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이 지나면서 체념하는 법을 배워갑니다. 자신을 이끌던 꿈은 현실과의 간극 사이를 방황하다가 길을 잃어버리고, 이제 철저히 현실적인 처세에 길들여 의미없는 웃음을 흘리며 일상을 꾸려가기에 급급합니다. 성철스님의 법문집인 '영원한 자유'를 집어들게 된 것은 성철스님이 열반하신 후, 스님의 다비장에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을 매스컴에서 보고나서였습니다. 그저 고집스런 늙은 중, 해인사 골짜기에서 독하게 수행하다가 한세상 마친 늙은네 정도로 밖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 책을 요즘에 와서 다시 읽고 있습니다. 스무살 시절 앞이 보이지 않는 답답함 속에서 한줄기 빛을 던져주었던 책입니다. 반복되는 일상에 스스로 타성에 젖어 무언가를 잃고 사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그 맑은 깨우침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이 책은 결코 미문(美文)은 아닙니다. 오히려 동네 노인분들 같은 음성으로 들려주는 지혜의 말씀은 애매모호한 아우라를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어려운 개념어들을 추상적으로 조합해서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선문답식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불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여러 어려운 개념들을 일상적인 말로 풀어냅니다. 여러 불교 설화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미있기도 하고 때로는 무릎을 치게 만드는 절묘한 깨달음을 던져주기도 합니다. 책의 머리말에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팔만사천 법문(法文)도 따지고 보면 모두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인 말과 문자를 좇느라고 그에 얽매이는 일이 없이 궁극의 목표인 저 달, 곧, 불법을 바로 보아야 합니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말로도 표현할 수 없고, 문자로도 나타낼 수 없는 불법(佛法)을 바로 알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영원한 생명과 무한한 능력'을 가진 우리의 자성(自性)을 바로 깨침으로써 가능합니다....'우리 안에 있는 '영원한 생명과 무한한 능력'우리는 그 달을 보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