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광의 소설집 『산 사람은 살지』의 주인공 기분이 쓰는 일기대로 쓰자면 어제는 이러했다.
2022.1.31
조남주의 소설집 『서영동 이야기』를 읽고 리뷰를 썼다. 냉장고에 있던 오징어와 쥐포를 꺼내서 구워 먹었다. 입이 텁텁해 양치를 하고 있는데 거대 춘식이 인형을 들고 벗이 찾아왔다. 버스터미널에서부터 창피했단다. 자꾸 쳐다봐서. 택시를 탔단다. 요금은 만 원 조금 넘게 나왔다고. 차마 인형을 들고 버스를 탈 수는 없었단다. 잘했다고 말해줬다. 커피 한 잔 먹고 쇼핑몰에 갔다. 코로나가 심해져 안 가려고 했는데 잠깐만 갔다 오자 했다. 설이라고 벗이 20만 원을 줬다. 그 돈으로 염치없이 옷을 샀다. 이제 돈도 벌고 하니까 살 거 사면서 살라고 하네. 걸어서 식당에 갔다. 길을 잘못 골라 도로변 갓길을 걸었다. 차가 무서우니 한 줄로 걷자고 했다. 불고기 3인분과 후식 냉면, 음료수 두 병을 시켜서 먹었다. 빵과 아이스크림을 샀다. 돈 버는 건 어려운데 쓰는 건 쉽다. 쇼핑몰에서 그 많은 옷을 보는데 엄마 생각이 났다. 비싼 옷 사 놓고 입지도 않고 떠난 엄마. 어디에 도착해 있을까.
학교 다닐 때 김종광의 단편으로 수업했다. 내가 선정해서 복사를 해 갔나 교수가 추천해서 공부를 했나. 기억이 가물거린다. 읽기에 수월하고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능청스러운 충청도 사투리가 소설 곳곳에 있어서 킥킥거리면서 읽었다. 서점 굿즈 받으려고 금액 맞추려고 신간 목록을 훑던 도중 『산 사람은 살지』라는 제목으로 김종광의 신간이 나온 걸 발견했다. 순전히 제목 때문에 샀다. 이 정도의 제목을 쓴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무엇이?
누가 읽어도 쉽고 납득이 되는 언어로 책의 제목을 짓는다는 건 내공이 쌓였다는 뜻이다. 일부러 있어 보이는 척 어색한 제목의 책들. 이제는 제목만 봐도 안다. 몇 십 년 책 읽다 보면 사이즈가 나온다. 이 인간이 어떤 상태로 글을 쓰고 있나. 김종광의 소설을 오랜만에 읽었다. 읽기를 잘했다. 역시 제목을 보는 내 안목은 틀리지 않지. 『산 사람은 살지』는 그런 책이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뿌듯함을 안겨주는 책. 세상이 바이러스로 뒤덮이든 말든 산 사람은 살고 그렇게 하고 있다면 대단하고 멋지다고 말해준다.
스물두 살에 광산에서 일하는 남자에게 시집온 기분이 쓴 일기와 뒤섞여 소설은 흘러간다. 몸이 시원찮아서 병원 다니고 그 와중에도 자식 키우고 농사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기분이었다. 젊은 날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흘러갔다. 처녀 때 쓴 일기는 있었는데 남편이 볼까 봐 불태웠다. 글자라는 걸 쓰고 싶어도 쓸 새가 없었다. 딸애가 국민학교 다닐 때는 좀 썼다. 힘들다 힘들다 하는 신세타령의 글이라서 아궁이 속에 던져 버렸다.
2010년에 실컷 쓰기 시작했다. 기분의 일기는 남편이 아파서 죽고 난 이후에도 계속 쓰인다. 자식들이 용돈 준 이야기, 병원 다니고 절에 가서 치성 드리는 이야기, 집이 오래돼 공사하면서 겪은 이야기, 친척과 조카들이 찾아온 이야기. 온갖 썰들이 『산 사람은 살지』에 펼쳐진다. 남편한테 생활비 타면서 겪은 서러움, 옷 한 번 마음대로 사서 입어보지 못한 슬픔, 하루에 얼마 썼는데 너무 많이 썼다는 후회. 죽은 자들이 꿈에 나와 기분에게 털어놓는 살아생전의 아픔.
김종광은 기분의 시간을 농사철로 나누어 농촌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린다. 농촌 소설의 대가답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이는 농촌의 시간을 알지 못한다. 농사짓는 이의 품과 고됨을 모른 채 마트에서 집어 든 채소를 보면서 비싸네 어쩌네 이러고 있다. 딱밤 맞기 좋게 말이다. 『산 사람은 살지』를 읽으면 앞으로 그런 말 하지 못하겠다. 고추 농사짓는데 기분의 다리와 허리가 아작이 난다. 일하고 있는 자식들이 시간 내서 와주지 않으면 시도도 못한다. 남편은 광산에 다니면서도 농사일을 했다. 노인회 일도 마다하지 않고 했다.
항암 치료받던 남편을 두고 경로당 청소를 하러 간 기분이었다. 그 사이에 남편이 죽어버렸다. 임종도 지키지 못한 기분은 내내 마음이 아팠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아픈 사람들 두고 청소하러 갔을까. 기분은 그런 마음도 일기에 쓴다. 젊은 시절에는 몸 아파 가족에게 폐만 끼치는 자신이 미워 자살 시도도 여러 번 했다. 그때 죽지 않아서 기분은 자식이 구해다 준 줄로 마스크를 겨우 쓰고 병원에 다니고 목욕도 다닌다. 기분의 일기에는 오늘 얼마를 썼고 자식에게 얼마를 보냈는지 소상하게 적혀 있다.
그걸 읽으면 참. 가슴이 뻐근하다. 비 오는 날 돈 아낀다고 버스도 안 타고 집까지 걸어온 누군가가 떠오른다. 자기 죽으면 자식에게 손 벌리지 말라고 알뜰하게 돈을 모아둔 남편. 농협을 믿지 못해 창고에 돈뭉치를 숨겨둔 남편. 기분은 아파도 살아 있으니 살아야지 어떡하겠어 한다. 예전에는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책 내는 그런 꿈을 꿨다. 염세적으로 변한 게 아닌데 지금은 그 모든 게 부질없다는 걸 살아가면서 깨닫게 되었다. 남한테 악한 소리 안 하고 안 듣고 돈이 생기면 사고 싶은 거 사고 먹고 싶은 거 먹으며 사는 게 만고 땡.
산 사람은 사는 데 어떻게 살지 스스로가 알아야 한다는 게 『산 사람은 살지』의 주제다. 종결어미를 주제의식으로 쓰려다가 참는다. 주제나 주제의식이나 똑같은 말인데. 남의 잘난 척은 꼴도 보기 싫어하면서 꼭 있어 보이고 싶은 척에 어려운 말을 쓰려고 한다. 이 또한 『산 사람은 살지』를 읽고 고쳐야겠다고 다짐한 바다. 일하는 것 때문에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시끄러웠다. 그 와중에도 책을 읽어보겠다고 『산 사람은 살지』를 집어 들었다. 웬걸. 어지럽던 마음이 기분의 일기와 하루를 보면서 사라졌다. 살아보겠다고 애를 쓰는 자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
|
p.281. 나도 이렇게 살고 싶은 게 아닌데, 나도 하고 싶은 일, 꿈이 있던 젊음이 있었다. 늙고 병들고 망가진 모습, 나 자신도 싫다.
나이 들어 늙어가는 모습은 천양지차다. 누구나 맞는 죽음이지만 그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도 모두가 다르다. 하지만 모두가 늙고 죽는다는 것은 같다. 살아온 날들이 남은 날보다 적은 한 노인의 삶을 <산 사람은 살지>를 통해 엿보았다. 작가 김종광은 이 소설이 시골장편소설 시리즈 '면민 실록' 의 첫걸음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의 배경은 시골 마을이다. 주인공은 70대 기분 할머니이다. 그런데 기분이 사는 마을 이름이 '안녕시 육경면 역경리' 이다. 역경. 우리 사회 노년들 특히 할머니들의 삶은 역경 그 자체였을 것이다. 기분 할머니도 힘겨운 삶을 살았다. 그리고 죽음을 기다리며 오늘을 산다.
p.7. 터 기(基) 가루 분(粉), 기분은 뜸하게 글을 썼다.
소설의 첫 문장이 알려주듯이 이야기는 기분의 기록으로 시작한다. 60 이 넘은 나이에 매일은 아니지만 일기처럼 일상을 담은 기분의 기록이 이야기의 큰 흐름이다. 또 다른 흐름은 기분의 꿈속에 찾아오는 남편, 시누이 그리고 동서들이다. 그들은 기분을 찾아와 그들이 살아온 날들을 하소연하며 기분은 오래 건강하게 살라고 말한다. 꿈속에서 만나는 이들은 죽은 이들도 있고 살아있는 이들도 있다. 그렇게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고 살아오던 기분에게 큰 상심이 생긴다. 남편의 죽음. 살았을 때 따뜻한 말 한마디 안 해주던 사람이었지만 옆에 있을 때 몰랐던 무언지 모를 감정들이 기분을 혼란스럽게 한다.
기분의 삶은 힘들고 또 고달팠다. 농사 일하고 손위 동서들 눈치 보고 엄한 남편 시중들며 그렇게 노년을 맞았다. 그런데 기분은 선천적으로 약했고 병을 달고 살았고 병원비가 만만치 않게 들었다. 그래서 돈을 모을 여력도 없었고 그렇게 근근이 힘든 노동으로 살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효심이 남다른 삼남매가 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기분을 지켜주던 남편의 자리를 대신하는 자식들의 효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분이 늘 걱정하며 안쓰러워하는 자식 사랑이 더 큰 까닭에 자식들의 이야기는 부수적인 것이 된다. 남편에 대한 기분의 사랑과 자식에 대한 기분의 사랑이 아름답게 담겨있는 책이다.
언제부터인가 늙고 병든 노년의 삶은 요양원에서 끝을 맺는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많은 이들도 요양원에서 삶을 마감하고 만다. 하지만 기분은 아직은 고향 집에 머물고 있다. 이야기의 말미에 기분은 남편의 산소를 찾아 큰 시누이의 부고를 알리며 이제 살아있는 사람은 자신과 요양병원에 있는 동서뿐이라고 말한다. 지치고 병든 노년의 삶이 얼마나 힘들지 아직은 모르지만 이제 곧 우리에게도 닥쳐올 것이다. 어린아이를 돌보던 어머니를 아이가 컸다고 서로 모시지 않게다고 서로 등 떠미는 자식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했다. 슬펐다. 아팠다.
가난 때문에 교육 기회를 잃어버리고 먹고살기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일했던 분들의 노년이 너무나 초라하고 쓸쓸하다. 자식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자식의 행복을 위해 여관방을 전전하는 노년의 이야기는 처절하기까지 하다. 기분의 기록과 꿈을 통해 만나본 노년의 삶은 쓸쓸하고 힘겹다. 또 고단하다. 이제는 조금 덜하지만 자식에게 모든 것을 바친 우리 부모님들의 삶이 안타깝게 마무리되지 않도록 조금 더 부모님들의 삶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p.332. 살 것이다. 힘껏 살 것이다.
안타깝고 가슴 시린 이야기는 마지막 문장으로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해준다. 누구보다 힘겨운, 고달픈, 아픈 삶을 살아온 70대의 기분 할머니도 삶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데 우리 젊은이들도 삶을 조금도 열정적으로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다. 삶을, 어른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소중한 책이다.
"교유서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
『산 사람은 살지』
김종광(지음) | 교유서가(펴냄)
그렇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목숨이 붙어있는 한 또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 등단 후 청소년 소설에서 성인소설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김종광 님의 소설. 그중 시골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눈에 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 시골에 계신 친척도 없어서 방학에도 딱히 갈만한 곳이 없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만나는 친구들. 방학 내내 시골에서 지냈다는 친구들이 무척 부러웠다.
작품 속 인물 이기분 여사님. 어딘가 낯설지 않다. 70년대를 살아낸 우리 엄마들의 이야기, 시골의 정취가 묻어있다. 긔절을 살아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집 온 지 1년 만에 시아버지 대소변은 물론 어린 시동생, 시누이 빨래까지 해야했다고 한다. 남편에게 맞고도 신고는커녕 가정폭력이 당연한 시절의 이야기. 시어머니 시집살이며, 동서들의 간섭에 말 한마디 못하는 여자 이기분 씨. 책을 펼치자마자 그녀의 삶으로 쓰윽 미끄러져 들어갔다.
충청도 사투리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매력적인 이기분 씨. 책은 수십년 전 쓴 이기분 씨의 일기속으로 그녀의 삶을 더듬어본다. 이기분.... 이기분... 나는 자꾸만 이분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었다. 언제 오롯이 자신의 이름을 불려봤겠는가? 그녀들의 아버지는 이름을 함부로 지었다. 밑에 동생은 아들을 낳으라고 지은 이름들. 이름 속에 자기 자신이 아니라 미래의 남동생 터를 터주는 이름들 아닌가? 결혼하자마자 ○○댁, ○○이 엄마로 살아간 무명의 여자들, 그녀들이 모두 우리들의 엄마다.
편견의 시대, 남녀 차별의 시대, 그 모진 세월을 살면서도 이기분 씨는 문학을 아는 여자였다. 놀라웠다. 이 분의 일기는 얼마나 생생한지! 냄새, 소리, 촉감이 다 전해지는 일기를 본 적이 있는가?
버려야겠다. 이제 그만 목숨을 놓아버려야겠다며 물로 뛰어들었던 기분 씨. 희한한 일이지. 남편은 처음으로 아내의 이름을 불렀다. "기분아! 기분아!......."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나는 이 장면이 두고두고 생각하고 왜 이렇게 슬픈지.... 물에서 끌어낸 기분 씨에게 문중의 남자들은 침이라도 뱉을 기세다. 소문나면 이 동네 쪽팔려 못 산다며 다들 쉬쉬하는 김 씨 문중 남자들.
평생 무뚝뚝했던 남편. 그 마지막 임종의 순간을 못 본 기분씨. 혼자 죽어간 남편을 떠올리며 울던 기분씨. 먼저 간 남편이 남겨준 돈은 돈 그 이상이었다. 이 장면에서 많은 독자들이 울었을 것이다. 든든한 기둥이었던 아들도 성장해서 어머니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다... 충청남도 안녕시 육경면 역경리 토박이 여인 이기분 님. 당신의 기억 곳간에서 꺼낸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교유서가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산사람은살지, #김종광소설, #교유서가, #교유서가서포터즈, #신간소설, #서포터즈, #글쓰기, #소설추천, #성공한사람, #중앙일보신춘문예, #교유서가소설시리즈, #book_review, #나만의책, #책, #독서그램, #시골소설, #농촌소설, #장편소설, #가족애, #사랑, #효도, #인생, #사유, #bookstagram, #책스타그램 |
|
들풀도 산다. 너도 살아라! 저놈의 풀! 풀들도 살아보겠다고 저리 악착을 떠는데 산 사람이 못 살겠나. 살 것이다. 힘껏 살 것이다. 참, 좋다! ‘들풀을 닮은 엄마’, ‘잡초 같은 인생을 사시는 엄마’의 이야기가 참 좋다. 십일월의 주말, 여름에 피했던,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곳, 내 몸으로 햇살이 파고드는 가을 들녘을 찾아 김종광님의 소설을 읽었다. 슬픈 운명을 쥐고 태어난 아가는 스물두 살에 아내가 되었다. 엄마가 된 후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발각되어 슬픔으로 인생을 마감하지 않았다. 고마운 엄마! ‘저승사자보다 더 무서운 자식’이라지만, 인생의 기쁨과 희망을 안겨준 소중한 존재였다. 자랑스러운 삼남매였지만, 내 자식이라고 나설만한 자랑스럽지 못한 엄마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들의 엄마였다. 그 삼남매가 사랑이고, 살아갈 이유가 되었다. 그들이 행복한 인생을 살도록 버텨주고 견디어 낼 것이다. 삶의 이유이고 목적이다. 아파 자리 누워 있어도 든든한 배우자였다. 억척같은 인생을 살아온 남편, 고운 말 한번 해 준 적 없는 그이도, 나를 위해 적금을 들어주었다. 남편 떠나 혼자 될 때 자식들에게 구박받지 말고 살라고..... 그 마음 내 마음 되어, 또로록 눈물 되어 흐른다. ‘여보, 사랑해요! 나 먼저 떠나거든, 혼자서 당당하게 살아요. 필요한 돈은 내 마련해 놓고 가오리다.’ ‘친정 엄마’ 라는 연극을 보며 내 손을 잡아주었던 무뚝뚝한 그이가 매력적이었었다. 떠나고 난 뒤에 더 애틋하다지요? 장남에게는 할 말이 많은 엄마다. 인생의 기쁨이었고, ‘엄마’가 되게 해 준 장본인이지 않는가? 남편이었고, 친구였고, 아픔이었지만 든든한 소설가가 되어 엄마 이야기를 써주니 더없이 기쁘지 아니한가? 둘째는 언제나 안쓰럽다. 더 해주지 못하고, 젖도 많이 물리지 못하고, 그런데도 곁에서 함께 해 주는 아들.... 막내딸, 나를 닮았네. 엄마처럼 살지 마라. ‘엄마의 가을’이란 책을 사서 읽을 만큼 문학을 아는 엄마다. 그리고 희망을 노래하는 엄마 이야기 ‘오월 풀도 살아보겠단다. 당신도 살아라! 죽음 같은 오늘,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겠지만, 지옥 같은 오늘을 살아가노라면, 어둠 같은 일들이 사라지는 것들을 보게 될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사라질 것이다!’ 산사람은 살지, 가제본의 책을 읽으며 가슴 뭉쿨뭉쿨 한 적이 몇 번이었던가! 예쁘게 옷 차려입고 나오니, 기쁘다. 희망을 노래하고, 기쁨을 주고, 가족에게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바란다. #산사람은살지 #김종광 #교유서가 #도서협찬 #소설 #엄마 #들풀처럼살아라 #가족 |
|
|
|
김종광 작가의 글은 처음 접하는데 이 분의 글은 충청도식 익살과 풍자로 정평이 나있었다. '산 사람은 살지'는 몇 해 전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남은 어머니를 위해 집필했다고 한다. 우리 부모님 세대의 생활과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 부부 사이의 관계들을 익살스럽게 한편으론 담담하게, 그리고 애잔하게 잘 풀어낸 소설이다.
기분은 50년을 남편 동창과 살았지만 잉꼬부부처럼 살지 못했다. 그 시절, 시댁의 6남 2녀 막내 며느리로써, 살갑지 않은 남편의 등쌀에, 커서는 넉넉하게 잘살지 못하는 자식들 2남1녀에, 자기 자신의 병든 몸 상태에 자살기도도 여러번 했다.
광산일에 농사일까지 부지런한 남편은 병약한 아내 때문에 돈을 병원 약값으로 다쓰고 처남에게 대출보증을 섰다가 돈까지 날린다. 그럼에도 죽는 순간까지 따뜻한 말한마디 하지 않고 황망하게 아무도 없는 집에서 세상을 떠난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면서 기분의 소망이었던 어느 날 부부가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이뤄주지 못했다. 황망하게 간 글을 읽으며 '운수좋은 날'이 생각났다. 병든 아내를 두고 술퍼먹다 아내가 좋아하던 설렁탕을 사왔건만 이미 아내는 저 세상 사람인... "왜 사왔는데 먹질 못하니..."가 가슴에 박혔던 내용이었다.
이 책은 기분의 일기가 시간순으로 나오진 않지만 꽤 많이 나온다. 그 당시 있었던 사건과 기분의 생각, 울화통 터지는 일, 기쁜 일 등 소녀 같은 감성으로 쓴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도 들었다. 그리고 현재에서의 일은 충청도식 사투리로 표현하고, 강하고 억척스러운 글들로 현실감 있게 표현해서 재미있게 읽힌다.
우리 부모님 세대의 농사일에 대해서도 고추심는 거, 고추말리는 거, 마늘 캐는 거, 모내기 하는 거 이런 일들을 혼자 하지 못하고 마을에 사는 조카들의 도움과 자식들의 도움으로 하는 그런 모습들이 정겹게 느껴졌다. 남편 동창의 부재로 넋두리도 이어진다. '도와주는 자식들이 아버지만 못하다고....' 동창이 구박하면서도 기분을 위해 몰래 돈을 숨겨두고, 자식들에게 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모습에서는 코끝이 찡했다. 말로 표현하진 못했지만 남편도 꽤나 기분을 아끼고 사랑했던 것 같다. 자식들보단 그래도 아내 사랑이 먼저였던 사람.
남편따라 새벽같이 농사일 했던 거, 밥차렸던 거, 다 죽고나니 안해서 좋아했지만 내심 무덤에 풀이 쑥쑥 자라나는 걸 보면 못견뎌하고, 자식들 보거나, 남편 형제들을 보면 문득문득 그리움이 느껴진다. 예전에 역사관련 다큐에서 조선시대 무덤에서 아내의 연서가 나타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원이 아버지로 시작된 미이라에서 발견된 편지였다. 애절한 내용을 보고 있으면 옛 시대에도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건강했던 남편이 암으로 먼저 가고, 평생을 골골거리며 병원신세지는 아내가 더 오래사는 아이러니라니... 그럼에도 기분은 오늘을 살아간다. 지지고 볶고 살아도 내편이 최고라던데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기분과 동창의 부부 생활과 삶이 조금은 부러워지는 소설이었다.
기분은 또 남편 무덤의 풀을 뽑아댔다. 풀들도 살아보겠다고 저리 악착을 떠는데 산 사람이 못 살겠나. 살 것이다. 힘껏 살 것이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
김종광 작가의 ‘산 사람은 살지’는 아버지께서 몇 해 전에 작고하시고 홀로 남은 어머니를 위해서 쓴, ‘당신이 떠나기 전에’, ‘육칠월 해로가’, ‘팔구월, 고추 따다가’, ‘시월 다사다난’, ‘동지섣달 소 보듯’, ‘정이월에 떠나는’, ‘삼사월 코로나’, ‘오월, 풀도 살아보겠다고’라는 작품으로 구성된 8편의 연작소설이다.
* 당신이 떠나기 전에 어머니 ‘이기분(李基粉)’은 이름 모를 병을 앓으면서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다. 그녀는 일기장에 ‘자식들, 새엄마 손에 구박받을까 참고 또 참았지요. 내겐 너무도 힘든 젊은 시절이었지요. 가슴에 멍이 든 내 지난 시절 하늘이나 알겠지요’라고 힘들었던 지난 세월을 토로한다. 그런 세월을 남편과 함께 버티면서 아들 둘, 딸 하나를 키워서 시집, 장가를 보냈는데, 남편 동창이 목구멍에 뭔가 있다면서 불편해하더니 식도암 3기 판정을 받는다. 탄광을 다니면서 농사를 짓던 남편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와중에도 모내기를 하는 자식들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다.
*육칠월 해로가 일찍 부모를 잃은 남편 ‘김동창’은 중학교 졸업 후, 자기가 벌어 사는 고달픈 인생살이를 살았다. 스물아홉에 스물두 살인 ‘기분’을 만난 남편은 기분의 일기장에 이렇게 표현된다. ‘단 하루도 집을 마음놓고 떠나지 못하는 우리 남편, 병원과 한의원 문턱을 셀 수 없이 드나드는 아내를 고치느라 돈도 모으지를 못했지요’ 아무 것도 못 먹고 넋이 나간 것처럼 누워만 있던 남편은 아침나절에 예초기를 돌리고, 점심 때가 지나서 경로당 청소를 하라고 재촉을 해서 ‘기분’을 내보내고 유언도 못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황망하게 세상을 떠났지만, 남편은 홀로 남은 ‘기분’을 위해서 창고 뒤주에 돈뭉치를 남겨두었다.
* 팔구월, 고추 따다가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기분’은 아픈 몸을 이끌고 마늘도 심고 참깨밭도 매고 고추도 따고 양파도 심으면서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다. 자식들은 홀로 된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자주 내려와서 농사일을 돕지만, 동반자였고 친구였고 뒷배였고 지킴이였고 그 모든 것이었으며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었고 말을 해주는 사람이었던 남편의 빈자리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 시월 다사다난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것인지 ‘기분’은 자식들 걱정하면서 먹을 것도 보내고, 여기저기 아픈 몸 때문에 병원에도 다니고, 오래된 집을 여기저기 수리하고, 벼수확도 하고 동네 대소사에도 마음을 쓰면서 살아가는 다사다난한 일상이지만 건강한 날은 다 가고 아플 날만 남았다.
* 동지섣달 소 보듯 ‘기분’은 남편 총각시절 일기장을 보면서 지난 시절도 회상하고, 내년을 위해서 김장도 하고 여전히 병원을 드나들면서도 남편 무덤 주변의 은행나무와 두충나무를 포클레인을 불러 치웠다. 기분이 회상하는 남편은 도무지 행복한 마음을 가져보긴 힘든 인생이었다. 평생 다 합쳐 행복했던 날이 30일도 안 될걸. 기분도 마찬가지였다. 행복이란 게 있기는 한 걸까
* 정이월에 떠나는 전 조합장, 심청댁, 전우치씨 등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세상을 등진다. ‘기분’은 90년대 3천만 원을 빌려 가고 갚지 않았던 남동생의 칠순을 맞아 복잡한 심사를 느끼기도 하고, 남편과 나란히 앉아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연극을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은 게 아닌데, 나도 하고 싶은 일, 꿈이 있던 젊음이 있었다. 늙고 병들고 망가진 모습, 나 자신도 싫다.’
* 삼사월 코로나 코로나가 전국을 휩쓰는 시간 자식들 쌀 떨어질까 걱정인 ‘기분’에게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된 동서들이 꿈에 자주 찾아온다. 코로나가 무섭지만 여전히 못자리도 하고 감자도 심고 밭농사도 준비한다. 가까이에 있는 작은아들과 동네에서 누구보다 믿고 의지하는 박사조카의 도움을 받으면서 수도공사와 전기공사까지 마무리한다. ‘7년 전 그렇게 끌탕했지만 어쨌든 7년이나 더 살았고 73세를 살고 있다. 남편 먼저 보내고 잘살고 있다.’
* 오월, 풀도 살아보겠다고 이제 남편 형제 6남 2녀가 모두 저세상 사람이 되었고, 배우자 중에서도 살아있는 사람은 요양병원 형님과 ‘기분’ 뿐이다. 기분은 남편 무덤의 풀을 뽑으면서 풀들도 저리 악착을 떠는데 산 사람이 못 살겠나, 살 것이다. 힘껏 살 것이라고 다짐한다.
시골에서 평생 살아오신 부모님의 삶을, 단편적인 어머니의 일기를 통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형식으로, 복원해 낸 작가의 효심과 역량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평생 다 합쳐 행복했던 날이 30일도 안 될 것 같다는 시절을 살아내셨던 부모님 세대의 신산했던 삶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교유서가의 신작 '산 사람은 살지' 사전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다. |
|
이 책은 김종광 작가님께서 몇 해 전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남은 어머니를 위해 집필한 소설이다. 주로 어머니께서 꾸준히 써오신 일기로부터 진행이 되는데, 처녀 적 공들여 쓴 일기는 안타깝게도 혼례 전날 태우시고, 제과점 일 다니던 6년간 적었던 일기 또한 아궁이 속에 태워버렸다. 그렇게 한 동안 일기를 안 쓰시다가 2010년부터 다시 쓰신 일기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 . ?? 2010. 3. 1 올 사람도 없는데 나는 누구를 기다리나요. 요새 들어 자식이 적다는 생각을 자꾸만 해요. 종일 쓸쓸하게 오지도 않는 누구를 기다린답니다. 아마 내가 늙었다는 증거인가보지요. 내일은 정신을 차려야겠지요. . p39 <당신이 떠나기 전에> . . . ?? 아무도 남편이 숨 놓는 순간을 보지 못했다. 자식 한 놈 지켜보지 않는데, 50년을 부비고 산 아내도 곁에 없는데, 어쩌자고 그냥 갔나. 유언 한 마디 남기지 못하고 속절없이 갈 수 있나. 허망하네, 참 허망하네요. 기분의 울음소리가 온 동네를 울렸다. . p57 <육칠월 해로가> . . . ? 그 전까지 아내분은 10분에 한 번씩 남편을 살펴보았는데, 갑작스레 남편이 회관청소를 가라고 했다. 마치 곧 죽음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그렇게 아내가 회관청소를 다녀오니, 남편의 코에서 흘러나온 피냄새와 함께 죽음을 목격했다. 전부터 죽을 때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던 남편은 아내에게 좋지 못한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마지막 배려가 아닐까. . . . ?? 술만 마시고 식사를 안 해도 남편이 살아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사무쳤다. 남편은 동반자였고 친구였고 뒷배였고 지킴이였고 그 모든 것이었다. 남편은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이었고 말을 해주는 사람이었다. . p126 <팔구월, 고추 따다가> . . . 산 사람은 산다는 건, 너무 마음 아픈 말이다. 생사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이 인생은 때때로 정말 잃을 게 없는 사람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떠나는 자와 남겨진 자. 그럼에도 우린 살아가겠지. . . 어쩌면 우리들의 부모님 세대의 삶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 이 책을 읽고, 그 시대와 이야기들을 부모님과 함께 나누어봐도 좋을 것 같다. 부모님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과 과거의 힘들었던 시기들을 물어보면서, 어떤 삶을 사셨는지 이제 우리가 조금이나마 얄심히 살아오신 두 분을 위로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 . 부모님의 세대를 이해하고 싶고, 함께 소통을 하고 싶다면 더 추천하는 책 :) . . . - 이 서평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이야기를 들을 때는 일기나 어떤 기록을 보여줄 때 가장 인상 깊고 전달력이 좋다. 설령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그 시대에는 당연했던 것들을 조금이나마 받아들이고 그 세대와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부모님보다는 조부모님 세대라 세대차가 나서 공감할 수 없다고 덮어두었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기분이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어머니가 아닌 기분 자체일 수 있게 되었던 전환점은 수식어가 붙는 역할에서 완전히 분리하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 것에서 나왔다. 어떤 계절, 어떤 재난이 닥쳐와도 오롯이 나와 내가 연결되어 있는 가족의 의미와 관계에 대해서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나의 관점에서의 상대방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가면으로 살지 않고 온전한 나의 모습으로 솔직한 화법으로 마주하니 내가 봤던 책들과는 결이 다른 느낌이라서 더 특별하고 재미있었다. 부모님을 여과없이 드러내며 사랑하는 마음을 책으로 담은 작가님의 마음이 참 따뜻하게 여겨졌다. 그래, 산 사람은 살지. |
|
2000년에 김종광 작가의 "경찰서여 안녕" 소설책을 만났을 때 좀 충격이었다. 충청도 말로 느물거리는 해학과 풍자, 농촌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에 내가 그렇게 지겹게 여기고 도망치고 싶었던 시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외면하고 싶었고 답답하기만 했던 시골을 어떻게 이렇게 웃음까지 담아 표현했나 싶었다 이번 책은 몇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나서 작가가 홀로 남은 어머니를 위해 쓴 연작 소설이라고 한다. 어머니 기분씨 시점으로 자신이 십여년 전에 썼던 일기를 다시 읽으며 현재를 서술하는 형식이다 남편이 죽고 혼자 남아서 아이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으나 오늘을 산다는 건 누구에게나 폐를 끼치게 되고 하는게 인생인가보다. 마음은 청춘이나 몸은 힘에 부쳐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농사일은 때가 있어 마냥 기다려주지 않으니 마음만 달음질을 치게 되는 것이 현실. 농사를 그만 두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습관처럼 다시 일을 시작하고 마는 미련함. 이 모든 마음이 시골에 계신 아버지를 보는 것 같다. 엄마 살아계셨을 때 모습과 비슷하기도 하고 노인들의 시간은 느리면서도 빠르다. 마음은 한없이 달음질을 쳐가는데 행동은 느리고 그러면서도 그 느림으로도 일이 끝나가고 시간이 쌓여가는 모습을 보면 기적같이 빠르다 싶기도 하다 기분씨의 일상이 특별할 것 없이 아프고 힘들고 매일이 똑같고 지루해보지만 a. a1, a2..와 같이 조금씩 변주된 모습들로 삶이 이뤄지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산사람은살지 #김종광 #고유서가 #가제본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