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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종류의 ‘고민’은 연구의 주제일 수 있다. 고민하는 우리 모두는 연구자일 수 있다. 나와 책모임을 함께 한 지인들에게 연구란 대체적으로 ‘궁금한 게 생겨서’ ‘알고 싶었으나’ ‘선행 연구 결과가 없어서’ ‘에라 내가 해보자’하고 시작한 일이었다.
뮬론 학위 과정에 따라 연구의 내용과 방식은 달라진다. 전공 - 분야 - 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기초과학을 쭉 전공한 이, 과학 전공 후 과학사나 과학철학을 전공한 경우, 인문/어학 분야의 전공자도 있으니 연구에 대한 이해의 변주가 재미있다.
존경하는 지도교수님들 중에는 현장에서는 널리 알려지는 이론이 학계에서 연구하는 이가 없으니 그 두 세계를 연결해보라는 엄청난 제안을 하시는 분도 계셨고, 1차 주요서적을 읽는 중에, 자신이 생각한 추가 서적들을 어마어마하게 조사해서 권해주는 열성적인 분도 계셨다. 시절도 사람도 그립고 감사하다.
누군가에게 논문은 그저 졸업과 학위를 위한 수단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낯선 항해의 여정이기도 하다. 처음 하는 항해에 내가 선장인 것이다. 두렵지만 설레는 일이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자신이 찾아낸 길이 생기고 표시되는 일이다.
존재와 삶에 대해 오래 진진하게 고민한 것도 아니고, 문제제기를 할 만큼 깊이 있거나 통찰 가능한 삶을 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마주친 많은 문제들을 근래에는 뇌과학과 물리학(우주론)의 지식에서 도움을 받아 답을 찾는다.
Science란 단어는 연구와 학문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과학적 방법론을 뜻하는 단어였기도 했다. 그런데 ‘과학’으로 번역되니 인문과학부, 사회과학부라고 분류함에도 불구하고 인문학과 사회학은 과학이 아닌 종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은 인류가 함께 고민하고 합의하고 실천해야 바꿀 수 있을까 싶은 성격의 것들이다. 함께 사는 사회에서 어떤 분야의 누구의 연구이든 독자적인 별개의 지식이란 게 존재할까.
모든 연구는 나를 우리를 우리 사회를 우리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왜 힘든지 뭐가 어려운지 어떻게 하면 덜 불편하게 살지 무엇인 잘못인지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그런 질문들이 연구의 주제이(어야 한)다.
이 책에서 만난 젊은 연구자들의 고민, 문제의식, 과제, 공부하고 연구하는 삶, 그리고 독자인 우리에게 사회에 던지는 질문들에 반갑고 부끄럽고 즐겁고 어려웠다.
자기 문제여도, 그렇게 출발해서 확장해도, 자신과 상관없는 타인의 질문을 대신 제기해도, 다른 무엇이라도 나는 고민하고 연구하는 이들이 늘 참 좋다.
조금이라도 공공성과 사회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시행이 이루어진 역사였다면, 이들은 적어도 학업 비용과 생활비로 마음을 졸이지 않고, 사회에 필요한 고민과 연구를 하고 있을 것인데.
인간과 사회의 자리를 규명하는 이들이 사는 자리는 어떤지 그런 게 아팠다. 학생과 연구자들이 학문과 연구와 대학의 주체로 권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응원한다.
“나에게 공부란, 내 주변에 산재한 죽음과 불평등과 배제, 소외, 부조리함을 어떻게 해석하고, 또 바꿔나가야 할지 삶과 생존을 위한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매개였기 때문이다.”
“현재 젊은 여성들에게 페미니즘은 (...) 여성의 생명과 안전 및 재산의 확보를 위한 보호장치 혹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남성과 동등한 몫과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공정한 경쟁을 요구하는 언어로 간주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소수자정치가 하는 것은 시민이나 국민, 혹은 어떤 여타 공동체의 성원이라는 안정된 지위가 얼마나 임의적이고 선별적인 작업의 결과인지를 드러내는 일, 정상시민으로 호명된 이들의 욕망과 실천에서 반본질적이고 반역 불가능한 것들을 포착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21세기에 인문학은 황망함을 느끼고 있다. 이는 20세기 동안 인문학이 떠받쳤던 언어적 혹은 언어-해체적 기획의 바탕이 사라진 결과다. (...) 서구에서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은 애당처 근본적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었다.”
“안전과 무해함,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커져만 가는 욕망은 ‘내(우리)가 가하는 유해에 대한 윤리적 성찰’이 증대된 결과로 보아야 할까요, 혹은 친밀한 관계도 리스크로 인식하고 ‘스스로 다그치는 검열자의 시선으로 타인마저 포획하는’ 폐쇄의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것일까요?”
“팬데믹 이후 돌봄과 사회적 책임, 탈성장에 대해 부쩍 높아진 관심은, ‘자본주의의 인간화’를 향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주는 것일까요, 정치적 문제를 개인적인 문화양식으로만 소비하는 ‘저항적 개념의 부르주아와’를 보여주는 최신 사례일까요?”
“과학이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전유하자 사람들 사이에서 전통적 인문학은 인간의 감정이나 심리와 같은 국지적 문제를 다루는 방법론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물질에 대한 사유를 잃어버린 인문학이 상류화(domestication)*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과학을 하는 철학이 인문학의 원래 모습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를 몰아치는 힘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의 성격이나 우리 문화의 특성 같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우리에게 강제력을 행사하는 사회란 기실 우리가 무언가를 ‘행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양식들’이며, 생활양식의 총체라는 의미에서의 문화 역시 결국에는 ‘실천의 체계’에 다름 아니다.”
* 상류화domestication: 낯선 번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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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어떻게 나고 자라 길러지는가. 그들은 태어나는가, 혹은 만들어지는가. 《연구자의 탄생》이란 제목에 나는 이런 질문을 떠올렸다. 《연구자의 탄생》은 띠지 문구에도 나오듯 열 명의 젊은 인문학 연구자들이 어떻게 지금 하는 연구에 이르렀는지를 저마다의 글쓰기로 담은 책이다. "지적 좌표와 궤적들"이란 문구처럼 연구자의 길에 들어서기까지의 과정을 시계열에 따라 늘어놓은 필자가 있는가 하면 지금 하는 연구 만을 소개하는 필자가 있고, 이 둘을 적절히 배분해 소개하는 필자가 있다. 어떤 글이든 수필 보다는 논문에 가깝게 읽혀 과연 학술적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이들의 글 답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자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우선은 대학원 진학이 필수로 보인다. 학교가 아닌 현장에서의 연구원에 대한 이야기가 책 본문에 언급되기도 하지만 이 책의 필진 구성만 봐도 대학원 과정은 빼놓을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학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연구자는 연구를 함으로써 탄생한다는 사실이다. 당연한 말임에도 이 당연한 말이 당연하지 않은 일을 보게 되는 요즘이라 이 말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고등학생 때부터 공저자로 논문에 참여한 어린 연구자들이 꾸준히 연구의 길을 가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고. 그 재능 참 부러운 재능인데. #연구자의탄생 #돌베개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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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인문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10명의 작가의 소중한 글을 한 책에 담았는데요, 그들이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겠습니다.
총 10분의 전문가로 구성된 분들입니다. 박사 과정, 기자, 교수 등 직업을 다양하신 분들이네요. 진보 성향이신 분들이 대부분 같습니다. 인문학, 철학 이런 딱딱한 부분은 진보 성향이 잘 파고들 것 같네요 전 둥글게 둥글게 살고자 하는 성향이라서 저의 방향과는 살짝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나는 내일도 연구자이고 싶다 -천주희- p11. 대학원생의 재생산 문제는 오랫동안 내 삶에서 중요한 화두였다. 20대 중후반에는 석사과정생으로, 또 30대 중반에는 박사과정생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공부하는 동안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애석하게도 대학원생이 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거나 반대하는 환경에서 자랐고, 이후에도 대학에서 연구자로 성장하는 동안 가족의 지원이나 기대를 받지 못했다.
이동 중에, 글쓰기의 자리에 대한 생각들 -안은별-
p41. 또 한 가지 중요한 배경은, 사실 광고였다. 언론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안 그래도 매체 영향력이 작은 데다가 반기업적인 언론사였기에 늘 광고 영업에 허덕였다. [프레시안]의 색깔을 지키면서도 연합할 수 있는 '업계'가 출판계였던 것이다.
불투명한 언어로 말하기 -오혜진-
p77. 박사과정을 마친 후 나는 '국어국문학과'가 아닌 다소 생경한 아름의 학부 혹은 학과에서 종종 강의했다. 비수도권에 위치한 대학들의 국어국문학과는 '낮은 취업률'등을 이유로 이미 없어졌거나 다른 과와 통합된 상태였다. 이제 내가 학습, 축척해온 국어국문학적 지식은 일종의 '콘텐츠'로 간주돼 미디어문화학, 문화콘텐츠학, 스토리텔링학 등으로부터 호출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 쓰기'부터 '블로그 포스팅을 위한 독후감'이나 '영화 리뷰', '유튜브 콘텐츠 기획안 작성'까지, 읽기와 쓰기 능력을 요하는 거의 모든 일에 국어국문학 전공자는 아직 쓸모가 있다.
그것 -김신식-
몸 없는 공간의 젠더를 연구하기 위해 -윤보라-
p138. 내가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0년대에 10대를 보냈다는 우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90년대 초중반은 "허름한 지하 카페에서 고다르의 영화를 보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작은 집회"였고 "영화를 본 뒤 (,,,) 자본주의에서의 소외, 허위의식만은 이데올로기, 페미니즘 등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 시기였다.
여기까지 다섯 분의 작가님들의 글을 아주 짧게 언급하였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분야만 접할 것이 아니고, 전문지식이 포함된 인문학의 글도 종종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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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포스트 시대의 지식생산과 글쓰기 라는 아티클 상단과 묵직하게 한줄 '연구자의 탄생' 무려10명의 저자가 참여한 287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각분야에서 연구자라는 딱지를 붙이고서 다양한 형태로 삶을 일궈나가는 일들에대한 자서전 내지 삶을 조명하고자하는 의지가 담긴 책이다 다른분야 학자들 얘긴왜없지? 싶지만 그만큼 연구자란 직업을 우리가 쉽게 옅들을수 있는 기회는 흔치않았다 기껏해봤자 티비토론회나 시사채널에 나오는 연구자들을 보며 아..저렇게 많이아는구나..정도였다 처절한 자기성찰과 시간들 그들또한 사람이기에 겪을수 밖에없는 일들 이 모든것들을 알기엔 우린 그들을 너무 가볍게 그리고 무심히 대했을수도 있다 언어의 선택 신중함 그리고 글로 세상을 바꾸는 용기를.. 이 책을 통해 존경심을 배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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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의 탄생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사로 잡아서 읽어보게 되었다. 아쉽게도 이공대쪽 저자는 없지만, 무려 10명의 저자가 참여를 했고, 인문학 분야의 다양한 status의 저자들이 참여를 해, 각자의 위치에서의 고충과, 경험담, 그리고 고민했고 하고 있는 burning question에 대해서 솔직하게 털어놓은 내용이었다. 박사과정 중, 박사과정 수료, 현직 교수 등.
이공계 쪽 저자가 없어서, 과연 인문학 쪽은 사정이 어떻게 같을까? 혹은 어떻게 다를까? 하는 막연한 호기심만 가지고 읽었는데, 첫 챕터의 서문부터가 내용이 확 와 닿았다. 천주희님, 감사합니다. 하하하. 정말 제목에 올곧게도 부합한 현실적인 내용에 대한 고뇌를 가감없이 서술해주셔서 읽으면서 헛웃음이 났다. 저자가 서술한대로 우리 사회는 정말 한해에 국내 박사는 몇명이 배출되고, 해외 박사는 몇명이 배출되는지, 그들이 얼마나 취업에 성공하고 어떤 커리어 트랙을 밟아가는지만 통계를 내고 관심이 있지, 그 지난한 세월 동안 어떤 고충이 있는지, 경제적으로 얼마나 큰 부담을 지는지 같은 현실적인 문제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런 문제는 오로지 대학원생들끼리의 신세한탄에서만 들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저자들은, 본인들이 어떤 계기로 연구자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논문 주제를 어떻게 정하고, 어떻게 논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앞으로 어떤 연구자의 길을 가고 싶은지, 연구자로서 어떤 말을 사회에 던지고 싶은지, 그러한 화두를 던질 때 단어 하나 하나 선택에 얼마나 신중을 기하는지, 현실적으로 글을 쓰는 작업, 그리고 이걸 어떻게 하면 졸업 논문으로 엮을수 있을지, 정말 쓰고 싶은 주제를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아니면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글을 써야하는지 등에 대한 생각을 잘 이야기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재밌고도 마음에 들었던 점은, 흡사 논문을 쓰듯이 저자들이 인용한 참고문헌을 챕터 마지막에 명시해 놓은 것이었다. 부디 연구자가 아닌 독자들도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연구자의 탄생 과정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거나 그렇구나 하고 끄덕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2편으로 이공대 연구자의 탄생도 나오면 어떨까? 하는 희망도.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