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라도인이다. 타 지역 사람들은 종북좌빨이라고도 하고 어떤 정치인은 심지어 빨갱이라고도 한다. 전라도인은 자신이 전라도임을 감추려고 하거나 부끄러워한다. 왜 그럴까? 경상도 혹은 타 지역 사람들은 자신의 고향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없지만 전라도 지역 사람들은 자신들의 지역을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전라도인이 서울을 보며 느끼는 건 엄청난 지역 격차에 대한 괴리감이다. 낙후된 전라도와 고도로 발달된 서울. 이것을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라고만 보아서는 안 된다. 역사적으로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소외된 공간 전라도, 그 굴레가 얼마나 큰 짐인지를 파헤치는 책이다. 이 책은 읽기 쉽지 않았다. 전라도인이면서 알지 못하는 사실들이 많아서 더욱 괴로웠다. 전라도가 냄새나는 양계장 사업 1위라는 것을, 그리고 전라도에서 납품받은 닭으로 정작 돈을 벌어들이는 치킨산업은 영남 출신 사업이라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낙후산업은 전라도, 그리고 든든한 자본과 투자로 돈을 벌어들이는 산업은 다른 지역들이 차지한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의 한복판에 민주당이 있었다. 정치적으로 한 편이라고 생각한 민주당마저 전라도만 이용해먹고 방치해버리는 이 도돌이표에 전라도는 항상 소외되어 있었다.
나는 민주당 지지자가 아니다. 하지만 선거때마다 부모님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투표 잘 하라고. 그럴 때마다 생각하는 답이 있다. 민주당이 해 주는 게 뭐가 있냐고. 하는 게 아무것도 없이 이용만 하는 민주당. 왜 전라도가 먹여 살려야 하냐고. 민주당과 전라도의 지긋지긋한 관계에 있어서도 이 책 <전라디언의 굴레>는 놓치지 않는다. 중앙정치부터 지역정치까지 어떻게 그들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90% 지지라는 변하지 않는 공식을 만들어냈는지 이것을 이용만 하는 민주당과 민주당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슬픈 운명의 전라도인을 조명한다. 지역통합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저자는 심오하게 파헤친다. 그리고 결코 그들을 매도할 수 없는 슬픈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저자는 <전라디언의 굴레>에서 전라도인이 익숙하고 편안한 것들과 결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대도 변하듯 호남인들이 변할 때 그 굴레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런 결별은 젊은 세대만이 택할 수 있다. 하지만 전라도에는 젊은 사람들이 떠나고 대다수가 6,70대 노인들만 남아있다. 그들에게 익숙한 것들과 별거하라고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리고 결별을 하게 되면 다른 대안이 있어야 하지만 대안이 없다. 그래서 전라도인들은 결별을 하고 싶어도 결별을 하지 못한다. 오랜 세월 정치인들이 뿌려놓은 사상 속에 피해받아온 그들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워주는 것 아닐까. 사실 이 굴레의 역사가 오래 되어서 벗기가 쉽지 않다. 누군가 시작해야 하지만 누구도 쉽게 하려 하지 않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 |
역시나 조귀동 작가님은 주제나 소재를 잡는 센스가 좋습니다. 도무지 사지 않을 수 없는 제목이네요. 부디 총기 잃지 마시고 좋은 저작 계속되길 응원합니다. 떠난지 20년이 된 광주 전라도 얘기를 들으며 참 안타까웠습니다. 유난히 발전이 더딘 도시, 그곳을 떠났지만 이제는 은근한 멸시를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전라디언의 현실. 저역시 유령처럼 존재하는 차별 편견에 어떻게 대처할수 없이 당하고 기분 상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코딱지만한 이 나라에서도 서로 편가르고 대치하다 어느새 '밈'처럼 되버린 현실이 슬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