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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종이책
식물이나 사람이나... 불이(不二)의 삶이로구나.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
"식물이나 사람이나... 불이(不二)의 삶이로구나.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 내용보기
오래전부터 식물의 삶에 우리의 삶을 중첩해보려고 궁리하던 차에 식물세상을 사자성어로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이 책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작가 서문에서….)1. 소소한...『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라는 제목만으로도 읽어보고 싶어지더군요. 식물이 주는 정적이면서도 편안한 활력에 더하여 인생의 지침이 될만한 사자성어가 어우러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천자문과 사자
"식물이나 사람이나... 불이(不二)의 삶이로구나.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 내용보기

오래전부터 식물의 삶에 우리의 삶을 중첩해보려고 궁리하던 차에 식물세상을 사자성어로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이 책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작가 서문에서….)

1. 소소한...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라는 제목만으로도 읽어보고 싶어지더군요. 식물이 주는 정적이면서도 편안한 활력에 더하여 인생의 지침이 될만한 사자성어가 어우러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천자문과 사자소학(四字小學)깨나 외우던 세대이다 보니 끌림이 있었던 거지요. 책을 받아 일단 습관처럼 휘리릭~ 넘겨봅니다. 편집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니까요. (아~ 저는 학부 때 학교 편집 일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그땐 활자 시대이지만요) 첫 느낌이 '야~ 이 책 편집 잘했네….'였습니다. 출판사 명칭을 보니 '궁리'라 적혀 있습니다. 궁리? 책을 읽기 전에 일단 출판사 검색부터 했습니다. ‘궁리(窮理)’라는 이름은 『중용』의 “배우고 익히는 데 궁리하는 것보다 앞서는 것이 없고, 궁리의 요체는 모름지기 책을 읽는 데 있다.” ‘爲學之要 莫先於窮理 窮理之要 必在於讀書’라는 대목에서 온 것입니다.' 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궁리가 맞았습니다. "배우고 익히는 데 궁리하는 것보다 앞서는 것이 없고, 궁리의 요체는 모름지기 책을 읽는 데 있다."라고 하니 이제 책을 읽어야지요.


2. 읽다

읽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들어본 사자성어였으며, 식물과 인간사의 연결도 특이하거나 이해 못 할 정도가 아니어서 그랬을 겁니다. 고교생이 읽어도 무난할 만큼 평이했습니다. 그렇다고 가볍게 넘길 그런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식물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삶과 우리의 삶을 비교하면서 사자성어로 넓게 관조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갑니다. 어떻게 이렇게 글을 쓸 생각을 했을까요? 이런 얼개는 저자(식물생태학 박사)의 식견과 내공이 어느 경지에 달하지 않고는 어려웠을 겁니다. 문장도 정말 매끄럽더군요. 본문은 삶의 기승전결에 맞춘 듯 총 4부 (서로 사랑하기, 모두 함께 살기, 끝내 살아남기, 다시 돌아보기) 24개의 사자성어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모릉양가라는 성어는 얼른 의미가 잡히지 않아 생소했습니다) 식물을 통해 우리의 삶과 사회를 비추어본다는 건 일종의 아이디어입니다. 식물이나 인간이나 알고 보면 불이(不二)의 삶인 거지요. 그런 관점에서 식물이 우리에게 던지는 '삶의 화두'는 과연 뭘까요?


비익연리(比翼連理) / 수상개화(樹上開花) / 시우지화(時雨之化) / 과유불급(過猶不及) / 근고지영(根固枝榮) / 애별리고(愛別離苦) / 초록동색(草綠同色) / 양금신족(量衾伸足) / 상생상멸(相生相滅) / 타인한수(他人?睡) / 세한송백(歲寒松柏) / 공존공영(共存共榮) / 각자도생(各自圖生) / 고군분투(孤軍奮鬪) / 수적석천(水滴石穿) / 적자생존(適者生存) / 도광양회(韜光養晦) / 무위자연(無爲自然) / 고사내력(古事來歷) / 창이미추(瘡痍未?) / 사회부연(死灰復燃) / 지족지계(止足之戒) / 신언서판(身言書判) / 모릉양가((摸?兩可)


3. 느끼다

첫 글은 '프리허그: 비익연리(比翼連理)'입니다.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자'라는 말은 한 몸인 듯 사랑하자는 의미겠지요. 이 부분에서 눈길을 끈 건 연리목이 아니라 연리목의 나이테 단면이었습니다. 한 나무에 두 개의 나이테가 있다는 것은 우리 가정과 비슷합니다. 둘이면서 하나인 거지요. 역시 불이(不二) 입니다. 저자는 연리지를 통해 코로나19의 1인 시위와, "우리 모두가 같은 배를 탄 연약하고 길 잃은 사람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 우리는 혼자서 한 치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오로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라며 혼자서는 파선하고 마니까 우리 모두 하나가 되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교황의 기도를 연결합니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깊이 얽혀 있는 존재인지 명확하게 드러났고, 전 세계 모두가 하나의 공동체임을 잊지 말자는 겁니다. 그러면서 '혐오와 차별보다는 용기와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서로 위로하고 포용하며 다독여주는 마음이 절실히 필요한 시절'이라고 결말을 짖습니다. 출발이 참 좋습니다.


4. 배우다

식물 관련 박사님답게 배울 부분이 더러 있었습니다. 노거수 주변을 깨끗이 정비한답시고 시멘트를 바르거나 석축을 쌓거나 뿌리 주변에 흙을 붓고 자갈을 깔기도 하는데 이런 지극 정성이 나무의 숨통을 죄는 일일 수 있답니다. 뿌리 주변에 10cm 이상의 흙을 덮으면 잔뿌리의 호흡을 방해하여 나무의 생육에 지장을 초래할 뿐 아니라, 뿌리가 썩고 땅에 무딘 줄기 부분도 수분 접촉이 많아져 부패하기 쉽다고 하는군요. 사람이나 나무나 관심과 애정이 과한 것이 도리어 해치고 망가뜨리게 됩니다. 과유불급입니다.

식물 중에서도 옹졸하게 주변의 땅을 혼자 독차지하고 살아가려는 녀석들이 있다는군요. 호두나무, 소나무, 유칼립투스, 가죽나무, 단풍나무, 양버즘나무가 대표적이라는데, 이들은 자기방어 생화학물질을 내뿜어 주변 식물의 생장이나 발아, 번식을 억제한다고 합니다. 이를 타감작용이라 한다네요. 특히 호두나무가 배타적이라고 하는군요. 소나무도 갈로탄닌이라는 물질을 분비해 다른 식물들이 가까이하기를 꺼린다는데, 신기하게도 송이가 자라는 것은 허락한다고 합니다. 


꽃과 열매를 빨리 보고 싶은 나머지 비료를 잔뜩 부어 키울 수 없는 노력입니다. 때가 되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테니 진득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꽃 기르기와 아이 기르기. 그러나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마음 기르기(養心 양심)'가 아닐까요? <때맞춰 내리는 비가 만물을 기르다: 시우지화(時雨之化) 47쪽>


5. 특이한 발상

등산을 자주 하는지라 늘 산을 가까이하는 편입니다만, 생각도 못 한 부분이 있어 목덜미를 잠시 잡았습니다.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 고군분투(孤軍奮鬪)' 편에서 저자는 달동네에 모여 사람들을 생각하면 소나무가 떠오른다고 말합니다. 낙엽활엽수와의 경쟁에 밀려 산능선에 터를 잡은 소나무의 사진을 보이면서 달동네 주민을 닮아 있다고 하는군요. 그러면서 달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몇 가지 공통점으로 경제적으로는 어렵지만, 이웃과의 유대감, 인내심을 꼽습니다. 따스한 정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거지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나무가 운치 있고 쓰임새가 많지만, 자연의 순리대로 두면 참나무류와의 경쟁에 밀려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고 합니다. 자연이나 사회의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힘겹게 살아가는 달동네나 온난화와 재선충에 시달리는 소나무나 다 같은 '취약계층'입니다. 관리를 해줘야 살아남습니다. 더불어 사는 삶이 그냥 어우러지는 것을 말하지는 아닐 겁니다. 최근 열악한 달동네 주거환경 개선에 힘을 쏟는 말도 들리니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6. 도광양회와 음지식물

도광양회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힘을 기른다'라는 뜻으로 중국의 현대발전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용어입니다. 섣불리 나서지 않고 때를 기다려 전세를 뒤집는 정치·경제적 전략이 어떻게 식물에 대입하는지 궁금함이 더해졌습니다. 우거진 숲속에서 때를 기다리는 음지식물이 그렇다네요. 음지에서도 잘 자란다는 것은 햇빛을 조금만 받아도 광합성량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뜻인데, 대표적인 음지나무인 전나무가 숲속 그늘에서 오랫동안 버티며 힘을 기르는 것이 도광양회의 전술과 같다고 하는군요. 씨앗이 발아 후 초기 생장이 느리지만 시간이 흘러 주변 나무가 죽거나 빈틈이 생기면 전력 질주하며 생장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설명하니 그런 거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자신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둠 속에서 숨죽이며 때를 기다리는 젊은 청춘이 많습니다. 저자는 어서 이들 주변에 밝은 빛이 비쳐 전력 질주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언젠가 그동안 감춰두었던 더 큰 빛으로 세상을 밝히기를 기원합니다. 정말로 그런 기회가 그들에게 주어지길 합장합니다….


연잎은 다른 식물의 잎과 달리 하늘을 향해 펼쳐져 있어 빗방울을 온전히 받아야 하는 형상입니다. 그러다 보니 얼마간의 빗방울을 감내할 수 있는지를 연잎 스스로 알아 차려야 합니다. 만약 떨어지는 빗방울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있다면 연잎은 찢어지거나 연잎 대가 부러졌을 겁니다. 연잎은 제 분수를 알고 ‘감당할 무게만큼만’ 잎 위에 머물게 한 것이지요. 지족지계(止足之戒)를 실천하는 연은 제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 사람보다 지혜로운 식물입니다. 259쪽


7. 대나무, 은행나무 그리고 정체성

이외에도 나이테를 이용하여 과거의 자연환경이나 기후변화 양상을 분석한다는 연륜연대학(年輪年代學, Dendrochronology)이 흥미로웠고, 일제시대 전쟁용 송진 채취를 위해 소나무에 칼질한 상흔을 통해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창이미추 瘡痍未?)를 짚어봅니다. 때로는 칼에 베인 상처보다 말에 베인 상처가 더 깊고 오래 가는 법인데, 반성하지 않는 일본인들의 형태가 참 치졸하기만 합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모릉양가(摸?兩可)는 얼른 이해가 안 된 사자성어였습니다. 당나라 소미도(蘇味道)라는 사람이 결정장애가 있었던지 늘 책상 모서리를 만지면서 결정을 못 내렸던 듯합니다. 그래서 모서리만 만지는 사람이라고 하여 그를 '모릉수(摸?手)'라고도 불렀다네요. 이런 고사에서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대나무, 그리고 어렸을 때 암수 구분도 어렵고 침엽수인지 활엽수인지도 의견이 분분한 은행나무를 끌어내 비유합니다. 분명한 정체성을 강요받는 사회에서 애매함이란 선명성이 떨어질지라도 진정성마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제법 울림이 있습니다.


8. 정리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 또한 자연을 가까이하고 식물을 좋아합니다. 어릴 적 널찍한 화단을 가꾸던 가친의 영향으로 화분도 꽤 많습니다. 하지만 관리 능력은 많이 떨어져 많은 나무를 떠나보냈습니다. 좋아만 할 뿐 속성을 잘 몰랐던 무지가 부끄럽기만 합니다. 식물도 우리처럼 서로 사랑하고 갈등하며 생로병사를 겪는다고 합니다. 세상사 생태계가 그런 거겠지요. 옛말에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오동나무를,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소나무와 잣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혼수 가구나 세상을 떠날 관을 만들기 위해서라지요. 아이의 생로병사 흥망성쇠를 함께하는 운명의 나무였습니다. 평생 한 곳에 뿌리 내려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나무를 보면서 옛사람은 인의(仁義)와 지조, 절개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후흑하고 가벼운 인간들이 지도자인 양 깝죽거리는 세상, 자연에서 식물에서 우리는 배워야 합니다. 나무를 통해 '서로 사랑하고 함께 하며, 끝까지 살아남아 되돌아보는 삶'을 지향하는 저자의 마음이 잘 전해져 오는 책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궁리가 책을 잘 편집했다는 말로 독후기를 마감하려 합니다


궁리 편집자님 

259쪽 중간에, 연잎은 식물의 잎 중에서도 크기가 매우 큰편ㅈㅈ이라... ㅈㅈ에 숨은 뜻이 있는지 잠시 생각했습니다. 타이핑 오류를 교정에서 걸리지 못한 거로 보는 게 맞겠죠?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리뷰 총점 종이책
식물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묻다!
"식물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묻다!" 내용보기
식물생태학을 전공하는 저자가 식물을 연구하면서 느낀 점을 '사자성어'에 빗대어 인간 관계의 면에 적용시켜 생각을 풀어낸 글들을 엮은 책이다. 네 글자의 한자로 구성된 '사자성어'는 본래의 의미보다 그것이 환기하는 비유적인 뜻을 통하여, 인간 사회의 다양한 면에 관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작가 서문'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일컬어 '식물국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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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생태학을 전공하는 저자가 식물을 연구하면서 느낀 점을 '사자성어'에 빗대어 인간 관계의 면에 적용시켜 생각을 풀어낸 글들을 엮은 책이다네 글자의 한자로 구성된 '사자성어'는 본래의 의미보다 그것이 환기하는 비유적인 뜻을 통하여인간 사회의 다양한 면에 관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저자는 '작가 서문'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일컬어 '식물국회등으로 비유하는 표현이 오히려 '식물을 모독하는 말'이라고 강조한다. '평생을 한곳에 뿌리박고 인의를 실천하며 사는 생물이 바로 식물'이기에자신의 권력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 안하무인의 상황을 재현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식물에 비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한 내용들을 읽으면서저자의 주장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저자가 식물의 속성을 잘 알리기 위해 착안한 방법은 '식물세상을 사자성어로 풀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이르렀고그 결과 '식물과 인간의 공통분모'를 찾아서 저자의 생각을 풀어내고자 했던 것이 이 책의 출간으로 이어졌다고 한다모두 4부로 이뤄진 목차에서, 1부는 '서로 사랑하기'라는 주제에 맞춰 6개의 사자성어를 통해 식물과 인간 사회의 모습에 대한 단상을 그려내고 있다예컨대 서로 다른 나무의 줄기나 가지가 합쳐진 '연리지'를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기 위해 펼치는 '프리허그'와 연관시켜 논하고 있다동서양의 다양한 자료를 통해 저자의 생각들을 펼치는 글감으로 삼아두 마리가 함께 해야 비로소 날 수 있다는 '비익조'와 서로 다른 두 나무가 하나가 되는 '연리지'의 뜻을 품은 '비익연리(比翼連理)'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이밖에도 '수상개화'와 '시우지화', '과유불급'과 '근고지영', 그리고 '애별리고등의 사자성어를 통해 식물의 생태와 인간 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저자는 '식물을 통해 우리 사회의 여러 이야기도 함께 해보고 싶은 마음'에서 이 책을 기획했다고 밝히고 있다그래서 각 항목의 소제목으로 설정한 사자성어에는 그에 걸맞은 내용이 병행되어 있다예컨대 1부의 마지막 항인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괴로움이라는 뜻의 '애별리고(愛別離苦)'에는 '그리운 당신'이라고 병기되어 있으며속리산의 정이품송의 사연과 유배로 인해 가족과 헤어져 지내야했던 정약용과 김정희의 사연을 연결시켜 그 내용을 풀어가고 있다.

   

'모두 함께 살기'라는 제목의 2부에서도식물들의 공존을 통해서 바람직한 인간사회의 모습에 대한 저자의 희망을 풀어내고 있다여기에서도 모두 6개의 사자성어가 등장하며그 역시 동서양의 다양한 자료들을 토대로 식물의 생태와 인간 사회의 면모를 적용시켜 논하고 있다간혹 익숙하지 않은 사자성어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전체적으로 저자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특히 사자성어를 통해 식물의 특성을 알아보고그것을 다시 인간 사회의 면모에 견준다는 점에서 공감되는 면이 적지 않았다.

   

'끝내 살아가기'라는 제목의 3부에서도 모두 6개의 항목이 '사자성어'를 통해서 소개되고 있다어려운 환경 속에서 힘겨운 삶을 이겨나가는 식물들의 사연과 함께 그에 비견되는 인간 사회의 면모가 글속에 그려지고 있다어려운 조건이란 물론 자연적 환경이 우선이겠지만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악조건들이 제시되기도 한다예컨대 2019년에 강원도에서 일어난 산불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상황을 소개하면서피해 이전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약 1백년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다그래서 3부의 마지막은 노자의 사상이기도 한 '무위자연'을 내세워인공조림이 실패로 돌아갔던 독일의 가문비나무 숲의 상황을 예로 들면서 자연 그대로의 조건을 유지하면서 '본성대로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마지막 4부는 '다시 돌아보기'라는 제목으로 역시 6개의 사자성어와 그에 걸맞은 내용들이 제시되어 있다일제 강점기에 전쟁 물자에 사용하기 위해 송진을 채취하여 그 흔적이 고스란이 남은 소나무의 사진들은 마치 내 상처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식물들도 자신의 살아온 내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듯이우리 인간들도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면서 욕심을 버리고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했던 것으로 이해된다이 책을 통해서 사자성어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으며미처 알지 못했던 식물의 다양한 생태를 이해하게 되었다나아가 그것을 우리의 삶과 연결시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내용들에 공감할 수 있었다사자성어가 단지 지식만이 아닌 우리의 삶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차니)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i*****n 2020.12.18. 신고 공감 22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식물의 삶과 우리의 삶은 너무나 닮아있다
"식물의 삶과 우리의 삶은 너무나 닮아있다" 내용보기
멀리 여행을 갈 형편이 못되니 자주 아파트 산책을  했다. 매년 그 자리에 있었지만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나무들의 이름, 특성까지 알게 되었다. 새싹이 나는 것부터 시작해서 꽃이 피고, 초록의 잎들이 떨어지기까지를 눈에 담았고, 내년 봄에 다시 만나게 될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추운 날씨에 꽃이 아니라 빨간 열매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남천나무를 볼 때마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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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여행을 갈 형편이 못되니 자주 아파트 산책을  했다. 매년 그 자리에 있었지만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나무들의 이름, 특성까지 알게 되었다. 새싹이 나는 것부터 시작해서 꽃이 피고, 초록의 잎들이 떨어지기까지를 눈에 담았고, 내년 봄에 다시 만나게 될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추운 날씨에 꽃이 아니라 빨간 열매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남천나무를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미소짓게 된다. 올해만큼 식물에 빠져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같다.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식물들이 무슨 생각이 있고, 힘이 있겠냐싶었지만  자연에 순응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의외로 강한 모습을 만날 수 있어서 오히려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옛사람들은 그런 식물의 삶을 통해 인간사를 둘러보기도 했다는데, 저자는 식물의 삶에 우리의 삶을 중첩해보려고 궁리하던 차에 식물세상을 사자성어로 풀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한다.  서로 사랑하기, 모두 함께 살기, 끝내 살아남기, 다시 돌아보기라는 4개의 장으로 나눠 식물의 삶을 통해 인간의 삶을 돌아보고 있었다.

 

  이 책을 꼭 읽고싶다고 생각했던 것은 저자의 하동 송림에 관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하동 섬진강 모래사장, 송림은 어린 시절 추억이 많이 남아있는 익숙한 곳이었다. 하지만, 송림에서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볼 생각은 하지 못했기에 저자가 만났다는 소나무들이 만들어낸 절묘한 실루엣은 보지 못했다.

나이가 비슷한 나무들이 모여 자라다보면 수관부의 자리싸움이 치열해서 도태되는 경우가 있고, 살아남기 위해서 하늘이 열린 쪽으로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묘안을 짜내게 된다고 했다. 저자는  소나무들이 그렇게 양보하고 타협해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을 보고  '누울 자리를 보아가며 발을 뻗는다'는 양금신족 量衾伸足 을 생각했다. 내 자리만 차지하겠다고 고집부리다보면 득보다는 실이 많지 않을까?  다른 나무들의 생장을 생각하지 않고 제멋대로 자란 나무를 '폭목'이라고 하는데, 그런 나무는 재질이 좋지 못하다고 한다. 사람의 인성도 마찬가지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는데, 다른 사람을 해하는 사람이 제대로 된 사람일리는 없을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갈 수 있는 것은 그 어느 것도 없지만 식물만큼 자연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있을까? '때맞춰 내리는 비가 만물을 기르다'란 뜻의 시우지화時雨之化라는 말은 교육에 있어서도 적절한 말인듯했다. 부모가 마음이 조급해져 아이에게 많은 것을 강요하기만 한다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을 것이다. 충분한 사랑을 줘야할 때는 사랑을 주고, 아이의 재능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함께 고민도 하고. 저자는 때가 되어야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것처럼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모든 일에 '시우지화'라는 말을 떠올리면 조금은 마음의 여유가 생길듯했다.

 

 

  식물중에서 주변의 땅을 혼자 독차지하고 다른 식물을 곁에 두지 않으려는 녀석들이 있다한다.  호두나무는 잎이나 열매 껍질에서 유글론 이라는 물질을 분비해서 주변의 식물들이 자라는 것을 방해하고, 유칼립투스도 잎과 뿌리에서 유칼립톨이라는 물질을 내뿜어 다른 식물들이나 토양의 미생물 성장을 억제한다고 한다. 자기 주변의 다른 세력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의 코 고는 소리'라는 뜻의 타인한수他人?睡라고 하는데, 사람이나 동물이 아니라 식물의 세계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런 식물의  인간에 관한 사자성어가 식물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다니 생명체의 본성은 인간이든, 식물이든 그다지 다르지 않은가보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때로는 곁도 내어주고, 공감하면서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필요한 법이다.

 

 

  태평양 전쟁당시 물자부족에 시달리던 일본이 소나무 송진을 긁어모아 연료로 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흔적이 남아있는 소나무를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말하지 못하는 식물이라고 하지만 좋은 마음은 아니었다. 창이미추瘡痍未?란 '칼에 맞은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는 뜻으로 전란의 피해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일본이 지난 과거를 인정하지 않고, 할만큼 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상처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안고 사시는 분들도 있다. 소나무가 저렇듯 흉터를 가지고 사는 것처럼.

 

  식물은 상처가 나면 우선 외부에서 침입하는 미생물이 퍼지지 못하도록 물이 이동하는 통로인 물관을 막거나 진액을 분비한다고 합니다. 그다음 미생물이 나무의 중심부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세포가 방어막을 형성하지요. 또한 상처 부위의 형성층에서 캘러스 (callus)라고 하는 새살이 돋아나 상처 부의를 감싸게 됩니다. 이때 형성층은 상처 난 부위에 붙이는 반창고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우리 피부에서 상처 난 부위가 서서히 아물면서 상처 주변에 굳은 살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지요. 하지만 상처가 아물더라도 흉터는 남습니다.-p 233

 

 

   미국의 수목 관리 전문가인 알렉스 샤이고 박사는 이런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살아있는 생명은 그것이 식물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무들 중에서 나는 소나무를 좋아한다. 그래서, 인왕산 기차바위 한복판에서 고군분투하는 '나 홀로'소나무, 도심의 가로수로 살면서 고초를 겪고 있는 소나무, 송이와 공생관계로 살아가고 있는 소나무, 김정희의 세한도에 살고있는 소나무등 소나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외래종 식물을 통해 다문화 가정이 많은 현재 우리가 어떻게 해나가야하는지를 말하고, 감당할 무게만큼만 물방울을 만들게 하는 연잎의 구조를 통해 제 분수를 알아야한다는 '지족지계止足之戒'를 이야기한다.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식물들을 통해 쉽게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함을, 제아무리 똑똑하다하더라도 혼자 살아갈 수있는 세상은 아니라는등 개인의 문제, 사회 문제, 국가적인 문제까지 저자가 다루는 범위가 상당히 넓었다. 사자성어 설명을 위해 들려주었던 중국 고사나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만날 수 있는 이야기들은 책의 깊이를 더해주었다.

 

  식물이 살아가는 방식을 유심히 살펴보면 어찌 그리 우리의 삶과 닮았는지 놀랄 때가 많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함께하며, 끝까지 살아남아 되돌아보는 삶'은 우리 인생사에서 매우 중요한 명제이자 과정입니다.-p 7

 

책장을 덮고나면 저자의 말의 뜻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사진이다.

 

* 한과 추는 한자를 찾아서 입력했는데도 ?로 뜬다.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j*****3 2020.12.24. 신고 공감 14 댓글 12
리뷰 총점 종이책
식물의 말들-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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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말들<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를 읽고    [들어가며] 올해만큼 식물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충만했던 적이 있었을까 싶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받아온 토마토 모종 기르기부터 꽃이나 나무와 같은 식물에 관한 책들을 읽고 이따금 시골집에 갈때면 그들을 찾아 나섰던 기억까지 답답한 숨통을 틔워준 식물에게 감사를 표한다. 식물에 관한 책들이 계속 나온다는 건, 그만큼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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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말들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를 읽고


  


 

[들어가며] 올해만큼 식물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충만했던 적이 있었을까 싶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받아온 토마토 모종 기르기부터 꽃이나 나무와 같은 식물에 관한 책들을 읽고 이따금 시골집에 갈때면 그들을 찾아 나섰던 기억까지 답답한 숨통을 틔워준 식물에게 감사를 표한다. 식물에 관한 책들이 계속 나온다는 건, 그만큼 현재 많은 사람들이 제한된 일상에서 식물과 함께하며 그들로부터 위로와 치유를 받고 싶은 이유도 있을 것 같다. 그러한 책들이 대부분 식물 자체나 식물 기르기에 대한 정보와 저자의 감상을 위주로 다뤘다면, 이번에 만나본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식물사회와 인간사회를 비교해보는 데 주안점을 둔 것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것도 네 글자, 즉 사자성어와 연결 지어 풀어낸 식물 이야기라는 점이 독욕(讀欲)을 자극한다.

 

    식물의 삶에 우리의 삶을 중첩해보려고 궁리하던 차에 식물세상을 사자성어로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이 책의 씨앗이 되었습니다.(7쪽, 작가 서문 中)

 

[책속으로]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24가지 사자성어라는 다양한 렌즈를 통해 식물세상과 인간세상을 조명하고 있다. 가까운 사람들과의 사랑에서부터 멀지만 어디서든 연결되어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연대까지, 그렇게 그들과 함께 끝까지 살아내는 과정이 곧 우리의 인생이며 매 순간마다 자신과 타인을 돌아볼 수 있는 지혜를 식물로부터 배울 수 있다고 책은 이야기한다.

 


【1부-서로 사랑하기】


    나무들끼리 서로 포옹한 듯 붙어 자라는 것을 연리지(連理枝)라고 부른다. 저자는 연리지에서 부모와 자식, 또는 연인끼리 서로를 끌어안거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사람들의 프리허그가 연상된다고 말한다. 천연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된 충북 보은의 정이품송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소나무이다. 조선시대 세조로부터 정이품의 벼슬을 하사받고, 벌과 나비 대신 사람이 중매를 섰다는 사실이 퍽 흥미롭다. 비록 두 부인과 전국 곳곳에 많은 자식을 두었으나 혼례식만 치룬 뒤 홀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에서 저자는 각별히 지냈던 부인과 생이별한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를 떠올린다.
 

식물에게서 배우고 싶은 네 글자, 하나

시우지화(時雨之化) :  때맞춰 내리는 비가 만물을 기르다

 

    사람들이 식물을 기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꽃을 바라보며 눈을 즐겁게 하고 위로와 치유를 받거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미세먼지 등 공기를 정화시킬 수 있다. 저자는 사물과 마음의 이치를 깨닫는 경지에 이르면 일상의 취미가 아니라 삶의 철학으로까지 확장된다고 말한다. 페이스북이 선정한 2020년 유행 트렌드 중 하나가 자녀를 돌보듯 식물을 재배하는 사람을 일컫는 '식물 부모(plant parents)'를 선정했다는 사실만 봐도 현재 우리는 식물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참된 교육이란 기존의 사고와 가치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라는 씨앗 속에 숨겨진 '원기(原基)'가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피어나도록 일깨워주는 일이 아닐까요.(45쪽)

 

    식물과 마찬가지로 아이를 보살필 때에도 ‘때를 잘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맹자는 군자가 사람을 가르치는 다섯 가지 방법 중 하나인 "때맞춰 내리는 단비처럼 자연스럽게 교화하는 방법(有如時雨化之者)"을 강조했다고 한다. 제때 맞춰 자연스럽게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아이 기르기와 꽃 기르기는 모두 결코 쉽지 않으나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이 마음 기르기(養心 양심)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2부-모두 함께  살기】


    책은 우리 사회에서 공생관계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는 영화 <기생충>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공생’에 관한 화두를 던진다. 공생의 핵심이 균형이며 긍정과 부정의 뜻이 모두 담긴 중립적인 낱말이라는 사실과 함께, 어느 한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순간 상생에서 상극으로 바뀐다는 저자의 표현이 무척 인상적이다. 식물사회에서 대표적인 상생은 곤충과 식물과의 관계로 식물은 곤충에 의해 꽃가루받이가 되고 곤충은 식물로부터 먹이를 얻는다. 식물세계에서의 기생은 숙주가 죽을 만큼 해를 가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비교적 온순한 동거에 가깝다는 저자의 지적이 낯설었지만 영화 <기생충>이 던지는 메시지와 묘하게 닿아있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식물에게서 배우고 싶은 네 글자, 둘

양금신족(量衾伸足) : 누울 자리 보아 발을 뻗다

 

    수관기피(crown shyness)는 나무들의 윗부분이 서로 닿지 않고 일정 공간을 남겨두어 나무 아래까지 충분히 햇볕을 받아 함께 자라는 것을 뜻한다. 저자는 소나무 가지가 서로 맞닿을 듯이 빈틈을 찾아 퍼지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시절에 이불 한 장을 두고 자리다툼 하던 때를 떠올린다. 같은 나무도 주변 상황에 따라 달리 자라는 것처럼 아이들도 여럿이 함께 자라야 사회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인다.



    나무세상에서는 다른 나무들보다 수관을 옆으로 넓게 뻗고 제멋대로 자라 인접 나무들의 생장을 방해하는 나무를 폭목(暴木)이라 부르는데, 자기 분수에 넘치게 과한 욕심을 내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사람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저자는 경쟁 속에서도 타협하고 양보하는 나무의 삶을 통해 공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3부-끝내 살아남기】


    식물세계에서도 다윈의 적자생존은 적용된다. 그 가운데 도심에서 살아가는 잡초에 대한 저자의 시선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대개 잡초를 이롭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식물로 바라보지만 이것은 지극히 사람 중심의 기준이라고 지적하면서, 민들레나 질겅이에게서 자신을 최대한 낮춤으로써 역경을 극복하는 지혜를 배워야한다고 강조한다. 적자생존, 악전고투, 철전팔기, 백절불굴 등 잡초가 말해주는 여러 가지 네 글자 가운데에서 잡초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은 '고진감래'가 아닐까 하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 한 표를 던져본다.

 

식물에게서 배우고 싶은 네 글자, 셋

각자도생(各自圖生) : 저마다의 길을 찾다

 

    붙박이 인생. 식물이 동물과 다른 점 중의 하나는 평생을 한곳에 뿌리내리고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식물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때가 있는데, 씨앗일 때입니다.(147쪽)


    문득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식물의 씨앗들은 모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번개 몇 개를 품은 뒤에야 비로소 가지를 뻗고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방으로 퍼져나간 씨앗들은 각자도생을 시작한다. 같은 나무의 자식이더라도 환경이 다르면 운명도 달라지는 법인데 애써 자리를 잡은 씨앗들도 싹을 틔우기에 적당한 환경을 기다린다고 한다.



    2009년 5월 경남 함안 성산산성의 연못 터를 발굴하던 중 발견된 연꽃 씨들의 연대 측정 결과, 약 700여 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고, 관련자들의 노력 끝에 싹을 틔우고 연꽃을 피웠다고 한다. 생에 대한 의지와 욕망, 삶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확신으로 긴 세월을 버텼을 연꽃 씨의 지난한 기다림이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의 우리도 씨앗과 마찬가지로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자식이라도 저마다의 인생을 살아간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각자도생하기 위해 절실한 것 중 하나가 고립무원의 땅속에서 어려움을 견뎌낸 아라홍련의 의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4부 다시 돌아보기】

 


"빗방울이 연잎에 고이면 연잎은 한동안 물방울의 유동으로 일렁이다가

어느 만큼 고이면 수정처럼 투명한 물을 미련 없이 쏟아버린다."

-법정 스님, 「연잎의 지혜 中」

 

    제 분수를 알고 만족할 줄 아는 지족지계(止足之戒)를 실천하는 연(蓮)이 제 분수를 모르고 과욕을 부리는 사람에게 귀감이 되어준다. 또한 나이가 들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도 있듯이 지나온 삶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사람의 주름이 나무에게 있어서는 나이테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의 지나온 내력을 알 수 있는 나이테는 일종의 나무 연대기로 이를 이용하여 과거의 자연환경이나 기후변화 양상도 분석한다고 하니, 정말 나무는 버릴 게 없는 존재라는 걸 새삼 알게 된다.


식물에게서 배우고 싶은 네 글자, 넷

모릉양가(摸?兩可) : 우리의 정체성(태도가 분명하지 않은 것을 이르는 말)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시기며 속은 어찌 비었는가

저렇게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윤선도, <오우가(五友歌) 中 대나무>

 

    평소 대나무는 나무일까 풀일까라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책에서 이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다. 대나무는 단단한 줄기로 수십 년을 사니까 나무라고 해야할 것 같지만, 다른 나무처럼 형성층이 없어 세포가 분열하여 부피가 늘어나는 비대생장을 하지 않아 나이테가 없기 때문에 학자들은 벼과에 속하는 풀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대나무처럼 모호한 정체성을 가진 은행나무 역시, 암수딴그루(자웅이주) 식물로 수십 년이 지나야 꽃이 피고 그때야 암나무와 수나무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침엽수인지 활엽수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현재로서는 활엽수에 가깝다는게 정설이라고 한다. 또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 중 하나로 괴태가 사랑한 나무라서 '괴테의 나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대나무와 은행나무의 정체성 문제는 중국 당나라 때 소미도(蘇味道, 648~705)에 얽힌 고사성어와 맞닿아 있다. 그가 책상의 모서리를 만지면서 "일을 결정할 때 명백한 태도를 취하면 안 된다. 일을 그르치면 후회하게 되는데, 책상의 모서를 만지면 양쪽 면을 다 만질 수 있지 않는가"라며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태도를 취한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꽃이 필 때까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애매모호한 모습을 보이는 은행나무에서 소미도의 모습이 겹쳐보이는 것만 같다.



    분명한 정체성을 강요받는 사회에서 애매함이란 선명성이 떨어질지라도 진정성마저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어떤 대상과 현상과 생각을 언어로 규정하고 설명하기는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그것을 완벽하게 드러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보다는 그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를 궁구하는 것, 그리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요.(286쪽)

 

[나가며] 책속에서 '식물사회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어떤 식물들이 모여 사는 곳과 그 식물들과 주위 환경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것으로 우리의 사회학과도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결국 식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홀로, 때로는 연대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어떤 일에 대한 유래나 교훈을 담은 사자성어로 비추어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나 동식물의 언행에 빗대어 결국은 사람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사례가 많지만 식물세상에서는 그러한 예를 거의 찾아볼 수 없으니 인간세상보다 더 정직하고 공평한 세상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의기소침하지는 말자.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식물의 선한 영향력을 정면교사(正面敎師)로, 사자성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삶을 바꿔나갈 수 있는 힘과 의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재차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k*****o 2020.12.22. 신고 공감 8 댓글 8
리뷰 총점 종이책
식물에게 배우는 네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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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년과 200만년...식물이 육지로 올라와 자라기 시작한 햇수와 인류가 이땅에 태어난 햇수다. 지구상에 육상 식물이 태어난 것은 약 4억년 전으로 그 이후 수억년동안 수 많은 동물들을 먹여 살린 지구 생물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인간은 그보다 훨씬 뒤에 이땅에 와서 자연을 들쑤쉬고 휘저으며 이땅의 제왕으로 군림해 균형을 깨트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숲속에 잠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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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년과 200만년...식물이 육지로 올라와 자라기 시작한 햇수와 인류가 이땅에 태어난 햇수다. 지구상에 육상 식물이 태어난 것은 약 4억년 전으로 그 이후 수억년동안 수 많은 동물들을 먹여 살린 지구 생물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인간은 그보다 훨씬 뒤에 이땅에 와서 자연을 들쑤쉬고 휘저으며 이땅의 제왕으로 군림해 균형을 깨트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숲속에 잠들어 있던 알려져 있지 않던 바이러스를 깨워 호되게 역공을 당하고 있다. 우리가 초래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고, 자연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식물들을 소홀히 또는 하찮은 존재로 대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친근한 식물을 과소평가해서 '식물국회', '식물정권'이라는 낮은 표현의 말이 그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런 표현은 식물을 모독하는 말이라고 말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허구한 날 정쟁을 일삼는 국회를 감히 식물에게 비교하다니 만약 식물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 불만을 토로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평생을 한 곳에 뿌리박고 인의를 실천하는 생물이 바로 식물이다. 이리저리 철새처럼(동물학자들이 들으면 반박할 수 있겠지만) 정당을 옮겨 다니며, 개인 영달을 꿈꾸는 정치인보다 훨씬 나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사실 식물사회를 인간사회에 비유하는 것은 새로울 것이 없다. 우리의 속담이나 사자성어는 옛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지혜와 통찰이 담긴 절묘한 표현으로 많은 부분이 식물이나 동물, 자연현상을 빗대어 인간사를 비유해 왔다. 식물이 살아가는 방식을 유심히 살펴보면 우리의 삶과 많은 유사한 점이 있다.

'서로 사랑하고 함께하며, 끝까지 살아남아 되돌아보는 삶'은 우리 인생사에서 매우 중요한 명제이자 과정이다. 식물도 우리처럼 서로 사랑하고 갈등함 생노병사와 흥망성쇠를 겪는다.

저자는 식물의 삶에 우리의 삶을 중첩해보려고 많은 노력을 하던 차에 사자성어로 이것을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고, 1부 서로 사랑하가, 2부 모두 함께 살기, 3부 끝내 살아남기, 4부 다시 돌아보기까지 우리 인간사를 사자성어와 해당하는 식물의 특징, 살이 등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수필형태의 글로 편하게 읽을 수 있지만 그 속에는 다양한 정보와 인생을 오래 살아온 교수님의 통찰이 전해진다.

예를 들면 진짜와 가짜를 말하면서 수상개화(樹上開花)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2019년 총 출생아 수는 30만명을 간신히 넘겼다. 우리나라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이 책에는 없지만 2020년에는 처음으로 주민등록 상의 인구가 줄어들기에 이르렀다. 정부에서 출산 격려금에 각종 출산장려책을 펼치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솔직히 말하면 끝을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문제나 청년실업, 치열한 사교육으로 인한 고비용저효율 교육 등의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언발에 오줌누기식의 임시 방편으로는 이를 회복하기 힘들어 보인다.

최근 프랑스 엑스마르세유 대학의 생물학자, 고인류학자 등은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원인이 저출산과 영아사망률이 그 원인일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기원전 4만년경 유럽을 지배하던 네안데르탈인들은 현생인류와의 접촉으로 인한 질병 감염, 자원 경쟁, 학살 등 다양한 원인으로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을 추정했는데 저출산일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이 등장한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목적은 크게 두가지인데 그것은 생존과 번식이라 할 수 있다. 생물은 태어난 후, 각자 노력하여 큰 탈 없이 살아남는 것, 즉 개체 보존이 가장 큰 목적이다.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여 오래도록 종을 보존하고 번성시켜야 하는 것이다. 최근의 출산율 저하를 보면 많은 사람이 종족보다는 개체 보존에 더 큰 의의를 두는 듯하다. 그만큼 아이를 낳고 기르기에는 우리의 사회적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두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있는 아버지인 내가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는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식물을 이루는 기관은 영양기관과 생식기관으로 구분한다. 영양기관은 말 그대로 영양분을 공급하여 식물 자체를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기관으로 뿌리, 줄기, 잎이 여기에 해당한다. 후세를 생산하기 위한 생식기관은 꽃이다. 영양기관이 개체 보존을 위한 기관이라면, 꽃은 종족보존에 필요한 기관이다. 번식의 필수과정인 수분에는 물과, 바람, 동물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물이나 바람을 이용해 수분하는 식물은 곤충을 유인하는 화려한 꽃이 필요 없다. 그 대신 바람에 꽃가루를 날려 수중될 확율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수많은 꽃가루를 생산한다. 봄철 자동차 지붕에 노랗게 내려앉은 송화가루를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꽃가루받이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곤충이다. 곤충의 도움을 받아 수분이 이루어지는 충매화는 각양각색의 꽃을 피워내며 꽃가루 받이 전략을 세운다. 색깔이나 형태로, 아니면 냄새와 향기로 제각각 곤충을 유인한다. 꽃가루는 점성이 있어서 몸에 쉽게 달라붙는다. 그뿐만 아니라 곤충을 꽃으로 유도하기 위해 꽃잎에 안내표시를 하는 꽃이 있는가 하면, 가짜 꽃으로 곤충을 유혹하는 녀석들도 있다. 식물 역시 종족 보존을 위한 분투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사람들은 꽃이 열매를 맺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진짜 꽃과 가자 꽃으로 구분해서 부른다. 가짜 꽃은 암술과 수술이 없어 열매를 만들 없는 꽃을 말한다. 가짜 꽃은 말 그대로 꽃의 생식기능이 없어 무성화 또는 중성화라고 한다. 대부분의 식물에는 진짜 꽃이 달리지만, 간혹 진짜 꽃과 가짜 꽃이 함께 달리거나 가짜 꽃만 달린 것도 있다. 진짜 꽃과 가짜 꽃의 역할과 그 특징 등을 이야기한다.

삼국지에는 장판파에서 유비가 조조의 군대에 쫓겨 달아날 때, 장비는 조조를 막기 위해 병사들을 이끌고 장판교를 지키고 있었다. 병사가 부족하다 보니 장비는 계책을 세워서 말의 꼬리에 나뭇가지를 매달아 이리저리 달리게 했다. 마침 장판교에 도착한 조조는 장비의 뒤쪽에 자욱한 먼지를 보고 수만 대군이 오는 것으로 착각하여 군사를 물린다.

이것이 바로 중국의 병법전술인 삼십육계 중 29번째 계책인 '수상개화'이다. 수상개화란 가짜 꽃으로 나무를 장식하는 것으로 '힘이 약할 때, 다른 세력이나 여건을 이용해 약한 것을 강하게 보이게 하는 것'을 뜻한다. 가짜 꽃으로 곤충을 유인하고 꽃가루 받이를 성공시키는 전략이 장비의 책략과 다를 바 없다.


 

여기서 나아가 수국과 사랑 이야기까지 식물에 관해 종잡을 수 없는 다양한 지식과 입담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책이다.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고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꽃은 매혹적인 사물입니다. 그러나 옛 선비들은 탐닉이 혹여 마음을 그르칠까 경계하며 꽃을 수양의 방편으로 삼았습니다. 완물상지와 격물치지. 눈으로 보는 꽃과 마음으로 읽는 꽃이 다르듯이, 식물학에서 다루는 꽃과 성리학에서 살피는 꽃의 의미는 같은 듯 다른 모양입니다.

진실과 거짓이 어지럽게 뒤섞여 혼란스러운 어목혼주의 세상. 한때는 수양의 방편으로 삼았던 꽃을 두고 진짜아 가짜를 구별한다는 것은 따지고 보면 어불성설일 수도 있겠지요. "네가 누구이기에, 이웃을 판단하느냐"라는 성경 말씀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꽃의 번식여부를 진실과 거짓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꽃들에게 염치없는 일입니다. ---p.37

꽃들이 우리에게 묻는다. '과연 당신들 중에는 누가 진짜인가요?'

식물에게 잘하기 위해서 그 주변을 시멘트로 깨끗하게 단장한 것이 복토로 인하여 뿌리 호흡곤란으로 점차 수세가 약해져서 약해지는 것을 보면서 과유불급을 떠올리고 자식 교육 등에서 과하게 하는 것을 경계하는 이야기를 한다.

 

상생상멸을 이야기하면서 광화문 교보빌딩의 글판을 이야기한다.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라는 이생진 시인의 글귀가 걸렸다. 자식들 김장거리를 몰래 갉아먹는 배추벌레를 잡으며 끌탕을 하시는 시골의 장모님꼐도 들려주고 싶은 글이라고 한다. 원로시인의 글은 "천지자연이 장구할 수 있는 까닭은 자신만을 살리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장생할 수 있다(天地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 故能長生)"라는 노자의 말씀에 맥이 닿아 있다.


 

저자의 책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직업이 교수님이다 보니 책을 많이 사모아 서가에 이중으로 꼽고 방바닥에도 놓았다고 한다. 나역시 지금 그렇다. 그 책들을 다 읽었느냐? 그것도 아니다. 알 수 없는 헛헛한 내면을 책이라는 물건이 채워줄 것이라고 착각했는지도 모른다는 말이 정말 와 닿았다.

 

저자는 피천득 선생님의 서재 사진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고 한다. 서울대학교 교수로 주옥같은 글을 쓰셨던 선생님의 서재라 방에는 책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을 줄 았는데 초등학생 책장이라고 할 정도의 소박한 책장에 몇권 되지 않는 책들만이 꽂혀 있었다고 한다. 예전에 갖고 있던 많은 책을 나눠주시고 꼭 필요한 책만 갖고 계셨다고 한다. 비움으로써 오히려 넉넉하고 여유로운 선생님의 서재에서 의외의 신선함을 느꼈다는데 나 역시 최근 책 사모으는 것을 조금씩 줄이려고 한다.

주변의 친구들에게도 나눠주고 회사에도 기증하고 있다. 앞으로 지금 가진 책의 반을 줄여보려고 한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서 우리집 공간도 다이어트 시키고, 친구들의 마음은 채워주기로 한 것이다.

 

식물을 통해 우리 인간사와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그런 책이다. 읽다보면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무언가 모를 치열한 경쟁과 빠른 변화와 속도의 현대사회에서 식물처럼 한 곳에 정착하여 천천히 배우며 성장하는 그 지혜를 말하고 있다. 식물과 사자성어를 통해 우리에게 삶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깨우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책을 받은지 꽤 됐는데, 이사를 하면서 리뷰 작성을 조금 늦게 하면서 나는 이 리뷰를 무려 2년에 걸쳐서 하게 되면서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었다. 불혹의 나이를 시작하며 뜻깊은 독서를 통해 조금 더 나누고,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고 천천히 살아가자는 마음을 다지게 된 책이었다.

*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d*****2 2020.12.24. 신고 공감 5 댓글 1
리뷰 총점 종이책
식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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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보고 나무는 못 봤다.식물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알았는데, 아니다.나무는 아주 부지런히 그리고 열심히 행동하는 생명체이다.다만 눈이 못 보았을 뿐이다.뿌리는 흙 속의 물과 양분을 끌어모은다.줄기는 영차! 영차! 저 높은 잎으로 그들을 힘껏 올려보낸다.감사히 받은 물과 햇빛으로 광합성 작용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는 초록 잎은 결초보은을 실행한다.장인은 연장 탓을 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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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보고 나무는 못 봤다.
식물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알았는데, 아니다.
나무는 아주 부지런히 그리고 열심히 행동하는 생명체이다.
다만 눈이 못 보았을 뿐이다.
뿌리는 흙 속의 물과 양분을 끌어모은다.
줄기는 영차! 영차! 저 높은 잎으로 그들을 힘껏 올려보낸다.
감사히 받은 물과 햇빛으로 광합성 작용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는 초록 잎은 결초보은을 실행한다.

장인은 연장 탓을 안 하고, 식물은 자리 탓을 하지 않는다.
바위틈에 낀 한 줌 흙만 있어도 의연하게 자라는 나무가 있고,
아스팔트 도로 빈 구석에 닿을 수 있는 흙이라도 있다면 민들레 씨앗은 한평생의 터전으로 제 한 몸 건사한다.

사람은 돈을 좇아 아웅다웅하는데, 소나무는 가지를 틀어 햇빛을 사이좋게 나눈다.
사람은 서로를 밀치고 부딪혀 가는 투쟁의 연속인데, 서로 다른 나무는 가지를 맞대어 연리지를 이루기도 한다.

사람은 나무를 이용하는 지식은 있을지 몰라도 나무와 공존하는 지혜는 부족하다.
어쩌라고 철부지는 공해에 취약한 소나무를 보기 좋다고 도로가에 심는 잘못을 저지르고, 가로수 바닥에 보도블럭을 꾹 눌러 놓거나 쓰레기를 투척해 놓는다. 뿌리도 숨을 쉬어야하는데 말이다.

자연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인간은 그 대가로 지금 '입틀막'의 벌을 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자연이 만들어 가는 세상에서 인간도 조화롭게 살아가면 좋겠다.
숲도 보고 나무도 보자.
그러러면 숲이 남아 있어야겠지.



c********1 2021.07.23.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식물의 생장에서 사람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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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를 올해 마지막 읽은 책으로 읽으며 참 탁월하다는 생각을 했다. 식물의 기원은 무려 4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인류의 시작은 200만 년 전에 불과하다는 사실만으 로도 우리 조상들이 경외했던 자연에 대한 이유가 충분하다. 인류의 조상들은 그런 자연에 압도 당하지 도 않았고, 자연과 가까이 지냈으나 섣불리 해하지도 않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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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를 올해 마지막 읽은 책으로 읽으며 참 탁월하다는 생각을 했다.

식물의 기원은 무려 4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인류의 시작은 200만 년 전에 불과하다는 사실만으

로도 우리 조상들이 경외했던 자연에 대한 이유가 충분하다. 인류의 조상들은 그런 자연에 압도 당하지

도 않았고, 자연과 가까이 지냈으나 섣불리 해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 인류는 코로나라는 희대의 전염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생활의 편리함을

안겨줬으나 그만큼의 부작용이 늘 경고되어왔었다. 코로나라는 바이러스 또한 자연의 균형이 깨어지며

일어난 비극이라는 설이 있을 만큼 인간과 자연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식물연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인 저자는 식물의 생태를 빌어 인간의 삶과 자연의 관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들려준다. 네 글자의 사자성어나 속담을 통해 들여다본 식물의 세계는 놀랍도록

인간의 삶과 닮아있음을 실감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로마시대로부터 출발한 아이가 태어나면 나무를

심고, 그 생장을 보며 아이의 미래를 점치기도 했다는 사실과 많은 성현들의 삶에서도 자연을 존중하며

살아왔던 생활태도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공자의 가르침에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 있고, 1년의 계획은 봄에 있으며,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는

가르침과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하다는 <근고지영>같은 사자성어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현대사회는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토종 생태계라는 단어 또한 무색한 시대가 되었다.

그런 와중에 한창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핑크뮬리라는 식물이 요즘은 유해한 식물종으로 분류가

되며 다시 한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토종 생태계만큼이나 중요한 공존공생의 관계를 돌아보고,

각자도생, 혹은 적자생존의 다양한 사례들을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서 살펴보는 과정에서 많은 깨달음이

느껴진다. 사람도 그렇지만 나무와 꽃의 고고한 운치와 품격도 주변이나 집의 품격에 걸맞아야 한다는

것. 적지 적소에 적당하게 어우러지는 것이 자연에서도 인간세계에서도 중요하다는 사실.

누울 자리를 보고 가지를 뻗는 나무들의 생장이 빚어내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들.

책 속에 실린 풍성한 자료들과 사진을 보며 많은 정보를 얻기도 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자연 속으로

순간이동하는 힐링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삶이 고되다고 하지만 우리는 종종 도심 한복판의 아스팔트 위에서도 식물의 생장 순간을 목격하기도

한다. 산 정상위의 바위틈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많은 이들에게 그 자체가 하나의 울림이 되기도 한다.

사람의 삶이나, 식물의 삶이나 쉬운 것이 있겠냐만, 삶은 그 와중에도 이어진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날씨가 추워진 뒤에 그 푸르름이 더욱 두드러지는

소나무. 추사 김정희는 말년에 고독한 삶을 보냈지만 제자인 이상적의 옛 스승에 대한 고마움을

세한도의 발문과 그림 오른쪽에 찍은 붉은 인장으로 그 마음을 절절하게 담았다.

<장무상망>이라는 글자에는 그 마음을 오래도록 잊지 않겠다는, 스승의 진심 어린 감사가 담겼음을

알고 나니 마음 한편이 참으로 따뜻하고 먹먹해진다.

 

사람의 얼굴에서도 식물의 생장에서도 그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신기하게도 생명을 가진 생명체는 스스로 치유하며 살아가게 된다고 하는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흔적이 어딘가에는 남아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인간의 트라우마가 생기고, 식물은 그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나무의 송진을 제거한 흔적이 오랜 시간 상처처럼 남아있는 모습의 자료 사진을 보니 그 모습이

생생하게 와닿는다. 신기한 삶의 흔적들을 보듬으며 살아가는 식물과 인간의 삶

어쩐지 숙연해지는 순간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식물의 생장을 통해 식물과 인간의 관계를 중첩해서 보여준다. 사자성어를 통해 간결

하고 예리하게 소개하는 과정에서 식물에 대한 정보와 더불어 한편의 인생 드라마를 한발 떨어져서

묵도한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기고만장하다고 할 만큼 인간의 과학기술이 첨단으로 발전하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올 한 해는 또 다른 전환점이 되는 시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너무 익숙해서 소중함을 몰랐던 일상과 마찬가지로 자연은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정복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잘 보존하고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식물에 관한 정보만큼이나 마음 챙김이라는 키워드가 공존했던 소리 없이 강한 한 권의 책.

 

                                                                                                                                                                    

y****6 2020.12.3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 꽃처럼 나무처럼 살 수 있다면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 꽃처럼 나무처럼 살 수 있다면" 내용보기
바깥출입이 어려운 요즘. 가까이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식물을 키우며 위로와 치유의 힘을 얻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일까. 예부터 선조들은 꽃을 가꾸고 나무를 돌보며 삶에 거름이 되고 양분이 되는 지혜를 얻었다. 이 책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에 바로 그러한 내용이 담겨있다. 저자 이선은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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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출입이 어려운 요즘. 가까이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식물을 키우며 위로와 치유의 힘을 얻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일까. 예부터 선조들은 꽃을 가꾸고 나무를 돌보며 삶에 거름이 되고 양분이 되는 지혜를 얻었다. 이 책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에 바로 그러한 내용이 담겨있다. 저자 이선은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전통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식물을 접하며 배운 식물이 살아가는 방식과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의 본문은 '서로 사랑하기', '모두 함께 살기', '끝내 살아남기', '다시 돌아보기' 이렇게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챕터에는 각 주제에 해당하는 사자성어와 그에 관한 식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모두 함께 살기'이다. 식물 하면 심어진 자리에 그대로 자라서 주변과 조화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이미지'가 있다. 실제로는 어떨까. 노지에서 자라든, 집안 베란다에서 자라든, 한곳에 밀집해 자라는 식물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햇빛과 양분을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환경에 맞게 자신의 '몸'을 바꾸면서까지 '적자생존'을 도모한다. 이는 인간이 사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식물들도 '성격'이 제각각이라서, 어떤 식물들은 제 땅에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게 한다. 호두나무, 소나무, 유칼립투스, 가죽나무, 단풍나무, 양버즘나무 등이 대표적이다(117쪽). 그렇다고 이런 나무들만 땅에 뿌리를 내리고 '각자도생'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보도나 아스팔트 틈 같은 곳을 뚫고 자라는 민들레, 질경이, 중대가리풀 같은 '고진감래'형 식물들이 그렇다. 바위틈에 자라는 소나무나 앙코르와트의 테트라멜레스 등은 작은 뿌리들이 죽지 않고 버텨서 커다란 바위를 뚫고 전 세계인이 찾는 유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살아있는 '수적석천'의 예를 보면서, 우리도 작은 힘이나마 모아보는 것은 어떨까. 


서문에서 저자는 "아무리 인간세상과 식물세상이 흡사하다 해도 '식물국회', '식물정권', '식물정당' 등의 표현은 달갑지 않"다고 밝힌다. 정말 그렇다. 제 기능을 못하는 국회나 정권, 정당을 비판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지만, 그것들을 식물에 비유하는 것은 식물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를 드러내는 것이자 식물에 대한 모욕이다. 인간은 식물로부터 배울 수밖에 없고, 배워야 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이달의 사락 j****y 2020.12.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