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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
개인적으로도 책이나 다큐,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을 통해 여러 간첩단 조작 사건들의 전말을 접해왔지만 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 현대사에서 모르고 지나쳤던 결코 잊혀지면 안 될 대목을 짚어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을 만든 재단법인 들꽃은 조작되고 은폐된 진실을 밝히는데 큰 역할을 하며 이미 한국현대사와 조작간첩, 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 등의 책을 펴내기도 한 곳이다. 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은 32명이 사형 3명, 무기징역 4명과 징역 총 119년형을 받았던 사건이다.
이 사건은 다른 사건에서 실패한 수사관이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꾸며낸 작품이었고 한국전쟁 중에 월북 내지 납북되었던 사람이 1960년대에 친인척을 만나러 와서 조작된 간첩 사건, 일본에 이주한 친인척 또는 지인이 조총련과 연관이 있다고 하여 간첩으로 조작된 재일동포 간첩 사건, 1960년대 외화 수입을 위해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갔다가 북한에 납치된 후 돌아온 납북귀환어부 간첩 사건, 북한에 있는 친인척 등을 만나려고 정부 몰래 입북했다가 돌아와서 조작된 간첩 사건, 이들의 가족들이 모두 간첩이 되어버린 간첩 사건 등 조작간첩 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은 이 사건의 전말을 낱낱이 까발리고 공안통치 시대의 어두운 이면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먼저 그 당시 역사적 배경부터 수사와 재판 과정들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고 뒤이어 간첩단 조작 사건의 설계자, 차철권이란 인물에 대해서도 깊히 파고든다.
또한 이 사건에 휘말렸던 울릉도 사람들과 전라북도 사람들, 재일교포 이좌영과 전라북도 사람들, 일본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이좌영에게 의지한 가족과 마을 사람들, 간첩 조작 올가미에 걸린 일본 농업연수생들, 동향 출신 재일교포 사업가에게 도움을 받은 지식인들의 스토리가 충격적으로 서술된다.
그 외에도 책의 후반부에서는 간첩 조작 사건 이후 ‘간첩’의 삶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재심 권고와 사법부의 재심 재판에 대해서도 읽어볼 수 있었다.
1974년 3월 15일 중앙정보부장 신직수는 기자회견을 열고 ‘울릉도 거점 간첩단’ 47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북괴가 남한 적화 혁명을 목적으로 그들의 공작원을 직접 남파시키거나 일본을 통해 우회 침투시켜 소위 인민민주주의 대남 혁명전략에 입각하여 현 정부 전복을 획책해온 대표적인 간첩단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1960년대를 거치며 비대해진 박정희 정권의 대공·방첩 기구는 거대한 조직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의심받고 있었다. 중정의 입장에서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큰 것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 때문에 중정은 내사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이런저런 수사 건들을 하나의 간첩단 사건으로 확대·조작할 유혹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 결과가 바로 ‘울릉도 거점 간첩단’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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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조작 사건’이라는 단어는 최소 30년 이상 지난 사건이거나, 우리나라가 민주화 되기 이전의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2013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은 내 기억 속에도 남아 있는 사건이었는데, 얼마 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가 현 정부의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영전되는 일이 있었다. 먼 과거와 짧은 과거가 현재로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간첩 조작.
말 그대로 간첩이 아닌 사람을 간첩으로 몰아, 억울한 누명을 씌우고 그것을 통해서 국가 안보가 아니라 정권 안보를 지키려고 했던 일들을 말한다. 대부분의 간첩 조작 사건들은 글이든 말이든 쉽게 옮기지 못하겠는 고문이 수반되었고, 고문에 의한 진술임에도 불구하고 판사들은 그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삼아, 사형까지 판결하게 된다.
나는 이 책, “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을 읽으며 내가 몰랐던 또 다른 간첩 조작 사건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울릉도 간첩 조작 사건은 울릉도 주민만을 엮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전라북도에 사는 사람들도 묶어 내어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들을 간첩으로 만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더운 날씨임에도 추위를 느꼈다.
군사정권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필요에 의해 간첩 조작 사건이 있었다는 것은, 과연 그 당시의 군사정권은 국민들을 어떤 존재로 생각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특징은, 단순히 군사정권에 대한 고발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생애구술사 형태로 구성된 챕터에서는, 간첩 조작의 피해자들의 진술을 그대로 옮겨 읽을 때마다 가슴 한 편이 아팠다.
서울대 법대 교수였던 최종길이 고문으로 사망하고, 그의 동생임과 동시에 중앙정보부 감찰실 직원으로 근무하던 최종선의 이야기는 현실적이지도 않아 보였다. 그리고 최종길 교수를 사망케 했지만 다시 울릉도 간첩 조작 사건을 기획한 차철권은, 그리고 그의 후손들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전북대 수의대 교수였던 이성희 피해자의 이야기는, 일제 시대에 태어나 농림학교 수의과를 나오고 일본군 장교가 되었다가, 전북대 교수가 되었다가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가 되는 삶을 짧게 보며 한 명의 삶 속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담긴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울릉도 간첩 조작 사건에서 중심 인물이 되는 이좌영의 글 ‘재일 한국인 간첩 날조의 배경’의 첫 문단은 ‘독종’이라는 단어로 박정희 ‘일당’을 언급하는데 지금과 비교했을 때 나아졌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런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는 79년에 발생했던 ‘삼척 간첩단 조작사건’을 다룬 #삼척간첩단조작사건 이 있다. 이런 기획의 책을 적는 분들도 감사한 마음이고, 이런 책을 지속적으로 내는 책과함께 출판사도 대단하다 싶다.
또 다른 책들을 추천할까 하며 내가 갖고 있는 책들을 보는 사이 1966년에 나온 ‘북한연구’라는 책이 있었다. 북한의 정치부터 사회문화까지 총 망라해 적은 책인데, 이 책이 처음 나왔던 1966년도에 내가 이 책을 갖고 있거나 읽었다면, 나도 간첩이 되었을까 싶어 무서웠다.
책은 책과함께 출판사로부터 받았고, 금전적인 이익은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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