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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의 모습을 보면 세간에서 말하는 "푸근한 할머니"의 느낌이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이나 인터뷰나 산문집을 보면, 푸근한 외모와는 다르게 자신만의 확고한 고집이 있는 분이었다. 아마 음식에서도 그랬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서 표현되는 음식의 모습은 꽤 자세하게 그려졌고, 책을 덮고나면 기억나는 음식이 있었다. 품에 꼭 안고 갔다는 빈대떡 이야기는 어느 작품에서 나왔던걸까. 서울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 빈대떡이라는 음식에 대한 감정이 궁금했다.
어느새 박완서 선생님이 돌아가신지도 10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 사이 제법 많은 책들이 발간되었다. 이러저러한 이름을 내걸고. 알면서도 사고, 모르면서도 샀다. 돌아가신 분의 책이 이렇게 매년 나오다니, 신기해하면서. 유퀴즈 온더블럭에 따님이 출연해 어머니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또 이 책을 안 살 수가 없어서 샀다. 어머니와 딸의 부엌, 음식 이야기랄까. 읽으면서 따뜻한 느낌이 지속되었다.
할머니는 손녀들이 존대어를 쓰지 않아도 나무라지 않는다. 버릇을 고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밥상에 앉아 투명한 국에 하얀 쌀밥을 말아 잘게 찢은 고기를 오물오물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기특해서 배가 부르다. 아마도 그 슴슴한 맛을 다 커서도 기억하겠지. 내가 이 세상을 떠나도, 할머니가 뭇국을 끓여주셨지 기억할 것 같다.
할머니의 뭇국은 그냥 끓인 게 아니란다.
나는 소고기 뭇국이 무슨 맛인지 잘 몰랐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엄마는 아이들에게 뭇국을 자주 끓여주셨고 아이들은 고기가 들어서인지 그 국에 밥을 말아 밥을 먹곤 했다. 어느새 내가 나이가 들어보니 소고기 뭇국이 너무 맛있는거다. 간단한 음식이지만, 자극적이지도 않은 맛이지만 정말 입맛에 맞게 끓이기가 쉽지 않았다. 외할머니는 너무 일찍 돌아가셨고, 친할머니는 내 기억에 부엌에서 음식을 하는 모습을 기억하기 어렵다. 늘 안방에 앉아 염주를 들고 기도를 하시는 모습, 무섭고 엄한 모습만 기억이 난다. 우리 아이들은 다를 것이다. 할머니가 끓여주신 뭇국을 기억하겠지.
나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건 참을 수 있지만, 맛없는 건 절대로 안 먹는다.
어머니의 산문집 <호미>의 <음식이야기>에 나오는 구절이다. 읽을 때마다 미소가 절로 번진다. 식구들에게 절대로 맛없는 것을 먹이지 않았던 어머니 생각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고개를 숙이게 된다.
딸도 아닌데 나도 이 구절에서 웃음이 났다. 저 단호함이란. 하지만 식구들에게 맛없는 음식을 절대 먹이지 않으려고 작가님은 얼마나 부지런을 떨어야했을까. 아이를 키우며 작품을 써가며 그렇게 바쁘게 사셨을 선생님을 생각하니 또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만약에 혼자 이 음식을 준비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할 수 있는 능력과 기운이 있다 할지라도. 제사란 가족이 모여 음식을 만들며 먼저 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의식이 아닐까? 나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기운 빠지면 영락없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리고 혼자 대답한다. 그저 할 수 있을 때까지.
만두이야기나 제사음식 이야기는 어쩐지 아릿한 느낌이 든다. 죽은자를 기억하며 만드는 음식. 지금은 별로 실감이 안나지만, 슬픔과 그리움에 어떻게 만들지 모르겠다. 먼저 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의식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하시겠다는 따님이다.
작고 가벼운 책이었지만 아껴가며 읽었다. 이런 이야기가 이 책에 들었던가, 이 음식이 저 작품에 나왔던가 되짚어가며 다시 한번 읽어봐야할텐데 그렇게 다짐해가며 읽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정세랑 작가가 썼는데,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하것 같아 옮겨본다.
모녀 작가의 레시피가 교차하며 시간의 입자가 소금처럼, 설탕처럼 입안에서 타닥인다. 익숙한 음식이 나오면 마법처럼 맛이 떠올랐고 낯선 음식이 나오면 호기심에 몸이 기울었다. 부드러운 아침, 다정한 점심, 아름다운 저녁을 나눠받으니 우리를 정말로 채우는 것들이 무엇인지 되짚게 된다. 허기에 펼쳐도 그리움에 펼쳐도 이 작은 책은 찾고 있는 것을 넉넉히 줄 것이다.
아름다운 음식을 나눠받을 수 있었던 책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 엄마 박완서의 부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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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를 그리워한다. 내겐 엄마의 따뜻함을 주기도 하며 포근하고 신뢰할만한 어떠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그녀가 그립다. 어른이 그립다. 이 책에서 호원숙 작가의 글도 또한 좋다. 박완서를 호원숙을 만난다. 책도 예쁘고 산뜻한 디자인이 새롭다. 그림도 호원숙 작가의 그림이라하니 놀랍기도 하다. 글을 잘쓰는 사람은 그림도 잘 그리는 것인가? 그것을 잘 살린 책 디자인도 마음에 든다. 따뜻하고 정갈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에 배가 부르다. 책 크기도 마음에 든다. 적어놓고 보니 다 마음에 드는 책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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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박완서의 부엌이라니.. 제목만으로 이미 가슴이 뭉클하다. 엄마의 기억이 별로 없는 나로서는 어린시절 편도선이 몹시 부었을때(밥을 못 넘겼다..) 무릎에 앉혀 물 말은 밥에 빨갛게 익은 고추를 아주 조금 떼어서 (몹시 달큰했던 기억이다) 숟가락에 얹어 떠먹여 주셨던 생각이 났다. 정확하진 않지만... 엄마로서 밥하고 애들 키우며 소설도 쓰셨을 박완서 선생님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그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