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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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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이 아주 많이 보여서 필사를 해본다.   :작가의 말 중에서 단편소설은 사적인 기록에서 비롯될 때가 많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일기 같은 것이기도 하다. 내가 있던 장소와 시간, 그곳에 우연히 스며든 소음과 몇개의 이미지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도시와 사람들, 외로움과 두려움, 충동과 불안 등 말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늘 역부족이다. - 다만 무엇이든 작은 것이라
"두고 온 것" 내용보기

좋은 문장이 아주 많이 보여서 필사를 해본다.

 

:작가의 말 중에서

단편소설은 사적인 기록에서 비롯될 때가 많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일기 같은 것이기도 하다. 내가 있던 장소와 시간, 그곳에 우연히 스며든 소음과 몇개의 이미지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도시와 사람들, 외로움과 두려움, 충동과 불안 등 말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늘 역부족이다. - 다만 무엇이든 작은 것이라도 기록하고 싶다는 열망에서 비롯한 관찰이 전부인, 스스로 쓰는 부고장 같은, 아직 이야가 되지 못한 소설들을 한 장의 엽서에 담았다. 늘 그렇듯이 이번 엽서의 테마도 미진한 나 자신이다. 다음에는 더 많이 기록하되, 지금 여기 있는 수많은 실수들을 극복하고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261)

 

 

:낙산... 제일 재미있게 읽었다.감정이입하면서.

침대 위에서 맨손체조를 하고 커피를 마셔도 우울함이 가시지 않았다. 계속되는 출혈로 신경이 곤두서고 날 선 느낌이 지속됐다. 똑같은 뉴스를 반복해 보며 누워 있었다. 철진은 업무 시간에도 자주 메시지를 보내고 다정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다. 아기는 지웠는데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다. 며칠 남지 않은 휴가 기간 안에 깨끗하게 잊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122)

 

 

:후암 이후.. 정리해고된 회사에 몰래 들어가는 이야기인데 정말 으스스.

'서과장이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양보해라.' 그 말을 들었을 때 영주는 진심으로 동료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지금은 아무도 떠오르지 않는 그 얼굴들! 영주는 이제 혼자 묻고 혼자 대답했다. "이렇게 물건을 함부로 버리고, 지 물건들 아니라고 구석에 처박아놓는데 재정이 좋을 리가 없지. 안 그래? 내가 없으면 이 회사는 안 돌아가, 안 돌아간다구." (109)

 

 

:더러운 물탱크...또 정리해고된 여성이 쓰레기소각장에 가 우는 이야기, 이건 내 얘기이기도 함. 최애작.

월말에 미스 수의 퇴직 절차가 마무리됐다. 전 직원이 참석한 회의에서 가로 팔 센티미터, 세로 십오 센티미터 정도의 아크릴로 제작한 감사패를 받았다. 모두 같이 샤부샤부집에 가서 식사를 했고 하기 좋은 말들만 주고받았다. 직원들이 백화점 상품권을 선물로 주었다. 다들 웃는 얼굴로 미수 수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미스 수는 조금 망설이다가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소리로 말했다. "독일에 가려고요." (176)

 

 

:그리고 두고 온 것.... 소설집 제목이기도 한데 무역회사 다니는 주인공이 샘플로 제작한 걸 잃어버리기는 하지만 사실 두 고 온 게 뭔지 불분명하다. 굳이 표현하자면, '해방'이 아닌지! 좀 답답한 이야기지만 마지막에 주인공이 얼음물 속에 머리를 넣는 장면을 보고 나면 두고 온 것이 무엇이든 그냥 시원해지는 기분으로 바뀜.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게 그런 것일 수도, 아니면 계속 두고 온 게 뭔지 생각하게 하려고.

 

 

풍경은 겨울에 갇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민수는 상체를 숙인 채 무릎에 양손을 얹고 시신을 들여봤다. 분홍색 얼굴은 약간 웃고 있는 것 같았고 무척 낯이 익었다. 민수는 시신의 얼굴을 자세히 보기 위해 구멍 가까이 다가갔다. 순간 시신의 얼굴이 구멍에서 약간 밀려나더니 깊고 차가운 강물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민수는 무릎을 얼음판에 댄 채 구멍에 머리를 넣었다. 마침내 분홍색 시신의 얼굴을 보았고 머릿속이 아주 시원해졌다고 느껴 머리를 더 더밀고 싶어진 순간, 민수는 구멍에서 머리를 쳐들었다. (62~63)

 

 

독자들에게 쉬운 위안을 주려는 작가들이 너무 많은 세상. 차라리 이런 소설이 더 진솔하다. 비가 오는 날 읽기 더욱 좋은 소설이다. 이제 세 달 남은 올 한해, 아자아자! 모두 행복하자.

 

#강영숙 #두고온것 #한국소설 #여성소설 #비오는날독서

 

 

s*****n 2022.10.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