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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인큐베이터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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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에는 실패('욕망의 응달')했지만, 박완서가 호러 소설을 썼다면 참 잘 썼을 텐데, 라고 생각하는 독자는 나뿐만이 아닐 것같다. '그 가을의 사흘 동안'의 결말 부분, 그리고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에서 오목이였던가, 줄곧 비참한 운명을 살게 되는 자매 중 동생인 인물이 어린 시절 보물처럼 아꼈던 노리개에 대한 묘사('그것은 영매(靈媒)같은 물건이었다' 등등)는 오싹할만치
"여자는 인큐베이터일 뿐인가" 내용보기
추리소설에는 실패('욕망의 응달')했지만, 박완서가 호러 소설을 썼다면 참 잘 썼을 텐데, 라고 생각하는 독자는 나뿐만이 아닐 것같다. '그 가을의 사흘 동안'의 결말 부분, 그리고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에서 오목이였던가, 줄곧 비참한 운명을 살게 되는 자매 중 동생인 인물이 어린 시절 보물처럼 아꼈던 노리개에 대한 묘사('그것은 영매(靈媒)같은 물건이었다' 등등)는 오싹할만치 섬뜩한 느낌을 생생히 전해 준다. '꿈꾸는 인큐베이터'는, 그만큼 '호러'적 요소는 없지만 여러 대목에서 그만큼 오싹한 한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런 주제를 다룬 작품으로 마가렛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도 있지만, 이 작품의 화자인 나도 여자가 '출산의 도구'에 불과함을 깨달으며 겪은 고통에 대해 말한다. 딸이기 때문에 뱃속의 아이를 지웠던 일, 그 일에 시집 식구들과 남편이 했던 역할, 그리고 그로 인한 자책과 시집 식구들에 대한 혐오감, 이런 격렬한 감정을 가차없이 말하고 있다. 태아 성감별, 여아 중절, 이런 일들이 얼마나 못할 짓인가에 대해 진저리치며 동의하게 된다. 요즈음도 이런 일이 일어날까? 전보다는 덜 일어나는 것 같은데, 거기에 박완서의 이 작품이 했던 역할은 없을까? 는 실없는 생각도 한편 품게 되는 작품.

[인상깊은구절]
내가 나의 인큐베이터 됨을 참아낼 수밖에 없었던 소인은 그러니까 기저귀 찰 때부터 비롯됐던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어떡하든지 달라져야 한다. 남편도 나도. 이건 사는 게 아니다. 그렇게 간악한 짓을 저지르고도 죄책감을 못 느끼는 그 께름칙함을 떨쳐버리지 않는 한 생전 아무 것도 느낄 수가 없을 것 같다. 우선 차에서 내려 다시 한 번 강바람을 들이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
c******r 2001.02.1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