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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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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 결정으로 질러버린 책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의사결정이었다. 돈에 대해 더 잘 알고 싶다는 욕망으로 이 책을 구매했으나, 그리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 책은 돈의 정체라기보다는 돈의 역사다. 돈이 어떤 방식으로 출현했는지 그리고 그 형태를 어떻게 바꾸어갔는지 시간 흐름을 따라 설명해 준다. 나는 이 책을 왜 구매했는가? 이유가 있었다. 버냉키의 <벤 버냉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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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 결정으로 질러버린 책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의사결정이었다. 돈에 대해 더 잘 알고 싶다는 욕망으로 이 책을 구매했으나, 그리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 책은 돈의 정체라기보다는 돈의 역사다. 돈이 어떤 방식으로 출현했는지 그리고 그 형태를 어떻게 바꾸어갔는지 시간 흐름을 따라 설명해 준다. 나는 이 책을 왜 구매했는가? 이유가 있었다. 버냉키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란 책에서 금태환 제도 하에는 금리를 조작하는 게 왜 어려운지 이해가 되지 않아, 그 이해를 구하기 위해 찾은 책이 이 책이었으나,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하지만 덤으로 얻게 된 지식도 많으니 의미 없다고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 배운 바를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겠다.

돌이나 조개껍데기부터 지금의 종이 지폐가 되기까지 돈(여기서는 돈과 화폐를 구분치 않겠다)은 그 모습을 계속해서 바꿔왔고 그 과정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인 듯하다. 우선 금 얘기부터 해보자. 어릴 때부터 궁금했다. 금은 왜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닌다고들 할까? 금이 실제로 쓰이기는 하나, 산업현장이나 다른 일상 생활에서 금이 사용되는 수요는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매우 가치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내가 생각하는 금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그 모습이 변하지 않는다 정도인데... 왜 금은 오랜 기간 동안 인류의 돈 역할을 했을까? 돈으로서 기능을 하려면 아래 4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1. 교환의 매개수단

  2. 가치 척도의 기능

  3. 가치 저장의 기능

  4. 거래의 편의성

첫 번째로 교환의 매개수단이다. 돈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을 때, 우리의 선조들은 각자의 생산물의 잉여를 다른 사람의 생산품과 바꾸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생각해 보라. 당신이 생산한 사과 10개를 내가 생산한 배 몇 개랑 바꾸어야 할까? 한 개라고? 그렇게 살지 말자. 그런 식이라면 나 역시 내가 생산한 배 1개와 당신이 생각한 사과 10개가 동등 교환 가치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런 물물 교환 거래 방식은 가치 평가 수단이 매우 주관적일뿐더러 그 가치 평가라는 귀찮은 작업을 거래를 할 때마다 해야 하니 엄청난 비효율이 발생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나의 생산품이 필요한 사람부터 찾아야 했다. 그래서 우리들의 선배 호모 사피엔스는 생각했다. 거래를 매개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하다고. 매개라... 말이 좀 어렵다. 그냥 거래의 할 때 주고받는 수단이 매 거래마다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어떨 때는 소금, 어떨 때는 송아지. 고통스럽지 않은가.

자, 두 번째 가치 척도의 기능이다. 사실 돈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가치 척도의 기능이라 할 수 있다. 가치 척도란 사물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잣대의 역할을 의미하는데, '이 제품은 천 원이다'라고 말할 때, 돈의 역할이 가치의 척도, 즉 가치의 잣대인 것이다. 즉, 돈이 가지고 있는 고유 가치를 통해 다른 물건의 상대적 가치를 가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모든 대상물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

가치 척도의 기능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교환의 매개수단이 되는 돈이 가치를 지녀야 함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세 번째 가치 저장의 기능에 대해 얘기해 보자. 내가 제일 고민했던 부분이다. 금을 예로 들면, 위에서도 얘기했다시피 금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말이다. 소위 '금값'이라고 하지 않나. 금은 왜 '금값'이 됐을까?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금에 내재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금에는 내재가치가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내재가치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가치는 '신뢰'가 만든다. 그리고 신뢰는 곧 믿음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그 믿음이 보편타당해질 때 내재가치의 그 크기는 더욱 커진다. 그렇다면 금에 대한 믿음은 왜 생겨난 거냐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천 년에 걸쳐 쌓여온 사람들의 보편적인 신뢰가 금에는 축적되어 있다. 인류는 물물교환을 대신할 방법으로 '간접 교환' 방식을 발명해 왔으며, 그 매개체로서 조개껍데기부터 시작해서 금, 은까지 돈의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여러 가지 후보들이 경쟁해왔지만 결국 국가는 금을 간접 교환 매개체로 선택하게 된다.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내재가치란 보편적이고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수준의 가치를 의미하며, 전 인류가 보편타당하게 받아들이는 객관적인 가치가 있다면 가장 강력하고 견고한 내재가치가 되는 것이다.

내재가치는 쉽게 변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간접 교환의 수단으로 이 돈을 사용하는 것 역시, 거래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당장에 구매한 재화를 사용하기 위함이 아닐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 즉 우리는 이 화폐를 사용해 나중에 내게 필요한 다른 재화를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하고 화폐를 거래 수단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이 화폐는 동일한 '구매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거래의 편의성이다. 이 점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금 역시 이 네 번째 특징 때문에 현대 화폐에 그 지위를 넘겨줬다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금은 거래하기에는 불편하니 말이다. 반면 오늘날 거래되는 법정 화폐는 거래의 편의성 측면에서 역사상 최강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돈의 역사는 어느 매개수단이 화폐가 될 자격을 놓고 싸움을 벌이는 과정이다. 그리고 지금은 비트코인이라는 이상한 놈이 나타나서 화폐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위협한다는 표현은 사람마다 다를 거 같다. 그러나 꽤나 부담스러운 진격이 요 몇 년 사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가. 화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비트코인이 갖춘 거 같은가? 이 책의 저자는 얼토당토않는 소리 하지 말라고 윽박지른다. 그는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는 절대 화폐가 될 수 없으며 일부 소수 계층을 위한 도박장에 불과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그저 대응해야만 한다. 그러니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선입견을 최대한 내려놓고 공부해 보자. (이렇게 있어 보이는 말을 하면서 정작 나는 안 하고 있다 ㅋㅋㅋ 해야 하는데)

d*****4 2023.06.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