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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녀,당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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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피곤하고 지칠때 시장에 간다. 생기발랄하다 못해 주책스럽기까지한 상인들의 삶에 몸을 흠뻑 적시다보면 삶에 대한 끈끈한 애착이 되살아나곤한다. 다시 되살아나는 삶에대한 애착...그것은 그곳의 활기찬 일상이 주는 쇼크이기도 하겠지만 은연중에 드러나는 내 자만심의 결과이기도 하리라.. ' 저렇게..나보다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그들도 웃고사는데 내삶은 얼마나
"아름다운 그녀,당편이" 내용보기
삶이 피곤하고 지칠때 시장에 간다. 생기발랄하다 못해 주책스럽기까지한 상인들의 삶에 몸을 흠뻑 적시다보면 삶에 대한 끈끈한 애착이 되살아나곤한다. 다시 되살아나는 삶에대한 애착...그것은 그곳의 활기찬 일상이 주는 쇼크이기도 하겠지만 은연중에 드러나는 내 자만심의 결과이기도 하리라.. ' 저렇게..나보다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그들도 웃고사는데 내삶은 얼마나 웃을일도 누릴일도 많은가..' 결국 나는 나보다 못한 인생들이 널려있음에 안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문열의 [아가] 이 소설의 주인공 당편이의 삶 또한 그런면에서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주는 존재이다. 순박하고 가진것 없는 그들....머슴 창길이. 드난살이하는 곽산이네, 행랑아범, 남의집살이하는 을순이, 안강댁, 시골촌부들, 시장거리사람들... 그런 그들에 비해 그들보다 못나고 더디고 모자라는 당편이는 존재 그 자체가 큰 위로이다. 당편이로하여 그들은 안도속에 자신들의 삶을 돌아볼수 있고 성실과 경건의 결의 까지도 다질수 있게 되었으니 당편이는 옛고향 사람들에겐 바로 살아 움직이는 효용이 아니었을까...당편이는 그런면에서 참으로 아름답고 가치있는 삶을 살았다. 시골부자이면서 자애로운 녹동댁에 다 죽어가는 반편이의 몸으로 쓰러져 있는 당편이. 그런 당편이를 거두어준 녹동어른과 녹동댁 을순이 창길이 곽산이네 칠보네... 당편이는 삶의 전반은 그들의 보호속에서 평안하다. 불완전한 정신과 신체를 가졌지만 생명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주변사람들에 대한 속깊은 정을 가진 당편이. 그러나 그녀의 모자란 행동들은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춥다고 강아지를 아궁이에 넣어 태워죽이거나 병아리들과 한이불을 덮로 자다가 질식시켜죽이는등) 로 이어지고 그녀의 기행은 작은시골에 하나의 유머로, 놀림감으로 수많은 일화를 남긴다. 어느 봄날 동네총각이 나물캐러간 당편이의 속옷을 들춰본 사건은 사람들에게 당편이가 여성임을 인식시켜주었고, 세건의 혼사가 들어오나 모두 성사되지 못한다. 그녀에게는 그후로 평생에 걸쳐 두 남자가 있다. 첫남편인 황장군은 얼어죽은 시체가 되어 그녀곁을 떠나고, 두번째 남편(남편이라기보다 동거인이라고 해야 맞겠지만..) 마른 고기쟁이(건어물영감)영감은 그녀를 여성으로 보아준 처음이자 마지막 남자였다. 첫남편과 정서적 교류의 흔적도 거의 없고, 성도 함께 공유하지 못했으며 끝내는 자식도 갖지 못했던 당편이. 당편이와 황장군의 만남은 작가 이문열은 이렇게 그리고 있었다. <그들의 만남은 별난 선택을 받은 두 영혼과 육체를 잠시나마 결합시키려 한 어떤 초월적 의지의 실현이었으며, 그들이 나눈 것도 성한 사람들의 그 말많고 요란스런 사랑은 아니지만 적어도 불우한 동류에게 느끼는 연민은 뛰어넘은 어떤 끈끈한 감정이었다..> 그래도 부부로서 황장군과 살았던 3년간의 시간동안 당편이와 황장군의 로맨스는 시골읍내를 떠들썩하게 하였고 그들에 대한 억지스럽고 우스운 음담들이 떠돈다. TV도 흔치않던 그시절. 당편이와 황장군의 비정상적인 결합은 외지고 작은 시골엔 크나큰 흥미거리였을 것이다. 당편이의 삶이 사람들로부터 흥미를 잃어가면서 그녀의 삶은 여러가지 수난에 부딛히게 되는데 그런 그녀를 쇠락의 길에서 구원해준것이 바로 건어물전 영감이다. 당편이와 영감이 서로 끌린 것은 그들에게 유별났던 삶의 신산함과 외로움이었던 것 같다. 그런 삶의 체험을 교환하고 그 기억을 공유하게 되면서 먼저 정신적인 결속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정신적인 결속은 마침내 오래전부터 예정된 일을 실현해 가듯 그들의 몸마저 자연스럽게 결합시켰으리라.. 한솥밥을 먹고 항 이불 밑에 자게 된 뒤에도 그들의 끊임없는 대화는 이것을 잘 입증해준다. 오히려 함께 살수록 할 말이 늘어가는지 한 방에 들어서도 밤늦도록 얘기를 나누고 새벽잠을 설친 날은 밖이 아직 깜깜한 새벽부터 그들 삶의 체험을 서로 나누고 또 공유하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들은 사랑이란걸 했다. 건어물전 영감과의 만남은 그녀에게 이성으로부터의 인격적인 보호와 배려라는 따뜻함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주었고 당편이의 주변인물들 모두는 그녀가 누리던 평온과 자족이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바랬다. < 당편이는 붉은 인조비단 치마에 자주 고름 남끝동 달린 나일론 수단 저고리를 입었다. 갓시집온 새댁네에게나 어울린 색조에 화학섬유 특유의 번쩍거림이 더해진 그 요란스러움은 보는 사람의 눈이 어질어질할 지경이었다. 영감은 눈부시도록 하얀 포플린으로 지은 한복차림이었는데 두루마기까지 갖추고 있었다. 거기다가 어디서 구했는지 중절모까지 머리에 얹고 있으니 그 낮설기가 결코 당편이의 차림에 못지 않았다. (중략) 그들 한쌍이 각기 휴대한 것들도 극적인 효과를 더했다. 당편이는 울긋불긋한 양산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걸읆걸이 때문에 머리위를 가려줄때보다 따로 놀 때가 많았다. 영감은 도시락 보따리를 대신해 가까운 도시의 백화점 쇼핑백을 들고 있었는데 거기 현란한 색채로 디자인 되어 있는 영어 철자들이 선그라스보다 더한 이질감을 주었다.> 당편이와 건어물영감의 단오놀이 풍경을 끝으로 당편이에 대한 화자의 기억은 끊긴다. 영감이 죽고난 그녀의 삶은 초라하고 고달팠을 것이다. 그녀의 최후가 화자는 물론 읍내대부분의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깡그리 잊혀졌다는 것은 그녀가 말년을 철저히 혼자 보냈음을 드러낸다. 그러나 나는 이 소설을 덮으며 그녀의 소외된 노년을 떠올리지 않으려 한다. 그녀는, 화자가 기억하고 있는 그녀생의 절정의 모습, 단오날의 그모습 그대로 모든이의 가슴에 남아있을 것이다. 실재 작가의 고향에 존재 했다던 그녀.당편이.. 당편이를 둘러싼 고향사람들과 옛 고향 모습들이 친숙하게 표현된 이문열다운 소설 [아가].... 읽는 재미에 감동과 여운까지... 책을 덮고도 다섯번은 더 읽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선명해지는 감동,,,정말 아름다운 책이다...

[인상깊은구절]
달이여, 너는 내 사랑을 알고 있는가 무덤도 없이 떠나간 그녀를 어느 하늘가를 떠도는지 부서진 가슴으로 내 사랑을 찾아 한없이 헤매었네 만일 그녀를 만나거든 내가 울고 있다고 전해 다오. 달무리 슬픈 그 밤 이별의 눈물 안녕히, 안녕, 내 사랑아 다시 만날 날을 믿으며 헤어져 멀리 있더라도 언제까지나 잊지 않으리라 달빛 속에 사위어가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이 시는 당편이에 대한 추억을 그리며 화자와 그의 친구들이 뒤늦게 당편이에게 바친 시입니다.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시가 제 가슴을 울렸습니다
f***y 2003.01.17.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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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 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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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정도 읽다가 전에 읽었던 책이란 걸 알았다.길면 2년, 짧으면 1년전에..언니와 함께 아빠의 산소에 찾아가 이젠 별로 스산스럽지도 않게 내 나이 24살에 두번 절을하고 대전으로 올라오는 길에 마땅히 읽을 책이 없어 거실에 있는 책장에서 아가를 꺼내들었던 것이다.퇴근을 하고 저녁밥을 먹고 읽어 내려갔다.당편이..혼자 서럽게 흐느적거리며 콧물도 흘리며 울었다. 꼭 내가 당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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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정도 읽다가 전에 읽었던 책이란 걸 알았다.
길면 2년, 짧으면 1년전에..
언니와 함께 아빠의 산소에 찾아가 이젠 별로 스산스럽지도 않게 내 나이 24살에 두번 절을하고 대전으로 올라오는 길에 마땅히 읽을 책이 없어 거실에 있는 책장에서 아가를 꺼내들었던 것이다.
퇴근을 하고 저녁밥을 먹고 읽어 내려갔다.
당편이..
혼자 서럽게 흐느적거리며 콧물도 흘리며 울었다.
꼭 내가 당편이를 그렇게 내버려 둔 것 같아 서러웠다.
이문열의 '아가'에는 시대의 변화와 맞물려 우리에게 깃든 무책임한 방관, 개인주의적, 이기주의적인 자세에 대해 냉철한 반성이나 심오한 판단같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의 주인공이 자신에게 닥친 어이없이 처절한 상황을 서술하듯이 써 내려 갈 뿐이다.

▒ 치밀하게 딸의 추문을 마무리짓고 아무것도 모르는 공의(公醫)에게서 딸이 임신하지 않았다는 진단서까지 뗀 면장댁은 되도록 많은 증인을 모은 뒤 녹동댁으로 쳐들어갔다. 그리고 여럿 앞에서 공의의 진단서를 펼쳐보여 딸의 결백을 공인받은 다음 변변히 저항조차 못하는당편이에게 올라타 손가락으로 입을 튿어 버렸다.
  아마도 그날 당편이는 그 자리에서는 영문도 잘 모르는 채 그 수난을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래잖아 자신이 왜 그런 험한 꼴을 당했는지 알아차린 듯 그후로는 두 번 다시 남의 임신에 대해서 입을 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한동안은 수복 직후의 겨울처럼 녹동댁 울타리 밖을 나서려 하지 않았다.  
   .....

  어쩌면 그것은 면장댁이 그녀의 의식에 깊이 새겨넣은 고통과 공포의 기억 탓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억울함을 잘 알면서도 구해주지 않은 고향 사람 전체에 대한 항의였는지도 모른다.
----- page 128-129

▒ 그렇게 기능과 기능 사이를 떠도는 동안에 당편이의 온전치 못한 몸과 정신이 어쩔 수 없이 빚어내게 된 여러 희비극은 예전의 효용을 거의 상실한 채 그녀에게 어두운 이력만 보탰다. 거기다가 술도가는 면소재지에서도 장터거리 한가운데 있어 그 희비극들은 무대에서 상연되듯 장터기리 구석구석까지 알려졌고, 예전과는 달리 인정머리 없는 조롱과 경멸의 근거가 되기 일쑤였다.
----- page 132

▒ "일나봐라, 이 등신아. 그때는 글케 미친개같이 나대더니(설쳐대더니)....어예다가....."
----- page 191

▒ 그녀가 돌아온지 일년도 안 왜 그 검고 깊은 눈가에 번쩍이던 경계와 의심의 눈빛은 사라지고 옛날의 부족과 원망을 모르는 히죽거림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 page 251

▒  그 밖에 무의미해서 오히려 경구처럼 인용되는 말도 많았다.
     "니 어디 갈 때는 꼭 니 신 니 신꼬 댕겨래이"
     "걸을 때는 땅바닥 매매(단단히, 꼭꼭) 디뎌라"
     "숨 쉬는 거 잊지 마래이. 그거 이자뿌고(잊어버리고) 죽은 사람도 있다 카더라"
     "밥을 국에 말 때는 국그릇에 밥을 말지 밥그릇에 국을 말지 마래이"
그들 사이에서는 어떤 절실함이 있었는지 모르나 성한 사람이 듣기에는 너무 뻔한 일을 당부하고 있어 농담처럼 들리는 말들이었다.
----- page 274
(이 말은 무척 공감되는 말이다. 4년 전, 아빠가 하늘에 먼저 가신 후 우리 가족을 동여매듯 챙기 듯, 그것이 더 가슴아픈 말이 되고 마는..)

 

 

2003년 12월 23일

b****n 2007.12.09.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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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雅歌)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아가(雅歌)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내용보기
* 지은이 : 이 문 열     박현빈의 '곤드래 만드래'는 힘차고 역동적이다.. 사뭇 발랄하기조차 하다.. 하지만 난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오승근의 '장미꽃 한송이'를 더 좋아한다..     젊은 우리 작가들의 소설들을 주로 보다가.. 오랜만에 만나 본 이문열씨의 글이 그랬다.. 마치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오승근의 노래처럼..   어린시절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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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이 문 열

 

 


박현빈의 '곤드래 만드래'는 힘차고 역동적이다..

사뭇 발랄하기조차 하다..

하지만 난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오승근의 '장미꽃 한송이'를 더 좋아한다..

 

 

젊은 우리 작가들의 소설들을 주로 보다가..

오랜만에 만나 본 이문열씨의 글이 그랬다..

마치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오승근의 노래처럼..

 


어린시절 아버지는 내게 많은 책을 사주셨다..

세계문학전집 같은건 기본이고..

위인전이나 무슨 과학시리즈 등등..

그 책들을 다보고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

 

내 생에 처음으로 용돈을 모아서 샀던 소설책이 바로..

이문열씨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대상수상작으로 실려있던..

1987년도 제1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었다..

 

그 책을 원체 재미있게 봤던지라..

그 후로 대구시립 중앙도서관에서 이문열의 책들을 발견하는대로 읽어 나갔었다..

 

대학생이 되어서..

이 삼국지 저 삼국지 많았지만..

이문열의 삼국지를 전공 수업시간마다 열심히 탐독하였고..

-_-

 

그렇게 제일 아끼는 작가로 내맘속에 자리매김 했었는데..

누차 말하지만..

이문열씨는 내가 자기를 아끼는 사실은 몰랐으리라..

-_-

 


어거지로 인연을 엮으려면 나와 같은 사투리를 쓰는 경상도 출신이란 사실 정도..

 

 

암튼 학창시절의 그 인연이 이어져..

뒤늦게 인터넷으로 도서를 구입하는 방법을 터득했을때..

예스 24에서 가장 처음 주문했던 책도..

새삼 다시 읽고 싶어진 이문열의 삼국지 10권 셋트였을 정도이니..

 

 

 

아가(雅歌)..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

 

 

우선 이 책을 보고있으며..

앞서 말했듯이..

그 문장의 유려함에..

역시 이문열 이구나란 생각을 하게된다..

 

워낙에 그 유명세 덕분에 구설수에 많이 오르는 편이긴 하지만서도..

그의 문장만은 역시 필자의 기대를 한시라도 져버리지 않는듯 하다..

 

특히나 내 고향의 정겨운 사투리라던지..

건어물상 혀 짧은 노인들의 대사 같은건..

참으로 놀라웠다고 해야하나..

마치 바로 옆에서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는듯..

 


제목과 달리 내용은..

이문열씨가 성장하던 그 시절에..

옆집 감나무집 딸같은..

그런 문학소녀를 짝사랑한..

희미한 옛사랑의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작가의 고향에 존재했었던..

당편이란 이름의 소위 말하는 반푼이의 몇가지 에피소드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해 극화된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당편이는..

몸과 정신이 정상이 아니다..

동네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잡일 이나마 소소하게 해내면서..

그런 공동체 사회에 나름대로 적응해 나가는 발전을 보이지만..

 


어릴적 버림받은 당편이의 괴이한 등장은..

보는이로 하여금 측은함과 동정심을 자아내고..

어떤 이들에겐 피하고 싶은 무서움으로도 다가왔었다..

 

글을 보면 마치 눈에 선해지듯..

오른팔 휘익.. 왼발이 철퍼덕하는..

당편이의 불편한 걸음걸이..

 

그런 당편이를 거두어준 최초의 사람은..

바로 가세는 점차 기울어가나..

그 양반으로서의 위엄만은 여전하였던..

녹동어르신 이었다..

 

'니가 아무리 미련하기가 소 같은 머슴놈이라 카지마는, 어째 주인 낯을 깎아내라도 이래 여지없이 깎아내롤라 카노? 나는 새도 궁해 품안으로 날아들믄 안 잡는다 카는데 니가 사람 껍데기를 쓰고서, 그래, 명색 사람이 찾아온 거를 어예 이래 박대할 수 있노?

보이 하마 내 집인 줄 알고 찾아온 거를, 그것도 살리달라꼬 찾아온 거를, 뭐라? 꺼다 매삔다꼬? 개 끌듯 끌어낸다꼬? 예라이, 이 숭악하기가 도척 같은 눔아!'


녹동어르신은 저렇게 당편이를 쫒아내려는 사람들에게 역정을 냈더랬다..

 


그리고는 이렇게 당편이를 자기 식구로 맞아들였다..

 

'어예기는 어예? 하마 내 품에 날아든 새를. 당편이는 우리 식구라.

그러이 여러 소리 말고 낑가조라. 너들하고 한 쌈에 여주라, 이 말이따.

타고난 게 들쭉날쭉해도 이래저래 빈줄랴 어울래 사는 게 사람이라.'

 

당편이가 그 허접하고 숱작은 머리채에 갑사 댕기를 했을 때..


'에, 그년 참 곱다. 우리 당편이 댕기 해놓이 한 인물 더 난다.'며..


꿈과 희망을 안겨 준 녹동어르신 이었으니..

 


그래서 였을까..

 

뒷날 녹동 어른이 운명을 달리했을때..

당편이가 보인 슬픔이 그리 유별났던 모양이다..

어떤 감상적인 집안 아저씨는..

세상에서 가장 굵고 맑은 눈물 방울을 그때 보았다고 단언했었다니..

 


그런 당편이와 당편이를 둘러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려하니..

문득 한 편의 단편소설이 떠오른다..

 

이혜경씨의 '틈새'라는 소설집에 들어있던..

'문밖에서'란 단편 소설이었는데..

 

우리는 우리가 살면서 모르는 사이에..

'우리'라는 이름으로 당연히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게 되는..

'집단의식'에 의한 폭력과 억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예를 들면..

어떤 모임이나 단체에서..

우리 모두가 귀를 뚫었으니 너도 귀를 뚫어야 된다는 권유 아닌 강요..

보다 더 흔하게는..

점심시간에 식당엘 가서 우리 모두 짜장면을 먹으니 너도 볶음밥 시키면서 유난떨지 말고..

그냥 짜장면 먹어라 그러는 것들..

 

하지만 시대가 달라서 그랬던건지..

역설적으로 이 책에선..

그런 우리가 '우리'로서의 테두리안에서..

우리의 역할을 다하게 서로 다독여 주고..

챙겨주고 아껴주고 보살핌으로서..

이 풍진 한세상을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깨우쳐 주고 있다..

 

그렇게 비록 우리라는 집단의식에서 발로한..

그것은 폭력과 억압의 다른 이름인 강요와 강권 이었지만..

그런 우리라는 단체에 꾸역꾸역 엮어 넣음으로써..

몸과 정신이 온전치 못한 당편이도 우리와 같은 다같은 사람이고..

우리편이라는 의식을 고취시켜주었기 때문에..


그 작은 동네에서 수많은 에피소드를 만들며..

수많은 관용구를 만들어낸 주인공이 될 정도로 슈퍼스타(?)가 되고..

 

책을 읽으면서도..
그 슬픈 운명을 타고난 그 여인의 질곡많은 삶을..

슬픔대신 시종일관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흐뭇하게 관조할 수 있었던 이유였던것 같다..

 


돌이켜 보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의 철없던 어린시절의 무리들은..

당편이에게 몹쓸 장난도 하긴 했었는데..

그것 마저도 여성으로서 당편이의 삶에 있어 하나의 재발견을 해주게끔 했던..

그런 긍정적인 요소도 있었던것 같기도 하다..

 

비록 결국엔 아기도 갖지 못하고..

남편과 성도 제대로 공유하진 못했지만..

황장군과의 첫번째 결혼과..

말미에 혀짧은 건어물상과의 동거등으로..

조금이나마..

당편이가 사랑을 느꼈던 사실들도..

약간은 다행스러운 사실들이었다..

 


특히 아직도 눈에 아른거리는 이 장면..

당편이와 혀짧은 건어물상이 단오날 데이트 하는 장면..


'아이고, 당편아, 니 어데 가노?'

 

'히이잇, 신촌에 약물 먹으로 간다, 우리'

 

'에헴, 우이야꼬(우리라꼬) 맨얄(맨날) 집구석에 트에박혜(틀어박혀) 있을 수사 있예껴(있니껴)? 돈 얌가(남겨) 죽을 때 싸가지고 갈 거도 아이고오....'

 

그리고 이 날의 기억을 끝으로..

화자가 기억하는 당편이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 후 당편이의 말년의 삶은..

그녀를 박대했던 장애인 보호감호 시설로 자기발로 다시 찾아간다는..

뭐 그런 이야기였던것 같다..

 

이제 당편이에겐..

유일하게 그녀를 '우리'로 인정해 주었던..

그 '우리'가 더 이상 주변에 남아있지 않았었기에..

 

 

처음에 기대했던..

옆집 문학소녀와의 아스라하고 풋풋한 옛사랑의 그림자는 아니었지만..

 

그 보다도 더 아름다웠던..

우리 동네 반푼이 당편이에 대한 모든이들의 따스한 사랑..

 

그..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꽤 오랜만에..

재미있고도 감동적인 소설을 본 것 같았다..

 

암튼..

감히 추천하고픈 책이다..

 

 

특히 인상깊었던 이 소설의 마지막 대목을 옮겨 적으며 마무리 짓는다..

 

 

그렇게 당편이가 이해되자 처음 노여워하는 집안 아저씨를 달래기 위해 벌인 그 술자리는 뒤늦은 이별의 의식으로 바뀌었다.

 

해장술과 낮술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독특한 취기에다 십년이나 무의식 속에서 숙성된 추억의 취기가 상승 작용을 일으켜 꼭지가 돈 우리는 틀림없이 우리의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탈을 벼르며 기다리고 있을 서울을 까맣게 잊고 대낮부터 삼거리 방석집으로 옮겨 앉았다.

 

그리고 밤늦어 제자리에 꼬꾸라질 때까지 마시며 저마다 당편이에게 때늦은 별사를 바쳤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일품은 아무래도 시인 지망생이 부른 노래일 듯싶다.

 

 


달이여, 너는 내 사랑을 알고 있는가

무덤도 없이 떠난 그녀를

어느 하늘가를 떠도는지

부서진 가슴으로 내 사랑을 찾아 한없이 헤매었네

만일 그녀를 만나거든 내가 울고 있다고 전해 다오.

 

 

달무리 슬픈 그 밤 이별의 눈물

안녕히, 안녕, 내 사랑아

다시 만날 날을 믿으며

헤어져 멀리 있더라도 언제까지나 잊지 않으리라

달빛 속에 사위어가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만약 그 이국 민요의 가사가 그가 번안한 것이고, 그 밤 그것이 진정으로 우리 당편이에게 바쳐진 것이라면, 그는 젊은 한때의 지망생이 아니라 진작부터 시인이 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t******4 2007.12.16. 신고 공감 1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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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편이- 그녀의 삶과 사랑.
"당편이- 그녀의 삶과 사랑." 내용보기
아가 - 책을 읽기 전에 이 '아가'의 의미를 어린 아이라는 뜻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에 도대체 어린 아이 라는 의미의 아가와 몸 성치 못한 당편이의 이야기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어 검색해 보았다 아가-   아가(雅歌) : 남녀 간의 아름다운 연애를 찬양한 노래. 책 제목 밑에 살며시 쓰여진 부제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이다.     남녀간의
"당편이- 그녀의 삶과 사랑." 내용보기

아가 -

책을 읽기 전에 이 '아가'의 의미를 어린 아이라는 뜻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에 도대체 어린 아이 라는 의미의 아가와 몸 성치 못한 당편이의 이야기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어 검색해 보았다 아가-

 

아가(雅歌) : 남녀 간의 아름다운 연애를 찬양한 노래.

책 제목 밑에 살며시 쓰여진 부제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이다.  

 

남녀간의 아름다운 연애와.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당편이의 고난한 인생과 그녀의 역경과 사랑이 이 두문장과 어울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읽어 내려가면서 그 사랑은 공동체에서 찾을 수 있는 공동체인들의 당편이에 대한 사랑인 것이었다.

 

처음 녹동어른이 자신의 집 앞에 버려진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정상적이지 못한 당편이를 자신의 식솔로 받아들인 이후 당편이는 마을 사람들에게 잊혀질 수 없는 입에오르게 되는 사건이 되었고 그녀의 행동은 놀림이 되고, 장난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놀림과 장난거리조차도 보이기엔 나쁜 일이 아닌 재미난 일로 희화화되고. 당편이는 어느새 한 마을의 일원이 되어 간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성한 몸 하나만 가진 것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공동체 사람들에게 있어 그녀는 돌봐야 할 하나의 사람. 인간으로 되새겨 진다. 물론 그 공동체 중에는 당편이에게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도 없지 않아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그런 사람은 어디나 있기 마련인 것처럼-

 

하지만 당편이는 잘 살고. 잘 이겨내고. 사랑이라는 것도 그녀의 식대로라면 잘 이루게 된다. 결론적으로는 외로운 시설로 가버리게 되지만, 당편이 그녀의 삶은 그랬다. 이런 당편이의 삶이 있어서 책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이 시립고 아린 것이리라..

 

지겹지도. 가볍지도. 않은 책을 손에 놓고 난 뒤에는 한참 멍하니.

있게 만들어 버리는 이문열 작가의 좋은 책이었다.

 

 

그렇지만 사람의 의식과 기억은 얼마나 이기적이고 간사한 것인가. 자신에게 불리하면 의식은 마비되고 기억은 지워진다. 오래잖아 그날 우리가 뭔가 몹쓸 짓을 도왔다는 느낌은 사라지고 눈물 가득하던 당편이의 검고 깊은 눈도 잊었다. 다만 우리도 그녀를 재료 삼아 한 토막 웃음의 전설을 보태는 데 기여했다는 엉뚱한 자부만 남아, 오히려 한동안은 그 일을 되뇌며 우리끼리 킬킬댔다. (p.207)

 

어떤 아프리카 인들에게는 남에게 기억되는 시간이 곧 살아 있는 시간이라고 한다. 이는 인지를 기억으로 갈음하며 존재를 존재답게 만들어주는 소속 혹은 관계를 소박하게 표현한 듯한데 우리들의 당편이에게도 그랬던 것이 아니었는지.(p.295)

 

 

t****6 2009.04.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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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 한장 따뜻함이 묻어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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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제목만 보고 성경의 '아가'를 연상하며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겠거니 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하는 예쁜 사랑이야기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고 부제였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보고 가슴 절절한 사랑이야기겠구나.. 이런 생각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우리가 좀처럼 볼 수 없는 반실이(책의 말을 인용하자면)에 대한 이야기다.. 아름다운 여성은 커녕 사지조차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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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제목만 보고 성경의 '아가'를 연상하며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겠거니 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하는 예쁜 사랑이야기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고

부제였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보고 가슴 절절한 사랑이야기겠구나..

이런 생각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우리가 좀처럼 볼 수 없는 반실이(책의 말을 인용하자면)에 대한

이야기다.. 아름다운 여성은 커녕 사지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당편이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기대했다가 몇페이지를 넘기면서 실망했었는데

한장 한장 읽을수록 참 따뜻한 소설이구나..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트렌드 소설이 가득하고, 재치있고 독특한 내용으로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소설이 판을 치고 있는 요즘,

이 책을 읽고 '우리'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유난히 '우리'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우리'나라!

우리 남편, 우리집, 우리아이...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우리는 커녕 나조차도 내스스로에게 따뜻함을, 위로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 '아가'라는 책은 정말 따뜻한 책이다.'

그리고 반성하게 하는 책이며, 사람과 사람관계를, 그리고 우리네 인생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따뜻한 코코아같은 이야기.

탄산의 쏘는 맛과, 커피가 주는 매력적인 맛과,

신선한 과일쥬스가 주는 맛이 아니라

가슴 한쪽을 따뜻하게 해주며 입안을 달콤하게 해주는 그런 진한 코코아같은

이야기. 바로, 당편이 이야기 .

현대인들이 꼭 읽어봐야할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YES마니아 : 로얄 o*******e 2008.01.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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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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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지만 아름답고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우리 나라의 격변기의 사람들의 인심의 변화나 사고 방식의 변화를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또 그냥 독립된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로서도 충분히 재미있는 소재였다.    다만 이 전에 읽은 <황제를 위하여>와 너무 비슷한 방식의 문체와 서술 방식이 나를 조금 지루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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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프지만 아름답고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우리 나라의 격변기의 사람들의 인심의 변화나 사고 방식의 변화를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또 그냥 독립된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로서도 충분히 재미있는 소재였다.

 

 다만 이 전에 읽은 <황제를 위하여>와 너무 비슷한 방식의 문체와 서술 방식이 나를 조금 지루하게 하였다. 

s******5 2011.01.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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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옛사랑의 노래 「아가(雅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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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이라는 작가와 친숙하지 않던 나는, 「아가」라는 작품으로 그에 대한 일종의 편견을 저버릴 수 있었다. 유명세를 타는 작가에겐 의례 이런저런 얘깃거리들이 따라다니기 마련이기에 애써 관심을 닫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수능을 준비하며 읽어보았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후, 실로 오랜만에 「아가」라는 작품으로 그를 다시 만나 본다. 우선, 처음으로 느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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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이라는 작가와 친숙하지 않던 나는, 「아가」라는 작품으로 그에 대한 일종의 편견을 저버릴 수 있었다. 유명세를 타는 작가에겐 의례 이런저런 얘깃거리들이 따라다니기 마련이기에 애써 관심을 닫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수능을 준비하며 읽어보았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후, 실로 오랜만에 「아가」라는 작품으로 그를 다시 만나 본다. 우선, 처음으로 느꼈던 점은 ‘역시나 한글이란 위대하고도 아름다운 거구나’, 라는 지극히 실없는 사견이었다. 이제는 웬만해서는 찾아보기조차 힘든 구수하고 걸쭉한 단어들과 함께 정겨운 고향 사투리가 자주 등장한다. 번역서들을 읽을 때는 결코 느껴보지 못할 우리 문화의 익숙함과 정겨움을 발견할 수 있다. 고아한 단어들이 많아서 매력적인 문장들에 흠뻑 취해 보았다. 「아가雅歌」는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온전하지 못한 한 여자의 일생을 노래하고 있다. 선천적인 장애를 안고 태어난 ‘당편’이란 여자가 자신의 존재를 깨닫고 느껴가는 삶의 섬세한 과정들이 시대적 배경에 투시되어 잘 드러난다. 글의 주된 배경은 일제강점기의 해방 전후로 1990년대까지 오랜 기간 걸쳐 차례대로 나열된다. 그녀의 전기가 새삼 뭉클하게 다가오는 어떤 기묘한 느낌에,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복잡한 심경으로 문장을 대했던 것 같다. 어찌 보면 참으로 단순한 장애를 가진 한 여자의 삶이다. 장애인을 보는 우리네 시선이 의례 그렇듯 쉽지 많은 않은 인생이지만, 참으로 운이 좋았던 그녀는 인정 많은 고향사람들 틈에 섞여 자연스럽게 동화된 채 살아가게 된다. 할 줄 아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 능력도 거의 없는 ‘당편’이가, ‘여자’라는 존재로 변모해가는 과정. 이런저런 삶의 울타리에 둘러싸여 작은 행복을 쫒아 살아가는 이유를 부여하는 과정. 사소한 일상 한 틈에서 느끼는 애환을, 정상인의 시선으로 그려진 다소 평범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 작은 틈에서 뭔가 모를 강인한 힘이 느껴지고, 뜨끔하게 가슴을 찌르는 뭔가가 느껴진다. 지극히 오만했던 내 삶을 ‘당편’을 통해 반추해 본다면 아마도 반성투성이의 기고만장함만 남을 듯싶다. 또한, 인간과의 유대가 끊긴 인간은 더 이상의 인간이 아니라는 견해에 전적으로 동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이 아닌 어제는 모두 과거가 되지만, 과거를 통해 보게 되는 시대상은 늘 상 소박한 의미의 이념을 선사한다. 거기서 배우며 감동하게 되는 것은 전적으로 남아있는 자들의, 남겨질 자들의 몫이다. 이제는 부르는 쪽도 불리 우는 쪽도 꺼려하는 환유換喩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하고 암담하게 사라지고 있을 테니까. 애석하게도 말이다.
m*****5 2006.10.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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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속에 사위어가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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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랫만에 대하는 휴식이다 휴식이 일과 일사이에 가로놓인 숨고르기의 어떤 장이라고 했을때 소화하기 힘들정도로 많은 시간을 하릴없이 끌고 다니는 사람들에겐 그것이 휴식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마냥 마음을 풀어 헤치는 것도 돌아가야할 긴장이 전제 되어야 더욱 포근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순간, 소설을 읽고 또 그것을 정리해보는 이 시간은 나에게 더없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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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랫만에 대하는 휴식이다 휴식이 일과 일사이에 가로놓인 숨고르기의 어떤 장이라고 했을때 소화하기 힘들정도로 많은 시간을 하릴없이 끌고 다니는 사람들에겐 그것이 휴식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마냥 마음을 풀어 헤치는 것도 돌아가야할 긴장이 전제 되어야 더욱 포근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순간, 소설을 읽고 또 그것을 정리해보는 이 시간은 나에게 더없이 안락한 휴식의 참 모습이 아닌지 ... "선택" 이후 3년 만에 대하는 이문열씨의 소설이었다 신체와 정신의 불구를 가지고 있는 당편이라는 여자의 삶을 그렸다 작가는 여자의 생산을 크게 둘로 나누어질수 있다고 했는데 그 하나는 인간으로서.한 사회의 구성원이며 소비의 주체로서 요구받는 기능적 생산이며 , 이때 그 수단은 노동이고 생산되는 것은 재화이다 이것 만으로 본다면 특별히 남자와 별로 다를것이 없지만 , 다른 하나는 남자의 배우자로서 그와 함께하는 성적인 생산이라고 말하였다 더구나 이때는 감각과 정서가 중요한 수단이 된다고 하였다 남성 중심의 세계가 오랫동안 여성의 기능적 생산을 무시하고 성적인 생산만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시대는 변화 하였다 여성들은 기능적 생산에 참여하는 것을 주체성 회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 당편이의 삶은 여자의 기능 어디에도 합당하지 않은 불구이다 그녀의 몸은 온전한 기능적 생산을 허락하지 않았고 여자로서 성적인 생산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온갖 신체적 불리에도 불구 하고 그녀가 종사해 온것은 기증적 생산이었다 하지만 사회가 점점 전문화 되면서 그녀의 정신적 신체적 조건은 그 어디에도 낄 수 있는 틈은 사라져만 갔다 처음 그녀가 발견된 곳은 해방 이듬해 작가의 고향마을 에서 제일 형세가 좋았던 녹동댁 대문 밖이었다 시대는 어수선 했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고향 마을의 따뜻한 인정과 특히 녹동어른의 박애, "비록 내집이 망해간다마는 죽어가는 사람이 살려달라고 찾아 온 것을 내삘더냐" 하고 나무라던 모습은 고향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했다 그런 녹동어른과 마을의 인정은 그녀의 결함을 메꾸어 주기에 그래도 충분하였다 하지만 포연과 총성으로 가득했던 젼쟁은 당편이에게도 결코 피해가지 않았다 . 피해가는 정도가 아니라 어처구니 없게도 그녀에게는 정식 공산당원이었으며 지역 여맹 선전선동부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직함까지 가지게 되었다 .국군 선봉대에서 경찰에 인계된 그녀는 모진 고문을 당했지만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음은 당연하였다 전쟁은 온전한 사람들의 불온전한 정신에 의해 다시 한 번 그녀를 팽개쳤다 그후 녹동어른의 몰락과 그의 며느리 닭실댁과 헤어짐은 여태 그녀의 보호막이 일순간에 겉히는 일이었다 닭실댁의 끈끈한 인정은 그녀를 가까운 집안 조카가 운영하는 술도가에 맡기게 되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어렵사리 온전한 사람들의 틈에 끼어 틈새일을 하며 생활 하였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남자를 알게 되었다 몇년후 그곳에서의 생활도 여의치 않게 되자 이곳 저곳을 전전 하면 모진 삶을 연명한다 사람은 기호로서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들에 의해 자신의 존재를 인정한다 하지만 모두가 하나 둘씩 떠나가 버리자 그녀는 자신의 존재이유를 잃어버린 듯하다 그녀가 그토록 가기 싫어했던 장애인 수용시설에 자기 발로 찾아감으로서 소설은 끝이 난다 소설을 읽고나서 생각해보니 작년엔가 보았던 톰행크스 주연 "포래스트 검프 " 와 흡사하다는 느낌이다 포래스트 검프가 한 정신 박약자를 통해 미국의 역사 와 휴머니즘을 보여주었다면 이 소설도 당편이라는 불구자를 통해 크게는 우리의 역사와 작게는 산업화을 거처 변한 고향의 모습과 어렵지만 풋풋했던 인정의 변화까지 볼 수 있었던것 같다. 그리고 이문열씨 소설은 누가 뭐라해도 신간이 나오기를 기다리게끔한다

[인상깊은구절]
니가 아무리 미련하기가 소 같은 머슴놈이라 카지마는, 어째 주인 낯을 깎아내라도 이래 여지없이 깎아내룰라 카노? 나는 새도 궁해 품안으로 날아들믄 안 잡는다카는데 니가 사람 껍데기를 쓰고서, 그래, 명색 사람이 찾앙톤 거를 어예 이래 박대할 수 있노? 보이 하마 내 집안 줄 알고 찾아온 거를, 그것도 살리달라꼬 찾아온 거를, 뭐라? 꺼다 매삔다꼬? 개 끌듯 끌어낸다꼬? 예라 이, 이 숭악하기가 도척 같은 놈아!
i******0 2000.04.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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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엮어져 어우러져 살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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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는 부제가 붙은, 작가가 참으로 오랜만에 새 책을 낸다는 기분이라는, 메까마귀 노래를 읽는다. 그리고, 몇 번이나 눈가에 돌올히 맺혀오는 물기를 찍어낸다. -어떤 아프리카 인들에게는 남에게 기억되는 시간이 곧 살아 있는 시간이라고 한다.(P295) 점점 가벼워져 풀풀 날리는 활자들이 내심 못마땅하기도, 잠시 외면하고 싶기도 해서 근간엔 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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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는 부제가 붙은, 작가가 참으로 오랜만에 새 책을 낸다는 기분이라는, 메까마귀 노래를 읽는다. 그리고, 몇 번이나 눈가에 돌올히 맺혀오는 물기를 찍어낸다. -어떤 아프리카 인들에게는 남에게 기억되는 시간이 곧 살아 있는 시간이라고 한다.(P295) 점점 가벼워져 풀풀 날리는 활자들이 내심 못마땅하기도, 잠시 외면하고 싶기도 해서 근간엔 프랑스와 남미작가 위주로 이국(異國)적인 정서에 흠뻑 젖어있었다. 생소한 거리들, 띄어쓰기가 두세 번은 되는 긴 이름들, 궁금해서 지도까지 찾아보게 하는 해변들 사이에서 헤매느라 몹시 피곤했다. 책장을 통해 내가 그 먼 나라들을 맨발로 걸어다니다가 밤이면 발바닥에 불이 난 듯 화끈거리는 느낌이었다. 정말 기발하구나, 정말 치밀하구나, 정말 광활하구나하고, 때때로 감탄하기도 했다. 그러다 <아가>를 만났다. 질펀한 우리네 이야기는 박경리 선생의 <김약국의 딸들>을 읽고 났을 때의 감동을 고스란히 되살려주었다. 우리의 30년대 단편소설들을 읽어내다 이 소설을 접했다면 감동의 파장이 지금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뭐라고 해야하나? 먼길을 떠돌다 고향의 초입에 서있는 느릅나무를 먼발치에서 발견하고 한없이 가슴이 더워지는 이치랄까? 겨울 밤 어미를 잃은 강아지 세 마리를 따뜻한 부엌 아궁이에 넣어주었다가 그을려 죽게 하고, 소낙비를 맞은 병아리를 제 거처로 데려가 이불을 덮어주었다가 질식해 죽게 한 사건은 길짐승 날짐승 할 것 없이 죽어버려진 것들은 불편한 손발로라도 정성껏 땅에 묻어주고야 마는 당편이의 착한 심성으로 모자람 없이, 충분히 보상된다. "어울쏘 동으이하미야"로 들리는 "옳소! 동의합니다"로 이데올로기에 휘둘려야했던 당편, 자신을 거두어 주었던 녹동어른의 죽음에 식음을 전폐하고 닭똥 같은 눈물을 떨구던 당편, 술도가에서 맺어진 황장군과의 길지 않은 인연의 애달픔을 간직한 당편, 장터거리를 떠나 문중마을로, 다시 장애자 수용시설에서 도망쳐 나오고도 닷새면 될 거리를 꼬박 일년이나 걸려 돌아온 우리의 당편이야기는 회상과 구술에 의한 일화로 하나하나 전개된다. 이 소설의 백미는 다시 장터거리로 돌아와 향군회관에 둥지를 튼 당편이와 건어물전 영감이 펼치는 "쌍절 노변정담(爐邊情談)"과 "당편이 법석"이다. 혀 짧은 영감과 말귀 어두운 당편이가 연탄 화덕 곁에서 동문서답으로 주고받는 대화는 온갖 세속의 때묻은 아둔한 귀에는 들리지도, 흡수되지도 않는 순수한 영혼들의 소통이다. 당편의 일생에 가장 화려했던 단옷날, 새댁네에게나 어울릴법한 요란스런 치마저고리에 양산까지 쓴 당편이와 흰색 두루마기에 선글라스를 낀 영감이 신촌에 있는 약수 마시러 앞산 마루를 넘어가는 장면은 결코 흔하지 않은 아름다운 영상으로 겹쳐진다.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읽은 작품으로 정지되었던 이문열, 반페미니즘으로 떠들썩했어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선택>, 탄광촌 이야기였는지 어떤지 기억이 가물거려 책 두 박스를 뜯었지만 찾을 수 없는 <서늘한 여름>, 나의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 각별한 영향을 미쳤음에 틀림없지만 희한하리 만치 완벽하게 잊혀져버렸던 그의 신작을 대하면서 희미하게나마 그 전에 읽었던 작품들의 윤곽이 잡힌다. 그래도 아득하기는 마찬가지다. 천천히 머리로만, 허공에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듯, 가만가만 떠올려보니 실제보다 더 긴 세월이 흐른 것으로 와 닿는다. 그래서 대책 없이 그립기도 하다. 간혹 화자의 풀이가 거슬리기도 한다. 그냥 있는 그대로만 보여줘도 저마다 적당한 편린들을 주울 수 있을 텐데, 주석을 달 듯 하다보니 획일화로 뭉뚱그려져버렸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크게 활갯짓하듯 오른팔이 휘익 앞으로 나가고 이어 왼발이 "철퍼덕" 소리를 내며 뒤따르는 당편이는 언젠가 내 뇌리에서 그 모습은 잊혀지더라도 "기우뚱, 철퍼덕"하는 소리는 가끔씩, 그리고 느닷없이 들릴 것만 같다.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것, 즉 서로 엮어져 어우러져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이에게는 목숨만큼이나 소중할 수 있다고 고개를 주억거려보는 것으로 반가운 책읽기를 접는다.
p*****2 2000.07.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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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삶을 살았던 여인의 희극적이면서도 슬픈 삶의 진상...
"모진삶을 살았던 여인의 희극적이면서도 슬픈 삶의 진상..." 내용보기
아가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온전하지 못한 여인 당편이를 주인공으로 삼아 양파의 속처럼 쪼개진 동심원들의 집합 같은 형태로 존재하는 오늘날의 공동체가 거기에 속한 성원들에게 제 기능과 기호를 부여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모진삶을 살았던 여인의 희극적이면서도 슬픈 삶의 진상을 한여름 밤의 옛날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이 책은 이문열 문학의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이야기
"모진삶을 살았던 여인의 희극적이면서도 슬픈 삶의 진상..." 내용보기
아가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온전하지 못한 여인 당편이를 주인공으로 삼아 양파의 속처럼 쪼개진 동심원들의 집합 같은 형태로 존재하는 오늘날의 공동체가 거기에 속한 성원들에게 제 기능과 기호를 부여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모진삶을 살았던 여인의 희극적이면서도 슬픈 삶의 진상을 한여름 밤의 옛날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이 책은 이문열 문학의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이야기의 중심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닌 ‘반편이’ 여자다. 부모 이름도 모른 채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녹동댁 대문 앞에 버려진 당편이.지능은 예닐곱 살 아이 수준에 구루병으로 몰골도 기괴하다.녹동댁의 다른 식솔들은 당편이를 쫓아내려 하지만 녹동어른 만은 그녀를 사람으로 대접하고 받아들인다. 이때부터 당편이는 ‘버려진 심신장애자’에서 맨 변두리의 처량한 신세이긴 하지만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편입된다. 당편은 그런 처지의 사람들이 늘 그러하듯 마을에서 놀림감이 된다.그녀는 여성으로서도 제 구실을 못하고,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노동과 분배에도 참가하지 못한다.어리숙한 당편이는 마을 사람들의 입초시에 오르내리며 때로는음담패설의 대상으로,동네 떠꺼머리들의 짖궂은 장난 상대로 둘러처진다. 한국전쟁이 나자 무조건 '옳소'만 제창하는 어리숙함 덕분에 여맹 선동부장이란 완장까지 차는 대목은 웃을 수도,울수도 없는 ‘당편이 아이러니’의 절정이다.당편은 옆동네 장사 황장군과 3년쯤 부부의 연을 맺었다 헤어진 뒤 마흔 무렵 다시 떠돌이 건어물상과 살림을 차리지만 그녀의 가정이 온전할 리는 애초부터 만무한 일. 80년대에 접어들며 우리 사회는 현대화가 진행되고 ‘복지’ ‘도시 미화’라는 미명 하에 심신 장애자들은 이른바 복지시설에 격리수용된다.당편이는 두 남자와의 어설픈 가정이 무위로 돌아가고 마을에서 옛날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되자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있는 ‘시설’로 가고자 한다.“이제 이 마을에 나를 알고 내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내가 여기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나같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보내달라”.당편이 남긴 마지막 말을 전해들은 과거 이 동네 사람들은 저마다 그녀를 추억하며 때늦은 송사를 바치기도 하고,감상적 회억에 젖어 한동안 잊어버리고 지냈던 시간 속으로 떠난다.언제 한 번 사람 구실 제대로 한 적이 없었던 당편이를 매개로.

[인상깊은구절]
'보자, 참말로 죽기는 죽었나' 장군의 얼어붙은 시체가 도가로 떠메어져 왔을 때, 당편이가 표정 없이 한 말은 그랬다. 그리고 정말로 확인이라도 하듯 숨결도 맡아보고 가슴에 귀도 대어보고 했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염을 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히려고 장군을 벌거벗기자 갑자기 장군의 아랫도리를 가리며 남의 일처럼 말했다. '에이구우, 참말로 죽기는 죽었구나. 살아 펄펄할 때는 팔뚝 같던 게, 인제 이게 뭐로? 똑 알라들 손가락만하다'
4****7 2001.05.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