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를 켜보면 가장 많이 떠 있는 알람은 결제 관련한 메시지인 것 같다. 편의점에서 1,700원, 마트에서 24,000원, 인터넷 쇼핑몰에서 31,000원 뭐 이런 식으로. 자본주의사회에 살아가는 이상 계속해서 돈은 쓸 수밖에 없고, 그 결제의 순간에는 묘한 쾌감이 따라 온다. 물론 그 맛에 너무 취한다면 패가망신을 면치 못하겠지만. 이 책의 저자는 월급을 돈이 아니라 물건으로 받았다고 할 정도로 쇼핑에 맛을 들렸던 모양.셔츠와 신발을 사는 요령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그 돈 헛 쓰지는 않으셨네.. 하는 생각도 들고, 역시 백화점 다닌 사람은 다르긴 하구나 하는 생각도. 하지만 온갖 물건을 사고, 후회하고, 또 때로는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남 이야기 같지가 않다. 특히 다이어트, 크라우드펀딩과 관련한 글은 정말 공감하면서 읽었다. 나도 많이 당해봤고, 또 많이 좌절해봤으니. 쇼핑이 그저 쉽게쉽게 돈 쓰는 행위로만 인식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나름 공들여 정보를 찾고, 최고의 만족감을 줄 물건을 고르는, 고도의 가치 판단이 개입되는 일이다. 쇼핑이 즐겁다고 말하면 뭔가 죄를 짓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결국엔 많이 고민하고 많이 사봐야 자신의 취향도 생기고 더 좋은 물건을 보는 눈도 길러지는 법. 또한 쇼핑이 꼭 자신만을 위한 것이란 법이 있는가. 본래는 자기 옷과 자기 신발에 심취하던 저자가 결혼하고서는 벌레를 무서워하는 아내를 위해 방충용품을 검색하고, 또 자식이 태어나자 같이 앉을 의자에 눈독을 들이는 모습은 나름 애틋한 구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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