인공과는 달리 짐 샘스는 자랑스러운 대의명분이 있었다. 짐 샘스 뿐 아니라 외무장관 베네딕트 세인트존을 제외하고 모두 그의 동료들이었다. 베네딕트의 몸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바퀴벌레가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그의 몸을 훔치지 못했다. 베네딕트를 제거하고 그들의 뜻대로 움직여야 했다.
영국의 브렉시트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브렉시트를 역방향주의 경제로 보았다. 브렉시트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유럽연합 탈퇴를 의미한다. 그것을 비꼬는데 어쩐지 통쾌하기까지 하다.
풍자소설이 가진 장점이 유머러스하다는 거지만, 이 소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정치인들의 행보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가령 자기가 추구하는 정치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여성 정치인을 설득하여 성추문에 휩싸이게 하는 건 아주 쉽다. 본래 정치인들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현재 뉴스에서 오르내리는 것들과 비슷해 불편한 부분이 없잖았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일한다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책을 날치기로 통과하는 건 기본이다. 국민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정치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서 말한 바 있지만, 바로 이런 게 작가들의 역할과 역량이 아닐까 싶다. 영국의 브렉시트 정책에 대한 쓴소리를 작품으로써 대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언 매큐언이 이 소설을 쓰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는 점 또한 동감하는 바다.
짧은 소설임에도 말하고자 한 내용은 무거웠다. 정치인들인 자신들의 행보가 최선이라고 말하겠지만 국민이 보기에는 올바르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정치인들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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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매큐언의 『바퀴벌레THE COCKROACH(민승남 옮김/문학동네)』는 카프카의 “변신” 모티프를 새롭게 변주한 작품으로 2021년 출간되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과정을 지켜보던 작가는 자국의 “우스꽝스러운 포퓰리즘 정치”에 절망을 표하며 “『바퀴벌레』를 쓰는 동안 대단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라고 전한다.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 앞에서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유머와 풍자라고 여긴 그는 글로 구축한 세계에서 답답한 호흡을 풀고 독자를 초대한다. 1975년 소설집 “첫사랑, 마지막 의식”으로 데뷔, 수상한 이언 매큐언은 “어톤먼트”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된 베스트셀러 “속죄”를 비롯해 “넛셀”, “솔라”, “칠드런 액트”등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그가 환기하는 카프카의 『변신』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철갑처럼 단단한 등껍질을 대고 누워 있었다.”(p.7 문학동네) 매큐언이 차린 무대도 막이 오른다.
“그날 아침 영리하지만 전혀 심오하지는 않은 짐 샘스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거대 생물체로 변신해 있었다. 그는 한참 동안 바닥에 등을 댄 자세(좋아하는 자세는 아니었다.)를 유지하며 아연실색하여 멀리 있는 발들과 부족한 다리들을 바라보았다.”(p.13) 인간 본성을 간직한 채 완결된 탈바꿈 현장에서 눈 뜬 “변신”과 달리 총리 짐 샘스의 본체는 인간이 아니다. 그를 장악한 바퀴벌레는 인간 육신을 “거대 생물체”로 인식한다. 끔찍하지만 빨리 배우는 그는 몸을 조정하는 요령을 익히고 기억을 더듬는다. 어젯 밤 기억과 오늘 아침 현실 사이를 오가며 입장을 분명히 깨닫기 시작한다. 각료회의에 참석한 짐 샘스는 랭커스터 공국 장관, 내무장관, 법무장관, 원내대표, 통상부장관, 교통부장관, 정무장관의 시선을 마주한 순간 그들이 모두 한편, 같은 ‘종’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단 하나 “망막이라는 철벽”을 치고 있는 외무장관만 제외하면 그들은 이미 목표 달성에 일치단결 상태다.
돈의 방향을 돌리라는 슬로건 아래 역방향주의는 새로운 노선이다. 외무장관 베네딕트가 우려섞인 반론을 제시하지만 총리는 웃음으로 응대한다. “외무장관의 불가해한 죽음뿐 아니라 장례식까지 내다본 진짜 웃음”(p.54)은 섬뜩한데 그는 일관되게 지금은 소심한 시계방향주의적 사고를 할 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시계방향주의와 대척점에 있으며 브렉시트를 상징하는 역방향주의는 사례와 효과를 나열하며 디스토피아 적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책 속 갈등은 낯설지 않은 현대사회의 얼굴을 그려낸다. 이는 소설의 본래 시공간적 배경에 제한받지 않고 ‘지금, 여기’라는 거의 모든 조건에 들어맞는 보편성을 띤다. 정치적 계산, 목적을 가진 설계, 정체 숨기기, “신문 지면이라는 틀에 갇혀 진실을 생성”(p.100) 해내는 언론의 작동 메커니즘을 간단 요약하고 원칙과 불법의 줄타기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작가가 벼려낸 단어, 감탄사나 리드미컬한 호흡을 보이는 문장은 은유와 상징을 압축함으로 독자의 상상을 자극하고 여러 층위에서 풍성하게 읽힌다. “하나하나의 글자를 통제해 창조해낸 작고 정밀한 걸작이 언어적 기량을 맛보는 기쁨을 안긴다.”(오프라 매거진)는 평에 백번 공감한다. 삼 억년 역사를 가진 ‘빛을 피하는 생물’인 그들은 결국 목표를 이룬다.
본문에 앞서 작가는 이 소설이 허구임을 굳이 밝힌다. 등장인물들은 상상의 결과물이고 “현존하거나 세상을 떠난 실제 바퀴벌레와 유사점이 있다면 전적으로 우연”이라는 첨언이 역설적이게도 그는 ‘그’이리라는 확신을 부추긴다. 경쾌한 톤과 속도감 있는 전개가 몰입을 높이는 중에도 많은 밑줄을 뚫고 웅변처럼 별을 다는 주제문들은 여기저기서 빛을 낸다. “베를린에는 독특한 회색이 있었다.”(p.111)로 시작하며 짐 샘스가 생각을 좇는 부분은 자기 확신에 안착하는 사고과정을 서술하는데 서정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작가가 되는 것이다.”(p.92)라든지 단연 압권인 “다리가 여섯?"(p.82) 등 장면은 감탄을 유발한다. 우연히 대선 다음날 읽은 “바퀴벌레”는 묘하게도 현실을 복기하고 요약하고 증폭시킨다. 완전체인 바퀴벌레 시점에서 보는 인간은 욕망이 빈번히 지성과 충돌하는 구제 못할 하등 종이다. 전 세계적 행복의 총량은 줄지 않는다, 정의는 불변한다고 합리화하며 자신들의 번성을 위해 “역방향주의라는 광기”(p.123)를 실현시킴으로 이언 매큐언 표 블랙 코미디는 막을 내린다. 그렇다면 지금, 누가 역방향주의자인가? 누군가는 자신의 방향을 애초에 잘못 인식하고 있거나 방향을 잃었거나 방향이라는 개념 자체와 무관한 무지 또는 무관심에 닻을 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방향, 색, 상식, 가치, 선 등 여러 기준을 들어 이분법적 잣대를 공고히 하는 일은 위험하다. 만만한 분량이지만 만만치 않은 의미를 전하는 작품으로 자발적 재독 굴레로 독자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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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언 매큐언 식의 정치에 대한 실랄한 한 편의 풍자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별로 두껍지 않는 이 책은 4부로 이루어져 있다. 영국 총리 짐 샘스가 된 바퀴벌레. 바퀴벌레가 인간의 몸에 들어간 상태로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시작된다. 탁월한 묘사와 이물적인 느낌에 대한 표현을 읽어가다 보면, 불편한 진실을 대할 때처럼 거북해지기도 한다. 인간이 곤충으로 변하는 모티프는 카프카의 <변신>을 언뜻 연상시키지만, <바퀴벌레>에서는 이와 반대로 바퀴벌레가 인간으로 현현한다. 마치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이, 인간이 된 바퀴벌레 총리 짐 샘스의 독백과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낯설면서도 결코 낯설지 않은 우리의 세상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감상은, 아마도 그 당시 주요한 사건이었던 브렉시트가 연상되는게 당연한데, 시야를 조금 더 넓혀보면 비단 브렉시트 뿐 아니라, 세상사에 만연한 정치와 사회에 대한 비판과 재간 넘치는 풍자임이 틀림없다는 확신이 든다. 왜 하필 많은 벌레나 곤충들 중에서 바퀴벌레였을까 생각해보다, 이보다 더 혐오스럽고 경악하게 하는 벌레가 또 있을까 싶었다. 인간만큼 오랫동안 존재해왔고, 어쩌면 인간보다 더 오랫동안 살아 남을것만 같은 바퀴벌레를 통해 보여준 이야기. 이언 매큐언이기에 가능했던 발상이 아니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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