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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125년 전 인종학 연구를 위해 일본에 갔다 돌아온 동학군의 머리뼈를 전주시 녹두관에 안장할 거라는 기사로 시작된다. 동학을 소재로 한 연극을 올리고픈 극단은 이번만큼은 전봉준이 아닌 이름 없는 농민군을 주인공으로 삼고 싶어 한다. 고심 끝에 그들은 동학군 이야기로 극의 방향을 잡게 되는데. 대부분의 작품이 전봉준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면 이 작품은 평범을 거부하고 낯선 것을 선택했다. 전봉준은 거들 뿐 진짜배기는 동학의 물결을 이룬 농민군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작가의 마음속에 이름 없는 농민군이 오랫동안 자리한 게 아닌가 싶다. 평범하지만 짓밟히되 쉽게 뽑히지 않는 존재들이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름 없는 자들이 죽창을 들었고, 촛불 들고 세상을 바꿨어!" 무엇이 세상을 바꾸는가? 한 눈으로 봐도 힘없고 초라해 보이지만 척박한 곳에서도 꿋꿋이 자라는 들꽃처럼 억척같이 한세상 살아내는 민초들이 진정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이름 없는 자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 작품에서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계층 간 갈등과 화합이다. 동학이란 이름으로 전국에서 모인 이들은 뿌리깊은 신분제 사회가 만든 틀을 쉽게 벗어 버리지 못하고 갈등을 빚는다. 이 또한 당연한 갈등이다. 평등이 말처럼 쉬운 것이라면 무엇이 어려울까. 작가는 갈등을 통해 각자가 가진 트라우마를 자연스레 극복하고 하나로 결집하게 하는 능숙한 글솜씨를 보여준다. 군데군데 작가의 위트 넘치는 대사도 읽는 재미를 높인다. 최기우 작가의 다른 작품들처럼 이 작품도 연대를 이야기한다. 동학이라는 커다란 역사적 사건을 빌려 와 인간의 성장은 결국 관계를 통해서 이루어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우리모두 죽더라도 우리 이름 영원히 살 것이다. 우리 목숨의 혼불이 눈물 나는 꽃빛으로 피어나리라." 작가는 이 대사를 통해 불꽃처럼 타올라 재가 된 이름없는 영웅들에게 꽃빛으로 피어나는 생명을 불어넣었다. 생명을 얻은 그들은 위기가 찾아오는 어느 날 분연히 일어날 것이다. 어쩌면 그가 내가 되고 네가 될 수도 있는 일. 각자가 소중한 들꽃임을 깨닫고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존재로 살아가기를 희망하는 작가의 마음을 오롯이 담아 정성껏 읽어보기를 권한다. 희곡이 극을 위한 대본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대사로만 이루어진 한 편의 멋진 문학작품임을 가슴에 새기며 읽는다면 분명 또다른 재미를 얻게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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