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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미필적 고의'라는 말이 들어갔다. 미필적 고의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범죄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용인하는 심리 상태를 뜻하는 말로 일부러 했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중요한 판단 가치가 된다. 즉, '고의' 유무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제목을 보니 살인 사건, 변호사, 법정 등의 단어가 떠올랐고 영화 <A Few Good Men(어 퓨 굿 맨)>이 생각났다. 미필적 고의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용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는 누군가의 누명을 벗기고 범인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는 이야기가 실려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저자의 단편들에는 치열한 법정 공방이나 숨 막히는 추격전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별생각 없이 선택한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낼 뿐인데 읽고 있자니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 머리끝이 쭈뼛해진다. 타인의 미필적 고의가 나를 흔들고 나의 미필적 고의가 타인에게 해를 입힐 수 있음을 시사하는 다소 음울한 이야기는 서로 얽혀 살아가는 세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책에 실린 단편들은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깨닫지 못한 사이에 좋지 못한 상황으로 내몰리는 다양한 인물들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형에게 차를 빌려줬다가 낭패를 당한 '나'와 '나'가 어떤 범죄 행위에 연루되었다 짐작하고 계속 그를 압박하는 형사 K가 나오는 표제작, 이혼을 앞두고 애인과 피신한 곳에서 자신의 열정이 식어가는 것을 깨닫는 내용의 <동파>, 원장이 사라진 병원에서 파산 절차를 밟아야 하는 관리인이 뭔가를 감추면서 협조하지 않는 직원들에게 휩쓸리는 내용의 <관리인>, 동생이 사정이 생겨 양보한 카라반에 묵은 뒤로 신경증에 시달리는 여자가 나오는 <카라반> 등 다양한 인물들이 전하는 여러 가지 사정이 인상적이다. 다른 사람이 잘못을 하고 사라지면 그 잘못도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되는 양상이 현실적이기도 하다. 명의를 빌린 사람이 불법을 저지르면 그 책임은 빌려준 이에게 있는 것이 당연하고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일을 하며 만난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면 진정한 사랑이라 칭송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형이 설마 내 이름으로 차를 빌려 불법적인 일을 할까, 기분 좋은 밤바람으로 시작된 관계가 설마 문제가 될까 하면서 행한 일들이 해피 엔딩을 맞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설마가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더없이 어울리는 이야기들이 아닌가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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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가 등단하고 나서 무려 10년 만에 내는 첫 소설집이라고 한다. 등단한 이후 빠르게 소설집을 펴내는 다른 작가들이랑 비교해보면 사뭇 다른 행보라고 볼 수 있다. 도리어 그 다른 행보로 인해 작가가 펴낸 이 소설집에 흥미가 생겼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숙성된 끝에 나온 소설집에는 어떤 단편들이 실려있을지 호기심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작가가 '처음' 내디딘 그 발자취를 빠르게 확인해보고 싶었다. 장르를 막론하고 누군가의 처음을 보는 건 굉장히 낯설면서도 설렘을 동반하는 일이니.
책에는 총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등단작이자 이 책의 표제작인 「형사 K의 미필적 고의」부터 2016년에 발표한 단편 「피터의 편지」까지. 어떤 사람은 많다고 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적다고 느낄 수도 있는 이 단편들은 저마다 기묘한 분위기를 내뿜으며 소설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단편들은 쉽게 읽히면서도 쉽사리 읽히지 않았다. 어려운 단어들을 사용하지는 않아 가독성은 좋았지만 플롯이 선명하지 않은 탓에 한 번 읽고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단편들이 있었다. 표제작인 「형사 K의 미필적 고의」나 「관리인」, 「실종」 이 거기에 속하는 단편들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과 주인공이 가공하고 있는 픽션, 혹은 과거들이 처음에는 일직선을 달리다가 조금씩 혼재되기 시작하더니 나중엔 서로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뒤엉켰기 때문이었다. 안과 밖을 구별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단편 속에서 이야기들이 뒤엉켜 혼란을 야기했다. 우리가 엄청난 졸음에 시달릴 때 꿈에서 하는 말인지 현실에서 하는 말인지 구분하기 힘든 것처럼 위의 세 단편들에서는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픽션이나 시나리오, 무의식이 시시때때로 개입하며 이야기를 불확실하게 만든다.
그와 달리 다른 4편의 단편은 이해가 쉬운 단편들이었다. 네 편의 단편들은 플롯을 꼬기보다는 알레고리를 사용해 소설을 서술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기에 읽는데 수월함이 느껴졌던 단편들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단편들이 있었는데, 「카라반」과 「잡식동물의 딜레마」, 「피터의 편지」였다. 「카라반」 같은 경우는 중년 여성이 동생에게 느끼는 열등감과 불편함, 그리고 남편에 대한 의심 같은 감정들을 카라반을 활용해 서술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잡식동물의 딜레마」는 좀 단순한 상징이라고 느끼기도 했지만 자신의 의견이 배제된 폭력적인 투견장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무력함과 분노가 쥐로 상징화해서 나오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또 폭력적인 투견장 분위기에 대한 선연한 묘사 덕분에 단편에 그 분위기가 짙게 배어져 나오고 현장감이 느껴지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피터의 편지」는 갱들이 활개치던 197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빌려와 마치 실제 하는 역사인 양 꾸며내고 그것을 주인공인 '강'과 함께 엮어내는 게 재미있게 느껴졌다. 역사적인 사실에 허구를 그럴듯하게 섞어내고 현재의 인물들과 엮어 하고 싶은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의 소설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라 이 단편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첫 소설집을 읽는 건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그것도 이제 막 출간된 첫 번째 작품인 경우엔. 그 처음이 미숙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도리어 그 미숙함이 흥미로운 요소가 되기도 하고 작가의 방향성을 가늠해보는 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첫 작품이 마냥 좋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긴 하다. 그렇지만 이춘길 작가의 이번 첫 소설집은 앞으로 나올 다른 작품들을 기대해보게끔 만들었다.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을 빠른 시일 내로 만나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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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K의 미필적 고의
이 책에는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표제작 <형사 K의 미필적 고의>을 비롯하여 모두 7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7편의 소설 특징을 말하자면, 작가는 소설 줄거리를 여간해서 보여주지 않으려 애쓰는 것 같다. 소설의 내용이 쪽수가 지나감에 따라 어느 정도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데, 독자들은 그걸 잡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숨바꼭질 하는 동안에 숨어버린 아이를 찾다가, 찾다가 지쳐버린 술래처럼 말이다. 해서 읽다가 순간 당황해진다, 이거 뭐지, 요즘 소설은 이런가, 하는 의아함에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는다.
나만 그런가 싶었는데, 다른 분들도 그걸 지적한다. 책의 후미에서 평론가 윤재민도 그걸 지적한다. 읽어보자.
평자의 말을 더 읽어보자.
물론 평자가 진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다음 말에 있다.
이 말을 하려고, 평자는 플롯 감추기에 관한 말로 평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 다음 말도 역시 긍정적이다.
그런데, 나 같은 독자는 그 끝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중간에 지쳐버린다는 데, 문제가 있다. 단편 소설인데도 중편, 혹은 장편 같은 도입부에 무언가 애가 타는 것이다.
예컨대 <동파>같은 경우다. 등장인물은 ‘나’와 J다. ‘나’는 남성, J는 여성이다. ‘나’와 J는 P 시로 숨어든다. 어떤 아파트에 숨어들어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당분간 피해’ 있는 것이다. J는 임신한 상태다.
그 둘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참고자료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정도, ‘J와 내가 업무 파트너 이상의 관계로 발전한 건 순전히 빌딩 사이로 불어오던 초여름밤의 신선한 바람때문이었다.’(49쪽)
그날 밤, 사건이 벌어졌다는 암시인 것이다. 해서 J는 임신을 했고, 이제 두 사람은 무언가를 피해 P시로 숨어든 것이다. 아내가 있는 기혼자인 ‘나’인데(64쪽) 무작정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닌데, 이에 대하여는 별다른 말이 없으니, 독자들은 이 소설 여기저기에서 애가 탄다.
정작 벌어진 사건은 이것이다. 숨어든 것은 겨울, 날씨가 추워 그들이 숨어든 아파트가 얼어버린 것이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것...... 그러면 이제 물이 나오도록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데, ‘나’는 어떻게 대처하는가
옆집에서 정과 망치를 빌려와서, 수도관이 지나갔음직한 부분을 깨기 시작한다. 주방 바닥을 깨부수고, 배관을 찾느라 방까지 들어와 방바닥을 깨기 시작한다.
그런 소동 끝에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진 차를 보러 나왔다가, 시청에 항의하러 가자는 옆집 사내의 손에 이끌려...
그런 줄거리다. 중간 중간에 어떤 힌트나 암시도 없이 그만 그렇게 끝이 나는 이야기다.
평자의 말을 빌려, 이 소설에 대해 말하자면, 이렇다.
난,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고,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 못했다. 나는 한국 소설 특히 단편의 수준 높은 경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이 책으로 알게 되었다. 부끄러운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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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마주한 첫느낌은 ‘추리 소설 같다’ ‘용의자 x의 헌신’과 비슷한 분위기의 소설일 것 같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용의자 x의 헌신 작품을 재미있게 읽은 입장으로 <형사K의 미필적 고의>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채로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우선 표지에서부터 풍기듯이 책의 외면적인 요소들은 어둡다라는 인상을 주었다. 마냥 밝고 경쾌한 글보다는 조금 무게감 있고 현실적인 것들을 다루는 작품을 선호하기에 주저없이 글을 읽어 나갔다.
책은 총 7편의 단편들로 묶여져 있다. 따로따로 발표 되었던 발표시기가 다른 작품들인데 읽다보면 작가가 어느정도 연관성을 가지고 쓴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첫 단편은 제목과 동일하게 <형사K의 미필적 고의>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필적 고의라는 말은 자주 듣고 종종 사용하기도 하지만 정확한 사전적 의미가 성립되지 않아서 두산백과에 검색을 해보았다. <미필적 고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어떤 범죄 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인식(예견)하였음에도 그 결과의 발생을 인용한 심리상태> 라고 정의된다고 한다.
“진실이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입증과 증거만이 중요하다. 허위 산고가 허위이건 자백이 허위이건 진실처럼 보이면 그것이 진실이 되는 것이다.” [형사k의 미필적 고의 中]
“나는 선생의 차로 인해 어떤 강력범죄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감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이미 발생했는지도 모르죠. 이를 테면 선생이 누군가 차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도록 차 문을 잠그지 않았을 것라는 의심 말입니다. 그럴 경우 선생 또한 그 범죄를 방조한 거겠죠.” “내가 범죄가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도 고의로 차를 방치했다는 말인가요?” “반드시 선생이 공모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미필적 고의 말입니다. 선생이 범죄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방치하였다는 말이죠.” [형사k의 미필적 고의 中]
첫 단편 내용부터 인상깊은 소재와 전개로 진행되었다. 자동차의 명의는 ‘나’이지만 사용자는 신용불량자인 친형이었고, 사설 경마장과 불법 도박장을 전전하는 친형이 강원도 인근에서 실종되는 사건이 이야기의 배경이 된다. 형의 실종으로 인해서 형에게 빌려준 차의 공과금과 세금을 몽땅 뒤집어 떠 앉게 될 위기에 처한 ‘나’는 순순히 납부하기 억울해서 경찰서에 들리게 된다. 그곳에서 형의 실종을 조사하는 형사k와 화자가 얽히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나’를 추궁하는 형사와 형사의 고의적인 압박으로 인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하는 ‘나’의 심리적인 묘사 부분이 매력적인 단편 소설이었다. 손에 땀을 쥐면서 봐야 한다는 긴장감 보다는 독자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상세한 현대추리물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이 외에도 '카라반'과 '피터의 편지'가 인상깊었다. 스포로 긴장감을 없애는 것보다 직접 읽어보시는 편을 권장드린다.
이 작품은 이춘길 작가의 첫 작품 이후 10년만의 작품집이라고 한다. 10년 동안의 고뇌와 고찰이 담긴만큼 삶에 대한 관찰력이 뛰어난 작품이었다. 삶을 살아가는데 명쾌하지 못한 의뭉스러움들, 미필적 고의를 통해서 발현되는 사건들, 삶의 사소한 부분들을 관찰해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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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첫 소설집으로써, 2011년부터 2016년 수록된 작품을 모아 낸 책이다. 7개의 단편이 들어있었는데 작가만의 독특한 기묘함과 미스터리. 고리와 같은 결말이 독자의 상상력을 더해주는 특징이 있었다.
<1. 형사 K의 미필적 고의>는 읽었지만 내 능력으로는 정확히 짚어낼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넘어가기로 하고 :)
<2. 동파>부터 감상을 말하자면, 주인공 '나'는 왜 이렇게 무모한 가로 시작해서 마지막엔 허무함과 공포를 동시에 주었다.
<3. 관리인> 요양병원을 찾는 주인공에게 원무과장이 속삭인다. "노인 병동에 들어와서 살아 나간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겁니다." 정작 만나고 싶은 병원장은 없고 그의 아들만이 주변을 감시하듯 맴돈다. 병원에서의 시점과 과거 '섬 이야기'의 살인 사건이 겹치며 상황이 묘하게 돌아간다.
<4. 잡식동물의 딜레마> 투견에 관한 스토리였는데 마지막 좀 무섭다. 독자의 상상력에 따라 정도는 다르겠지만.
<5. 실종> <6. 카라반> <7. 피터의 편지>를 끝으로 마지막엔 <해설>이 나왔다. 깊이를 더해주어 복잡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이해되어 마무리가 되기도 했다.
가볍게 생각하고 책을 손에 들었지만 나에 대입해보기도 하고, 주변에서 만났던 사람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인간의 심리에 대해 내 안의 기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가장 재밌게 읽은 건 <잡식동물의 딜레마>였다. ![]() ![]() ![]() #도서협찬 으로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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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 :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어떤 범죄결과의 발생가능성을 인식(예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인용(認容)한 심리상태. <형사 K의 미필적 고의>는 표제작 형사 K의 미필적 고의를 포함한 7개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단편집이다.저자가 등단한지 10년만에 낸 첫 소설집이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읽는 내내 그의 오랜 시간에 걸친 결실을 느낄 수 있었다. 첫 단편은 표제작인 형사 K의 미필적 고의로 시작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단편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신용불량자인 형은 주인공인 '나'의 명의로 차를 샀다 실종되는데, 형사 k는 이와 '나'가 연루되어있다 생각하고 끊임없이 의심한다.이러한 이유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속에서 '나'가 느끼는 압박감, 혼란스러움에 집중하게 된다. 이춘길 작가의 단편들은 특유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분위기들을 독자가 잘 느끼고 즐길 수 있게 첫 단편에서 스타트를 잘 끊어준 듯 하다. 이 소설의 특징은 미스테리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속에서 분명 '무엇'인가가 이미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는데 그게 뭔지 한 번에 짐작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간결한 문체로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 '무엇'은 숨고, 숨는다.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전개 속에서 독자는 의뭉스러움을 품으며 더 집중하게 되고 압도될 수밖에 없다. 이런 특징들로 제일 분위기에 압도됐던 단편은 <관리인>이었다. 이유는 알려주지 않은 채 파산 신청을 미루는 병원 관련인들과 그 분위기에 점점 동화되어 버리는 관리인인 화자의 심리상태를 보다보면 으스스하다. 으스스한 분위기를 극대화시키는 밤, 비 등의 배경이 잘 상상되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춘길 작가가 쓰는 이야기의 분위기에 빠져들고 매료되었다. 다음 작품도 기대되는 작가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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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 말이 지금은 더더욱 진실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 "형사 K의 미필적 고의" 는 7편의 단편을 포함한 소설집이지만 각각의 특색이 넘치는 소재와 분위기를 담고 있다. 마치 편집증 환자와 같은 형사 K의 사건에 대한 집착은 오히려 조작된 사실이 진실인양 삶에 대한 관찰력이 남다른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서평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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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 :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어떤 범죄 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인식(예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인용한 심리상태(출처: 두산백과)
어떤 단어를 보면 대충 의미를 알겠는데, 정확하게 그 의미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바로 이 미필적 고의라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일부러 무언가를 했다는 것을 알겠지만, 정확하게는 알지 못했던 듯 싶다. 그럼 형사 K는 자신의 위험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계속해서 수사를 해나갔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소설집에는 따로따로 발표되었던 7편의 단편들이 묶여져 있다. 발표시기는 다르지만 혹여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염두해두고 연관성으로 쓴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도 있었다. 물론, 단편이라 자세하게는 아니더라도 어떤 인물등으로 인해, 혹시 그 작품성과 연관성이 아닌가 의심할 수 있겠다. 단편에 약한 나로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말은 꽤 놀라운 수확이라고도 하고 싶다. 다시 『형사 K의 미필적 고의』로 돌아가자면, 형이 몰고 다니는 차의 명의자는 나로 되어 있지만, 실제 사용자는 형이었다. 정기 검사를 못받으니 정기검사 의무 위반으로 벌금이 부과되었지만 낡은 차는 멈춰섰고, 세금과 벌금이 있으니 폐차를 못하니 불법으로 폐차를 하게 되었다. 벌금을 내고도 폐차되었다는 증거는 없으니, 세금은 계속해서 나오고 영 골칫거리가 아닌가 싶다.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기만 하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좀처럼 종착지에 도달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야기를 계속 따라가다보면 뭔가 의구심이 생긴다. 과연 나의 말은 맞는 것인가.. 그를 궁지에 몰고 있는 형사K. 정말로 형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형사 K는 이 일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짧은 이야기이지만 뭔가 뒷통수 한대 얻어 맞은 그런 느낌이다.
이야기들 중에 또 한 편을 들라면 『카라반』을 들고 싶다. 동생이 친구들과 바캉스를 계획했는데, 서로의 개인적인 사정때문에 갈수 없게 되어서 언니에게 이 카라반을 이용하라고 주게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휴양림 속에서 괜시리 언니는 무언가 불편함을 느끼며 망상에 빠지게 된다. 아마도 그것은 동생과 남편은 동문사이였고, 또 자신은 가정주부인데 반해 동생은 연봉이 높은 은행원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자격지심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동생에게 직접 물어보거나 하는 방법이 아니라 혼자사 의구심을 키워만 가는것만 같아 안타까웠다. 살짝 어떤 식의 마무리가 아닌 열린결말조로 끝나서 가뜩이나 단편에 약한 나로서는 쉽사리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기 힘들어서 기억에 남는다.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보다 갸웃한 순간이 압도적(p.248)이라는 평론가의 말에 동의할수 있을 것같다. 절대로 긴장의 끈을 놓고 읽어서는 안될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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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길작가의 여러 단편들이 엮어 있는 단편소설집들의 종합이다. 처음을 장식하는 형사 K 의 미필적 고의는 친형의 실종과 이를 추적하는 형사 K 와 형의 실종으로 인해 그동안 형에게 빌려준 차의 범칙금이나 공과금을 납부하기 억울한 화자가 이를 췻하기 위해 경찰서에 찾았다가 형사 K 가 형의 실종과 관련되지 않았나 추궁하는 과정에서 화자는 자신의 막다른 선택은 형사 K 의 고의적인 압박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라 이야기하는 심지적인 묘사가 멋들어진 단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두번째 이야기인 동파가 책을 읽는 내내 장면들이 눈앞에 보여지듯이 선명한 광경이 절로 그려졌다. 회계일을 하던 주인공은 업무파트너 회사의 직원인 J 와 협력관계로 일을 하다가 그만 선을 넘게 된다. 이미 유부남인 그는 아내와 이혼을 하고 싶어하고 불륜녀인 J와의 일이 아내에게 알려지면 위자료나 재산분할에 막대한 손해가 있을것임을 알고 친구인 이혼전문 변호사인 박변호사의 제안으로 영동지역으로 추정되는 P 시로 떠나게 되는데 겨울에 사랑의 도피를 한 두 사람이 정착한 곳은 군인들과 지역공장들이 보이는 회색의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서 눈발이 이 지역을 뒤덮고 마는데. 눈이 올때마다 눈을 치우는 관리인의 모습이나. 윗집에서 동파로 수도를 부수는 모습. 그리고 주인공에게 공구를 건내는 장면이나 마치 마음의 짐을 부수는 장면처럼 수도관을 공구로 내리치는 장면. 그리고 결국에는 한파의 끝에서 물탱크가 터지며 그대로 아파트를 얼음으로 덮어버렸다는 그 그로테스크한 상상과 등장인물들의 군상이 잿빛 풍경을 연상시키는 이 단편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병원을 풍경으로 하는 관리인의 이야기도 마치 공포영화를 연상시키는듯 흥미가 있었고 주로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대단하게 보여졌다. 멋진 단편들을 읽으며 다음 이야기는 어떨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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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K의 미필적 고의’는 불친절하게 꼬인 단편들을 엮은 소설집이다. 쉽지않은 소설집이다. 먼저 드는 생각은 ‘뭔소리야’라는 거다. 좀처럼 잘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내용 자체가 그런면이 있기도 하지만, 특히 서술 방식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저자는 앤간해서는 수월하게 이야기를 풀어놓거나,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쉽게 드러내는 법이 없다. 그러기는 커녕 오히려 꼭꼭 숨기고 꼬아놨다. 그래서 해석(해설)의 필요를 느낀다. 군데 군데 흩어진, 또 난해하게 뒤섞인 이야기와 문장들을 재구성하고 그 속에 숨은 진짜 이야기와 그 속에 담은 의미를 파헤쳐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어째서 이렇게 불친절한 소설을 쓴 것인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썼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더 강조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의문이 들었던 내용이나 서술 방식 역시 그것들과 잘 어울려있어 오히려 감탄을 하게 되기도 한다. 알고서 보면 꽤나 계산적으로 구성해서 쓴 잘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를 위해 의도적으로 꼬고 복잡하게 얽은만큼 그 대신에 순수하게 읽어나가는 재미라던가, 이야기에 절로 빠져드는 몰입감, 그리고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픽션으로서의 재미 같은 것들은 확실히 덜한 편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분명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만하다. 서술 방식과 내용의 전달, 그 중 하나라도 좀 쉬웠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