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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번역된 이 책의 제목은 '사랑의 종말'이지만, 이 소설의 원제는 'The End of the Affair'이다. 이것이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면, 'Love'를 쓰면 되었을텐데, 왜 그레이엄 그린은 굳이 'affair'을 사용한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 이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자. 'affair'의 사전적 뜻은 다음과 같다.
affair 1. 일, 사건, 행사 2. (affairs) 사무, 일, 업무; (사회적) 사정, 정세, 문제 3. (비격식) (보통 수식어와 함께) 것, 물건; (막연히) 일 4. (보통 one's affair) (개인적인) 문제[일], 관심사(business) 5. 불륜의 연애 관계, 정사(情事)(love affair) 6.(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 사변(event)
소설을 다 읽은 개인적 의견으로 이 소설에서 'affair'는 이중적 의미로 사용된 것 같다. 우선은 5번의 의미다. 극중 두 주인공 남녀는 불륜관계이다. 따라서 'affair'는 일차적으로 이 불륜적 연예관계에 대한, 러브 어페어의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표면적으로 이것은 불륜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통속적인 연애소설을 넘어선 것은 이것이 단순히 불륜에 관한 소설 혹은 연애소설을 뛰어넘어 종교 내지는 신앙의 영역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떠한 한 '사건'을 계기로 이루어지는데, 따라서 이때의 'affair'는 1번이나 4번, 넓게는 6번의 의미(왜냐하면 그 사건이 일어난 원인은 넓게 봐서 2차 대전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영역의 문제들을 모두 아울러 'affair'로 함축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End'일까? 한국어 번역어에서는 이것을 '종말'로 해석했지만, 문자 그대로 '끝'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이 소설은 사랑의 시작과, 과정, 끝을 모두 다루고 있지만, 그레이엄 그린이 주목하는 것은 '사랑의 끝'이다. 그렇다면, 사랑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랑의 '끝' 다음에 지속되는 것은 사랑의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사랑의 시작과 과정에만 주목하지만, 사랑이 끝난다고 해서 사랑이 죽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 끝난 난 뒤에도 사랑은 생명력을 가진다. 그레이엄 그린은 사랑의 시작과 과정만큼이나 끝 이후에 비중을 두어 사랑을 다룬다.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사뭇 이 소설이 관념적으로 읽힌다면, 그것은 이러한 까닭일 것이다. 사랑의 종말 이후, 이름 붙여 지지 못했던 그 시간과 감정과 모든 것들에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점을 다 감안한다면, 'The End of the Affair'라는 이 소설의 제목은 꽤나 철학적이고 심오하기까지 하다. 이 소설이 1950년대에 쓰여졌지만, 지금까지 계속 읽히는 것도 아마 이 소설이 사랑과 종교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의심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The End of the Affair』에 대한 마리오 바르가스요사의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된다. 이 소설은 "연애관계의 빛과 그림자, 욕망과 신앙의 매커니즘, 사랑과 증오의 긴밀한 연관성에 대한" "섬세한 탐구"로, "의심할 여지 없"는 "20세기 최고의 걸작 중 한 권"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