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0%
  • 리뷰 총점8 10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8.0
리뷰 총점 종이책
거인의 발자국
"거인의 발자국" 내용보기
이 책을 읽고 보니 선생은 참 현실적이랄까, 실용적이랄까 싶은 정신의 소유자였구나 싶다. 20대의 청년이던 때에도 선생은 관념적 명분만을 좇아 불에 섶을 지고 들어가는 행동을 하지 않았으며, 냉철한 판단력으로 일을 성공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나중에 감옥에 갇혔을 때에도 선생은 외국 문물을 소개하는 책자를 읽고 그 동안의 관념적 충군애국론에서 과감히 탈피한다. 그리
"거인의 발자국" 내용보기
이 책을 읽고 보니 선생은 참 현실적이랄까, 실용적이랄까 싶은 정신의 소유자였구나 싶다. 20대의 청년이던 때에도 선생은 관념적 명분만을 좇아 불에 섶을 지고 들어가는 행동을 하지 않았으며, 냉철한 판단력으로 일을 성공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나중에 감옥에 갇혔을 때에도 선생은 외국 문물을 소개하는 책자를 읽고 그 동안의 관념적 충군애국론에서 과감히 탈피한다. 그리고 '서양 오랑캐의 관습을 좇느니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품고 있던 스승에게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그 나라 사람의 나라를 다스리는 대강을 보아서 오랑캐의 행실이 있으면 오랑캐로 대우하고, 사람의 행실이 있으면 사람으로 대우함이 옳습니다. 우리나라 탐관오리가 사람의 얼굴을 가졌으나 짐승의 행실이 많으니 그것이 참으로 오랑캐입니다.... 제 소견에는 오랑캐에게서 배울 것이 많고, 공맹에게는 버릴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한다. 선생은 역사의 전환기에 살면서 동학, 기독교, 유교, 불교를 두루 접해 보며 그 지엽적인 지침보다는 근본적인 도리를 체득했다. 아마도 유서 깊은 양반이 아니라 상놈의 집안에서 자라났기에, 막연한 관념과 명분을 넘어서 사물의 소박한 실체를 꿰뚫어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실용주의가 서양의 과학문명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며, 스스로 개화가 불가능하다면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서라도 개화해야 한다고 믿었던 개화론자들과 같은 것은 아니었다. 투옥된 그를 심문하던 일본의 와타나베로부터, 선생은 일본이 내세우는 '과학문명'과 '합리적 인본주의'의 이면을 갈파한다. 선생은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일본에게 정의는 없다. 그들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야심이 있을 뿐이다. 정의! 그것은 일본이나 타국의 세력에서 벗어나 한국의 독립을 이룩하는 데만 있을 뿐이다! 이러한 '순수 애국주의', 해방 대한의 문지기가 될지언정 식민지의 총통이 되고 싶지 않다는 절대적인 애국심은 때로 오늘날 우리가 보기에는 섬뜩하게 느껴지는 모습도 낳는다. 차하포에서 쓰지다를 척살할 때 급박한 사정도 아니고 일본인이라는 완전한 확신도 없는데도 살인을 하고는 두려움이나 죄책감도 하나 없이 태연히 앉아 밥을 먹는 모습, 중국에서 임시정부 활동을 하던 중 피를 흘리며 쓰러진 시체들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나 저렇게 전쟁을 해서 금수강산을 의로운 피로 물들여 보나"고 생각하는 모습 등이다. 그러나 선생을 오늘날의 민족주의 비판이론이나 파시즘론으로 재단하는 것은 그의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순수함, 거대함, 여유로움을 살피지 못하는 것이리라. <백범일지>를 읽으며 내가 가장 감동했던 일화는 선생이 강을 건너려다 배가 빙산에 걸려 오도가도 못하고 모두들 얼어죽을 위험에 처했던 이야기다. 선원에서 승객들까지 모두들 죽음의 공포에 싸여 어쩔 줄을 모르고 있던 때, 선생은 "이대로 떨기만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선원들에게만 맡겨놓지 말고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빙산을 밀어젖혀 보자. 힘이 못 미친다고 하더라도 좋은 운동은 되지 않겠는가?"라고 독려해 결국 빙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해 비범한 용기를 낸 인물의 이야기는 적지 않다. 하지만 "뜻대로 안 되어도 운동은 되지 않겠는가?" 이런 여유로운, 어쩌면 농담과도 같은 말을 통해 사람들의 용기를 복돋웠던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이 땅에 그런 지도자가 또 있었을까. 선생은 이 나라가 가장 곤란한 지경에 처했을 때 살았다. 모두들 절망에 빠졌을 때, 일부는 낡은 관념에 얽매여 스스로 몸을 내던지려 하고, 일부는 새로운 관념에 빠져 나라가 무엇이고 국민이 무엇인지도 잊어버리고 있을 때, 그는 의연히 팔을 걷어붇히고 나라를 되찾으려는 길을 걸었던 것이다. 초조해하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보통 사람은 감히 생각할 수 없는 큰 사람의 길을 걸어갔다. 그 큰 걸음을 누가 또 이으랴.

[인상깊은구절]
한갓되이 울고만 있는 것이 목숨을 건지는 길은 아니었다. 뱃일을 선원에게만 의뢰할 것이 아니고 모든 선객이 한꺼번에 힘을 써 빙산을 밀어내면 갑자기 빙산이 떨어지지는 않을지라도, 운동만으로라도 유익하다는 의견을 맹렬히 주장하고 힘을 합할 것을 호소하니 선객과 선원 모두가 일제히 응하였다. 나는 힘을 내어 빙산위에 뛰어올라 그 빙산의 만들어진 모양을 둘러보고, 큰 덩어리에 의지하여 작은 것을 떼어내려고 노력하다 보니 마침내 한가닥 살 길을 얻게 되었다.
b******b 2002.08.30.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