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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셰익스피어와 아가사크리스티 다음으로 가장 잘 읽히는 작가가 슈테판 스바이크라고 한다. 그런데 그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 말에 공감하게 된다. 최근에 그의 《우체국 아가씨》를 읽었는데, 미완성인 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정도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는 출판사 리뷰에도 써있듯이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흡입력'이 대단하다...... 스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은 평범한 인간이 갑자기 예외적 상황에 부딪쳐 겪는 혼란스럽고 격렬한 감정을 심리학자처럼 예리하게 포착해 특유의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로 서술. 인물들이 겪는 광기 어린 격정과 공황 상태에 빨려들어 헤어 나지 못할 만큼 그의 소설들은 놀라운 '흡입력'을 발휘한다....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모르는 여인의 편지'는 마치 아열대성 기후에 갑자기 들이닥쳐서 맹렬하게 쏟아붓는 스콜마치 아열대성 기후에 갑자기 들이닥쳐서 맹렬하게 쏟아붓는 스콜squall과 같아 정말 숨 쉬는 걸 잊은 듯이 줄줄 읽어버렸다. 총 6편의 작품이 들어 있다. ' 아찔한 비밀' 1911년에 발간된 그의 두 번째 소설집인 《첫 경험》에 수록되어 있다. 책 제목처럼 이 이야기는 12세 소년 에드가의 이야기다. 맨 처음의 이야기는 여자 사냥꾼인 젊은 남작의 시점으로 시작하지만, 그와 그의 사냥 대상자인 에드가의 어머니를 둘러싼 이야기를 에드가의 시점에서 전달한다. 그러기 때문에 이 두 남녀 간에 벌어지는 성적인 분위기를 에드가는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독자는 너무나 뚜렷하게 그 격차를 이해하면서 더욱더 큰 인상을 받게 된다. 지그문트 프로이드가 ' 걸작이다' 라고 말했듯이 이 작품들은, 특히 '아찔한 비밀'과 '어느 여인의 24시간'은 성적인 흥분을 아는 이성간의, 그리고 성의 눈 뜨기전의 사람의 심리묘사에 정말로 탁월하다. '불안' 젊은 피아니스트와 바람의 난 바그너 부인은 그와 연인이라며 협박을 하고 있는 여자에 대한 불안감을 계속 느끼게 된다. 점점 커지는 금액도 불안이지만 그녀가 모든 것을 폭로해 버리면 그때까지 조용하고 행복하던 가정이 무너질까봐 더욱더. 그때 아이들에 대해서 훈계하는 일이 생기고, 계속해서 그녀의 이상함을 눈치채며 그녀에게 고백을 종용하던 남편은 그녀로부터 오히려 가까운 사람보다는 먼 사람에게 죄를 고백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 노아의 방주에서 맨 처음 나간 비둘기는 그냥 돌아왔다. 그리고 두 번째 나간 비둘기는 올리브 잎을 물고 왔다. 그러나 세 번째 나간 비둘기는....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이 작가는 정말 탁월한 것 같다. 반전의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 모르는 여인의 편지' 정말 숨 쉬지 못하고 읽었다. 내 아이가 죽었어요. 로 시작되는 고백은, 마치 롤라코스터처럼 조금씩 조금씩 클라이막스로 향하고 있다. 매번 그녀의 내 아이가 죽었어요는 약간 다른 느낌이다. 맨 마지막에 그녀의 내 아이가 죽었어요엔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끝까지 기억 못한 이 남자를 사랑한 이 여자에 대해서 다소 한심함과 깊은 연민을 느끼게 해준다. ' 보이지 않는 소장품' 독일에서 인플레이션이 한창이던 시절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예전에 돈보다는 작품에 가치에 더 중심을 두었던 고미술품 상인은 이제 인플레이션 덕분에 돈에만 혈안이 되었다. 과거에 편지를 통해서만 뛰어난 작품을 수집했던 노인을 방문하게 된다. 하지만 그 내용물은 전부 바뀌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노인. 과연 그는 자신의 아내와 딸의 행동을 알았던 것은 아닐까. 그걸 의심했기에 오히려 이 상인의 찬사에 다시 삶의 의욕을 찾은 것은 아닐까. 무척 상징적인 이야기다. 우리는 과연 우리가 보물처럼 여기는 것을 진짜로 잘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 노인처럼 눈먼 눈으로 보는게 않을까? ' 어느 여인의 24시간' 와우 이 작품도 걸작이다. 이야기의 화자인 젊은 청년은 리비에라에서 묵고 있었다. 그때 젊고 잘생긴 프랑스 청년을 따라 두 아이의 엄마인 유부녀 부인이 사라진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비웃고 비판하지만 화자는 속과 겉이 다른 것보다는 차라리 자신의 정열을 따라간 여자가 정직하다라고 말을 하게 된다. 다른 사람과 달리 그의 의견에 큰 공감을 느낀 듯한 60대 부인이 자신의 고백을 들어달라고 한다. 그녀가 40대 때 남편을 잃고 니스에 머물던 시절, 그녀는 사람들을 관찰하기 위해 특히 사람들의 얼굴은 포카페이스를 유지하지만 손은 정말로 쉽게 사람들의 감정을 보여주기에, 이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리고 게임의 모든 것을 건듯한 청년이 있었는데.... 작가의 생애를 보면 이 모든 이야기들이 그의 경험 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 이제 심리학은 제가 평생을 두고 매진할 과업이 되었습니다. 제가 충분히 심리학을 터득하게 되면 그것을 가장 어려운 대상인 저 자신에게 적용하고 싶습니다.. 라고 말했듯이, 그의 소설은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심리 묘사에 탁월하다. 어떤 면에선 그가 여성의 심리를 다 알지는 못하고 상상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도 없지는 않았지만, 작품에 빨려가 읽을 정도로 심리의 변화 등 충분히 공감하게 되며, 또 누군가의 이야기를 몰래 엿보는 듯한 느낌도 준다. 다음에 손에 잡을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도 너무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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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않는 소장품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잠시 인용해본다. (『예술, 문학, 정신분석』, 지그문트 프로이트, 열린책들, 541쪽 이하)
프로이트는 위의 책 중 <도스또예프스키와 아버지 살해>라는 글에서 츠바이크를 언급한다.
왜 프로이트를 인용하는가 하면, 『예술, 문학, 정신분석』에서 위의 글을 읽을 당시에는 츠바이크의 소설을 읽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프로이트를 소환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이 책에는 프로이트가 걸작이라고 할 정도인 이 작품을 비롯하여 모두 6편의 중, 단편 소설이 실려있다.
화자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 상황 속으로 빨려들어가 작중 인물에게 감정이입이 되고 몰입되어 정신없이 읽게 된다. 독자들을 그렇게 빨아들이는 작품은 처음인 듯하다.
<아찔한 비밀>을 살펴보자.
등장인물이 세 명이다. 남작, 젊은 남자다. 휴가차 젬머링에 와 호텔에 묵게된 남작은 ‘같이 놀 사람’을 물색하다가 ‘큰 키에 풍만한 몸매의 여인이 창백한 사내아이를 데리고’(13쪽) 가는 것을 보게 된다. 남작, 여인, 사내아이. 이렇게 세 명이 소설을 시작한다.
사냥꾼은 사냥감을 잡기위해 먼저 사내아이에게 접근한다. 해서 이 소설은 그 사내아이가 어른들의 세계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만나게 되고, 그 그림자의 비밀이 무엇인지를 몰라 헤매다가 차츰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게 되는 과정을 숨막히게 그려내고 있다.
독자들은 세 명의 등장인물을 따라가다가 어느새 그 사내아이의 편이 되어, 그 사냥꾼의 수작이 실패하기를, 그리고 사냥꾼의 함정에 알면서도 빠져들어가는 사내아이의 어머니를 타박하게 될 것이다.
남작과 같이 있기 위한 틈을 만들려고 항상 엄마 품에 붙어다니려는 아이를 떼어내기 위해 애를 쓰는 엄마의 모습과, 갑자기 변해버린 엄아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해 하는 아이, 그리고 그 둘을 요리조리 요리하는 남작의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불안>
이레네는 두 아이가 있는 유부녀이다. 그녀는 피아니스트 청년과 목하 불륜의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피아니스트의 집에서 나오는 순간, 한 여자가 다가와 말을 건다.
그렇게 다가온 여인은 곧 돈을 요구하며 이레네를 협박하기 시작한다. 그녀에게 ‘불안’이 다가와 몸과 마음에, 그리고 일상에 내려앉는 순간이다. 그 불안, 그녀는 어떻게 감당하고 어떻게 대처하는가, 그녀 뒤를 따라가며 잘 살펴보자. 독자들은 불안이 어떻게 인간을 점령하고 휘두르는가를 몸소 경험하게 될 것이다. 물론 간접적이지만.
<보이지 않는 소장품>
표제작인 이 작품은, ‘독일에서 인플레이션이 한창이던 시절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그런 와중에 고통받는 한 가정의 안타까운 사연이 펼쳐진다. 소설의 화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그가 만난 고(古) 미술품 상점의 주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액자소설로 담아낸 작품이다.
그 상점의 고객이었던 ‘산림청 과장’인 헤어바트, 이제는 늙어 은퇴한 사람의 집을 소장품을 보려고 방문한다. 그 사람은 이제 눈이 멀어 사물을 볼 수 없는 처지이다. 그래서 헤어바트가 소장품을 보여주려고 하는 순간, 그의 부인이 뭔가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다시 호텔로 돌아와 시간을 기다리는데, 그의 딸이 찾아와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한다.
그 가정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전후 독일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시절의 이야기라는 것과 제목이 <보이지 않는 소장품>이라는 것. 이 정도 말하면 이미 스포일러가 아닐까?
<어느 여인의 24시간>
이미 프로이트가 말했다. 이 작품은 걸작이다고.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평가하자면, ‘읽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말로 평할 수 있다. 공연히 읽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는가 하면, 읽기 잘했다는 정도로 평가할 수 있는 책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읽지 않았더라면 후회할 뻔했다, 큰일 날 뻔했다는 평가가 제격이다.
그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다. 츠바이크, 괄목상대하게 된다. 이번엔 소설로, 그를 다시 보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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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는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이름이 유명하다고 합니다. 서양 작가라고 하면 노벨상을 받은 작가나 고전 작가들 위주로 유명합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중,단편 소설을 주로 썼고 중,단편의 소설이 유명하다고 합니다. 2013년 프랑스에서는 슈테판 츠바이크 마니아층들이 반가워할 선집 출간 소식에 츠바이크 붐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문학평론가와 독문학자들이 아닌 일반 독자에 의해서 고전 작가의 반열에 든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집《보이지 않는 소장품》은 1911년부터 1925년 사이에 발표된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 6편을 담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소장품》엔 아찔한 비밀, 불안,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 모르는 여인의 편지, 보이지 않는 소장품, 어느 여인의 24시간 등의 소설이 있습니다. 소설 《보이지 않는 소장품》의 제목과 같은 '보이지 않는 소장품(독일에서 인플레이션이 한창이던 시절 이야기)'는 짧은 단편입니다. 남자는 37년을 고미술품 상인으로 일하면서 많은 고객들에게 미술품들을 팔았습니다. 그런데 신상품을 장만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하루아침에 팔 미술품들이 없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대로 상점을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할아버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유서 깊은 상점이라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전 영업용 장부를 꺼내 중복되게 소유한 몇몇 미술품을 다시 살 수 있는지 고객들을 찾아다니며 물어보게 된 것입니다. 예전에 상점과 거래했던 고객 대부분은 소장품을 경매에 내놓거나 사망했고 또는 팔기 싫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한 고객을 찾게 됩니다. 아주 오랫동안 거래를 하지 않았지만 그전엔 많은 미술품을 구입했던 고객이었습니다. 연락을 해 보니 그 미술품들을 그래도 다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방문합니다. 미술품을 샀던 고객은 전쟁에 나가 시력을 잃었습니다. 아내와 딸이 있었는데 미술품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시력이 보이지 않게 된 남편 몰래 아내와 딸은 가족의 살림을 위해 미술품을 하나 둘씩 팔았습니다. 남편이 눈치채지 못하게 액자 안에는 복사본의 그림을 넣어두고 남편이 기억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수십 년을 두었습니다. 남편은 시력을 잃었지만 매일 자신이 아끼는 미술품을 손으로 만지고 확인하면서 행복해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술품 상인이 나타나 모녀의 비밀이 탄로날 순간이었지만 딸은 사정을 이야기하고 행복하게 끝이납니다. 남편의 연금으로는 세 식구가 며칠 살 수도 없었고 사위 역시 전쟁에서 전사하고 네 아이를 홀로 키우는 첫째 딸도 있었습니다. 이런 어려운 형편에 고가의 미술품이 뭐가 중요했을까요? '불안'이라는 단편 소설은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정신분석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프로이트와 자주 교류하던 중에 쓴 소설이라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이레네라는 여성의 이야기로 이레네는 부모의 주선으로 남편을 만난 아무런 저항 없이 결혼햇습니다. 그러나 호감은 사랑이 아니었고 그렇게 8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내며 아이들도 낳았습니다. 하지만 이레네는 남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레네는 한 남자를 만나 바람을 피웠고 남자의 전 여자친구에게 협박을 당하게 됩니다. 이런 협박은 점점 심해지고 이레네는 불안합니다. 급기야 여자가 이레네의 집으로 찾아와 협박하는데 남편이 집안으로 들어옵니다. 이레네의 불안은 최고조에 다달아 모든 것을 끝내려고 남자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사건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게 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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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라는 이름은 '광기와 우연의 역사'라는 책을 통해 처음 접했었다. 평소 독서 영역이 그리 넓은 편은 아니지만 역사는 그 중에서도 가장 기피하는 분야 중 하나였는데 그 책은 역사책이면서도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생생하고 현실감있게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내가 그렇게 느꼈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저자가 본래 뛰어난 문학가였기 때문일텐데, 이번 기회에 슈테판 츠바이크 문학의 진수를 접할 수 있었다.
책의 제목인 '보이지 않는 소장품'을 비롯한 그의 중단편 6편이 실려있다. 해설을 제외하면 350페이지 정도로 그리 두껍지 않은 분량에 총 여섯 편의 소설을 즐길 수 있었다. 각각의 작품들이 모두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을 정도로 알차게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단편들의 모음이지만 아무 고민 없이 무작위로 작품을 선정해 묶은 것 같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주제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찔한 비밀'과 '불안'은 불륜에 빠진 여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모르는 여인의 편지'와 '어느 여인의 24시간'은 절절한 짝사랑을 다루고 있다.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과 '보이지 않는 소장품'은 작가가 살았던 당시의 시대상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형식적으로 비슷한 점도 있다. 예를 들면 '모르는 여인의 편지'와 '보이지 않는 소장품', '어느 여인의 24시간'은 내용의 대부분이 한 인물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고 '아찔한 비밀'과 '불안'은 불륜이라는 소재를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다루고 있는데, 전자는 주로 불륜 당사자의 아들의 시각에서, 후자는 주로 불륜 당사자의 시각에서 겪게 되는 심리적 변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 등이다.
짧은 길이의 소설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거리의 흡입력이나 등장인물들의 심경 묘사에 있어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감탄이 절로 나오는 문장들이 담겨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번역 역시 너무도 깔끔한데, 이전에 읽은 '광기와 우연의 역사'의 번역가가 이번 작품도 번역해서 그런지 읽는 동안 이 책이 원서를 번역한 것이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다. 아래부터는 각 작품들을 읽으면서 잊고 싶지 않았던 문구들을 옮겨두었다.
아래 두 구절은 어머니가 불륜을 저지르려는 것을 목격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불륜'이라는 것은 모르는 아이가 자신이 성장했음을 깨닫는 구절이다. 어떻게 바람피는 엄마를 보고 아래와 같은 것들을 깨닫게 되는지는 작품을 통해 확인하기 바란다.
아래 문구는 작품 속에서 큰 역할을 하는 구절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짝사랑이라는 단어를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비유가 있을까 싶어 기억에 남았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 또한 아래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래 구절은 책의 제목이기도 한 '보이지 않는 소장품'의 대미를 장식하는 문구다. 개인적으로는 '수집'이라는 것에 잠시 미쳐 있었던 과거가 떠올라 가슴에 깊이 남았다.
다음 구절들은 작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의 삶에 대한 미련을 작품 속에 남겨둔 것이 아닐까 싶어 기억에 남았던 문장들이다. 얼마 전까지 자살로 삶을 끝낸 작가들을 본능적으로 싫어한다는 서평을 남긴 나이지만, 이런 문장들을 보면 이 책의 저자는 정상 참작(?)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래의 문장은 잊혀지지가 않았다. 왠지 모르게 아래의 구절을 읽는 순간 눈물이 맺혔다. 사람은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에는 살아낼 힘이 있는 모양이다.
슈테판 츠바이크. 옛날 작가이기도 하고 작품 속 세계도 너무나 오래된 세계이지만 그의 작품 속에 들어가면 늘 그 시대의 인물이 되는 느낌이 든다. 심지어 나는 여성으로 단 한 순간도 살아본 적이 없지만 그의 작품 속 여성들에게는 감정 이입이 너무 잘 된다. 이는 그의 탁월한 문장력이 높은 수준의 심리학 이론을 만나 탄생한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이쯤이면 고백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출판사가 무료로 나에게 책을 증정함으로써 작성된 서평이다. 하지만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이라면 나는 얼마든지 광고판 역할을 자처할 용의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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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읽은 ‘광기와 우연의 역사’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그의 재능을 소설을 통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쓴 이야기의 매력을 “심리학적 접근”과 “특유의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라고 짧게 얘기하기에는 섭섭합니다.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묘사를 능수능란하게 표현하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 데 있어 전혀 서두르지 않은 채, 독자를 조금씩 몰아갑니다. 가슴이 터질 듯,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그의 솜씨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추리물도 아닌 것이 이렇게 사람을 긴장시킬 수가 있음에 놀랄 따름입니다.
6편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이야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갈등을 기본으로 합니다. 소재는 독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식상하지 않습니다. 등장인물들이 겪는 심리적 갈등의 묘사가 심상치 않습니다. 어린아이가 믿고 따르던 남자에게 이용당한 배신감에 상심하여 엄마와 그를 배신하고 이용한 난봉꾼 사이에 끼어들어 긴장감을 만드는 이야기는 쉽게 볼 수 있거나 상상할 수 있음에도 기시감이 없고 묘한 긴장감에 끌려듭니다. (아찔한 비밀)
아내의 배신을 확인하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남편이 꾸민 협박극에 직면하여 죽음까지 생각하는 아내의 이야기는 마치 오페라의 스토리처럼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아내가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는 과정에 동참하면서 안타까웠습니다(그가 저지른 불륜 따위는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분명 발단은 불륜인데도 말입니다). (불안)
끔찍이 사랑했던 아들의 죽음을 겪고, 오랫동안 누설하지 않았던 비밀을 전하는 여인의 유언장은 양귀자의 ‘천년의 사랑’을 기억하게 합니다. 한 사람을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것이 정말 가능한 것인가 그것은 과연 행복일까, 저주일까? 나에게 기회가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고민도 했습니다. (모르는 여인의 편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는 독일(이때가 바이마르공화국 때라고 중학교인지 고등학교에선지 배운 기억이 납니다)을 배경으로 매우 가치가 있는 예술품을 소장한 노인의 이야기는 상실과 행복이 공존한 시대극입니다. 현실의 상실과 상실을 알지 못한 노인의 환상 이 위태롭게 공존하는 이야기입니다. (보이지 않는 소장품)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죄 없는 자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는 말에 모두가 돌아섰다는 이야기는 이천 년 전의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자신이 죄가 없다는 증명을 위하여 기꺼이 돌을 들 수도 있는 세상일지 모릅니다. 하루아침에 젊은 프랑스 청년을 따라 남편과 아이를 떠난 여인을 목격한 사람들은 여인의 부도덕에 비난을 퍼붓습니다. 오직 한 사람만이 자신의 인생을 찾아 떠난 여인의 용기를 응원하면서 싸움이 일어납니다. 말이란 날카로운 돌이 떠난 여인을 응원하던 사람에게도 날아듭니다. 이를 묵묵히 지켜보던 67살의 여인이 자기가 겪은 24시간의 경험을 고백하는 이야기 또한 통속적인 이야기임이 분명하여 그 끝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마음을 쥐었다 폈다 하는 이유는 역시 여인의 심리적 변화 과정에 동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여인의 24시간)
단 한 편의 이야기만이 심리적 변화를 거치지 않는, 세상의 변화를 알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
‘슈테판 츠바이크’는 사람의 마음을 읽고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조금도 거부감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뭐가 그럴까?’라는 의심이 들지 않고 그가 전하는 이야기를 정신없이 따라갔습니다. 그가 작품을 쓴 시기는 1920년 무렵입니다. 당시 여인에게만 가해진 도덕적 의무감을 옹호하거나 아내의 행복이 남편이나 아이들에게서 비롯된다는 주장은 작가도 피하지 못한 시대의 사상적 장애물이었을 것이라 생각되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시대의 질곡을 벗어나려고 해도 그 시대의 공기를 흡입하며 살았던 사람으로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책을 읽는 일이 일상의 규율 같아 지루해져 가던 참에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그의 소설을 계속 찾아봐야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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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소장품"으로 알고 있었던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집을 만났는데 흥미롭습니다. 인간심리에 대한 끈질긴 호기심과 가차없는 솔직함으로 칭찬을 받고 있는 작가라고 하는데 이 부분에서만큼은 시대를 떠나 "인정"하게 될만큼입니다.
"말은 현실로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말은 한껏 부풀었다가 펑 터지면..."-62 "아찔한 비밀"에서는 아이들이 어른으로 빨리 자라는데는 우리 어른들 몫이 크구나 라는 생각을 주는데요. 아이 요양차 휴양지에 왔다가 늦바람에 눈을 뜬 엄마와 친구라 여긴 한 남자의 배신에 아픔을 가지게 된 소년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비밀스런 열정이라 여기지만 그 비밀은 소년에게 들키고 마는데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세상으로 들어가고 싶어하지만 소년은 결코 들어갈 수 없죠. 그 분노는 그들의 관계를 꼬이게 하는데요. 제 3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세상은 실소를 자아내지만 결과만큼은 진지합니다.
뒤늦게 자신이 가진 가족 테두리가 행복이였다는 걸 알게된 이레네라는 여인의 "불안"입니다. 평소 만날꺼라 여기지 않았던 여인에게 협박을 당하게 되는 이레네인데요. 그런 협박으로 불안해하면서도 정신 못차리는 걸 보면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저절로 탄식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어떤 인간이 앞 일을 알 수가 있겠습니까... 다만 그녀를 보며 우리들은 결과가 보이는 뻔한 어리석은 짓만이라도 하지 않기를 바랄 수 밖에요.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던 노아의 세번째 비둘기 이야기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도 그렇지만 "모르는 여인의 편지" 역시 놀라게 만듭니다. 아픈 건 사랑이 아니라기에 그런 줄 알았는데 모든 걸 잊게 만든 사랑, 그 엄청난 걸 받았다는 걸 몰랐던 이는 나중에 알게됐을때 어땠을까, 후회했을까.. 그 마음을 미리 알았더라면 좋은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하는데요. 결과는 아마 책의 결론과 같지 않았을까 싶기에 씁쓸해지게 만듭니다.
독일에서 인플레이션이 한참이던 시절 이야기 "보이지 않는 소장품"은 물가와 인간이 부여한 가치, 그리고 가족을 생각해보게 하는데요. 따뜻한 인간들 못지않게 어느 순간에든 사기를 치는 인간들이 있다는 것으로 복잡한 인간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어느 여인의 24시간"또한 인간이 부여한 도덕적 가치와 열정 중 무엇을 우위에 둘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나라면 누구의 손을 들어줄 수 있을것인지, 누구를 더 이해하게 되는지 저절로 생각해보게 하는데요.
"모든 걸 버릴 수 있게 하는" 게 각자 다르게 있을텐데요. 나는 그 중에서 뭘 선택하게 될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모든 걸 잊게 하는 열정이라면 다 걸어볼 만하다 싶지만 내일이면 후회하게 될 껄 뻔히 아는데도 열정에 모든 걸 거는게 맞는 걸까요? 이런 결과를 알면서도 고민하는 게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기때문인지 시간이 이렇게 오래 지난 지금도 흥미로운데요. 슈테판 츠바이크의 시선에 걸린 이들은 실생활에서도 비밀을 간직할 수 없지 않았을까 싶어집니다. 그래서 그의 인생에 슬픔이 더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싶기도 하구요. 분명 인간의 어찌할 수 없는 감정과 정신차리려하는 이성이 주는 고민 사이를 다른 이야기에서도 다룰텐데요.그만큼이나 시대의 혼란에 달라져갔을 그의 이야기도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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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조지프 푸셰-어느 정치적 인간의 초상>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시대 등 정치적 격변기에 막후에서 모사꾼으로 활약한 조지프 푸셰의 일대기에 대한 전기를 쓴 이 책을 보면서 슈테파 츠바이크는 역사적인 배경에 선이 굵은 인물 묘사와 사건에 대한 디테일이 남다른 작가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소장품>을 읽으면서 그가 훨씬 더 평범한 인간이 일상에서 벗어난 상황을 의도치 않게 접하게 되었을 때 나타나는 심리적 붕괴와 불안에 대한 감정 묘사에 엄청난 탁월함을 갖고 있는 작가임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감정의 격앙과 공황상태에 빠져드는 등장인물들이 독자들에게 주는 흥미와 재미는 남다르다. 5편의 중편과 1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이 책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작품은 두 번째 <불안>이다. 불륜을 저지른 주인공 이레네가 상류층의 평온했던 삶을 강박과 불안, 스트레스의 굴레로 스스로를 몰아 넣으면서 겪는 심리적 공황상태를 입체적으로 표현해 낸다. 특히 주변 사람들한테 자신의 불륜이 들킬까봐 겪는 심리적 파국은 제3자의 시각에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모르는 여인의 편지>는 한 성공한 작가에게 도착한 모르는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는 그 여인의 정체를 찾아가는 작가에게 충분한 동기를 부여한다. 죽음을 앞 둔 순간에까지도 누군가를 한결같이 사랑할 수 있을까? 그 상대는 자신은 물론 자신의 사랑조차 모르는데도 말이다. 이외에도 사춘기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성인의 아슬아슬한 일탈과 소년의 갈등을 인상 깊게 그려내는 <아찔한 비밀>도 눈여겨 볼 작품이다. 솔직히 6편 모두 인간 내면의 심리묘사가 워낙 탁월해서 우열을 가리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다. 저자의 위상이 왜 엄청난지 이 한권으로 알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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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보이지 않는 소장품_슈테판 츠바이크_이화북스
이토록 강력한 단편 소설이 있다니. 정말 드넓은 모래밭에서 다이아몬드를 찾은 기분이었다. 짧지만 아주 강렬했다. 고전적이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많은 감정들이 담긴 보석 같은 소설이었다. 왜 현재까지도 읽히는 작품인지 단 하나의 단편으로 깨닫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소장품.'
무난함을 주는 표지 디자인이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것 같은 디자인에 보라색의 단색 배경으로 이루어져 있고 다양한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여러 감정이 느껴졌다.
이 책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이자 선집 두 번째였다.
믿고 읽는 소설. '슈테판 츠바이크 센터'와 잘츠부르크 대학교가 철저한 문헌학적 고증을 거쳐서 출간한 완결판, 드디어 국내 최초...... 최초! 완역!
뒤표지에는 작가의 생전 사진이 있었다. 첫 느낌은 콧수염 때문인지 위인 슈바이처 박사 같기도 했고 과학자 아인슈타인 느낌도 든다.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극찬한 작가, 그가 그랬다. '걸작이다!'
이 단순함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솔직히 모르고 있었지만 모르는 책을 읽는 기쁨을 잘 알기에 대표작인 '보이지 않는 사랑'을 읽었다.
첫 느낌은 무난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시대적 특징이 보였고 3대째 골동품 상점을 운영하는 인물이 주인공이었다.
긴장의 순간은 좋은 작품을 갖고 있는 노인 소장가를 만나기 위해 찾아가면서부터였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인물들의 심리 묘사였다. 그냥 심리 소설이라고 해도 되겠지만 제목이 주는 묘한 아이러니가 있었다. 노인과 주인공 그리고 노인의 아내와 딸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 있는 갈등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특히 심리 소설을 쓰는 작가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을 작품으로 보였다. 이만하면 프로이트로부터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은 게 이해가 되었다.
결말로 달려가기 위해 어찌나 집중하며 읽었는지 묘한 여운이 남았다. 과연 내 인생도 그들의 인생과 비슷한 정이 있는 건 아닌지. 아이러니한 반전이 주는 긴장감은 참 쫄깃했다, 다음 소설은 얼마나 더 많은 재미를 줄지 기대가 되었다. 이 소설집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그냥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보이지않는소장품 #슈테판츠바이크 #이화북스 #책과콩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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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를 알게 된 작품은 [연민]. 읽은 지 너무나 오래 되어서 무슨 내용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무척 섬세하게 심리를 묘사한 작품이었다는 인상만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으어엄청난 사건을 그리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의 어느 한 부분을 날카롭게 포착하여 묘사하는 실력은, 이번에 읽은 [보이지 않는 소장품]을 통해 가히 최고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어요!! 총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린 작품집, 무척 즐겁게 읽었습니다!!
맨 처음 실린 <아찔한 비밀>은 요양차 여행을 온 모자와, 그 엄마를 유혹하기 위해 애쓰는 어떤 남작의 이야기입니다. 초반의 설정과 제목만 보고 '이것은 남녀 사이의 긴장감을 그린 것인가!'라고 생각했으나, 사실 이 작품은 엄마와 남작 사이에 흐르는 성적 긴장감보다도, 그녀의 아들인 에드거와 남녀의 대치에서 묘미를 찾을 수 있었답니다. 항상 어린 아이 취급을 받던 에드거는 남작이 자신을 '친구'라는 말로 인정하며 접근해오자 그만 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아요. 물론 남작은 에드거의 엄마를 유혹하기 위해 먼저 아이에게 다가간 것이지만, 아이는 그런 사실은 까맣게 모른 채 성인 남자에게 친구로 인정받았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기뻐하죠.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자를 유혹하는 데 성공한 남자와, 이제 한 번 바람을 피워보겠다고 결심한 여자에게 아이는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두 남녀 사이에 어떤 비밀이 있길래 자꾸만 자신을 무시하고 따돌리는가. 그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한 마리 늑대처럼 둘 사이를 끊임없이 파고드는 에드거. 와, 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에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습니다.
<불안>은 또 어떻고요!! 불륜 현장을 애인의 전 여자친구에게 들켜버린 어떤 부인이 등장합니다. 그 때까지의 평화로웠던 일상이 위협받고 애인의 전 여자친구에게 돈을 갈취당하는 이 부인의 생활은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입니다. 점점 목을 죄어오는 압박과 두려움으로 극단적인 선택 직전까지 가는 부인. 그런 부인을 만류한 것은 바로바로!! 전 이 작품을 읽고 난 후 기 드 모파상의 단편인 <목걸이>가 생각났어요. 결말 부분의 놀라운 반전에 정말 깜짝 놀랐는데요, 아무래도 스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말씀드리지 못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다만, 부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공포가 정말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다는 것만은 말씀드릴 수 있어요.
표제작인 <보이지 않는 소장품>은 제목만으로 어떤 기이한 분위기의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가 뜻하지 않은 감동을 맛보게 된 작품이예요. 전쟁으로 인해 독일에서 인플레이션이 한창이던 시절, 베를린에서 손꼽히는 고(古) 미술품 상점의 주인은 경기 침체 속에서 옛날 고객들이 소유한 미술품을 다시 확보할 수 있을까 싶어 한 노인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이 노인은 전쟁을 겪으면서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어요. 그런 그가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수십점의 동판화들. 하지만 거기에는, 두둥!!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궁금하시죠? 데헷!
한 여인이 어떤 작가에게 평생 바친 사랑의 기록인 <모르는 여인의 편지>와 떨치지 못한 과거의 기억으로 고통받은 여인의 추억인 <어느 여인의 24시간>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아 격렬하게 요동치는 인간의 섬세한 심리 묘사에 반전과 감동까지 맛볼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작품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가 책을 읽는 내내 소름이 돋았어요. 국내에 번역된 그의 작품들이 많지 않아 그 동안 무척 아쉬웠는데, 이번 작품집을 통해 그 갈증이 해소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두 번째 선집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너무 기뻐요!! 프랑스에서는 셰익스피어와 애거서 크리스티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외국 작가랍니다. 이 기회에 슈테판 츠바이크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시면 어떨까요. 강추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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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와네트>, <로맹 롤랑> 등으로 뛰어난 전기 작가로도 널리 알려진 유럽을 대표하는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이자 독일 문학의 거장인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을 처음 접한 건 이 책에도 수록되어 있기도 한 <모르는 여인의 편지>였다. 유명 소설가R에게 도착한 편지를 통해 보여주는 여인이 평생 한 사람을 사랑한 기록은 무척 흡입력 있어 짧은 단편소설임에도 오랜 여운을 남겼다. 그 이후 츠바이크의 소설에 관심이 있어 찾아보았지만 기대보다 국내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아 항상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 이화북스에서 출간된 츠바이크 선집은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의 또 다른 유명한 작품인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시작으로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선집 2권은 드디어 대표 소설집이다! 철저한 고증을 거친 완결판의 완역본으로 아찔한 비밀부터 어느 여인의 24시까지 총 5편의 중단편 소설을 담겨 있는데 어느 한편 빠질 것 없이 매력적이었다.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열정이다. 열정은 때론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도 하지만, 혼란과 불안을 야기하기도 하고 한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게 할 때도 있다. 평범한 삶 속에 찾아온 어느 한 순간이 예기치 못한 상황 속으로 밀어 넣으며 격렬한 감정과 열정에 빠져들게 한다.
<아찔한 비밀>에서 에드거는 어머니와 젊은 남작의 외도를 통해 위선적인 어른의 세계를 마주하며 기쁨, 동경이 배신감, 분노로, 애정을 갈구하는 어린 소년에서 증오에 찬 감시자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아직 성애에 눈을 뜨지 못한 소년의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당혹스러운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변화무쌍한 감정변화가 마치 내 자신이 소년이 된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불륜사실로 모르는 여인에게 협박을 당하며 불안과 공포에 쫓기는 <불안>에서 이레네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 앞이기 때문에 가장 수치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고백하고 싶은 마음과 숨기고 싶은 마음, 사랑과 수치심, 미묘한 인간의 심리를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책의 타이틀이기도 한 <보이지 않는 소장품>은 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이 막대한 전쟁배상금으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던 혼란의 시기를 배경으로 눈이 보이지 않는 노인의 보물과도 같은 소장품을 통해 예술이 가진 힘과 무언가에 대한 열정이 주는 기쁨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예술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섬세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문체로 인물에 몰입하게 만드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긴 강렬한 작품들로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해서 결국 멈추지 못하고 완독해버리고 말았다. 벌써부터 출간 예정인 두 번째 단편 선집이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