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에는 내가 참 좋아하는 작품이 몇 편 있다. 일단 '첫사랑'이 그렇다. 이상 문학전집이었던가? 잘 기억은 나지 않는 어느 수상문학집에서 이 작품을 처음 접하고는 난 입을 딱 벌렸다. 수상 작품 품평란에서 이 작품에 대한 언급이 적은 걸 보고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과장되지 않고 잔잔하게, 그러면서도 주인공이 '지옥'이라고 표현하는 주위의 분위기가 읽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읽어 나가노라면, 아- 이 아이는 왜 '너'의 마음을 몰라주는 건가. 괜시리 내가 다 안타까워진다. 사실 두 아이 모두 남자아인데 말이다. 그게 아무렇지 않게 느끼게 해준다. 멋지다. 그러면서 재미가 있다. '이른 봄', 주인공은 9년동안 살아온 할아버지 꿩이다. 이미 노년기를 맞아 웬만한 일엔 초탈했고 이렇게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속세와의 모든 인연을 끊고 살아남는 데만 전념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자족하는 꿩씨에게, 어느날 이변이 닥친다. 앙증맞은 부리, 부드럽게 물결쳐 올라간 머리 모양, 풍만한 가슴살에 큼직스런 엉덩이까지 갖춘 예쁜 어린 꿩이 나타난 것인데-...재밌을 것 같지 않은가? 실제로 굉장히 흥미롭다. 작가는 은연 중에 환경 보호의 메시지를 담았던 걸까?(써 놓고 보니 그다지 '은연'중에 드러낸 것 같지도 않지만) 성석제가 그렇게 촌스러운 일을 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여하튼 보기에는 그렇게 보인다. '스승들'도 유쾌하다. 작가 스스로의 얘기가 아닐까 슬쩍 의심이 가는 괴짜 독서광 소년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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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를 두고 소설판의 허영만이라고 하면 지나친 칭찬이 될까? 하지만 계속해서 그의 작품을 독파하고 있는 요즘, 그에게 이 정도의 칭찬 정도는 해주고 싶다.
성석제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능수능란'일 것이다. 빠르면서도 재미있고, 재미있으면서도 의미가 있다. 때로는 날카로운 문장들로 마음을 흔들어 놓다가 어느덧 그 사이에 놓여있는 삶에 대한 연민, 소외받은 사람들에 대한 서정을 볼 때면 나는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하는 부끄러운 마음도 든다.
새가 된다는 것. 그 의미는 속되지만 그 진의는 결코 속되지 않다. 살아가는 일이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서서 살아가는 일이라면, 정녕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다고 생각한다면 성석제의 글을 한 번 읽어볼 일이다. 성석제의 소설은 그러한 삶의 의미를 거짓말하듯 능청스럽게 보여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삶의 패배마저도 주관적 시점에서는 실패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나는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해보았다. [인상깊은구절] 그는 내게 한 가지 교훈을 가르쳐주었다. 언어를 질료로 하는 일들, 문학이나 국어나 난수표나 대화, 이런 일들에는 일정한 비의가 있다. 그것을 남과 공유하는 일은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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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생각하고 보고 느끼는 것을 너무도 쉽게 멋지게 거기다 문학적 기교를 섞을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된다.
내가 이 말을 왜 하느냐 하면..물론 이 글이 성석제님의 소설집 '새가 되었네'를 읽은 후의 감상문이기 때문에 이리도 구구 절절히 늘어 놓고 있는것이기도 하겠지만, 그를 치하하기 위함이다.
몇편의 소설 뒤에 실린 그의 일기 같은, 자신의 이야기들은 다른 글들을 통해 익히 알아본 바 이지만 이번 것들은 정말이지 배꼽을 잡지 안고는 배꼽의 안위를 보장할 수 없는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위의 밑줄 긋기에서 훌터본 사람이라면 그를 충분히 짐작 하리라...
몇편의 소설은 그 답지 않게 암울한 면들도 담고 있다. 물론 그것을 풀어 가는데고 유머를 잃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본 책의 이름인 '새가 되었네' 에서는 빚때문에 자살하는 가장을 통해서 흔히들 알고 있는것에 대해서 다르게 이야기 하고 있다.
새로운것 하나를 알았다. 사채업자를 통해 돈을 빌리고 그걸 갚지 않고 잠수해 버리는 사람들을 일컬어 '새 되었다'라고 말한다는것을..
마땅한 소재를 찾고 있으나 거기에 따른 스트레스로 고민하는 글쟁이들에게, 삶이 고달프고 무료한 일반독자에게, 한번쯤 크게 웃고 싶은데 체면상 만화책을 꺼리는 이에게 필히 추천하는 바이다. [인상깊은구절] 다음날 선생이 나를 부르셨다. '교지는 잘 되어가고 있지?' '잘 모르겠습니다.' '왜 몰라?' '배울게 너무도 많고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서요' '그런데 원고가 하나 모자른다며?' '네' '책은 오늘 내일 나와야지?' '네' '그 원고를 채워 넣어야 하지?' '그렇습니다.' '누가?' '모르겠는데요' '왜 몰라?' '두 면 분량이나 되는데 갑자기 청탁을 할 만한 사람이 없고요 또 오늘 오전 중에 써야 하는데 그렇게 원고를 빨리 쓸 수 있는 사람이 없고요. 어제 다른 사람들이 써넣었는지도 모르고요.' '네가 쓰면 안돼?' '못합니다.' '정말?' '능력이 없습니다.' '정말?' '저는 글이라고는 써 본 적도 없습니다.' '정말?' '저는 도데체 소질도 없습니다. 한심합니다. 아, 갑갑합니다. 다른 사람처럼 얼른 두 면 정도를 매워 넣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 하나만 희생하면 되는데.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아, 남들 다 하는 희생도 못하는 이 심정, 희생을 할래도 할 수 없는 이 심정,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저 자신이 원망스럽습니다.' '열두시까지 써와.' '...' '종쳤다.' 우리의 대화는 이렇게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