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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공 분야가 <철학> 이다 보니, 오래전부터 노자의 『도덕경』을 여러 판본과 여러 언어의 번역본, 그리고 각기 다른 작가분들의 다양한 필력의 해석 쓰여진 책들로 재미나게 읽어왔다. 주로 한문 원전과 한글 번역을 오가며 공부해 왔는데, 이 책은 세 언어—한문, 한글, 중문—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어 읽는 즐거움과 학습의 효율이 동시에 있었다. 특히 세 언어의 문장 구조가 가지는 리듬과 여백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어, 한 문장 한 문장을 음미하며 따라가기 좋았다. 나는 연구자로서 번역의 차이가 철학의 이해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이 책은 바로 그 차이를 가장 명료하게 보여준다. 도(道)와 덕(德), 무위(無爲)와 자연(自然)이라는 핵심 개념이 언어마다 다르게 호흡하고, 그 어감이 미세하게 달라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번역서가 아니라 ‘사유의 비교 철학서’로 매우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지 않을까 . 설명이 과하지 않고, 원문 중심으로 편집되어 있어서 독자가 주체적으로 사유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이 인상 깊었다. 특히 중문 병기는 한문 원문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비춰주는 거울처럼 작용하여, 문장의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 덕분에 독자는 언어를 통해 사고의 미세한 결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학생이나 연구 초기 단계에 있는 분들에게도 매우 유익하다. 노자의 사상을 단순히 인용한 것이 아니라 ‘언어적 층위(層位)'에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철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이 책의 구성을 따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언어가 어떻게 사유의 구조를 결정짓는가’를 감지하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언어가 단순한 전달 수단이 아니라 사유의 구조이자 존재의 방식이라는 점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도덕경』을 세 언어로 함께 읽는 일은, 하나의 고전을 세 번 새롭게 만나는 경험이자, 동양 사상의 깊이를 다시 점검하는 과정이었다. 노자 사상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물론, 언어와 철학의 관계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충분히 의미 있는 지적 자극을 줄 것이다. 전공, 비전공을 막론하고 모든 독자에게 일독(一讀)을 권한다. 고전은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언어가 달라질 때 그 깊이는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 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