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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나도 장서가이자 애서가일 것이다. 지금의 집을 산 가장 큰 이유도 소장하고 있는 책들에게 충분한 공간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고, 이 집을 산 지 8년여가 지난 지금 좀더 큰 집을 알아보는 이유도 그 사이 늘어난 책들 때문이다. 책이 많다고 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그 많은 돈이 아깝지 않냐?" 아니면 "남편이 그 일을 허락하냐?"는 것이다. 두 질문 모두 처음엔 어이가 없었다. 우선, 일년 365일 매일 하루에 한 권씩 책을 구입한다 해도 대개의 경우는 명품백 하나 가격보다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는 소위 말하는 명품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 그 흔한 명품백 하나 구입해 본 적이 없다. 따라서 책 구입을 '사치'처럼 말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후자의 질문이라면 더욱 그렇다. 책 사는 것까지 일일이 배우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면, 그런 결혼생활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뭘까? 애초에 그런 결혼이라면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 돈을 내가 쓸 자유 정도는 가지고 산다. 아무튼 이런 황당한 질문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 만큼 내공도 쌓이고 맷집도 단련 되었지만, 책에 대한 생각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건 여전히 피곤하고 맥 빠지는 일이라, 책을 좋아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만큼 더욱 반갑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그런 사람들을 만날 확률은 생각보다 적기 때문에(우리는 사회에서 소수자다) 소셜미디어에서 주로 책과 관련된 사람들이나 단체를 팔로우한다. 그렇게 책과 연결되어 있다는 게 나름 위로가 된다. 나에게는 그게 일종의 '사회안전망'인 셈이다.
'재영책수선'은 그렇게 알게 됐다. 어느날 트위터 피드에 올라온 글을 읽었는데, 그게 할머니의 일기장을 의뢰한 의뢰인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 사연과 그 일기장을 수선내지는 복원하는 과정들을 보면서 흥미가 갔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만큼, 그들이 책을 사랑하는 방법 역시 다양할 텐데, '책 수선'은 그중에서도 가장 지극하고 궁극의 사랑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빈티지북들이나 열쇠에 잠긴 채 진열장에 들어가 있는 오래되고 비싼 책들도 구입하지만(결혼기념일이나 생일 등등에 그 날을 기념하는 의미로), 그렇게 수집하는 책들은 일정 정도는 소장과 더불어 투자의 목적도 있다. 지금 이 책을 소장함으로써 해서 얻을 수 있는 가치와 이 책이 나중에 가지게 될 가치를 감안한달까. 그러니까 아주 순수한 의미의 책 사랑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물론 온전히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몇 달씩 발품을 팔아 절판된 책을 구입하기도 하지만, 그 역시 책에 대한 순전한 사랑이 100%라기보다는 일정 정도의 소유욕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재영책수선'에 책을 맡긴 사람들은 오롯이 '그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 책'과 의뢰인 사이의 추억이나 의미 때문에, '그 책'은 결코 다른 책으로 대체될 수 없다. 설사 그 책이 수천 권 출간되었고, 시중에서 여전히 출간됐을 때의 가격내지는 그보다 훨씬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고 해도 말이다. 순전히 돈을 기준으로 하고 보자면 말이 안 되는 일을 서슴 없이 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사연이 책 안 가득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의뢰인들과 그들의 책을 수선한 사연이 책 안에 함께 한다. 시종 일관 훈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되는 이유다.
이 책은 하드커버로 만들었지만, 더스트 커버가 없다. 더스트 커버가 없으니 흔히 '책날개'라고 부르는 것도 없는데, 대신 하드커버의 안쪽에 명함을 넣었다. 표지의 색깔과 동일한 노란빛의 명함이 '책 수선가'가 하는 일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저자의 아이디어였는지 편집자의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책 수선가'의 정체성이자 이 책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내 직업은 책 수선가다'라는 선언으로 시작되는 프롤로그에서도 이 일에 대한 저자의 자부심이 드러난다.
책수선에 사용하는 접착제의 성분이 건강에 해롭지만 않다면, 이 일을 해보고 싶을 만큼 '책 수선'이라는 일은 매우 매력적이다. 미대 대학원생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갔던 저자는 '북아트'를 잘 공부해보기 위한 일환으로 대학 도서관에서 책 수선을 하게 되는데(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그렇게 3년 6개월간 하던 일이 결국 업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책을 수선('수선'이란 말은 '복원'이란 말보다 친근해서 좋다)하면서, 의뢰인들의 '유일한 그 책'의 생명을 연장해주는 일을 한다. 그것은 책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일이자,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을 오래도록 유지해주는 일이라는 점에서, 매우 행복하고 가치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재영책수선'이 만든 책이기도 하지만, 저자에게 본인들의 소중한 책을 맡겨준 115명의 의뢰인과의 합작품이기도 한 셈이다. 거기에 지지와 사랑을 아낌없이 준 저자의 가족들까지 합하면, 이 책이 얼마나 따뜻하고 훈훈한 책일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 내용만큼이나 튼튼하고 짱짱한 만듦새까지도 참 마음에 드는, 어여쁜 노란 책이다. 심지어 훼손된 종이가 복원된 후를 보여주는 표지까지도 마크 로스코의 작품처럼 멋지다. 여러모로 많이 공들인 책이라, 어떤 의미에서건 소장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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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영 책수선의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은 재영 책수선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가 다른 이들에게 있어서는 그저 한 권의 책일 뿐이지만 의뢰인들에게 있어서 만큼은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책들의 파손된 부분을 다시 메워주면서 듣게 된 그들의 세월에 관한 이야기이자, 각 도서에 대한 수선 과정이 담긴 책입니다. 올해 읽은 124권의 책들 중에서 종이책은 8권에 불과할 정도로 헤비한 전자책 유저인 데다가, 그 몇 권 안되는 종이책을 읽을 때에도 줄 하나 치지 않을 정도로 책이 망가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제 입장에서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속 이야기가 결코 평범하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 책을 펼치고 보니 이 모든 것들이 정말 실화가 맞는 것인지 의심부터 들 만큼 그야말로 놀라운 이야기 및 수선 과정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 같은데요.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책에 실지 못한 이야기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고 하니 하루빨리 이 책의 후속편 또한 기획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 작가님이 했던 책 수선 사연이 하나하나 반짝반짝 갈고 닦여 고스란히 책에 담겼습니다. 책에서 시작하지만 결국은 그 책에 담긴 기억에 대한 얘기로 이어지지요. 참 소중한 기억들이라는 걸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의 기억을 이렇게 소중하게 다뤄주는 분이라면 정말 안심하고 내 소중한 책을 맡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게는 수선할 책이 있나 곰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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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트위터에서 보고 바로 구입하게 된 책이다. 책 수선가라니. 가방도 아니고 구두도 아니고 책을? 이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장서가이자 애서가인 사람들은 굳이 수선까지는 아니어도 헌책방에서 어렵게 구한 책들을 잘 닦아내고 구겨진 부분이나 접혀 있는 페이지들을 하나 하나 다듬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물리적 상품 이상의 존재인 책들을 하나 하나 수선해서 그들의 경험과 기억을 소중히 간직할 수 있게 하는 저자의 경험담이 무척 흥미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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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함. 비교적 생소한 영역의 업무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는 신선함이 책장 곳곳에 가득하다. ‘책 수선’이라는, 어쩌면 생소한 영역 속에서 마주하는 과정 및 도구들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따스함. ‘수선’ 혹은 ‘복원’이란 단어가 갖는 특유의 따뜻함이 모든 챕터와 사연 구석구석 스며있다.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전해지는 따스함 덕분에 수선 과정을 지켜보는 여정이 내내 훈훈하다.
질문. 신선함과 따스함이 독서 과정에서 전해지는 이 책의 매력이었다면, ‘질문’은 독서 과정의 끝에서 찾아오는 이 책의 또 한 가지 매력이다. ‘책 수선을 맡기고 싶은 책이 나에게는 있는가?’ ‘그 책에 얽힌 나의 사연 및 추억은 무엇인가(혹은 무엇이었던가)?’ 비록 이 한 권의 책을 읽는 여정은 끝이 났지만, 책이 남기는 굵직한 질문 덕에 내 주변 책들을 다시금 들여다보는 매력적인 여정이 새롭게 시작되는 셈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선정한 이 책의 매력이 상기 세 가지일 뿐,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은 다양한 매력으로 가득한 책이라 비친다. 가볍고 경쾌한 문체와 표지 디자인, 비포/애프터를 비롯해 수선 과정에 디테일을 더하는 다양한 사진 기록들, 언제 어디서든 읽고 덮고를 반복할 수 있는 단락 구성 등. 다양한 매력이 가득한 책이니 만큼, 독자 저마다에 따라 건져 올리는 책의 매력이 조금씩 다를 뿐, 종국에는 저마다 각자의 이유로 이 책에 매료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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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다른 사람의 서평을 보고 끌려서 구매한 책이다. 표지부터가 특이하다. 노란색 바탕에 상하 두 개의 흰색 모양. 아마도 위쪽은 수선 전의 상태를, 아래쪽은 수선 후의 상태를 의미하고자 한 것 같다. 그건 작가의 의도였는지 아니면 편집자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심플한 그 표현만으로도 책의 내용을 잘 나타낸 것 같다.
이 책은 배재영이라는 책 수선가의 수선기록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을 알기 전에 이 분에 대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었으며 SNS를 본 적도 없었고, 책수선이라는 직업이 있는줄도 몰랐다. 참으로 흥미로웠다. 책을 수선해서 본다니. 어떤 책들이기에.
이 책에 담긴 기록들은 비싼 고서나 중요한 책이 아닌, 대부분은 추억 혹은 의미가 담겨진 것들이다.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수선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그건 단지 비용으로만 따질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책 뿐만 아니라 종이로 된 것은 무엇이든 수선할 수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이 책에 담긴 내용 중에 결혼앨범을 수선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밖에도 많은 사연들이 '아, 그래서 책 수선을 했구나'라는 공감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수선 전후의 사진들이 함께 있어서 글로만 보는 것보다 이해를 돕는다. 대부분은 원래의 모습과 달라진 것들이 많지만 복원이 아닌 수선이기에 실용성도 고려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한 작업들은 의뢰인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니 의뢰인도 충분히 납득하고 만족하지 않았을까 싶다.
책수선가라는 직업이 낯설지만 외국에서는 전공도 있는 것 같다. 저자도 미국에서 수 년간 책수선을 공부하고 일했고, 국내에 와서도 도서관에서 전문적으로 책수선을 해왔다고 한다. 그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개인사업을 하고 있지만 과연 사업이 잘 될까 궁금하긴 하다. 하지만 저자의 얘기론 걱정할만큼은 아니라고 하니 더 많은 이들에게 책 수선을 해 주었으면 한다. 그럼 다음번 책에서 또 다른 책 수선 이야기를 만날 수 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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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수선가라는 직업이 세상에 존재하고, 망가짐의 정도는 다 다르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서 소중한 책을 되살리려는 의뢰인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됐다. 나 역시도 집에 정말 많은 책들을 소장하고 있는데, 성격상 책을 정말 깨끗하게 읽고 보관하려고 하는 편이다. 책을 읽으면서 순간 떠오르는 감상이나 느낌을 휘갈겨 적고 싶은 충동이 일다가도, 그냥 예쁘고 깨끗하게 보관하고 싶은 마음에 관둔다. 그 바람에 휘발돼버린 책과의 추억, 그때 그 순간의 감정들이 아깝다고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냥 그 때 열심히 써둘 걸, 마음 가는 대로 읽을 걸"하는 후회를 했다. 책 수선은 기본적으로 책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 얽힌 사연과 추억, 그것을 최대한 존중하며 동시에 수선 후 그 책이 갖게 될 미래까지 상상하며 아름다움을 입히는 일. 이것이 책 수선가가 하는 일이다. 한 권의 책을 수선하는 데는 수 개월이 걸린다. 그 시간동안 책 수선가가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책과 이를 가지고 온 단 한 명의 의뢰인을 위해 할애하는 정성스러운 마음과 멋진 기술은 어떠한 수식어를 붙여도 모자랄 정도로 세심하고 경이롭다. 무엇보다, 수선 작업을 하며 다양한 책을 만날 때마다, 책으로 하여금 자기 삶의 새로운 페이지를 써내려가고, 그 기억을 한데 묶어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내놓았다는 점이 가장 멋있었다. 이 책에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구사할 수 있는 멋진 문장들은 물론이고 각각의 복원 에피소드마다 친절한 설명과 선명한 사진 자료가 담겨 있다. 읽는 내내 수선 책 전시 박물관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 책 수선가의 이야기를 담은 책답게, 사려깊고 튼튼한 만듦새를 가진 멋진 책이다. 내 책장 속에 있는 수많은 책들에게 묻고 싶다. 잘 있는지, 혹시라도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지금 당장은 없지만, 언젠가는 나도 세월의 흐름과 추억이 겹겹이 쌓여 망가진 책을 들고 재영 책수선을 방문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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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망가진 책의 기억을 관찰하고, 파손된 책의 형태와 의미를 수집한다.”
보통 한 권의 새로운 책이 세상에 나와 한 사람의 손에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게 될까요? 작가, 삽화가, 번역가, 편집가, 기획자, 디자이너, 사진가, 인쇄전문가, 후가공전문가, 제지업자, 법률팀, 마케터, 판매처 직원들, 배송업자, 총무팀 등 ... 책 한권이 많은 사람들의 수고에 의해 독자에게 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읽게 된 책이 오래되거나 파손된 경우 책을 수선하는 일을 하는 책수선가에 관한 책입니다. 책수선가는 기술자이며 동시에 관찰자이자 수집가입니다. 책이 가진 시간의 흔적들, 추억의 농도, 파손의 형태를 꼼꼼히 관찰하고 그 모습들을 모으는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로 그리고 40년이 다된 책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으로 관심이 가는 책이라 읽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감쪽같이 마술을 부린 듯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복원 작업도 멋진 일이지만, 세월을 이겨낸 그때그때의 흔적이 남아 있는 수선의 가능성에 더 흥미를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냥 색이 바래서 누렇게 되고 겉표지가 닳았어도 세월의 흐름인냥 그냥 있는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멋지게 새옷을 입히고 싶은 마음도 책을 읽으니 듭니다.
수선과 비슷한 의미의 단어로 ‘수리’도 있지만, 수리는 보다 기계적인 물건을 고치는 데 사용하는 말이고 수선은 천과 직조물을 고치는 데 적합한 표현이라고 한다. 씨실과 날실이 얽혀 한 장의 천을 만들어내듯 종이도 섬유질이 서로 얽힘으로써 한 장의 종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나는 ‘책 수리’보다는 ‘책 수선’을 고르게 되었다._ p.40
나는 책 수선의 이런 유연한 변화와 닮음이 좋다. 감쪽같이 마술을 부린 듯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복원 작업도 멋진 일이지만, 세월을 이겨낸 그때그때의 흔적이 남아 있는 수선의 가능성에 더 흥미를 느낀다. 그런 흔적이 보다 아름답게 남을 수 있도록 각각의 책이 쌓아온 시간의 형태를 정돈하고 다듬어주는 일이 책 수선가로서 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_ p.48
찢어진 종이를 붙이고, 무너진 책등을 바르게 세우고, 사라진 조각을 채우면서 책이 잃어버렸던 기억을 회복시켜주고, 새로운 커버나 지지대, 혹은 케이스를 만들어주며 책에게 새로운 시간을 약속하다 보면 사람의 인생처럼 책에도 한 권 한 권 각자만의 책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사연들과 파손된 책과 주인의 추억, 그 책이 지나온 시간을 존중하는 마음으로._ p.1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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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학교를 마치고 평소와 다름없이 집에 도착한 내 눈에 띈 마루위에 있는 감색의 표지로 둘러쌓인 계몽사 세계위인전집 한 질의 기억과 그 기쁨도 잠시, 몇 해를 키웠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이자 동생같은 백구가 우리 집에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백구는 백구고 그 세계위인전집은 초등학교 시절의 인성 함양(?)에 많은 도움이 된것이 틀림 없었다. 해가 지나 성인이 되어 아이들을 키울때 살던 동네에 있던 헌책방에서 조우한 오래된 그 전집-누구의 손을 거쳐 왔는지 모르지만-을 보고 당근 어린시절 그 감색의 책케이스와 백구가 겹치며 그 집이며 마당이며 마루며... 책이 제법 있는 책장 한 귀퉁이와 아이들 방에 있는 책꽂이 맨 아래쪽에 있는 오래된-근 3,40년 된-책들은... 지금은 그냥 먼지만 쌓여가고 있지만 일녕에 한 번이라도 보게되면 색바랜 책장과 표지에서 느끼는 뭔지 모를 시간의 흐름이 뭐라 표현 할 수 없음을 느낀다. 책을 수선할 정도의 고서도, 귀중한 책도, 비싼 책도 없지만 책이 주는 감흥과 그 시절의 추억과 내 삶이 녹아있음을 알기에... 생명체로 대한 적은 없지만 책에 대한 사랑이 흠뻑 뭍어나는 이 작가의 글이 정겹게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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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겐 추억을 담고 있는 앨범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안티까운 일이 있었다. 방법을 고민하다 초록창에서 검색하다보니 책수선을 많은 곳에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이 하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던 중 책수선에 대해 책을 쓰신 분이 있어서 구입하게 되었다. 신기하면서도 흥미로운 분야였다. 오래된 국어사전 수선을, 할머니의 일기장을 책으로, 나처럼 앨범 복원을 의뢰하는 등 그 속에 개개인의 이야기와 함께 소중한 추억을 함께 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셨다. 문화재 서책만 복원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개인의 소장품도 가능하다니 좋은 소식이었다. 나에게 책은 아니었지만 큰 범위내에 앨범은 책으로 볼 수 있었으니까. 누군가에 소중하게 여기는 책이 있다 그런데 훼손이 되었다면 수선을 통해 추억을 안전하게 오래동안 간직하길 있는 일이 아닐까 조심스레 이야기 전해본다. https://www.instagram.com/libreria_de_vet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