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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의 '무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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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ilnp.co.kr/?ngrp=netizen&act=0105&board=book&sub=view&num=5&sch0=&sch1=&sch2=&page=9)   무서록(無序錄), 말그대로 서언이 없는 기록이라는 뜻이다. 기록이라는 점에서 또한 알 수 있듯이, 허구나 가상,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실생활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붓가는대로 적어나간 글이다. 이런 글을 수필이라고 하던가.   그래 ‘무서록’은 수필이다.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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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ilnp.co.kr/?ngrp=netizen&act=0105&board=book&sub=view&num=5&sch0=&sch1=&sch2=&page=9)

 

무서록(無序錄), 말그대로 서언이 없는 기록이라는 뜻이다. 기록이라는 점에서 또한 알 수 있듯이, 허구나 가상,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실생활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붓가는대로 적어나간 글이다. 이런 글을 수필이라고 하던가.


 

그래 ‘무서록’은 수필이다. 수필 중에서도 신변잡기류에 가까운 경수필이고, 지은이의 자아가 도처에 드러나있는 예술수필로 보여진다. 그렇다고 결코 경망스럽다는 것은 아니다. 매 글마다 사색의 깊이가 느껴지는, 한번은 생각하고 넘어가게 만드는 그런 깊이를 지닌 글들이다.

이태준 선생은 원래 소설가다. 우리나라 단편소설의 완성자 내지는 근대문학을 현대문학의 높이에까지 끌어올린 작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구인회>의 의장격 멤버였고, 무엇보다도 언어라는 문제에 천착한 작가였었다. 소설가가 쓴 수필이라면 전문 수필가가 쓴 수필과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문 수필가에게 수필은 결코 여가처럼 인식되어지지않고 글의 핵심으로 다가드는 것이지만 소설가에게 수필은 여기이고 쉬었다가는 장에 불과할 터이다. 수필가에게는 수필론이 있는 반면 소설가에게는 수필론이 없다. 그러므로 소설가의 수필이란 가벼울 수 밖에는 없다.

그러나 <<무서록>>만은 예외처럼 보여진다. 결코 가벼운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전문 수필가의 수필에 못지않은 깊이와 넓이가 있다. 또한 소설가의 미덕도 깃들어 있다.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능숙성이 그것이다. 이태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소설을 읽어야하는 거겠지만, 먼저 이 <<무서록>>에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마저 드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왜 그런 느낌이 드느냐고? 그 이유를 알려면 일단 <<무서록>>을 읽어보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알 수 있다. 말로는 백날 설명해야 전할 수 없고, 알 수도 없다.


 

이태준이 천착했던 언어의 문제, 언어에 대한 문제의식이 이 <<무서록>>가운데 날것으로 드러나있다. ‘십분심사일분어’‘모방에 이처럼 미덕의 일면이 있음은 놀라운 일이다.’‘나는 낙필 이전에서 천진난만을 몽유할 뿐이다’ 이런 언어에 대한 자의식이 책의 거의 삼분지 이를 차지한다. 이태준이 하고자 하였던 문학은 ‘말하되 말하지 않는 문학’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표제도 서언이 없는 기록인 것이다. 서언이 없는 기록이라면 이미 기록이 아니지 않는가.(전문 수필가라면 결코 기록이라는 표현조차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또한가지 놀라움이랄까 재미라고 할까 하는 것은, 이 책속에 우리 시대의 거의 모든 것들이 다 망라되어 나온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야구이야기가 나오고 백화점 쇼핑하는 얘기가 나오고 생떽쥐베리의 야간비행 얘기가 나오고 이성간의 우정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이 책이 나온 게 1930년대 중후반의 일인데,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1930년대가 우리와 그다지 멀지않은 세계임을 알게 된다. 우리가 누리는 것 만큼의 문명의 이기는 아니지만 그와 별반 차이없는 문명의 삶을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1930년대쯤이라면 아주 동떨어진 과거쯤으로 치부하려드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 그런 경향을 수정하고 싶은 강한 충동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 충동이야말로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수확 가운데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근세사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한다.

h****m 2008.03.1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