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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암각화를 남긴 부족의 이야기 - 꽃다지
"[리뷰] 암각화를 남긴 부족의 이야기 - 꽃다지" 내용보기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면 우리는 역사책을 찾는다. 그러나, 사료(史料)가 충분하지 않은 시기의 역사는 책을 봐도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는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갈수록 사료는 부족하다. 이럴 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역사 소설은 역사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역사와 통하지만, 접근 방법은 분명히 다르다. 역사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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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면 우리는 역사책을 찾는다. 그러나, 사료(史料)가 충분하지 않은 시기의 역사는 책을 봐도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는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갈수록 사료는 부족하다. 이럴 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역사 소설은 역사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역사와 통하지만, 접근 방법은 분명히 다르다. 역사 소설은 기반은 상상력이다. 사료의 부족으로 역사가가 알려주지 못하는 과거를 역사 소설은 작가적 상상력의 힘으로 구성해낸다. 역사 소설의 묘미는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이다.

반구대 암각화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구광렬 장편소설 꽃다지는 아득한 옛날 지금의 울산 태화강 지역에 살면서 반구대 암각화를 남긴 선조들의 삶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복원해낸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흥미로운 것은 인물의 이름이다. 성씨도 없고, 한글 이름이 많다. 아직 우리나라에 한자가 들어오기 전이니까 이런 명명이 옳아 보인다. 다만, 성씨가 없다 보니까 인물 간 관계 파악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독서에 약간의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다음처럼 인물 간 관계 및 성격을 정리해보았다.

 

- : 큰어울림가람 부족의 으뜸(부족장).

- 매발톱 : 하의 첫째 부인. 자애롭고 지혜로운 존재로 큰어울림가람 부족의 큰어미. 하가 살아있을 때는 물론, 갈의 쿠데타 이후에도 큰어미로서 거의 실질적으로 마을의 일을 좌우함.

- 그리매 : 하와 개미취(하의 둘째 부인. 첫째 부인인 매발톱과 껄끄러운 사이)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큰주먹의 이복동생. 똑똑하고 어질며 타인을 배려하는 인물로 여성적인 성격이지만 강단도 있음. 하와 매발톱으로부터 으뜸이 될 자질을 인정받았으나, 으뜸에는 뜻이 없고 바위새김이가 되기를 원해 암각화를 그리며 살아감. 어려서는 큰주먹과 갈등하고 대립하지만, 나중에 큰주먹이 으뜸이 되고 부족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에는 큰주먹과 합심함꽃다지와 서로 좋아하는 사이로 작의 쿠데타 이후 거북뜸의 동굴에서 함께 살기도 하지만, 매발톱이 죽고 꽃다지가 큰어미가 된 후 안타깝게도 헤어져서 살게 됨.

- 큰주먹 : 마타리(하의 셋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아들. 육손이로, 손이 크고 힘이 세며 겁이 없고 배짱 있으며 넉살 좋지만, 지혜는 부족함. 꽃다지를 좋아하지만, 꽃다지는 그리매를 좋아함. 버금이던 갈(알고 보니 큰주먹의 아버지)의 쿠데타 후에 버금이 되기도 하지만 작의 배반 후에 죽을 위기를 넘기고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으뜸의 자리에 오름. 으뜸이 된 후에는 그리매와 적대 관계 대신 우호 관계를 맺고 마을을 위해 애쓰는 으뜸의 모습을 보여줌.

- 꽃다지 : 하와 마타리(하의 셋째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딸. 외모가 아름다우며 생각이 깊고 웃어른을 공경하며 물고기 사냥 때 자맥질도 잘하는 팔방미인. 그리매를 좋아하지만, 아버지 하에게 겁탈당해 임신까지 하고, 작의 쿠데타 후 작의 수하들, 그리고 큰주먹에게 능욕을 당하기도 했으며, 큰어미가 된 후 이웃 부족으로 납치되어 가기도 하는 등 곤욕을 겪기도 하지만,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큰어미로서 부족민의 신임을 얻으며 지혜로운 처신을 함.

- : 버금. 큰주먹과 마찬가지로 육손이(큰주먹의 아버지란 표시). 야망이 있는 사람으로 쿠데타를 일으며 하를 쫓아낸 후 으뜸이 되어 독재 정치, 공포 정치를 함. 큰어미 매발톱의 지시를 받은 솔나리에 의해 독살됨.

- : 마름. 갈의 모사꾼으로 갈이 죽은 후 버금이던 큰주먹을 따돌리고 으뜸의 자리에 오르지만 결국은 자리에서 쫓겨남.

 

이외에도 솔나리(여우주둥이를 좋아하지만 강제로 갈의 여자가 됨), 얼레지(갈의 딸로 박색의 추녀, 웬만한 남자보다 힘이 센 여전사. 그리매를 짝사랑함), 비비추(갈의 부인. 얼레지와 늑대귀의 엄마), 늑대귀(갈의 아들), 은방울꽃(탁의 부인), 들개코(이웃 부족인 큰볕터의 버금. 납치돼온 꽃나리에게 잘 대해 줌. 꽃나리를 짝사랑하고 나중에 큰어울림가람 부족민이 된 후 으뜸창잡이가 됨.), 여우주둥이, 족제비눈, 초롱꽃, 올빼미눈…많은 한글 이름의 인물이 등장한다.

다만, 권력관계에 있는 남자 인물들의 이름은 하, , 작 외에도 (당골레), (바위새김이로 그리매의 스승), (알리미. 갈이 으뜸이 된 후 당골레가 됨)처럼 외자이다.

 

위에서 정리한 인물의 성격 및 인물 간 관계를 바탕으로 간략히 줄거리를 간추리면,

아주 먼 옛날 태화강 변에 큰어울림가람이란 부족이 있었다. 이 부족은 고래를 토템으로 숭배하는 부족으로, 사냥과 수렵에 의존한 삶을 살았다. 부족장인 으뜸은 어떤 여자든 마음에 들면 차지할 수 있는 다처제의 사회, 가부장제 사회로, 남자와 여자의 하는 일이 나누어져 있었다.

남자는 으뜸 ? (당골레) - 버금 - (당골레) ? 마름 ? 알리미 - 의 위계가 있었고, 여자는 큰어미를 필두로 저마다의 직분이 있었다.

으뜸인 하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두 아들의 캐릭터는 상반됐다. 큰주먹은 남성적이지만 지혜롭지 못하고, 그리매는 여성적이지만 지혜로웠다. 으뜸인 하와 큰어미인 매발톱은 그리매에게 으뜸의 자리를 물려주려 하지만, 그리매는 (큰주먹과 달리) 으뜸의 자리에는 뜻이 없다.

그러던 중, 야심만만한 버금 갈이 쿠데타를 일으켜 으뜸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기존의 권력관계에는 변화가 온다. 다만, 남자 세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부족 내에서 신임이 큰 큰어미 매발톱의 지위는 여전하다. 

갈의 집권을 못마땅해한 매발톱의 술수로 갈을 쫓아내지만, 권력은 여전히 갈과 같은 부류의 인물인 작에게 이어지고, 설상가상으로 이웃 마을인 큰볕터와의 갈등으로 부족이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매발톱의 죽음 이후 큰어미가 된 꽃다지의 지혜, 갈등하던 큰주먹과 그리매의 합심, 그리고 부족민의 단합으로, 극심한 가뭄에서 비롯한 식량 위기와 이웃 마을인 큰볕터의 침입 등의 갖은 위기를 귀신고래 사냥을 통해 극복하게 된다. 토템으로 숭배하던 고래를 잡을 수밖에 없었던 삶의 절박함과 고래잡이에서의 사투, 그리고 고래를 잡기 위한 사냥법 개발 등이 실감 나게 서술되어 있다.

그리고 그리매는 그렇게 사냥해서 잡은 고래를 암벽에 새긴다. 지금도 남아 있는 암각화를. 그리매는 평생을 그렇게 바위새김이의 삶을 살다가 죽는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그려진 이 사회의 모습을 보면,

으뜸의 경우 다처를 차지할 수 있고 생계를 위해 위험한 활동을 하는 남자들이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가부장제 사회다. 그러나, 의사결정의 측면에서 보면, 으뜸인 하나 큰주먹이 큰어미인 매발톱이나 꽃다지의 의견을 물어보고 결정할 만큼, 큰어미의 지혜가 영향력을 미치는(단순한 조언 이상의) 모계사회의 성격도 없지 않다.

또한 으뜸과 당골레가 따로 있던 제정분리의 사회이지만, 나중에는 (그리매의 제안에 따라) 큰주먹이 당골레까지 겸하는 제정일치의 사회로의 변모를 보여준다.

혼인 관계 역시 (그리매의 제안에 따라) 같은 부족 간 결합에서 점차로 이웃 부족과 혼인 관계를 맺는 것으로 변해갔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엽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이 소설의 제목이 왜 그리매가 아니고 꽃다지인가, 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작품이 암각화 이야기라면, 암각화를 새긴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의문에서 비롯되었지만, 작품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봐도 그리매가 더 큰 것 같기 때문이다(물론 꽃다지의 비중도 결코 작지 않지만).

 

반구대 암각화를 직접 본 적은 없다그동안 기회가 없었다. 나중에 암각화를 보게 된다면, 그 그림들 위로 이 소설에서 본 부족민의 모습이 겹쳐질 것 같다.

소설 꽃다지 속 사람들의 모습은, 삶의 구체적인 모습만 다를 뿐, 인간의 본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오늘날의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특히, 사랑과 열정을 가진 그리매’, 그는 진정한 예술가였다. 개성 있는 인물의 캐릭터가 마치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 보여서 가독성이 좋은 소설이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t*******1 2022.01.09. 신고 공감 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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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지』삶의 어딘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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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식기가 만들어졌으며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한 뼘 남짓한 길이에 끝은 두더지 입처럼 뾰족하고… - 책의 내용 중에서 -   반구대. 울산 인근의 원시시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반구대 암각화. 돌칼과 창, 돌도끼를 사용했던 그들의 변화들. 지금과는 다르게 배고프게 살아가는 사람들.   가끔, 이미지가 더해져 읽어가는 맛을 더할 수 있는 꽃다지에는 재미라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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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식기가 만들어졌으며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한 뼘 남짓한 길이에 끝은 두더지 입처럼 뾰족하고- 책의 내용 중에서 -

 

반구대. 울산 인근의 원시시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반구대 암각화. 돌칼과 창, 돌도끼를 사용했던 그들의 변화들. 지금과는 다르게 배고프게 살아가는 사람들.

 

가끔, 이미지가 더해져 읽어가는 맛을 더할 수 있는 꽃다지에는 재미라기보다는 우리가 모르고 살았던 선사시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새롭다. 여태까지 다뤄지지 않았던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러나 그렇기에 소설의 전개도 조금은 힘들게 느껴진다. 점점 더 힘들어진 이 삶에서 선사시대의 사람들은 어떻게 그 시기를 버텨낼 수 있었을까.

 

호랑이는 호랑이대로 살아가고, 사람은 사람대로 살아가는 선사시대 원시의 모습들. 지금과 같은 안전한 집이라고는 있을 수가 없었을 그 시대의 사람들은 어쩌면, 오늘날보다도 오히려 불편없이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 삶은 오늘날의 삶에서 조금은 팍팍해진 삶을 돌아보게 한다. 어쩌면, 선사시대의 사람들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초농경사회의 모습을 묘사한 이 책은 그래서 의미를 더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은 이렇게 이렇게 흘러간다는 사실은

 

나를 아프게도 하고 즐겁게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하지만, 꽃다지에서 퍼올린 마음의 정결함은 어쩌면 나를 새로운 인생으로 나아가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인생이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면, 나는 과연 그때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삶이란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삶이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가 어느 순간 맞이하게 되는 순간들에 긴장도 하고, 그러다가 어느 덧 어어어, 하면서 날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 새움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h******o 2022.01.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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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옛날, 문명이 꽃피우기 전 우리의 시작에 대한 상상
"머나먼 옛날, 문명이 꽃피우기 전 우리의 시작에 대한 상상" 내용보기
과거로 간다고 상상을 해보자. 경성시대만의 분위기는 동경하지만 일제 치하 상황을 겪고 싶지는 않다. 그럼 역시 제일 흔히 상상해 볼 수 있는 건 자료도 풍부한 조선시대일 것이다. 더 멀리 가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았다는 고려, 최고로 먼 과거를 생각해 봤자 신라의 화랑이 보고 싶다고 꿈꾸는 것 정도.   그런데 저자는 무려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소설을 썼다. 아직 글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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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간다고 상상을 해보자. 경성시대만의 분위기는 동경하지만 일제 치하 상황을 겪고 싶지는 않다. 그럼 역시 제일 흔히 상상해 볼 수 있는 건 자료도 풍부한 조선시대일 것이다. 더 멀리 가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았다는 고려, 최고로 먼 과거를 생각해 봤자 신라의 화랑이 보고 싶다고 꿈꾸는 것 정도.

 

그런데 저자는 무려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소설을 썼다. 아직 글도 없고 벼농사를 짓지도 않으며 움집 정도에서 살았던 그 시절에 상상력을 불어 넣은 것이다. 끽해봐야 그저 원주민의 형상만 떠올릴 뿐 야만적이었던 그때가 우리에게 실제 존재했던 역사로 와닿지도 않는데 말이다.

 

하지만 분명 이 땅에 아주 오래전 먼저 살아갔던 조상들의 삶이 있었다. 그 뚜렷한 증거로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있다. 7000년 전에 새끼를 등에 업은 고래, 작살이 꽂힌 고래를 그린 이 돌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경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이 암각화를 주목한다. 왜 돌에 이런 그림들을 새겼는지, 그 당시는 어떤 상황이었을지 치열한 상상 끝에 소설 '꽃다지'가 탄생했다.

 

그들의 이름은 지금과는 다르다. 매발톱, 개미취, 늑대귀와 같이 자신들의 눈에 보이는 무언가에서 따와 이름을 붙인다. 첫 얼음이 얼 때 새해를 맞이하고 새알을 땅에 묻으며 나이를 센다. 하지만 새가 부화하거나 다른 짐승들이 잡아먹어버려 정확한 새알의 개수를 세기 어려워지자, 칡으로 만든 가락지와 손발톱을 다 동원해 꽃물을 들이면서 나이를 센다.

 

그리고 으뜸과 버금, 당골레가 있다. 으뜸은 총체적인 일인자이고 버금은 이인자로서 실제 현장에서 사냥을 이끈다. 그리고 당골레는 무당으로 그 당시의 제사장이었다. 모두를 아우르고 보살피는 큰어미의 존재도 있다. 그 외의 남자들은 사냥에 투입되고, 여자들은 토기를 만들고 그물을 짜는 일들을 한다.

 

모든 역사 공부에서 가장 첫 파트에 설명되어 있었던 선사시대를 생생하게 살아있는 모습으로 그려냈다. 지금과는 너무나 달라 그저 흐릿한 상상 정도에 그쳤던 상황에 우리를 데려간다. 만약 환생이 있다면, 어쩌면 우리가 실제로 거쳐왔을지 모르는 과거로.

 

가장 놀라웠던 점은 그 당시에 사용되었을 법한 관용구가 소설 속에서 통용된다. 즉 작가가 그들의 말버릇과 습관까지 창조해 낸 것이다. 나이를 세기 위해 땅에다 얼음을 묻어 놓았던 어리석은 일화를 빗대어 '얼음 묻을 놈'과 같은 욕설을 사용하고, 매우 힘센 멧돼지와 반대로 힘없는 사슴에 비유해 '사슴 같은 놈' 역시 그들에게는 나쁜 말이다.

 

게다가 이러한 표현이 바로 옆에 있는 부족으로 가면 또 전혀 다른 뜻이 된다. 다른 무리와의 교류가 없었고, 공통적으로 통용된다는 생각이나 의미가 없던 그 시절에 볼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또 하나 감탄했던 것은 3인칭으로 진행되는 소설에서 작가의 표현과 생각 또한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움집에서 물이 떨어진 모양을 표현하는 데 동물이 사용된다. 처음엔 흙바닥에 다람쥐 정도의 모양을 만들었던 물이 점점 더 많이 새면서 너구리가 되고 늑대가 된다. 그 당시의 생각과 사상으로 서술해나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설 속 인물들이 성장하면서 우리 인류도 발전해간다. 고래를 영물로 여겨 그저 제를 올릴 뿐이었던 사람들이 배를 만들고 도구를 활용해 고래를 잡으러 바다로 나간다. 먹고살 만한 곳이 된 주인공들의 동네에 사람이 모이고 점점 더 세력이 커지게 된다. 그리고 매번 다음 으뜸이 정해지는 과정에서 피를 보고 혼란이 생기자, 장자 승계를 고민하게 된다. 또한 옆 부족에서 자신들과는 다르게 집을 짓고, 돌로 무덤을 만들며, 화장하는 모습을 보고 왔기 때문에 아마 한 세대가 지나면 또 달라질 것이다.

 

난생처음 동물 가죽을 몸에 둘러쓰고 맨발로 뛰어다니는 나를 상상해 봤다. 고래를 해체하는 모습을 보며 징그럽거나 야만적이라는 생각 대신, 올겨울은 음식 걱정 없이 따뜻하겠다고 생각했다. 동물적이었던 성개념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 오직 서로만을 사랑하고자 하는 그리매와 꽃다지를 보며, 이 당시만의 특이한 사랑도 꽤 낭만적이라고 느꼈다.

 

도구라곤 직접 깎고 조여서 만든 것들이 다이던 시절, 그 무시무시한 바다로 나가 싸워 이기며 고래를 잡았던 우리의 선조들이 있었기에 한반도의 역사는 더 단단하고 풍성하다. 그 덕분에 우리의 문학도 상상할 수 있는 범위가 더욱 무궁무진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w*********3 2022.01.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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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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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는 족장 하에게 어려운 문제였다. 물고기들은 창끝도 닿지 않는 물속 바위 틈새에 숨어버리고, 멧짐승도 더 깊은 골짜기로 빠져드니 먹을거리가 턱없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신불산 아애 큰별터 쪽으로 사냥을 나가면 허탕은 치지 않았으나, 행여 그쪽 사람들과 부딪혀 싸움이 벌어지는 날엔 무리 전체의 생명이 위태롱울 수 있었기에 ,사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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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는 족장 하에게 어려운 문제였다. 물고기들은 창끝도 닿지 않는 물속 바위 틈새에 숨어버리고, 멧짐승도 더 깊은 골짜기로 빠져드니 먹을거리가 턱없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신불산 아애 큰별터 쪽으로 사냥을 나가면 허탕은 치지 않았으나, 행여 그쪽 사람들과 부딪혀 싸움이 벌어지는 날엔 무리 전체의 생명이 위태롱울 수 있었기에 ,사슴 한 마리에 수십 명의 목숨을 거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36-)


"슬기로움은 꽃다지보다 못하고, 끈질김은 큰주먹보다 못하며, 부지런함은 얼레지보다 못합니다.
하는 허허허, 시로 오랜만에 웃었다.
"그렇다면 슬기로움은 큰 주먹보다 낫고, 부지런함은 꽃다지보다 나으며, 끈질김은 얼레지보다 나으냐?"
그리메도 웃었다. 둘이서 함께 웃는 건 처음이었다.
 "으뜸이 되고 싶지 않으냐?" (-87-)


갈의 수하들은 이 모든 것을 새 으뜸의 은덕으로 돌렸으며, 새 당골레 탁은 온 마음이 그를 칭송케 했다. 근데, 얼마 가지 않아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쥐들이 줄지어 어디론가 사라졌으며, 하늘에는 거센 밯람에도 꿈쩍 않는 부채꼴 모양의 비늘구름이 펼쳐졌다. (-138-)


멧돼지 살을 발라내 육포를 만들기에 바빴다. 다들 으뜸을 칭송하기 시작했으며, 그만큼 작의 헛기침 소리도 커져 갔다.
남은 건 올빼미눈 뿐이었집만, 그는 멧돼지 서른 마리에 해당하는 생구였다. 그들은 남은 멧돼지 다섯뿐이니, 나머지는 사슴으로 가져오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 (-247-)


들개코는 망설였다. 으뜸을 구할 것인가. 굶주린 마을의 배를 채울 것인가. 그는 후자를 택했다. 순간 그리매의 눈이 번뜩였다.밧줄 뭉텅이를 높이 든 채 뭃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매를 본 큰 주먹은 손으로 아랫도리를 가리켰다. 발 하나가 돌 사이에 끼어 있었다. 그리매는 있는 힘을 다해 큰주먹을 비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316-)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있었다.물이 들어올 때와 빠질 때, 암각화는 수면 위에 보여질 때도 있고,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때도 있다. 인간이 손으로 직접 그려낸 자연 그대로, 원시시대의 모습을 만들어낸 암각화는 7000년전,신석기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으며,  울산 인근의 원시 부족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바로 그 암각화에 새겨진 문양을 토대로 소설 <꽃다지>를 완성하게 된다. 들풀로 널리 알려진 꽃다지, 이 소설에서 주인공 그리매와 용맹한 여전사 얼레지와 함께 주인공 구도를 짜고 있었으며, 돌칼과 돌창, 돌도끼에 의존했던 그들이 생존을 위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서사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즉 이 소설은 지금과 다른 배고픔으로 이루어진 수렵 원시 시대를 느낄 수 있다.지금의 봄 여름 가을 겨울과 다른 그 당시, 겨울은 죽음의 계절에 해당되었다. 겨울잠을 자는 여러 야생동물들과 얼어붙은 깊은 바닷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바다생물들조차 끊어지게 되었고,인간의 삶은 기아로 인해 죽거나 생존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즉 이 소설에 등장하는 지혜로움과 슬기로움이란, 원시 부족의 배고픔,의식주를 해결한게 주목적이었다. 보족의 일원을 희생하더라도, 부족은 살아남아야 했다.부족장 으뜸과 으뜸 곁에 있는 당고레 탁이 해결할 문제였다. 타 경쟁 부족과 치열하게 싸우는 과정에서 무기를 개량하고, 사냥에 최적화된 남카로움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그 하나하나 안에서, 인류의 원시 식도락 문화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우리가 육고기를 건조해서 말려 먹는 것은 단순히 맛을 위한 음식이 아닌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최후의 방편이었다. 멧돼지를 잡고, 쥐를 잡고, 야생늑대를 잡아 그 자리에서 모두 먹는 것이 아닌, 일정량의 포를 뜨는 과정이 세밀하게 만들어 나가는 과정들이 그들이 삶에서 생존을 위한 특별한 식량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희생을 거쳤고, 어떻게 생존하기 위한 스킬을 완성하게 되었는지 하나하나 살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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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2022.01.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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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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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지 작가 구광렬 그림 이종봉 동물을 유난히 좋아해 일찍이 파타고니아에서 목동생활을 하고 싶었던 청년시절 멕시코로 건너갔다. 멕시코국립대학에서 중남미문학을 공부한뒤 멕시코 신문사 편집기자 멕시코국립대학교 연구교수를 거쳐 서울대 강사, 울산대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울산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림 이종봉 현대미술과 극사실표현의 시대적 흐름을 거쳐 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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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지

작가 구광렬 그림 이종봉
동물을 유난히 좋아해 일찍이 파타고니아에서 목동생활을 하고 싶었던 청년시절 멕시코로 건너갔다. 멕시코국립대학에서 중남미문학을 공부한뒤 멕시코 신문사 편집기자 멕시코국립대학교 연구교수를 거쳐 서울대 강사, 울산대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울산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림 이종봉

현대미술과 극사실표현의 시대적 흐름을 거쳐 비구니상으로 이어지는 그림 작업을 45년 가까이 하고 있다.

목차는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작가의 말은 맨 마지막에 위치해 있다.

전체적인 느낌
이 책의 첫 이름은 ‘반구대’였다고 한다. 7년 후 이종봉 화백의 삽화를 곁들인 수정판으로 꽃다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초반에는 가락바퀴와 뼈바늘이 나오고 후반부엔 참돌, 초기농경사회의 모습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신석기와 청동기 그 사이 즈음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반구대 암각화를 통해 지금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람으로서의 과거의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 풀어냈다.

반구대 암각화에 대핸 생각을 이렇게 오래 해본적은 처음이었다. 국사책 초반 역사 유적 파트에 한 줄로 적혀 있는‘반구대 암각화’ 마냥 외울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이야기로 풀어 날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특히 마을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화를 통해 과거에도 지금과 똑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살았고 그중에서 지혜로운 사람이 있고 강한사람이 있으며 약하고 버려지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동안 경시했던 선사시대 사람들이 궁금해졌고 알고 싶어졌다. 

으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가슴이다. 가슴 속 따뜻함은 눈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때가 지남에 따라 다른 이들의 가슴으로 파고든다. 그 가슴으로는 한 하늘의 무리도 이끌 수가 있다.

건강한 신체도 중요하지만 한 하늘을 다스리기 위해선 따뜻한 가슴, 가여이 여기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부분을 읽으니 역시 오래 기억되는 사람, 의지하고 존경하고 싶은 사람은 가슴 따뜻한 사람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무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그 한계는 없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두 손으로 불알 씻겨줬던 녀석이 저리도 멀리 있구나.
한 아이가 어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의지했던 그 시절, 연약하게 그지없던 그 시절을 지나 이제 대척점에 서있는 장성한 사내를 보고 어미가 느낀 스스러운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지치고 힘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또한 그렇다. 그럴 땐 잠시 책을 통해 다른 곳을 느껴보는것도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꽃다지를 읽는 내내 현대가 아닌 선사시대에서 잠시 살았으며 그곳의 생활과 사람들에 대해 느껴보았다. 책을 다 읽고 정신을 차리고 지금을 보니,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도 하가 있으며 갈,작,탁,큰주먹,그리매 그리고 꽃다지가 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v********5 2022.01.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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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꽃다지. 암각화를 통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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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꽃다지 / 구광렬장편소설 / ㈜새움   소설 “꽃다지”는 울산 태화강 지류인 대곡천 절벽에 그려진 반구대 암각화를 소재로 기원전 7000년경을 배경의 소설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오랜 포경의 역사가 기록된 반구대 암각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작가는 인류 최초의 고래잡이 기록으로 주목받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 호랑이, 사슴, 멧돼지, 인물상 등 총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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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꽃다지 / 구광렬장편소설 / 새움

 

소설 꽃다지는 울산 태화강 지류인 대곡천 절벽에 그려진 반구대 암각화를 소재로 기원전 7000년경을 배경의 소설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오랜 포경의 역사가 기록된 반구대 암각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작가는 인류 최초의 고래잡이 기록으로 주목받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 호랑이, 사슴, 멧돼지, 인물상 등 총 300여 점에서 이끌어낸 상상력으로 신석기 후기에서 청동기 초기에 이르는 사람들의 삶과 생활상을 철저한 고증작업을 거쳐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절벽에 새겨진 낙서 같은 그림을 통해 인류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렇다고 역사만을 나열한 소설은 아니다.

사랑이 있고, 애절함이 있고, 애증과 삶에 대한 지혜와 용기가 있는 소설이다.

그리매가 벽에 그림을 새기기 위해 도구의 변화하는 모습역시 역사의 흐름이 있다.

 

꽃다지라는 큰어머니로 불리게 된 소녀의 사랑과 성장과정을 그 시대에 맞게 그려넣었다.

꽃다지와 그녀를 사랑하는 그리매, 그리고 큰주먹.

영물이라 여기던 고래를 먹게되고, 그렇게 되기 까지의 과정

그 시대에 있었던 권력에 대한 욕심. 사랑를 표현하는 방식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역할과 성장하는 모습들.

 

시간이 흘러 인류 문명이 발전하는 것, 그속에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기록하는 일, 그 기록을 통해 인류문명에 대해 확인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비하다. 그리고 미래를 위한 기록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도서내용

 

큰어울림가람 부족의 부족장 으뜸은 마을의 여인을 마음대로 취할 수 있고, 사냥을 하지 않고도 가장 좋은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절대권력자이다. 으뜸의 첫째 부인은 마을의 큰어미로 권위와 지혜가 있다. 당골레라는 제사장이 등장한다. 부족의 으뜸이 나이를 먹게 되자 주변에 힘있는 다른 이들의 계략속에서 권력은 이동하게 된다.

 

으뜸의 큰아들 큰주먹은 용맹한 전사지만 지혜가 부족하고, 둘째 그리매는 약하나 지혜가 있고, 따뜻한 가슴이 있으며 벽에 그림을 그리는 일을 좋아한다.

그사이에 많은 남자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미모의 여성 꽃다지가 등장한다.

 

그리매는 마을에서 일어난 많은 일들을 벽에 새긴다. 거대한 고래모습과 조각배, 호랑이 그리고 꽃다지와 자신의 모습까지 벽에 새긴다.

 

가뭄과 추위등으로 영물로 여기던 고래를 사냥하게 되면서, 고래를 사냥해야만 하는 상황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 점점 커져가는 부족의 영역들.

그들을 이끌어 가는 큰주먹과 그리매, 그리고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고.

꽃다지는 그리매만을 사랑하지만 결국 마을의 큰어미역할을 받아들이고 큰어미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

 

큰주먹과 그리매, 그리고 주변인물들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속에서 역사가 있다. 사냥만으로 식량을 하던 시대에서 곡식을 키우고, 사슴과 물고기를 키우게 되고, 동물의 뼈를 이용하여 바늘을 만들어 바느질을 하게 되면서 의복이 발전하고, 조각배가 점점 발전하는 모습들도 보여진다.

 

도서 내용 중

 

p19. 있는 것이 없는 것으로 되진 않아. 네가 곱돌로 사슴을 바위에다 그리몀 곱돌은 닳아 없어지지만, 바위 위에 그림이 남게 되지.

 

p69. 이런 얼음을 묻을…… 어찌 그리도 사슴 같소? 얼 그 사람, 하는 말 가운데 맞는 게 뭐가 있소? 고래만 해도 그렇소. 그해 추위는 도무지 머리 내밀고 처음이었소. 그것의 살점을 뜯지 않았더라면 마을은 굶주림과 추위에 쉬 죽어갔을 것이오. 괘도 그렇지. 내 참, 당골레라는 게 뭐 맞히는 게 있어야지. 고래의 살점을 먹지 않은 이, 그 누구요? 나도 먹었소. 그것도 아주 맛있는 염통과 가슴살을. 그쪽도 먹었을 것 아니오……. 얼의 말이 맞다 하면 지금쯤 우린 조개무지 아래 썩어 문드러져 있어야 할 것 아니오. 하긴…… 으뜸만이 그렇게 될 수도 있는 일이긴 하지만

 

p330. 여태까지 마을이 어지러웠던 건 서로 으뜸이 되겠다고 다투었기 때문이다. 다음을 둬라. 네 새끼들 중 큰놈의 이마에만 검댕을 먹여라. 마을의 사내 계집들은 다른 마을의 사내 계집과 붙어야 한다. 그래야 튼실한 새끼들이 나온다. 모두 얼 어른의 뜻이다.

 

p347. 그로부터 수천 년이 흐르고 밤이 가장 긴 날, 거북뜸 사람들은 맷되지 피 대신 팥죽을 끓였으며, 새알대신 자신의 나이만큼 찹쌀 알을 건져 먹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꽃다지#반구대암각화#한국소설#구광렬

k*****0 2022.01.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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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를 소재로 한 흡입력 강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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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가장 오랜 포경의 역사가 기록된 반구대 암각화. 인류사적인 가치가 엄청나지만, 현재 심각한 훼손 단계에 있지요. 1971년 처음 발견 당시에는 300여 가지의 그림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지금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그림은 2~30여 가지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이 반구대 암각화를 소재로 한 소설이라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게 되었어요. 저는 책을 읽을 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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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가장 오랜 포경의 역사가 기록된 반구대 암각화.

인류사적인 가치가 엄청나지만, 현재 심각한 훼손 단계에 있지요.

1971년 처음 발견 당시에는 300여 가지의 그림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지금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그림은 2~30여 가지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이 반구대 암각화를 소재로 한 소설이라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게 되었어요.

저는 책을 읽을 때 저자의 경력을 살펴보는 편인데, 이 책을 쓰신 구광렬 님이 중남미 문학을 강의하시는 분이라 책 내용이 어떨까 의심도 좀 했었어요. 중남미 특유의 발랄한 허풍(?)이 담긴 소설이라면 좀 실망스러울텐데 하고.

 

그런데, 두세 장 읽어가며 놀라운 흡입력에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답니다.

막연히 시인의 감수성과 소설가의 필력은 좀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서사를 쓰시는 분이라니! 작가의 다른 책들을 찾아 읽어보고자 한답니다.ㅎㅎ

 

 이 소설은 7000년 전 태화강 유역에 자리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합니다. 신석기에서 청동기로 넘어가는 때네요. 이 마을 사람들은 바다에 자주 출몰하는 고래를 신성시했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마을의 으뜸(족장)은 절대권력을 가졌으며, 으뜸의 첫부인은 마을의 큰어미로서 또다른 권위와 지혜를 지녔습니다. 당골레(제사장)가 있었지만, 으뜸의 하수인이었고요. 으뜸은 마을의 여인을 마음대로 가질 수 있고, 다들 굶주릴 때 사냥하지 않고도 가장 좋은 고기를 먹었습니다.

 

마을의 으뜸(족장)이 늙어가자 버금(부족장)이 계략을 써서 으뜸 자리를 빼앗습니다. 한 번 계략에 의해 빼앗은 자리는 또 그렇게 빼앗길 수 있는 법, 조금이라도 힘있는 사람들 간에 권력을 향한 치열한 다툼이 이어집니다. 

 

소설의 중심인물인 그리매는 으뜸의 아들이었지만, 그런 권력 다툼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벽화를 그리고 화살촉을 만드는 이로 살아갑니다. 그리매의 이복 형인 큰주먹은 근육만 큰 고대의 전사로 으뜸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을 받는 꽃다지는 미모가 뛰어나 제 의지대로 살기가 힘든 소녀였습니다. 

 

벼농사를 짓기 전 고대의 삶은 언제나 힘들었을 거 같습니다. 먹을 것이 풍부할 때는 모두 잘 먹다가, 겨울이 되면 약하고 힘없는 이부터 굶어죽고 맞아죽고 했겠지요. 먹을 입이 늘어나면, 이웃 부족의 사냥터를 빼앗고 곡식을 훔쳐와야 했을테고요. 가뭄으로 이웃 부족을 받아들이게 된 부족은 부족한 식량을 구하려고 고래를 사냥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독자가 어느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책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인간의 보호 본능, 권력욕, 희생 정신에 집중할 수도, 여러 사랑의 모습에 집중할 수도, 선사 시대 삶의 모습에 집중해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선사 시대의 삶에 관심이 많아 간간히 인터넷 검색해 보며 읽곤 했습니다.

 

7000년 전이 인류의 삶에서 큰 변화가 있었던 시기라고 합니다. 청동기가 쓰인 것 외에도 곡식을 키우고, 가축을 기르게 되지요. 책에서는 이러한 생산의 변화를 일으키는 사건들이 하나둘 등장합니다. 소설에 묘사되는 고대인의 삶의 양식, 가락바퀴와 동물뼈 바늘을 이용한 바느질, 조개무지 무덤, 조각배 만드는 법 등이 얼마나 생생한지요!

 

소설에서 그리매는 삶의 순간 순간 만났던 호랑이, 고래, 고래를 잡기 위해 만든 조각배, 그리고 꽃다지와 자신을 벽에 새깁니다. 그 그림들은 반구대 암각화에 그려져 있는 것들의 멋진 설명이 됩니다. 암각화에 그려진 소재를 이야기 속에 정말 잘 녹여 내어서 놀라울 따름입니다. 작가는 암각화의 판화 기법이 변화한 것까지 이야기 속에 담았습니다. 

 

 

꼼꼼한 자료 조사와 역사 연구를 토대로, 촘촘하게 짜여진 이야기에 감탄하며 폭 빠져 읽었어요.

7000년 전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사용한 예스러운 단어들, 그 당시 사람들이 가졌으리라 생각되는 날것 그대로의 감정과 지혜, 믿음에 대한 생각들.. 읽고 나서도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

 

 

성적인 표현, 폭력적인 표현이 불편할 수도 있어서 중등 이상의 학생과, 역사에 관심 있는 성인에게 권합니다. 역사 소설 좋아하는 독자라면 매우 즐겁게 읽을 거라 생각합니다!^^

 

 

 

 

#한국소설 #꽃다지 #반구대암각화 #포경 #구광렬 #새움출판사

 

c*******r 2022.01.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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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꽃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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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지 구광렬님의 대서사시 한국소설로 풀어간다. 신성하게 여겨 고래잡이를 금기시 하던 큰어울림가람(태화강) 부족을 중심으로, 으뜸 자리를 놓고 벌이는 치열한 권력다툼이다. 이뤄질 듯 이뤄지지 못하는 애절한 사랑, 마을 사람들의 생존을 둘러싼 갈등과 협력, 혹독한 환경에 맞서 삶을 헤쳐나가는 이들의 지혜와 용기가 실감 나게 전개된다.반구대 암각화 이야기 인류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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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지 구광렬님의 대서사시 한국소설로 풀어간다. 신성하게 여겨 고래잡이를 금기시 하던 큰어울림가람(태화강) 부족을 중심으로, 으뜸 자리를 놓고 벌이는 치열한 권력다툼이다. 이뤄질 듯 이뤄지지 못하는 애절한 사랑, 마을 사람들의 생존을 둘러싼 갈등과 협력, 혹독한 환경에 맞서 삶을 헤쳐나가는 이들의 지혜와 용기가 실감 나게 전개된다.반구대 암각화 이야기 인류 최초의 포경에 관한 기록을 담은 대서사시 소설로 태어나다.

 

 

혹독한 환경에 맞서 삶을 헤쳐나가는 이들의 지혜와 용기가 실감 나게 펼쳐진다. 가혹한 처지에서도 암각화 제작에 열정과 예술혼을 불태우고, 더 넓은 삶의 지평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은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한국소설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부족 사람들의 삶에서 배신과 음모, 증오와 아픔보다는 공존과 지혜, 용서와 온기가 더 가깝게 다가오는 것은 생존과 경쟁보다는 상생과 협력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애쓴 작가의 의도가 이 책에서 담고있다.

 

 

울산 태화강 지류인 대곡천 절벽에 그려진 반구대 암각화를 보면서 저자의 소설이 떠올랐다.그때의 삶의 모습은 부와 귀 보다는 생존에 관한 뜨거운 열정이 이 소설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한국소설 꽃다지 족장의 세습을 위한 과정과 이에 대항하는 자들의 반란,긴장과 갈등의 부족들과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사이에 꽃다지가 있었다.그러나 꽃다지는 누구의 소유도 아닌 마을의 큰어미로 태어나고 반란의 과정에서 살아남는다.

 

 

한국소설 꽃다지 큰주먹은 마을의 으뜸이되고 큰어울림가람 부족의 영역이 넓어지고 마을은 식량의 부족으로 인해 힘들어진다.큰주먹은 그리매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고 그리매는 고심하고 연구하던 고래잡이를 제안하게 된다.꽃다지와 큰주먹 그리매를 중심으로 소설은 진행된다.7000년 전의 과거로 돌아간 우리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꽃다지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s********k 2022.01.0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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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에 깃든 이야기가 살아나다 / 꽃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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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어떻게, 왜' 저토록 수천년을 견뎌온 깊은 새김을 남겨놓았을까.  울산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선사시대 암각화 유적이다. 사람의 전신, 얼굴, 바다와 육지이 생물, 수렵이나 어로와 관련되 도구, 당시 인간들의 생활상 등 300여 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특히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고래를 사냥하는 매우 사실적인 그림은 약 7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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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어떻게, 왜' 저토록 수천년을 견뎌온 깊은 새김을 남겨놓았을까. 

울산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선사시대 암각화 유적이다. 사람의 전신, 얼굴, 바다와 육지이 생물, 수렵이나 어로와 관련되 도구, 당시 인간들의 생활상 등 300여 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특히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고래를 사냥하는 매우 사실적인 그림은 약 7000년 전 신석기시대에 제작된 것으로서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포경에 대한 기록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거북 한 마리가 넙죽 엎드린 형상을 하고 있는 곳, 바로 반구대(盤龜臺)에 오랜 시간 녹아 있던 이야기. 구광렬의 <꽃다지>는 문명의 여명기에 살았던 멀디 먼 우리 선조들의 삶을 표현했다. 반구대의 흐릿하던 그림이 <꽃다지>에 의해 모습을 드러내며 되살아난다.

태화강 부족과 신석기 시대 반구대 암각화의 탄생이 우리의 기억에 살아있듯 느껴진다. 권력 투쟁과 사랑, 주변 부족과의 경쟁과 공존 등 신석기 시대 한 부족의 모든 것이 <꽃다지>에 들어있다. 부족의 우두머리인 '으뜸'과 모계사회를 지탱하는 '큰어미'의 부족의 연명을 위한 고뇌와 결단이 생생하다. 이들 주변의 '버금', '마름', 당골레', '알리미'와 같은 부족의 권위 체계도 흥미롭다. '으뜸'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알리미'가 역으로 마을의 여론을 으뜸에게 전한다는 설정도 눈길을 끈다.


 

으뜸 하의 아들 큰주먹과 그리매가 보여주는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현대 정치에도 유효한 것으로 읽힌다. 부족의 생존을 위해 '큰어미'가 짊어져야하는 무게역시 고스란히 느껴진다. 사냥을 잘하고, 강한 힘을 가졌지만 지혜와 덕이 모자라는 큰주먹, 슬기롭고 덕망이 있지만 백성을 먹일 근력이 부족한 그리매,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부족을 위해 인내하는 꽃다지 등 세 주인공의 삶이 낯설지 않다.

"으뜸이 되기 위해서는 몸, 머리, 가슴...... 모두가 튼실해야 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슴이다.
가슴 속 따뜻함은 눈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때가 지남에 따라 다른 이들의 가슴으로 파고 든다.
어차피 몸, 머리, 가슴이 모두 튼실한 이가 없다면
가슴이 따뜻한 이가 으뜸이 돼야 한다.
그 가슴으로는 한 하늘의 무리도 이끌 수가 있다."

-'큰어미' 매발톱이 전하는 이야기

으뜸 하는 후계자를 정하기 위해 두 아들에게 묻는다. '으뜸은 뭣 하는 사람인가'. 두 아들의 대답은 상이하다. "온 마을을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어깨에 메고 갑니다. 슬기로움, 끈질김, 부지런함으로 온 마을을 이끌어야 합니다"라는 그리매의 대답, 그리고 "사냥하지 않고 사슴의 생간을 먹고, 낚시 않고 새눈치를 구워 먹는 사람"이라는 큰주먹의 말.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어느 쪽이 진정한 지도자상인지 분간이 가능하다.

'끄트머리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한 답역시 생경하지 않다. 끄트머리는 우두머리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쓰였다. 질문에 머뭇거리던 힘을 상징하는 후보자는 "도마뱀 꼬리 같은 것"이라 말한다. 우두머리가 살기 위해 도망칠 때 버리고 가는 것이 '끄트머리', 즉 국민이란다. 특히 대선을 앞둔 지금 시점에서 더욱 끔찍하게 들리는 신석기 시대의 답이다. 누군가가 떠올라 섬뜩한 느낌마저 준다.


 

"오메, 세오디 서노바살." 용서를 구하는 이 소리는 '큰얼' 가운데 '큰얼'인 고래를 향한 기도다. <꽃다지>는 고래사냥에 얽힌 이야기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굶주린 마을을 먹여 살릴 희망인 고래를 향한 경외와 이해, 그리고 사냥에 대한 기록-암각화-을 남기는 과정을 세세히 그려내고 있다. 저자가 소개한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장은 반구대 암각화가 세계적인 문화 유산인 이유로 "인류 최초의 포경에 관한 기록일 뿐 아니라 그 연대까지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꼽았다고 한다.

<꽃다지>의 작가는 반구대 암각화를 두고 "그림이 아니다"고 했다. "가슴에 새겼기에 순전히 그리움"이라고 강조했다. "진정 그리움이란 그렇게 연필로 종이에 그리는 게 아니라, 원시의 돌로 가슴에 새김"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리뷰어스 클럽 소개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h***m 2021.12.3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머언 옛날 이 땅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머언 옛날 이 땅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내용보기
우연히 서평단 모집글에서 반구대암각화이야기라는 것에 혹해서 신청했다. 어려서부터 시골 고향을 떠나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나는 마흔을 넘기면서 고향을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동네에는 드러내지 못한 동네 역사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경험과 기억을 가진 어른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이야기를 모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고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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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서평단 모집글에서 반구대암각화이야기라는 것에 혹해서 신청했다.

어려서부터 시골 고향을 떠나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나는 마흔을 넘기면서 고향을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동네에는 드러내지 못한 동네 역사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경험과 기억을 가진 어른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이야기를 모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고민하던 중이다.

그런데 반구대 암각화를 소재로 그 지역 조상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하니 엄청 기대하면서 읽었다. 진실로 궁금하고 읽고 싶었다. 우선 등장인물의 이름 설정부터 마음에 와 닿는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그리매, 힘도 세고 사냥도 잘하는 큰주먹, 욕심많은 갈, 눈치로 살아가는 작, 차가운 정의로움을 가졌지만 따듯한 감성으로 사람을 끌어안는 지혜로운 큰어미 매발톱, 등등의 인물설정이 신기하다. 처음에는 이름이 너무 많고, 이름이 상황설명과 겹쳐지는 듯 혼동스러울 때가 있었지만 다 읽고 난 뒤 소감은 작가가 이름설정에 많은 고민을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부족의 우두머리, 으뜸이라는 자리를 두고, 마을 사람들의 먹거리 제공과 잔혹한 계절변화를 견디며, 서로의 인간관계를 풀어가는 이야기이다. 으뜸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부족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바위새김이로 살아가는 그리매, 하지만 그리매는 그 어떤 순간보다 바위에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또 다른 으뜸의 아들, 큰 주먹, 육손으로 힘도 세고 사냥도 잘하지만 으뜸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여 권력의 쟁탈 속에서 아버지를 잃고 외톨이가 되어 죽임의 대상이 된다. 유약하다고 늘 미워하던 이복형제 그리매에게 도움을 받아 생명을 되찾고 함께 힘을 합치게 되고, 큰어미 매발톱의 도움으로 부족장의 자리에 앉는다. 그리매와 큰 주먹 모두 꽃다지를 좋아하게 되고, 꽃다지는 그리매를 좋아하지만, 큰어미 역할을 수행하면서 한 남자의 여인으로만 살 수 없음을 받아들이면서, 가까이 있지만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두고 그리워하는 그리매와 꽃다지의 사랑이야기이기도 한다.  결국 꽃다지는 큰어미로서 큰주먹을 도와 부족의 살림살이를 키워 삶을 풍요롭게 하고, 그리매의 지혜로 고래를 잡아 힘겨운 겨울 살이는 잘 이겨나가는 우리 땅 조상들의 이야기이었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없을 때의 부모자식 관계, 권력이 한 사람에게 독점되지 않던 시절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리더의 자질과 역할, 위기와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사람들의 협력, 마을과 마을의 갈등과 협력 등등, 심지어는 마을끼리 서로 비유하고 중시하는 차이에서 오는 언어사용의 차이 등도 언급되며 깨알같은 재미가 여러가지 숨어있다. 

큰어미 매발톱과 꽃다지가 부족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을 이어가고, 으뜸인 하, 갈, 큰주먹 등이 공동체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고, 창잡이, 바위새김이 등등의 자기 역할을 수행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매우 다정하게 보인다. 그속에서도 서로 주고받는 절제된 마음의 표현들이 특히 감동적이다.

"하나가 멀리 있는 하나를 바라보는 형상이었다. 하지만 멀리 있는 하나는 가까이 있는 또 다른 하나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리움이란 그처럼 멀리 있는 것을 가까이 두는 일임을 깨달았다." 346

"큰 어미는 ... 마을의 어미다. .... 큰 어미도 계집이지만.... 사내들을 위한  . . .  더더욱 한 사내만을 위한 ..... 계집은 아니다" 295

으뜸은 뭣하는 사람이냐?

으뜸은 마을의 우두머리입니다.

우두머리는 뭣하는 사람이냐?      

우두머리는 온 마을을 머리에 이고, 등에지고, 어깨에 메고 갑니다.

머리에 이는 건 뭣이며, 등에지는 것 뭣이며, 어깨에 메는 건 뭣이냐?

슬기로움, 끈질김, 부지런함이 아닐까 합니다. 84~85

그렇게 (뱀의 똬리) 둥글어지면 사람또한 뉘 우두머리인지, 뉘 끄트머리인지 알수가 없을 터, 크게 잘 어울림이란 그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아니오, 크트머리는) 머리를 보살피기 위함이오, 들개 고라니 두루미 모두 머리를 지키기 위해 뒷다리와 꽁지를 씁니다. 모든게 머리를 위해 있소

네말도 맞다. 하지만 꼬리, 꽁지, 뒷다리가 차고 시릴때는 머리로 녹여줘야만 한다. 뒷다리, 꼬리, 꽁지. . . 그 가운데 하나라도 아프면 머리 또한 아프다 . 100 

위와 같은 문장들에게 생각할수 있는 많은 교훈들, 감상들을 모두 기록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사람들, 자연 현상들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지혜를 터득하고, 그 지혜로 삶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며, 후세대에게 역할에 맞게 잘 일깨워가며 그 지역, 그 마을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설을 통해 느낀다.

다만 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넘어가는, 수렵채집의 시기에서 농경, 가축의 시대로 넘어가는 격동의 세월을 매우 담담하게 설명한다. 석기 도구로 사냥하고 바위그림 그리는 과정이 청동 도구로 바뀔 때의 경이로움이 아주 담담하게 표현되었다. 나의 기대에 비해 너무나 단순하게 서술되어서인지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한편 일상을 살아가는 당시 사람들에게는 편안한 변화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작가의 의도였나 싶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인공은 그리매인데 제목은 꽃다지여서 조금 신기하고 어색하다. 작가가 왜 그렇게 설정했는지 모르지만, 바위그림은 보이지 않는 큰 얼들을 찾아서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하는 사람이라는 매발톱의 말처럼 그리매의 바위그림을 이어가는 동력은 꽃다지에 대한 그리움이 그 힘이었기에 제목을 그리했나 생각해본다.

지역의 작은 한 단서로 이렇게 재미난 서사를 만들어낸 작가의 상상력 덕분에 나는 재미난 독서를 경험했다.   동시에 이 땅에 살았던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에 상상을 해 보는 시간은 추운 겨울 나를 따뜻하게 해주고, 자연속 동물과 사투를 벌이며 살아가는 그들에 비해 지금의 시기를 살게 된 내 운명에 감사하게 한다.

 

서평단 도서지원을 받아 읽고 리뷰를 씁니다.   

y*****5 2022.01.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