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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조각의 가장 훌륭한 이론서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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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우연히 서점에서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현대 조각의 흐름'을 발견했을 때 나는 놀라움과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동안, 이 책이 현대조각에 대한 가장 훌륭한 이론서 중의 하나라는 걸 들어왔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수업의 과제물을 읽어가기도 벅찼기 때문에,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 책까지 읽어볼 엄두가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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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우연히 서점에서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현대 조각의 흐름'을 발견했을 때 나는 놀라움과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동안, 이 책이 현대조각에 대한 가장 훌륭한 이론서 중의 하나라는 걸 들어왔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수업의 과제물을 읽어가기도 벅찼기 때문에,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 책까지 읽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제 이 책이 한국에서 번역, 출간되어서 읽어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 책은 '현대 조각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로잘린드 크라우스는 현대 조각을 분석하는 데에 있어서 현상학을 접목한다. 따라서, 그는 조각이 현상학적으로 어떻게 존재하는가, 그리고 감상자가 그것을 어떻게 인지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고전주의 조각에서 내적 핵심을 본다. 이 핵심은 순수하게 개념적으로 구상된 단어인데, 고전주의 조각은 이러한 하나의 핵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구조라는 것이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생각이다. 따라서 감상자는 '투명하게' 조각작품의 내적 구조를 꿰뚫어볼 수 있으며, 이러한 작품의 인지는 '초시간적'으로 이루어진다. 그 이유는 고전주의 조각은 이미 감상자보다 선행된 구조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조각에서는 이러한 핵심이 부정된다. 현대 조각은 고전주의 조각과 같이 투명한 구조를 지니고 있지 않으며 관람자의 시각적, 관념적 인지가 작품 내부로 통과할 수가 없다. 이러한 현대 조각의 불투명성은 실제 물리적인 작품과 작품의 배경 - 즉 서술적이고 문학적인 요소와의 단절을 뜻하며, 또 그러한 배경과 떼어놓을래야 떼어놓을 수 없는 예술가의 자아와도 결별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관람자의 인식은 조각의 표면에 머물게 되고, 이러한 표면의 강조는 모더니즘 조각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이다. 로댕의 조각에서 보이는 거칠은 표면, 미니멀리즘 조각의 반사하는 듯한 깨끗한 표면이나 사포로 문지른듯한 물리적 흔적들은 물질적 작품과 관객의 인식이 표면에서 조우하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모더니즘 조각에 있어서, 관람자가 작품을 인지하고 감상하는 것은 실재의 경험적 시간 속에서 가능한데, 이러한 시간성을 통해서만 모더니즘 조각은 현현된다고 할 수 있다. 마이클 프리드 Michael Fried는 이러한 현대 조각의 '시간성'을 연극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순수한 미술의 영역에 다른 장르의 요소가 침투해 들어온 것으로 보아 이를 반대하였다. 따라서, 그는 이러한 시간성(연극성)이 돋보였던 미니멀리스트의 작업을 낮게 평가하였다. (마이클 프리드의 'Art and Objecthood' 참조) 로잘린드 크라우스와 마이클 프리드가 갈라지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존재한다. 로잘린드 크라우스는 마이클 프리드가 말한 '연극성'이란 본래 모더니즘 조각의 시초부터 존재해 왔던 특질이며, 또한 마이클 프리드의 순수 조각 영역으로외 회귀 전략은 비역사적인것이며 순수 환원주의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미니멀리즘 조각은 조각의 현대성을 적극적으로 성취한 예라고 평가한다. 로잘린드 크라우스는 모더니즘 조각의 특질을 예증하면서도, 그러한 특질이 마이클 프리드가 귀결했던 환원주의로 빠지는 것을 경계하며 개방적 논리를 편다. 로잘린드 크라우스는 미술이 이러저러한 특성을 지녀야만 모던하다는 도그마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퍼포먼스, 오브제를 포함한 미술 운동의 변천을 사후적으로 분석해 나가면서 공통성을 추론해 나간다. 그의 관심은 현상학적으로 고전주의 조각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모더니즘 조각이 미술 맥락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에까지 뻗어나간다. 그리하여, 그것이 결국은 작품과 작가, 그리고 관객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뜻한다는 데에까지 나아간다. 이러한 논리의 확장은 모더니즘 조각뿐 아니라 전체적인 모더니즘, 그리고 포스트 모던 미술의 맥락까지 조망하는 것이기도 하다. 후의 다른 논문들에서, 로잘린드 크라우스는 언어학과 기호학, 심리학, 페미니즘 등을 적극 수용하며 형식주의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의 장점중 하나는 실제 작품 분석에 강하다는 것이다. 로잘린드 크라우스는 집요한 관찰로 작품의 형태와 의미를 분석한다. 특히 데이비드 스미스 David Smith의 작품 분석은 매우 탁월하다. 데이비드 스미스의 '탱크 토템'이 어떤 점에서 모더니즘 미술의 극명한 사례 중 하나가 될 수 있는가, 그리고 완전한 추상으로 보이는 데이비드 스미스의 완숙기의 조각들이 어떻게 재현적 형태들의 연장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형태상의 모순이 데이비드 스미스의 어떠한 심리학적, 미학적 계기에서 연유하는가를 설명한다. 또한, 그는 데이비드 스미스 작품의 역사적인 관찰을 통해 데이비드 스미스의 초기의 반추상과 후기의 추상작품들이 어떻게 하나의 의도 속에 배열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책을 읽으면서 이 부분에 감탄한 후, 나중에 찾아보니,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박사 학위 논문이 데이비드 스미스에 관한 것이었다. 역시 오랜 관찰이 좋은 글을 만들어내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로잘린드 크라우스는 이 책이 미술작품을 처음 대면했을 때의 질문과 요구들에 답하기 위해서 썼다고 했지만, 사실 이 책은 일반 미술감상자들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내용이 어려워서라기보다도, 기본적인 미술사적 지식과 많은 실제적 미술작품 감상을 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조각의 흐름'은 모더니즘 조각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자상하고 친절한 이론서이다. 실제의 조각작품을 감상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또, 책에 실린 많은 도판들을 열심히 관찰하면서 본다면, 누구에게나 잘 이해될 수 있으리라 본다.
p*****i 2001.10.11. 신고 공감 7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