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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 중 하나로 돈이 있을 수 있다. 물론 돈이 없다고 삶이 당장 끝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가지고 살기위해서는 어느 정도는 필요한 것이 돈이다. 하라다 히카의 소설 『할머니와 나의 3천 엔』은 돈에 대한 걱정과 계획을 현대 일본을 살아가는 3대의 여성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먼저 사회초년생으로 중견IT 기업에 다니면서 바라던 독립을 한 미쿠라야 가(家)의 둘째 딸 미호는 최근 유능한 선배인 마치에씨가 정리해고로 회사를 떠나고 방황을 한다. 유기견을 입양하는 단체를 만나 강아지를 기를까 싶은 생각을 하던 미호는 유기견 단체가 요구하는 조건인 사육할 수 있는 ‘집’, 건강한 ‘신체’, 거기에 ‘돈’까지. 이 전부는 유기견을 기르든 말든 필요한 자신에게도 필요하다나는 것을 깨닫고는 고민에 빠진다.
다음으로 제목에도 나오는 73세의 할머니 고토코가 있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할머니는 연금으로 생활을 하고 있지만 혹시라도 자신이 아파 요양원에라도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남은 연금으로도 빠듯해 보여 걱정을 한다. 그러던 중 며느리인 도모코의 제안으로 오세치 요리(일본의 명절요리) 교실을 열고 수고비를 받는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돈이 필요한 것일까란 서글픈 생각을 잠시 하지만 감사의 인사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하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미호의 언니인 마호의 사연도 현실적이다. 마호는 일찍 결혼을 하여 딸을 두고 있는 가정주부이다. 소방공무원인 남편은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급여는 넉넉하지 못하다. 그리고 딸이 커감에 따라 돈이 들어가는 일은 점차 늘어가는 것은 분명해 보이고, 더군다나 빨리 결혼을 하면서 일을 그만 둔 자신과는 다르게 자신의 일을 오랫동안 하면서 화려하게 결혼을 한다는 친구들을 만나고는 자신의 삶을 조금 되돌아 보게 된다.
그리고 미호와 마호의 어머니인 도모코가 있다. 그녀는 전형적인 가정주부로 살아온 인물이다. 남편은 무뚝뚝하지만 그럭저럭 큰 사고를 치지 않고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 그런 그녀는 암이라는 병을 치료하면서 친구 지사토의 황혼 이혼에 대해 듣게 된다. 이혼을 준비하는 친구의 사연을 들으며 자신의 노후에 대하여 생각을 한다.
더불어 늘 밝지만 아이를 가져 정착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는 야스오와 돈에 대해서 분별이 없어 보이는 부모로 인해 힘들어 하는 미호와 장래를 약속한 쇼헤이도 등장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은 위의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딸 두 명 이렇게 네 사람이다.
“단숨에 읽었다.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라 멈출 수 없었다.”라는 띠지의 문구처럼 현실적인 이야기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토마스 만의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오르한 파묵의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염상섭의 『삼대』 등 집안의 삼대에 걸친 이야기는 종종 있었지만 모두 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로 이어지는 이야기였기에 하라다 히카의 『할머니와 나의 3천 엔』은 집안의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어 더 현실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미쿠라야 가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젊다고 걱정이 없는 것이 아니고 늙었다고 풍요로운 것도 아니었다. 모두가 자신만의 걱정과 근심을 가지고 살고 있지만 결국에는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상의하고 의논함으로써 하나씩 해결책을 찾아간다. 그런 것이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생소한 작가의 책이었지만 선택하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은 문장 때문이었다. 시작부터 나와 김이 빠지긴 했지만^^
“사람의 인생은 3천 엔을 어떻게 쓰는지에 달려 있단다.” 할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3천 엔? 그게 무슨 소리지 중학생이던 미쿠라야 미호는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었다. “인생이 달려 있다뇨?” “말 그대로야. 3천 엔 정도의 소액으로 사는 것. 고르는 것. 하는 일이 쌓여서 그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간다는 뜻이지.” (9쪽)
3천 엔이면 3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다. 누구에게는 한 번의 유흥비로도 턱없이 모자라는 돈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1주인의 생활비 일 수 도 있는 돈이다. 구체적인 돈의 액수보다 작은 일을 쌓여서 그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 간다는 말이 좋아 보였다. 인생을 만들어 간다는 작은 일을 이왕이면 밝고 긍정적인 일로 채우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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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종류의 빚은 이처럼 어쩔 수 없는 일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 p.338
누군가 나에게 3만 원을 준다면 무엇을 할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주저없이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담긴 책들 중 두세 권을 구매하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OTT 서비스로 개봉한 드라마의 원작 도서도 읽고 싶고,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작가들의 소설도 보고 싶다. 평소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내가 모처럼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질문인 것 같다. 이 책은 하라다 히카 작가님의 소설이다. 원래 완독을 하기 전까지 다른 독자들의 서평이나 리뷰를 볼 일이 없는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몰라도 YES24 우수 리뷰에 이 소설이 있어 내용을 읽었다. 이름조차도 처음 듣는 책이어서 구매 예정에도 없는 책이었는데,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다. 모처럼 책 살 일이 있을 때 같이 결제하게 되어 읽게 된 책이다.
이 소설은 고토코 할머니, 손녀인 마호와 미호 자매, 자매의 엄마이자 할머니의 며느리인 도모코의 돈 모으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고토코 할머니는 1천만 엔을 은행 상품으로 굴리면서 예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집안 내력으로 가계부를 쓰면서 돈을 모으기 시작했으나, 남편과 사별한 이후에 연금이 줄어들면서부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우연한 계기로 며느리인 도모코로부터 요리 교실의 수업을 맡게 되고, 수고비로 5천 엔을 받으면서부터 변화를 맞게 된다.
미호는 인물들 중에서 가장 돈에 대한 관념이 없었으나, 의지하던 선배의 권고사직을 통해 회사에 대한 안정성에 큰 의문을 가진다. 그렇게 혼란스러움을 느끼던 중 유기견 캠페인에 나온 유기견을 예전에 키웠던 강아지를 떠올렸고, 강아지를 키울 수 있는 주택을 구입하고자 돈을 모으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마호는 미호의 언니이자 주부이다. 과거 증권사에 다녔기에 금융에 관심이 많고, 1천만 엔 모으기를 목표로 악착같이 절약하지만, 초호화 결혼식을 하는 친구의 말에 심란함을 느낀다. 도모코는 거품경제기에 사무직에 종사했던 여성으로 경제 성장과 함께 성장해온 인물이자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남편을 모시는 삶에 익숙한 아내이기도 하다. 자신이 없으면 밥 한 끼 제대로 못 챙기는 남편을 보면서 불만을 키우던 중 황혼 이혼을 준비한다는 친구의 말에 이혼으로부터 나오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생각해 본다.
이 소설은 주로 돈을 모으는 계기와 방법들을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 다양한 현대 시대의 문제를 담고 있다. 고토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노인들의 일자리에 관한 문제가 떠오르기도 하고, 미호의 이야기를 통해 결혼과 동시에 퇴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 도모코로부터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가사 노동의 책임이 한쪽에 전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과 이혼 후 경제적 어려움을 가지는 쪽이 왜 여성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 책의 주요 배경은 일본이라는 점이 한정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사회적인 이야기들이자 가까운 주변인들의 고민에서도 느낄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이다. 그랬기 때문에 인물들에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특히, 고토코의 할머니의 이웃 동네 주민이었던 야스오의 일화를 통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야스오는 흔히 요즈음 말하는 프리터족의 삶을 살고 있는데, 마호 부부를 만난 이후 여자 친구인 기나리가 그에게 청혼을 하면서부터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이를 보면서 N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떠올랐는데, 나 역시도 금전적인 문제로 결혼과 출산, 양육 등과 거리를 두고 있기에 많은 공감이 되었다.
사실 인물들의 돈 모으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미래 노후에 대한 생각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절약이나 돈 모으는 일에 크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대학-취업-결혼-출산-양육'이라는 과업을 충실히 밟은 과거 세대와 다르게 현재의 행복에 초점을 두는 마인드가 더 강한 편이다. 직장도 내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고, 돈을 모을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임금을 받지도 못하는 사회에서 돈을 모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복권에 당첨이 되지 않는 이상 노년이 되어도 건물주는커녕 어떻게든 일을 하고 있을 세대의 사람일 텐데 말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이기도 하다.
젊은 손녀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적당한 거리에서 경청해 주시는 고토코 할머니의 모습이나 배움의 열정을 잃지 않는 도모코 어머니의 모습 등 인물들 하나하나 놓고 보면 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노후를 진지하게 계획할 필요성도 느끼게 됐다. 그러나 읽고 나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공감과 함께 혼란스러움과 답답함으로 가득 채워졌다. 돈이라는 게 아무래도 우리 삶과 떨어질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나, 돈이 뭐라고 이렇게 사람들의 인생들을 들고 흔드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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