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는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조은수 옮김, 파랑새 어린이)'로 번역되어 있는데, 원제목은 'The Old Woman Who Loved to Read(1996, Scholstic)'이며 John Winch의 작품입니다. 도시를 떠나,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하고, 자연과 가까이 하고 싶어서 시골로 간 할머니는 도리어 농장의 많은 일에 파묻혀 지내게 됩니다. 엉망인 집을 치우고, 밭을 갈고, 도시에서 가지고 간 골프채와 하키 스틱으로 울타리의 말뚝을 수선합니다. 봄에는 양을 돌보느라 바쁘고, 여름에는 과일을 수확하고 저장하느라 바쁘게 지냅니다. 더구나 그 해 여름은 너무나도 덥고 가물어서, 불이 날 정도입니다. 가을엔 너무도 비가 많이 와서 욕조통을 타고 동물들을 구하러 다닙니다. 그러나 겨울이 되자, 평화가 찾아 옵니다. 할머니는 책과 동물들에 둘러쌓여, 달콤한 낮잠을 자는 휴식을 얻게 됩니다. 본문의 글은 많지 않지만, 작가의 다소 과장된듯한 삽화(illustration)가 작품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그래서 글을 읽기 보다는 그림을 읽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드는, 말 그대로 그림동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표지부터 등장하는 양쪽 페이지에 걸친 큰 illustration은 매우 사실적으로 자세히 묘사해서, 세밀한 부분을 잘 드러내고 있고, 그림에 얼룩이 진 것같이 표현하여, 마치 오래된 책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특히 할머니가 시골로 옮겨 온 후 자연스럽게 함께 살게되는 동물들은 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데,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페이지 구석구석마다 숨어있습니다. 동물들은 뒷표지까지 연결된 겉표지에서부터 등장하는데, 할머니와 같이 이사를 온 앵무새는 물론이고, 토끼나 개구리, 칠면조, 거위 닭, 돼지, 오리너구리, 코알라, 캥거루, 뱀, 도마뱀, 거북이, 양, 소, 고슴도치, 그 외에 이름모를 동물들이 많이 등장하고, 특히 쥐는 거의 매 장면마다 등장합니다. 단순히 귀엽게만 묘사되어 있지 않고 사실적으로 나타나있는 동물들의 풍부한 표정과, 고단한 농장 생활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려는 할머니의 필사적인 노력이 도리어 미소를 짓게 합니다. 노인에 관한 그림책은 종종 볼 수 있는데, 존 버닝햄의 ‘우리 할아버지’, 토미 드 파올라의 ‘오른발 왼발’과는 달리 이 책에선 할머니 혼자 치열하게 사는 모습이 나옵니다. 작가인 John Winch는 New South Wales의 벽지에 살면서 시골 생활의 기복을 즐겨 묘사한다는데, 이렇게 혼자 사는 노인들의 모습을 많이 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주로 미국이나 영국 혹은 일본의 그림동화가 많이 번역되어 있는데, 이 책은 호주 작가가 쓴 호주의 그림 동화입니다. 그래서인지 호주 시골의 농가의 풍경과 동물들, 그리고 계절마다 해야 할 일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자세하게 그림으로 묘사를 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호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좋겠습니다(특히 이 책에 등장하는 호주 동물들에 관해 이야기를 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네요). 일년 내내 일에 파묻혀서 힘들어 하던 할머니의 표정이, 마지막 부분에서 읽던 책을 무릎에 떨구고 낮잠에 빠진 행복한 미소로 바뀌게 한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할머니가 왜 이렇게 열심히 책을 읽으려 할까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책을 읽는 즐거움과 더불어 이 할머니의 외로움을 저절로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앞서 소개했던 The Old Woman Who Loved to Read와 시리즈인 것같은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역시 John Winch의 작품으로 The old man who loved to sing(1994, Ashton Scholastic)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번역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도시의 매연과 먼지, 그리고 소음으로부터, 자신의 노래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골로 할아버지는 떠납니다. 시골의 집 옆에 빗물을 받아 놓는 통에서 물을 받아 목욕을 하면서도 노래를 부르는 할아버지와,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동물들의 모습이 평화롭습니다. 밤이 깊어 달이 뜨면, 현관의 안락의자에 앉아 음악을 듣다 잠이 든 할아버지 둘레에 동물들이 모여 들곤 합니다. 그러나 어느날 부터인가 대부분의 노인들처럼 할아버지도 건망증이 심해집니다. 참새는 건망증이 심해져 머리도 다듬지 못해 길어진 모습으로 거울을 보는 할아버지의 머리카락을 뽑아 둥지를 틀고, 주머니 쥐와 웜버트들은 널어 놓은 채 걷는 것을 잊어버린 빨래를 가지고 장난을 칩니다. 할아버지가 식사하는 것을 잊어버리자, 쥐들과 개미들이 대신 그 음식들을 차지합니다. 할아버지가 노래 부르는 것까지 잊어버리자, 계곡과 할아버지의 집은 침묵에 쌓이고, 동물들은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봅니다. 고요함에 지친 캥거루의 꼬리치기를 시작으로 개구리와 새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모든 동물들이 함께 합니다. 그 음악소리 덕분이었는지, 마지막 장면에서 파와 모자를 양손에 든채 목청껏 소리 높여 노래 부르는 할아버지의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책의 앞 표지에는 안경을 이마에 걸치고, 동물들에 둘러쌓여 악보를 보고 노래부르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클로즈 업으로 그려 놓았고, 뒷 표지에는 뒤에서 바라본 모습을 그려 놓았습니다.(정확하게 앞면 뒷면의 이름대로 표현했어요.) 앞서 소개한 할머니의 책과는 달리, 한 두 장면의 익살스러운 할아버지의 모습을 빼면, 유머를 느끼기 보다는 할아버지가 맞닥드린 냉정한 현실에 마음이 조마조마해 집니다. 혼자 살면서 치매로 이어질 것같은 할아버지의 건망증걸린 모습이 안쓰럽고, 걱정스럽습니다. 더구나 마지막 장에 할아버지가 쓴 메모를 보면, 더욱 마음이 쓰입니다. 나중에 메모 읽는 것을 잊으면 어떻게 될까요? 나중에 메모 쓰는 것 조차 잊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토미 드 파올라의 ‘오른발 왼발’을 읽고 나면, 아이와 뇌졸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듯이, 이 할아버지에 관한 책을 읽고 나면, 치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고령화 사회로 변화가는 이 즈음에 아이는 물론 이 책을 읽어주는 우리도 노인들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고, 또 미래에 대한 여러 준비를 마음으로부터 하게 될 것 같습니다. |
|
존 윈치 글, 그림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 - 파랑새
나의 꿈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대부분 책을 읽지 못하고 전쟁과 가난을 겪은 세대들에게 그림책을 통해 살아오며 남아 있을 상처를 치유해 주고 싶었다. 그림책의 재미와 매력을 손자와 함께 느끼며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라는 제목은 나를 잡아 끌만했다. 작은 생쥐의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시골 작은 집에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가 살았어요.'
라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특별한 이야기도 없이 흐르는 서정적인 이야기가 평화롭고 좋다. 할머니도 한 때는 도시에서 살았지만, 소란스럽고 복잡한 도시가 싫어져 떠났단다. 할머니의 짐 대부분이 책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할머니의 오랜 친구일 것 같은 새장 속에 앵무새가 보인다.
남들은 서울에 집 살려고 노력하지만 나도 내가 사는 시골 한적한 마을이 좋다. 조용하고 공기 좋고 자연의 소리가 나는 이곳이 말이다.
![]()
그러나 새로 이사한 집에도 할 일이 너무 많아 책을 여유롭게 읽을 수가 없었다. 봄에는 새끼 양 한마리를 돌봐야 했고, 여름에는 털을 깍아 주고.. 과일도 따다 잼을 만들어야 했으며 몹시 더운 여름 동물들에게 먹일 물을 주기 위해 열심히 펌프질을 해야했다.
그 와중에도 항상 책을 들고 있는 할머니. 그래도 항상 책 표지가 바뀌는 걸로 보아 틈새를 노려 독서를 하시는 듯 하다. 할머니의 손바닥으로 가려진, 혹은 잘 보이지 않는 서명들은 할머니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하다. ![]()
가을에는 장마에 휩쓸린 동물들을 구해줘야했고, 겨울비를 맞으며 장작을 패야했다. 동물들은 난로가 타고 있는 집 안에서 할머니를 지켜 보고 있다. 드디어 겨울이 깊어지자 할머니는 동물들을 돌보는 일과 여러 가지 일을 미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평화로워질 그때 또 다시 손님이 찾아오는데....
한해가 지나도록 책만 풀었을 뿐 짐들은 구석에 쌓여있다. 드디어 휴식을 취하며 책을 읽다 잠든 할머니 참 평화로워 보인다. 동물들도 책 읽어주는 할머니가 좋아 함께 살러 왔겠지.
![]()
흔히 농장에서 볼 수 있는 토끼나 닭, 오리, 염소 외에도 거북, 뱀, 쥐, 코알라, 캥거루 등을 만날 수 있는데 단지 극의 재미인 줄 알았는데 작가가 호주사람이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정서가 보이는 시골생활이지만 시골하면 평화로운 이미지는 같다.
책 뒤 속표지에 할머니가 읽어야 할 책 리스트도 체크해보시길 바란다. 나도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그림책 읽고 글쓰는 사람이고 싶다. 아이들이 날 '책 읽어주는 할머니'라 부르면 참 행복할거야! |
|
아직도 책 읽기를 두려워하는 아이와 책을 읽었다. '책 먹는여우'를 읽어주고 이번엔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를 같이 읽었다. 아이는 책을 보긴 좋아하는데 읽는 것보다는 그림을 보면서 듣는 걸 더 좋아한다. 아마도 나처럼 술술 읽히지 않고 더듬거리는데 그게 힘들어서 그런 거같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할머니가 있다. 하지만 점점 도시가 복잡해지자 시골로 내려간다. 책을 싸들고. 하지만 시골엔 일이 너무 많아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씨를 뿌려 열매를 거둬들이고 동물들을 돌보고. 가뭄이 오고 불도 나고 비가 엄청 오고.. 그리고 겨울이 와서 드디어 시간이 된 할머니는 책을 읽는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어 아이에게 도움이 되었다. 나도 틈틈히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아이는 아직은 엄마만 책을 읽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본인도 스스로 하려나? 내가 사는 송파에 어린이도서관이 생겻다. 그래서 같이 갔는데 아이는 책을 구경만 하고 집에 있는 책이 여기에도 있다고 신나했다. 자꾸 다니다보면 습관이 들겠지 기다린다. 시계 읽는 것도 책 읽는 것도.. |
|
내용보다는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어 구입한책 아이들이 그림그리기에 관심을 보이는데 저는 잘 그려진 동화책을 많이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던중 섬세한 할머니의 흰 머리카락이 마음에 와 닿았고 내용도 그림만큼 유익하네요. 글은 몇줄 되지 않지만 꽉찬 화면때문인지 적다는 느낌이 들지않고, 책을 읽을 때의 할머니 얼굴표정이 너무도 행복하고 편안해 보여 저도 작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5살 6살 두딸 아이도 그림을 감상하며 천천히 읽어 내려갔어요. |
|
이 책은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다.
한 할머니가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시골 한 적한 곳에서 책을 읽기 위해 떠난다. 하지만 시골에서도 쨈을 만들고 양털을 깎고 계절별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아 그 일들을 하는 가운데 책을 읽을 시간을 기다린다. 마침내 겨울이 오자 읽고 싶은 책들을 쌓아놓고 읽으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으로 끝맺는다.
무엇보다 이 그림책의 그림은 과일을 따는 할머니의 얼굴에 내 얼굴을 그려넣어 보고 싶을 만큼 푹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 또 할머니를 둘러싼 계절적 자연환경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축소되거나 확대, 변형되어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느끼게 만든다. 이러한 자연과 어울어진 그림의 요소 때문에 이 책의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책읽기는 자연에서 주는 값진 열매처럼 책이 주는 열매 또한 값진 것임을 알려주는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나온 할머니가 읽고 싶은 책 리스트 또한 나도 읽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수업에 적용하자면 과일을 따는 할머니의 얼굴과 손이 가득 채워진 그림에 아이의 얼굴을 넣어보게 하고 그 느낌을 말하거나 할머니의 무릎에서 들었으면 하는 책을 말해보면 어떨까?
이 책을 읽으면서 책 읽기를 숙제처럼 생각했던 나 또한 나이들어 이 할머니처럼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책의 즐거움을 찾아 다니고 싶어졌다. |
| 아이들과 하루 종일 씨름을 하다 보면 책 한장을 제대로 넘기기가 힘들다. 어쩌다가 시간이 날 지라도 아이들은 내가 내 책 속으로 빠져 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자신들의 세계에 빠져 있다가도 내가 책을 펼칠라치면 이내 곧 달려와 자신들의 책을 내미는 것이다. 어디선가 읽은 기억으로는 아이들이 책에 엄마를 빼앗겼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잠시 너희들을 잊고 내 세계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펼치곤 하니 아이의 그 감정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닌 것 같다. 아이가 아주 어려서는 낮잠 자는 시간을 이용해서 단 몇 줄이라도 볼 수 있고, 아이가 좀더 크면 유치원에 간 오전 시간을 이용해서 볼 수 있지만 내년이면 유치원에 들어가는 둘째와 함께 하루 종일 뒹구는 요즘은 아마도 내 시간을 훔쳐내기가 가장 어려운 때가 아닐까 한다. 아직 손이 많이 가는 두 아이를 쫓아 다니다 보면 어느 새 하루 해가 지고, 나는 나대로 피곤에 묻혀 벼르며 구입했던 책들의 겉장만 바라보기 일쑤다. 그래도 흐뭇하고 뿌듯한 것은 언젠가는 읽을 것을 기대하며 한 권, 두 권 구입한 책들을 바라보는 것이고, 앞으로 구입하거나 도서관에서 빌려보기 위해 적어둔 도서목록들이다.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는 힘에 부쳐 고단한 이러한 나의 일상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아 아이들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책이다. 특히 일러스트레이터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의 긴장감 넘치는 그림이 너무 좋아 두고 두고 꺼내보곤 한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할머니는 책을 맘껏 읽기 위해 복잡한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를 하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 해야할 일이 너무 많아 제대로 책을 읽을 수가 없다. 밭 일을 하면서도 책을 옆에 수북히 쌓아 두고, 책을 읽으면서 양을 돌보고, 가뭄과 장마를 견뎌야 하는 숨가뿐 상황에서도 할머니의 주머니에는 늘 책이 한 두 권씩 꽂혀 있다. 너무 바빠 할머니가 책을 읽을 수 없을 때에는 심지어 할머니가 돌보는 동물들이 대신 책을 읽는다. 겨울이 깊어지고,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마친 할머니는 그제서야 그토록 읽고 싶었던 책을 마음껏 읽게 되지만...할머니는 곤한 잠 속으로 빠져 든다. 맨 마지막 페이지에 놓여 있는 '읽어야 할 책들'의 목록을 보면 할머니가 왜 그토록 책 읽기를 부지런히 했는 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책을 너무 좋아하기도 했지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읽을 책목록을 보면서 할머니는 새삼 뿌듯했을 것이고, 스스로 한 약속과 같은 이 리스트는 쉬지 않고 계속 전진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긴장이 풀리며 단잠 속으로 빠져들긴 했지만 할머니는 겨우내 이 목록의 책들을 하나 하나 읽으며 행복해할 것 같다. 이것이 바로 목록이 주는 즐거움이 아닌가. 언젠가 아주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이 생겼을 때 그토록 원했던 책읽기보다는 자꾸 딴 짓을 하게 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할머니의 단잠을 떠올리고 혼자 피식 웃었던 기억이 난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할머니의 겨울같은 시간은 내게 허락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할머니처럼 틈틈히 책을 즐길 것이고, 목록을 작성하며 뿌듯해 할 것이다. |
|
책 표지를 보니, 할머니 곁에 온갖 동물들이 붙어 있다. 더러는 책 더미 위에 올라 앉아 있기도 하고 더러는 책을 펴 놓고 엎드려 있기도 한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아랑곳 하지 않는 할머니가 대단하기만 하다. 게다가 그림들이 큼직큼직 해서 시원시원한 느낌이다.
조용한 시골집으로 이사한 할머니는 조용히 책을 읽고 싶었지만 할 일이 워낙에 많았다. 그렇지만 할머니는 염소에게 우유를 주면서도, 양털을 깎으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던 할머니는 여름에는 과일을 따느라고 그리고 과일잼을만드느라고 바빴다. 게다가 몹시 덥고 가물은 여름을 나기란 고통스럽기까지 했고 (그래도 할머니의 작업복 주머니엔 두툼한 책 한권이 들어있다) 가을에 찾아온 장마는 겨울까지 계속되었다. 그런 후에 찾아온 평화롭고 고요한 시간. 이제 할머니는 마음껏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 때 할머니는 책 위에 안경마저 벗어놓고 조용히 잠이 들어있다. 동물들만이 말똥말똥한 눈망울로 할머니 곁에서 부산히 움직이고 있다. 한장 넘기면 할머니가 적어 놓은 책 목록이 보인다. 후후후..나도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지고.... [인상깊은구절] 여름이 되자 할머니는 '아! 이제야 책을 읽을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과일 따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리고 다가올 철에 대비해서 과일잼을 만들어두어야 했어요. |
|
할머니가 도시의 소란스러움을 피해 시골로 이사를 갔어요. 그런데, 시골에선 할 일이 너무 너무 많아 책 읽기를 좋아하는 할머니는 책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 봄이 되자 새끼양을 키우게 되고, 여름에는 양의 털을 깎으며, 과일 따서 잼을 만들어야 하며, 가을이 되자 장마가 찾아와 겨울까지 이어졌습니다. 겨울이 깊어져서야 모든 일을 마치고 편안히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림이 아기자기 귀엽습니다. 바쁜 할머니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고요. 글밥이 적고 스토리 내용이 빨라 금방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읽어주면 아이는 이 책을 싫어하게 될지도 몰라요. 글은 적지만, 한페이지 한페이지마다 아이와 대화할 내용이 무궁무진합니다. 그림책 내용 자체보다는 그림으로 끝도없이 대화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시골에선 어떤 일을 해야할 것 같은지, 어떤 동물들이 숨어있는지, 여름에 가물면 어떻게 될지, 가을에 장마가 왔을 땐,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등등이요. 책만 죽~ 읽으면 재미없을 이 책을 많은 대화로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재능이 무궁무진한 책이지요.
전 이 책을 읽으며... 제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타샤 튜더"가 절로 머리에 떠올려졌습니다. ^^ "타샤 튜더"가 훨씬 마른 모습이고, 책 읽는 할머니는 조금은...튼튼하신 모습이지만, 시골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 계절마다 해야하는 일을 설명해 놓은 것들...어쩌면 그리 그녀의 수필과 느낌이 비슷한지 저는 "타샤 튜더"만큼 이 책이 따뜻하고 좋습니다. |
| 책에 관한 그림책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책읽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애서가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책'. 바로 그 '책에 관한 책'에도 관심이 간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고, 책과 함께 어떤 일상을 즐기고 있을까? 물론 어른들을 위한 북가이드, 독서론, 서가론에 관한 책도 많지만, 잉크냄새 나는 빽빽한 텍스트를 있노라면, 삽화가 많이 들어간 책, 그것도 엄지손톱크기만한 글자들이 박혀있는 어린이용 동화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간혹 든다. 어렸을 때 책 좀 많이 읽어 놓을걸 하는 후회와 함께 이 동화책을 펼쳤다. 도시를 떠나면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책 한 보따리와 함께 시골로 들어간 할머니. 그러나 시골에는 의외로 할머니가 직접 해야할 일들이 많다. 과일잼 만들기, 양털깎기. 장마철에 동물 돌보기 등등. 할머니는 겨울이 되어서야 소파 양쪽에 할머니 키만큼 책더미들을 싸아두고 동물들과 함께 평화로운 저녁을 보낸다. 시골 숲속의 토담집, 마른 벼이삭 냄새, 오래된 나무벽, 캥거루, 오리, 거북이, 생쥐들, 그리고 책과 함께 하는 할머니의 일상이 정겨워 보인다. 톤다운 된 존 윈치의 따뜻한 그림체도 이런 분위기를 내는 데 한 몫한다. 평화로운 시골생활과 행복한 책읽기라는 두 가지 소망을 할머니를 통해 얻고 싶은 어른들, 그리고 이제 막 독서를 접한 아이들에게, 책에 대한 정감을 주는 동화이다. |
|
배경의 섬세한 묘사와 머리칼 하나 하나까지 살아 나는 듯한 세밀한 그림으로 그려진 많은 볼거리를 주는 책이다. 촛불을 켜고 책을 읽는 할머니의 책상엔 앵무새, 토끼, 개구리 그리고 작은 새 한 마리가 상자에 둥지를 틀고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다. 책에 몰두해 있는 할머니와는 달리 이 동물들은 "할머니가 언제 나와 놀아 주시려나?"하는 눈길에서 책을 읽고 있는 엄마를 바라보고 있는 개구장이 우리 아이들같다는 느낌을 받고 웃었다. 할머니 뒤로 펼쳐지는 사물들이 또 다른 흥미를 준다. 낡은 후라이팬, 달걀, 옥수수, 망에 담긴 오렌지... 그리고 할머니의 마음에는 아직 소녀같은 순수함이 담겨져 있음을 보여주듯 걸려 있는 마른 꽃들과 꽃병, 그리고 할머니 옷의 레이스... 시골로 이사한 할머니가 만나는 동물들은 나 보다는 우리 아이들의 시선을 끈다. 귀여운 양, 칠면조, 뱀, 돼지, 닭, 거북, 그리고 할머니가 살고 계신 곳이 호주구나 추측하게 해주는 오리 너구리와 코알라, 흑고니, 캥거루... 할머니의 책읽기를 방해하는 다양한 자연 환경들... 아이들은 할머니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지, 할머니가 왜 일을 해야 하며, 왜 시골로 이사를 갔는지, 할머니가 읽어야 할 책이 왜 이리 많은지, 그리고 왜 할머니는 스르르 책들에 둘러 싸여 잠이 들었는지 이 모든 것을 알지 못하지만, 책 속에 나오는 그림들에 사로 잡혀 마냥 즐거워 한다. 물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도, 그리고 그 내용을 아이들 보다는 조금 이해할 수 있고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할머니의 메모가 냉장고에 몇일째 체크되지 못하고 김칫물 든채 붙어 있는 나의 메모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며 즐거움에 빠져든다. 책 읽는 즐거움을 몸소(?) 보여주는 책이다. [인상깊은구절] 읽어야 할 책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비밀의 화원 걸리버 여행기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우연히 찾아오다 겨울 이야기 험프리 클린커 올리버 트위스트 일곱 명의 작은 원... 엘리노어 엘리자베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