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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완독은 2020 부커상 수상작인 <셔기 베인>. 알콜 중독자 엄마와 차라리 없는 게 나은 엄마의 남자들, 그리고 끔찍한 이웃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15세 소년 셔기의 과거와 현재를 다룬 소설이다. 이 책 뒷표지에 실린 언론사 리뷰들과 마찬가지로 국내 독자들 반응 역시 호평 일색에 가까운데 반해 택배 파업이라는 예기치 못한 대형 암초를 마주하고 있는 나로서는 심란한 상황탓인지 소설 속 가여운 아이들에게 연민은 일었으나 경이롭다는 느낌은 못받았다. 영국 하층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나 소설들을 여러 차례 접해봐서 특별히 충격으로 다가오는 장면도 없었다. (이미 예전에 다 놀랐달까.) 다만 각각의 캐릭터들이 확실하게 묘사되었고 현재-과거-현재 순으로 구성한 시점 배열이 인상적이었다. 괜찮은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정도. 고전의 반열에 오를 명작인지까지는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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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읽었던 소설 중에서 최애가 될 것 같다. 특히나 화자의 어머니인 애그니스 베인의 캐릭터는 정말 독보적이다. 퀴어소설이라는 연관어에 고민했지만 동성애적인 관계에 관한 소설이라기 보다는 주인공이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인 가진 인물임을 보여주는 정도에서 끝인 것 같다. 셔기가 마음보다는 알콜 중독자인 애그니스의 중독과의 싸움, 그 싸움에 이기지도 못하지만 절대 기개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녀만의 성정이 읽는 내내 흥미를 이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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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셕은 엑셀을 세게 밟았다. 도시가 변하고 있었다. 변화가 사람들의 얼굴에서 보였다. 글래스고는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었고, 방황하는 도시를 셕은 택시의 창문을 통해 전부 보고 있었다. 변화는 셕의 벌이에서도 느껴졌다. 대처가 정직한 노동자들을 버렸으며 테크놀로지와 원자력과 사보험에 미래를 걸었다고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공업의 시대는 끝났다. 클라이드강의 조선소와 스프링번 철도건설의 형해가 부패한 공룡의 뼈대처럼 도시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아버지의 직업을 약속받았던 공영주택 출신 젊은이들의 미래가 깡그리 사라졌다...” (p.66)
《셔기 베인》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를 배경으로 한다. 신자유주의의 팽배와 함께 허물어져가는 전통적인 의미의 노동자들, 그 노동자들의 삶이 머무는 도시가 바로 소설 속의 글래스고이다. 그렇지만 소설이 정치경제적인 메시지에 주목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 계급에서 헛된 꿈을 꾸었던 애그니스가 바로 그 노동자 계급의 남자들과 함께 하면서 잃어버린 것을 메시지로 삼는다.
“애그니스가 달려들어 셕의 목을 움켜쥐었다. 셕은 허리 지갑을 식탁에서 들고 애그니스의 입에 혀를 강제로 밀어 넣었다. 작은 손뼈를 모조리 으스러뜨릴 것처럼 쥐고 나서야 애그니스의 손을 떼어낼 수 있었다. 애그니스는 셕을 사랑했고, 셕은 그녀를 영영 떠나기 전에 완전히 망가뜨려야 했다. 훗날에 다른 사람이 와서 사랑할 수 있게 고이 두고 가기에는 애그니스 베인이 너무 특별한 여자였다. 그 누구도 고칠 수 없을 정도로 산산이 부숴버려야 했다.” (p.154)
애그니스가 첫 번째 결혼을 그만둘 때 두 자녀 캐서린과 릭이 있었다. 이후 택시 기사인 셕 베인과 결혼했고, 셔기 베인이 태어났다. 소설은 셔기 베인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하지만 셔기 베인이 아버지의 얼굴을 제대로 익히기도 전에 애그니스와 셕은 파탄에 이른다. 애그니스는 버림받았고, 셔기 베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셔기 베인은 너무 어렸고 배다른 누이와 집을 떠난 다음까지도 애그니스의 곁에 남아야 했다.
“가끔, 자주는 아니고, 애그니스는 콜린과 사이좋게 지낼 수 없다는 것이 아타까웠다. 애그니스는 인정하느니 차라리 혀를 깨물겠지만, 사실 두 여자는 공통점이 많았다. 한 번은 빅 제임시가 마지막 실업수당을 중고차와 아이들 비비총에 탕진했다고 진티가 말했다. 그 덕분에 콜린은 파인페어 슈퍼마켓에서 음식을 훔쳐서 크리스마스 저녁을 차려야 했다. 애그니스와 콜린 두 여자 모두 가난의 모서리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알았다...” (p.225)
셔기 베인이 눈으로 보고 미루어 짐작하는 애그니스의 파탄지경은 읽어내기 힘들 정도이다. 알콜에 완전히 의존하게 된 애그니스는 정부에서 제공되는 쿠폰으로 술을 산다. 술만 마실 수 있다면 도시의 허름한 노동자들을 집으로 불러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거기에 셔기 베인이 함께 있다는 사실도 아무 소용이 없다. 나중에는 거기에 셔기 베인이 있다는 사실조차 그녀는 잊은 것 같다.
『“다 합쳐서 얼마예요?” 돌런 씨가 염장햄을 장바구니에 넣으려는데 애그니스가 물었다.
그 사이 유진이라는 또 다른 택시 기사가 애그니스의 앞에 등장한다. 애그니스는 알콜중독자 모임에 나가는 중이었고 금주 성공의 기한을 점차 늘려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유진은 결국 애그니스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술 한 잔 가볍게 하는 것으로 정상인임을 입증하라는 유진의 요구를 애그니스가 받아들이는 순간은, 소설의 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모두 합친 것만큼 가슴이 아프게 다가왔다.
“장애판정서비스국은 애그니스의 화장 비용은 부담하겠지만, 월리와 리지가 묻혀 있는 가족묘에 공간이 없으므로 새로 터를 잡아 매장할 비용까지는 대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릭은 애그니스의 죽음이 알려지지 않게 막았다... 그러나 애그니스와 같은 AA 모임에 종종 나가던 옆 단지 여자를 통해 소식이 단체에 알려졌고, 곧 낯선 얼굴들이 집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소식이 흘러 흘러 핏헤드에까지 닿아서, 그 옛날의 악귀들이 전부 댈더위 화장장에 나타났다.” (p.572)
결국 허구이지만 소설의 많은 부분은 자전적이라고 작가 더글러스 스튜어트는 밝히고 있다. 때문에 작가가 원했건 그러지 않았건 바로 그 시대, 1980년대의 노동자 계급을 둘러싼 디테일들이 꿈틀댄다. 도시 전체를 관통하는 경제적 상실이 발생할 때 그 여파가 밀려드는 가장 밑바닥, 작가의 글이 결국 가라앉게 되는 것은 바로 그곳인 셈이다. 그리고 셔기 베인, 작가 더글러스 스튜어트는 그곳으로부터의 생존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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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탄광촌 성장소설 이라는 키워드는 고전 소설에서 많이 접할수 있었던 요소들이다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이라던가 나쓰메 소세키의 갱부가 순간 떠오른다 물론 작가마다 이를 활용한 요리법이 천차만별이고 그 맛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하는 작가라 큰 기대는 하지않고 읽었지만 생각보다 빠져들어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