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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결산 글을 쓰려는데 글감 중에 "올해의 정주행"이 있어 그동안 뭘 봤나 하고 넷플릭스 앱을 열었다가 "러브 하드"(2021)라는 영화를 보게 됐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영화로 "러브 액추얼리"(2003)와 "다이 하드"(1988)의 이름과 소재를 가져다 썼다. 다양한 방법으로 짝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그 이야기를 일종의 기획기사로 써서 대박난 기자 내털리가 데이팅 앱으로 만난 남자 조시를 만나러 LA에서 뉴욕까지 건너가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내용이다. 많은 로맨틱 코미디물이 그렇듯 전개는 일반적인 편이다. [스포일러]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그 남자의 프로필 사진은 본인이 아닌 잘생긴 친구의 얼굴이었고, 대실망 및 분노 폭발한 내털리에게 조시는 크리스마스날까지 자기의 가족을 속여주면 그 얼굴의 친구와 연결해 주겠다는 거래를 제안한다. 뭐, 결국 끝에는 진짜 자신의 모습과 진짜 자기가 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는 코끝을 찡긋거릴 그런 얘기.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사람은 역시 사랑으로 사는 존재다. 사랑을 통해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이번에 낸 신간 <오만과 선량>도 앞의 영화와 비슷하다. 혼기를 놓친(...) 가케루와 마미가 데이팅 앱으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고, 2년 간의 연애 후 결혼을 약속하는데... 갑자기 마미가 사라진다. 스토킹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얘기해 왔고, 두 달 전 스토커가 집에 들어와 집을 뛰쳐나온 이후로 가케루의 집에서 같이 지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소설의 1부는 가케루가 마미가 지내온 삶의 궤적을 밟으며 자신이 몰랐던 마미의 모습을 알게 되고 그 모습에 자신을 비추어 보는 구조로 되어 있다. 가케루에게는 연인이 없었던 시기가 거의 없다. 옛날부터 여자 친구들도 많았고 자신이 움직이지 않아도 여성 쪽에서 다가왔다. 소위 퐁퐁남과는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다. (아니 뭐 젊을 때 불 같은 사랑 좀 하고 이별도 해 보고 그러고 사는 거지... 그게 나쁜가...) 이에 반해 마미는 시골에서 자라서 부모의 날개 아래 착한 요조숙녀로 살아왔다. 가케루는 뜨겁게 사랑했던 전 여친 아유와 결혼하지 않은 이유가 '굳이? 지금?'이라는 마음 때문이었고, 나중에 나이가 들고 마음이 급해져 데이팅 앱 등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 보면서도 "이 사람이다 싶은 확신에 가까운 직감"이 없어 망설인다. 마미와 만난 지 1년 반이 넘어갈 무렵 가케루의 친구들이 마미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몇 퍼센트냐고 물었을 때, 가케루는 100%라고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이 소설의 제목 『오만과 선량』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에서 가져왔는데, 『오만과 편견』에서 엘리자베스가 가지고 있던 '다아시가 매우 오만한 사람'이라는 편견은 두 사람을 가까워지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동한다. 『오만과 선량』에서 오만은 자신의 잣대로 남을 평가하는 태도이며, 선량은 자신의 의지 없이 다른 사람이 또는 사회가 정한 대로 살아왔다는 것에 안도하는 태도다. 오만한 심성만이 사람을 사랑하는 데 방해되는 것이 아니라, 선량한 마음 역시 서로 가까워지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가 됨을 새롭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 속에서 가케루와 마미는 사건 발생 이후 주변 인물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신 안에 있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오만함과, 마냥 좋은 것인 줄로만 알았던 선량함의 이면을 깨달으며 서로를 보듬을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소재에 있어서는 길리언 플린의 소설 『나를 찾아줘』(Gone Girl, 2012)와도 비슷한 면이 있는데 그런 점을 표지 이미지로 표현해 보았다. 제목의 배치와 제목을 둘러싼 도형의 의미 등 표지에 담긴 메시지는 소설을 읽어 본 후에 다시 보면 더 잘 보일 것이다. - 편집자
덧, 그러고 보니 이 책은... 결혼을 하고 싶으나 아직 하지 않은 분들에게 가 닿는다면 정말 재미있게 읽으실 것 같다. 며칠 전 친구에게 걸려온 전화에서 마음을 들키듯 읽었다는 말에 감동을 받았다. 데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