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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체트에서 남영동까지, 독일 국가폭력 현장 답사기 <악을 기념하라>. 두꺼운 책이지만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홀려 읽었습니다. 독일이 과거사를 어떤 방식으로 청산하고 있는지 우리 과거사 청산과 비교해 보며, 시민운동과 시민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책입니다.
소위 학생 운동권 출신으로 전두환 정권 때 시위로 서울대 제적을 당하고 징역살이를 했던 김성환 저자는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에서 20대를 보내고, 이후 역사 편집자로 출판계에 몸담았습니다. 현재는 남영동 대공분실 인권기념관추진위원회 상임 공동 대표로 한국의 독재 과거사 청산을 위한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1976년에 공산주의자들의 반체제 활동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만든 조사 시설입니다. 놀랍게도 이 건물은 한국 건축계의 거장 김수근이 설계했었고, 더 경악스러운 점은 애초부터 고문을 위한 시설로 건축되었다고 믿을 만한 점들이 설계도면에 표시되었다는 겁니다.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국가폭력을 당했습니다. 1985년 515호에서는 민청련 사건으로 김근태가 10여 차례 물고문과 전기 고문을 당했고, 1987년 509호에서는 서울대생 박종철이 고문사 당한 곳입니다. 그런데 김근태 고문방은 텅 빈 채 아무것도 없습니다. 국가폭력이 자행된 다른 시설들도 이미 재건축되어 흔적이 사라져 버린 겁니다. 한국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고문 수사의 현장이 바로 남영동 대공분실입니다.
그 무렵 독일 방문을 계기로 독일에는 나치 과거사를 성찰하게 하는 장소가 많다는 걸 목격합니다. 독일의 나치 과거사 청산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독일과 폴란드 곳곳에 남아 있는 나치 및 동독과 관련된 수많은 기념관과 박물관을 탐방하게 됩니다.
과거사 청산 문제를 떠올리면 독일과 일본을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독일 총리는 수차례 사과를 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기에 민족성의 차이를 내세우기도 하지만, 사실상 독일의 과거 청산 역사를 살펴보면 초반엔 일본과 전혀 다를 건 없었다고 합니다. 독일도 전범에 대한 강력하고 깔끔한 청산은 없었다고 합니다. 이후 68학생운동, 1980년대 미국의 홀로코스트 방송을 계기로 일어난 반성운동, 1980년대 역사 수정주의 논쟁, 1990년 독일 통일 후 일어난 동독 과거사 청산 논의 등 수십 년에 걸친 노력이 보태진 결과입니다.
무엇보다 독일 국민들은 당시 스스로 히틀러를 지지했었고 묵인했었습니다. 우리도 스스로 대통령을 선출했고, 독재와 폭력·학살에 눈을 감았습니다. 여기서 독일로부터 배워야 할 게 있습니다. 우리의 민주화운동은 정파적 이데올로기로 전락해버렸지만, 독일은 어느 당이 집권하더라도 과거사 청산은 변하지 않는 고정된 상수라는 겁니다.
<악을 기념하라>에서는 나치의 반인류 범죄를 증명하는 장소를 사진과 함께 소개합니다. 메르켈 총리가 사죄한 장소로 잘 알려진 다하우 강제 수용소 기념관은 최초의 강제수용소입니다. 나치당 정권 초기에는 좌파 사회주의 타도를 목적으로 구금 시설용으로 만들었지만, 2차 대전 때부터 유대인 절멸 정책으로 표적 삼았다고 합니다.
김성환 저자는 기념관 조성에서 장소성의 중요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짚어줍니다. 발키리 작전이라는 쿠데타 계획이 실패하고 주모자 5명이 처형된 장소에는 현재 청동 인물상과 총살 집행자들의 자리인 길고 낮은 청동 단이 놓여 있습니다. 그곳에 서 있을 때 그 장소가 주는 공포와 슬픔이 혼재된 감정을 느낄 겁니다.
모든 수용소의 모델 하우스 격인 작센하우젠 수용소는 현재 날 것 그대로의 나치 과거와 직면하도록 복원해뒀다고 합니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 기념관을 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신축하는 것보다는 기본적으로 원형을 보존하는 게 원칙입니다. 폐허 같은 공간은 오히려 의도적 설계인 겁니다. 기념관은 가해자를 기억하고, 피해자를 추모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공포의 지형도 기록관도 인상 깊습니다. 친위대 본부, 비밀경찰 게슈타포 본부, 중앙안보국이 사용하던 건물이 있던 자리를 기념하기 위한 담론이 30여 년 가까이 이어졌었고, 시민운동으로 무리한 복원을 하지 않은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된 여정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잘못된 복원은 공포 체험관 같은 느낌뿐이며 역사의 무게를 날려버리게 됩니다. 지금은 달라졌다지만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무리한 복원 사례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악을 기념하라>는 독일 현대사, 한국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이해하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합니다. 중앙정보부, 보안사 같은 기관의 흔적이 사라진 우리나라에서 실체가 보존된 유일한 공간인 남영동의 중요성을 이해하게 됩니다. 남영동 보존을 위한 시민운동을 통해 2023년 6월 (가칭) 민주인권기념관이 개관될 예정이지만, 그 여정이 참 파란만장했다는 것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습니다.
경찰청이 퇴거하도록 시민운동을 벌였고 건물 신축 관련해서도 부침이 참 많았지만, 이 건물과 시설들을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할 것인지 시민 사회에서의 공론화가 필요하기에 이 책을 내놓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부동산 사업과 만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는 걸 경고합니다. 기념관이 세워지면 기념관 교육과 관련한 방향도 면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이 역시 독일 사례를 벤치마킹해 짚어줍니다. 국가폭력은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는 바람이 잘 실천되도록 앞으로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을 주목해야겠습니다.
아픔을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역사의 아픈 상처를 직시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악을 기념하라>. 상처를 드러내고, 기억하고, 치유하는 방법으로 독일 나치 과거사 청산 사례를 통해 우리의 과거를 들여다보게 하는 의미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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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don't like a rule... Just follow it... Reach on the top... and change the rule. -Adolf Hitler (규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냥 따르십시오. 정상에 올라서면 그 규칙을 바꾸세요. -아돌프 히틀러) '보리 출판사'에서 출판한 '김성환'작가 님의 '악을 기념하라'라는 책을 읽었다. 글은 말 그대로 '악을 기념'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일정이 바쁘다보니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굉장히 생각할 거리가 많은 좋은 책이다. 대체로 '악'을 규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선'과 '악' 구별하는 것 또한 '죄악'에 속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다수에 의해 '악'으로 규정된 어떤 사건에 대해 이를 기념하고 잊지 않도록 보존하는 것에는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할까. 이 책은 그것을 말하고 있다. '악'이란 무엇일까. 사자가 토끼를 사냥하는 것은 '악'에 속할까. 이순신 장군이 왜적 십 수 만 명을 죽였던 것은 '악'일까. 전쟁을 멈춘다는 명목으로 떨어뜨린 원자폭탄 리틀보이는 '선'일까, '악'일까. '악'을 규정하는 것 자체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한다. 가치관과 역사관의 문제가 발생하고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수의 합의점을 찾을 수는 있지만 이또한 '절대적 악'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다수가 분명하게 '악'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인류가 기념하고 학습하자는 의미로 이 책은 너무 좋다. 1942년 절명 수용소인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는 4개의 가스실을 만들고 유대인을 대량학살하기 시작했다. 아우슈비츠에서만 대략 90에서 125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됐다. 수감자를 학살하는 방식은 유해가스인 자이클론B(청산가스)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친위대원들은 수감자들에게 가스실을 목욕탕이라고 속였다. 그들은 탈의실에서 옷을 벗도록 했다. 부유한 유대인들의 소지품을 재활용하기 편하게 정리하기 위해서다. 유대인들은 큰 저항없이 가스실로 향했다. 수 백명이 목욕탕으로 들어가면 문은 밖에서 걸어잠긴다. 그리고 천장에 달린 샤워 꼭지에서 앞서말한 유해가스가 흘러나온다. 자이클론B(청산가스)는 무거운 속성을 지니고 있어 밑으로 내리고 바닥에 가라앉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마 뒤, 이 목욕탕 문을 열었을 때, 수많은 시신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또한 무기력하게 바닥 곳곳에 유대인들이 쓰러져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다만, 실제는 조금 달랐다. 가스실 문을 열어보니, 그곳에는 사람으로 만들어진 작은 피라미드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유는 공기보다 무거운 청산가스 때문이었다. 청산가스가 바닥에 가라앉고 얼마뒤 점차 차오른다. 사람들은 밑에서부터 차오르는 청산가스를 피하기 위해, 서서히 인간 피라미드를 만들며 높은 곳으로 올라섰다. 가장 밑에는 노인과 아이가 있었고 그 위에는 여성이, 가장 위에는 혈기왕성한 젊은 남자가 있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 731 부대의 모성애 실험 또한 비슷한 영감을 준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아이를 지키는 엄마의 힘을 일본제국은 확인하고 싶었다. 마루타 부대는 엄마와 아이를 좁은 방 안으로 가두었다. 바닥의 온도를 천천히 높히고 극단적인 상황까지 관찰했다. 실험 초기 엄마들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고통을 참으며 아이를 껴안고 버텼다. 실험이 계속되자, 극한의 고통 속에서 엄마들은 자신의 아기를 바닥에 깔고 올라가 고통을 피하려 했다. 이 처참한 실험이 끝나고 부대원들은 기록지에 이처럼 기록했다. '한계에 다다르면 모성애보다 자신을 보호하는게 인간의 본성이다.' 이 실험을 주도한 책임자 '이시이 시로'는 결과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1959년 병사했다. 끔찍한 실험과 역사가 만든 결과물들이지만, 그 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악하다'라고 설정해야 맞는 것일까. 인간은 극단에 몰리면 결국 자신의 안녕을 최우선으로 선택하는 본능을 가진 것일까. 자신이 살기 위해 나약한 노인과 어린아이를 밟고 올라서려 했던 이들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악'한 것일까. 어떤 영화를 보더라도 여라가지 감정과 생각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그 해석에 개입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모두가 각자의 몫이다. 악을 기념하는 방식에는 '해석'의 여지가 충분하게 있어야 한다. 김영삼 정부는 조선총독부의 건물을 철거했다. 당시 정치는 '반일'을 이용했다. 사회적 분위기가 '친일청산'에 치우쳐 있으며 상징적인 이벤트가 분명하게 있어야 했다. 인물청산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인물청산보다 조금 더 확실한 이벤트는 '건물 철거'였다. 당시에는 일제가 한반도에 민족정기를 끊기 위해 전국으로 쇠말뚝을 박아 놓았다는 이야기가 확산됐다. 이어 일제가 박아 놓은 쇠말뚝을 찾아내자는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이것은 '김영삼 정부'의 사업이 되어 전국에 걸처 쇠말뚝 제거 작업이 펼쳐졌다. 이때 수거된 쇠말뚝은 전두환이 세운 천안 독립기념관에 전시됐다. 다만, 이 쇠말뚝의 목적이 '한민족 정기를 끊기 위해'가 아니라, 토지 측량이나 등산로 안전설비의 목적으로 설치된 경우가 많았다. 조선총독부는 어찌됐건 대한민국 현대사에의해 철거됐다. 당시 이 건물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지어진 서양식 건물중 그 규모가 가장 큰 건물이었다. 그것을 반드시 철거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다. 반드시 부숴 없어 버리는 것이 악에 대한 철저한 복수인 걸까. 고대 중국에서는 종종 '분서갱유'가 일어났다. 실용서적을 제외한 모든 사상서적을 모아다가 불을 태워버리고 살아있는 유학자를 땅속에 묻어버렸다. 당시의 '악'에 대한 '응징'으로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역사적 사료를 잃었다. 인간은 역사를 반복하면서 꾸준하게 상대의 기록을 부수고 파괴하고 태워버렸다. 그들의 이런 행위는 당시 그들은 '악'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왜곡하고 부수고 파괴했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잘못인지 모를 것을 다시 반복하는 지도 모른다. 독일과 한국을 넘나들면 현재의 시선에서 악으로 규정되는 어떤 사안에 대해 우리는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독재시대의 고문현장을 복원한다는 명분으로 '건축가'의 사상을 담은 건축물을 올리고 책임자가 말하고자 하는 감정을 철저하게 불러 일으키기 위해 고문을 받는 마네킹을 세워두는 것이 옳을까. 알 수 없다. 인생의 커다른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서 그 당시의 내가 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또한 나의 일부이며 모습이다. 그또한 역사로 충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객관적으로 돌이켜 볼 수 있어야 한다. 책은 허투로 읽기에는 그 내용이 심히 좋고 생각할 부분이 많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