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레 몰아 친 추위와 함께 쇼핑센터에 가보면 벌써 캐롤이 울려퍼집니다. 작년에 썼던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내 아이들과 함께 장식을 했습니다. 고장난 전구는 바꾸고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장식도 몇 개 추가합니다. 좀 귀에 거슬리는 전자 멜로디지만 반짝이는 전구와 함께 흘러나오는 캐롤이 재미있는지 아이는 지루한 줄도 모르고 되풀이 해 듣습니다. 사랑, 희생, 이런 단어들이 떠오르며 감동없이 밋밋하던 마음이 조금씩 들떠옵니다. 오래 전 읽은 소설 한 편을 크리스마스 무렵이 되면 다시 꺼내 읽습니다. 『기적의 시간』( 보리슬라프 페키치 지음.이윤기 譯 열린책들.1993년 ). 이 책은 절판되고 최근 『기적의 시대』라는 이름으로 동일 출판사에서 다시 양장본으로 간행되었습니다. 책은 역설로 가득합니다. 죽은 이을 살려 내고, 나병 환자를 치유하는 예수가 베푼 기적은 너무도 잔인하다고 말합니다. 예수께서 나병환자에게 손을 대시며, 「그렇게 해주마. 깨끗하게 되어라」하고 말씀하시자 대뜸 병이 깨끗하게 나았습니다. 여로보암의 아내 아글라는 예수가 베푼 기적으로 나병이 완치되었지만 누구도 아글라의 완치를 믿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예수에 의해 병씻김을 당한 아들라는 성한 자들의 마을에도 나병 환자들이 사는 골짜기에도 발을 붙이지 못합니다. 나자로는 또 어떻구요. 예수가 기적을 베풀어 살려낸 나자로는 그를 죽이려 하는 자들에 의해 끝없이 다시 죽어야 합니다. 죽은 그는 그러나 기적을 증명하려는 자에 의해 억지로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가없는 생사의 윤회에서 시달려야 하구요. 그러니 우리들 마음에 사랑이 없는 한 예수가 백 번 , 천 번의 기적을 베푼들 그것은 잔인한 일일뿐이라는, 사랑만이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진리가 담긴 역설적인 글이지요. 아버지의 사랑과 희생을 느끼는 그 날, 어쩌면 그 날이 바로 성탄제일 거라는 학창 시절 배운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 라는 시 한 구절도 더불어 생각나는 훈훈한 사랑이 그리운 세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