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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안다.=""> - 임영조. 그의 시 편편에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그런 시구절이 항상 있다. 그리고 그의 시에는 삶의 흔적이 북어있다는 것을 또한 느낄 수 있다. 이 '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안다'에 이르면 무릎을 치는 시적 표현은 어느 순간, 손 끝에서 나오는 시적 기술에 앞서는 삶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에서 나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안다]에서는 시인 자신의, 혹은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초라한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나타내고있다. 그러하기에 인간적인 냄새가 더욱 물신 풍긴다. 정호승 시인이 임영조 시인을 의인화의 명수라고 말했는데, 물론 나도 동감한다. 그러나 예전 시들은 어딘지 사물에 더 많은 중심이 실린 듯한 느낌이 났었지만 이 시집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인간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 의인화였다. 그것은 인간이 얼마나 부족하고 나약하고 사악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점 시집에서 시인은 여행을 참 많이 떠난다. 낯 선 곳을 참 많이도 헤매인다. 아 ! 인간은 얼마나 작고 나약한 존재인가! 그러하기에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사실 위대하고 성스러운 것보다 소왜되고 외소한 인간에게 우리는 더 많은 정을 느끼고 애정을 느낀다. 그리고 만나고 싶다. 그 사람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의 모습이고 내 부모님의 모습이다.
인간의 존재가 왜소하게 느껴지는 광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의 자취가 흔하지 않는 어느 외딴 섬에 가면 우리는 더욱 사람이 그리워진다. 그리고 그 그림움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사람을, 내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복잡한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어쩌면 그런 낯선, 지도에도 없는 섬에 가고 싶은지도 모른다. 시집을 소개하는 것 중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시 한편 옮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인상깊은구절] 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안다 사람들은 더러 아는 척해도 실은 가는 길도 모르고 무엇이 있는지는 더욱 모르는 외딴 섬 하나를 나는 안다 (중략) 그늘 깊은 뒷산 잡목숲에는 탁목조 한 마리가 산해경 읽듯 팽나무 찍는 소리로 하루해가 저물고 노을 젖은 은박지로 구겨진 바다 물빛 풍금소리 은은한 그 섬에 가면 나 혼자 엿듣는 방언이 있다 감쪽같이 나누는 사랑이 있다 아련하게 니스칠한 추억이 있다 세상과 먼 그 섬에 가면 -그 섬에 가면 中- 서기 79년 8월 24일 폼페이 최후의 날 원형 경기장 일반석에서 벤허의 전차 경주를 보다가 화산재 쓰고 허옇게 응고된 남자 어쩌면 그도 하릴없이 명퇴한 전차공장 노동자였을까? 서기 1997년 8월 24일 서울 예술의 전당으로 나앉은 남자 삼각 모자 달린 망토 한 자락으로 코 막고 웅크린 채 서울에 온 남자 그의 고통을 한 남자가 들여다본다 꼭 천구백십팔년 지난 바로 그 날에 서울에서 매연에 지든 하릴없는 남자가 웅크린 채 재채기를 하면서 아주 심지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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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이 이토록 톡톡 살아서 내 가슴까지 튕겨오는 그런 시가 있을까. 섬세하며, 고독하며, 한 눈에 잡아 낼 것 같은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인 시어들. 그러면서도 세상을 다 살아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세상을 보는 눈의 날카로움.
님의 시 속에선 살아있지 않은 사물이 하나도 없다. 냄새가 나고, 소리가 들리고, 밀어내며, 빨아먹기까지(달빛 소나타) 한다. 꽃을 피워내는 건 침묵(명자나무 곁에서)이고, 뒷통수 치는 건 종소리(그대에게 가는 길 9)이다. 흐벅진 누드로 누운 건 해안선(바람아래 해수욕장)이고, 역한 소문만 퍼뜨리는 건 쉬파리(틈)이다.
그런데 님의 시는 참으로 외롭다. 혼자이다. 그것도 길떠나 그대에게로 가면서도 끊임없이 가는 길을 물어대는. 그 여정에 삶의 질곡이 묻어있고, 체념이 담겨있고, 통달한 도가 담겨있다. 외로우면서도 아랫목같은 따스함이 간간이 배어나오고. 인생을 아는 노련한 노장의 살아있는 선물인 시집이다. [인상깊은구절] 봄 햇볕 부풀어 마냥 부신 말 난분분 뜬소문만 퍼뜨리는 씨방들 세상이 따분해서 못 살겠다고 삼삼오오 패거리로 몰려다니네 하얀 너울 쓰고 우아하게 두둥실 모처럼 촌티 벗고 신분이 뜨네 -<민들레 산조="">中 열사흘 활시위를 당긴다 앙리 마티스의 둥근 누드화 둥그렷이 솟는 젖무덤 아래 만삭이 된 나부의 배가 부푼다 팽팽하게 긴장된 둔부 교교해라, 눈으로만 만져도 울컥 온 세상 가득 쏟아지는 뽀얀 젖냄새 불현듯 볼 부비는 소리가 어둠을 밀어낸다 배꽃이 달빛을 빨아먹는다. -<달빛 소나타=""> 전문달빛>민들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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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에서 한 사람의 나이를 읽을 수 있을 때가 있다. 그가 걸어온 생애, 고단하였으나 때로 아름답고 넉넉했던 한때의 추억을 담아 놓은 것을 읽을 때가 있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그들대로, 젊은 사람들은 또 젊은 대로 흐르는 삶의 결이 녹아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어떻게들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에 약간의 대답이라도 해 주려는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