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든 약물이나 알콜, 혹은 그와 유사한 매체에 중독이 되어본 사람이라면 눈이 확 뜨일 책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진지하게 들여다볼 만큼 지적 성실성을 갖춘 지식인도 손이 갈 만한 양서이다. 원래 박사 논문 작성의 일환으로 진행했다는 이 연구는 그에 걸맞게 약물에 관한 상세한 정보와 지식, 역사적 실증적 자료들을 풍부히 수록하고 있다. 인간 정신의 금기된 영역을 넘보고 싶어하는 딜레탕트한 호기심만으로 읽고 넘어갈 수도 있겠으나, 과연 인간의 정신은 왜 중독이 되는가, 그 결과와 전망은 어떠한가에 대한 진지한 관심으로 숙독할 수도 있을 책이라 생각한다. 사실 이러한 주제에 관한 서구의 양서는 부지기수로 많다. 세상을 가볍게 살아가는 처세술 따위에나 투자를 하고 책을 만들어 팔 게 아니라, 이런 묵직하고 위험스런 주제의 책들도 제발 많이 많이 소개되엇으면 좋겠다. |
| 저자 알렉산더 쿠퍼는 약물이 문화사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가를 밝히고 있다. 술이나 마약이 새로운 인식의 방법으로서 생각보다 큰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약물에 대한 평가도 비교적 긍정적이다. 물론 노골적이지는 않으나 역사적 사실들을 제시하는 글 속에서 그러한 긍정이 배어난다. 계몽주의의 차가운 이성에 대한 약물을 통한 창작은 일종의 저항이다. 낭만주의자들은 이성에 대한 맹신에 대해서 또다른 방식으로 사유를 발효시킨 것이다. 이 도취의 역사적 사실들은 주된 역사의 이면에 가리워져 있으나 저자에 의해 들춰진다. 디오니소스적 도취는 인간 본성의 반을 차지하는 감성의 창조력의 정점이다. 하지만 저자의 관심은 앞서 말한 약물이나 도취가 아니다. 약물에 대해서는 찬양하지도 않고 부정하지도 않는다. 도취의 현상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도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보기에 저자는 낭만주의 작가들 (예를들어 앨런 포나 드퀸시, 보들레르 등등) 만이 그의 유일한 관심사이다. 그래서 그렇게 시시콜콜한 작가들의 뒷이야기들을 모아서 지루할 정도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도취의 메카니즘에 대해 흥미가 생겨서 이책을 골랐다. 그러나 이 책은 이성과 감성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을 하고 있기 보다는 그저 낭만주의 작가들의 가벼운 뒷이야기들만을 다루고 있었다.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좋은 책이나, 필자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라면 멋진 제목에 속지 않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