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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문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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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새로운 밀레니엄과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인구에 회자된 화두 중의 하나는 바로 ‘문화’였다. 정부에서도 광화문에 있는 문화관광부 청사에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는 커다란 현판과 함께 2000년까지 남은 일자를 카운트 다운하는 전광판을 설치하여, ‘문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확산에 기여했다. 하지만 카운트 다운이 끝나고 2년이 더 지난 지금, 아직 ‘문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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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새로운 밀레니엄과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인구에 회자된 화두 중의 하나는 바로 ‘문화’였다. 정부에서도 광화문에 있는 문화관광부 청사에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는 커다란 현판과 함께 2000년까지 남은 일자를 카운트 다운하는 전광판을 설치하여, ‘문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확산에 기여했다. 하지만 카운트 다운이 끝나고 2년이 더 지난 지금, 아직 ‘문화’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강자로 등극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리의 삶과 사회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은 여전히 ‘경제’임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는 ‘문화산업’, ‘문화상품’, ‘문화경쟁력’ 등 ‘문화’를 접두어로 하는 문화관련 용어들에서조차도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은 ‘문화’가 아니라 ‘경제’이며, ‘문화’라는 가면으로 어설프게 위장한 ‘자본주의’의 얼굴이다. 개념적 함의로 따지자면 분명 ‘문화’가 ‘경제’를 포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경제’에 의해서 ‘문화’를 바라보고 정의하려는 이 전도된 시각은, 분명 물질만능주의에 오염된 우리의 왜곡된 가치관에서 비롯되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문화’라는 것을 단지 고고학이나 인류학의 연구대상으로만 여기는 그래서 우리의 일상적 삶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편견과, ‘문화’란 뭔가 보다 고차원적이고 보다 높은 지적 수준과 교양을 요구하는 것이며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것쯤으로 여기는 우리의 무지에서 연유하는 것이 아닐까? 에드워드 홀의 『침묵의 언어』는 ‘문화’에 대한 이러한 편견과 무지가 말 그대로 편견이며 무지임을 확실히 보여준다. 그는 수 천 년 전에 매몰된 유적의 발굴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던 ‘문화’를 우리 일상생활의 한복판으로 옮겨놓음으로써 ‘문화’를 고고학으로부터 구출해낸다. 또한 현존하는 소수 부족 사회에 대한 현장조사로 한정지었던 ‘문화’의 연구 영역을 우리가 살아가는 여기 이곳에서의 삶에 대한 연구로 확대함으로써 ‘문화’를 인류학으로부터도 구출해낸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문화’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수단이며 더 나아가 인간 그 자체임을 말하고 있으며, 단지 고고학이나 인류학의 연구대상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적인 ‘문화학’으로 자리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주고 있다. 그의 문화학의 첫 번째 전제는 ‘문화는 커뮤니케이션이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전제는 고도의 정보ㆍ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은 것이지만, 10가지 기본적 의사전달체계(PMS : Primary Message Systems)로 의사소통 활동을 구분하고, 이러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범주를 공식적, 비공식적, 기술적 차원으로 나누어 분석한 것은 상당히 새롭고도 설득력이 있어 보이며, ‘문화’를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개념적 틀을 제공해주고 있어 인상적이다. 여기에 그는 커뮤니케이션의 메시지(문화적 의미)를 개별체, 고립요소, 양식이라는 세 요소로 구분함으로써, 문화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분류하고 비교할 수 있는 분석적 틀도 마련해주고 있다. 그의 문화학의 두 번째 전제는 ‘문화는 생물학적 활동에 근거한 생물근원적(bio-basic)인 것이다’라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문화적 행동은 생물학적인 기반을 갖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이의 대표적인 것으로 그는 ‘영토권’을 예로 들고 있다. 이 두 번째 전제에 의해서 그의 문화학은 고고학이나 인류학과 연결되며 또한 생리학이나 생물학과 만나게 된다. 이 두 가지 전제 하에서 에드워드 홀은 『침묵의 언어』에서 시간과 공간이라는 인간의 삶을 이루는 두 가지 축이 문화적 차이에 의해서 어떻게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풍부한 사례로써 설명하고 있다. 즉 시간과 공간은 지각되지 않는 침묵의 언어이지만 겉으로 드러난 말이 숨기고 있는 진실을 그 안에 담고 있으며, 그 진실은 다른 문화체계에서는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가 ‘문화’를 연구하는 것은 우리 삶에 깃든 수천 수만의 침묵의 언어를 발화시킴으로써 침묵의 속박으로부터 문화를 해방시키고, 동시에 그 발성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로부터 문화를 구출하기 위한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문화는 드러내는 것보다 감추는 것이 훨씬 많으며, 더구나 묘한 것은 그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감춰진 바를 가장 모른다는 점이다. 나는 여러 해 동안 문화를 연구하면서 정말로 중요한 일은 외국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다. 또한 외국 문화를 연구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해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점도 확신하였다. 다른 문화를 연구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자신의 문화체계가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함이다. 이국적 방식에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삶에 생동감과 새로운 인식을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삶에 대한 관심은 대조와 차이라는 충격을 통해서 비로소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c*****t 2002.07.0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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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정도는 읽어 볼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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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수업을 듣다가 문화 인류학에 관심이 생기게 되어 이 책을 들었다. 왠지 어렵고 생소하게 느껴지는 문화 인류학이라고 생각 되었으나 학문의 깊이가 있고 역사가 있는 학문인 만큼 나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문화의 상대성이라는 말을 고등학교 때 암기식으로 배운 적이 있다. 그것이 과연 실제적으로 어떠한 것인지를 잘 느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나에게 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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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수업을 듣다가 문화 인류학에 관심이 생기게 되어 이 책을 들었다. 왠지 어렵고 생소하게 느껴지는 문화 인류학이라고 생각 되었으나 학문의 깊이가 있고 역사가 있는 학문인 만큼 나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문화의 상대성이라는 말을 고등학교 때 암기식으로 배운 적이 있다. 그것이 과연 실제적으로 어떠한 것인지를 잘 느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나에게 멀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생활에서 닥치게 될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과의 조우는 결코 우리의 삶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문화의 상대성이라는 말을 깨닫기 전에 앞서 문화인류학이라는 학문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도 좋은 책이다. 저자 나름대로의 10가지 분류법을 개척하여 인간 행동의 패턴을 규명하였으며 저자 그 나름대로의 생활 패턴에 대한 해석-순서, 선택, 적합성이라는 3가지 요소로 되어 있다는 점-또한 신선하게 느껴졌다. 물론 이런 분류적 설명이 현실에 대한 설명을 완전히 해 주지 못한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으나 미국 학문 특유의 이분법적 사고를 뛰어 넘으려고 하는 의도는 무척 좋았던 것 같다.그리고 책이 쉽게 서술 되어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투자한 시간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c******0 2002.03.3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