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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주 괴상한 도시가 눈앞에 나타났다. 비슷비슷한 모양의 집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마치 레고 블록처럼 꼭 맞게 조립되어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런 데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살아 있는 영혼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오히려 폐차장처럼 낡고, 오래되어 쓸모 없는 고철 덩어리들을 이어 붙인 듯한 집들이 산을 이루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바스락, 소리가 들려온다. 녹슬고 흔들리는 발코니 근처 어디선가, 미지근한 바람만 조용히 조용한 도시를 가르며 들려오는 소리의 정체는 뭘까.
가까이 가보니 한 까마귀가 창문과 씨름하고 있었다. 벽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 창문을 떼어 내려고 애쓰던 까마귀는 떼어낸 창문을 자신의 어깨에 올라탄 달팽이에게 먹이로 건네준다. 창문 하나 남지 않은 성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까마귀는 바로 이곳, 잊혀진 것들의 도시인 '샤'의 주인이었다.
이 도시에는 사람들에게 잊혀진 모든 것들이 모여 있었고, 까마귀는 쓸모 없는 것과 값진 것을 매일 정성스럽게 돌보고 있었다. 책과 편지, 시계 등 중요하거나, 혹은 잡다한 물건들뿐만 아니라 '말'도 쉽게 사라져 버리는 것들 중 하나였다. 까마귀는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말들을 병에 담아 두었다.
물건, 말, 눈물 등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잊혀져 이곳으로 오게 된 유령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와 두려움, 장난감들도 있었다. 우리가 살면서 무심코 잊어 버리는 것들과 바쁘다는 핑계로 내버려두는 것들 또한 이곳 '샤'로 향할 것이다. 잊혀질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샤에 도착하면, 온갖 기억으로 뒤덮인 사막에서 까마귀는 매일 아침 선별 작업을 한다.
인류가 창조하고, 사랑하고, 잊어버린 모든 것들이 신비로운 그림들과 독특한 상상력이 버무려저 놀라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작품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물건들이 우리의 삶을 거쳐 가고, 전부 간직할 수 없을 만큼의 기억들이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 작품은 2021년에 단편 영화로 만들어 졌고, 이탈리아 다수 영화제 베스트 필름상 및 특별상을 수상했다. 책 역시 한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안겨준다. 독특한 질감과 어두운 색감을 바탕으로 한 그림들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우리가 잊고 사는 많은 것들을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은 작품이지만, 어른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당장 다음 페이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겠다는 긴장감이 몰입감을 안겨 주고,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상상력으로 중무장한 그림들이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고 있으니 말이다.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처럼 읽히기도 하고, 어둡지만 따스한 위로를 안겨주기도 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우리가 잊어버리고 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 작품은 우리에게 잊혀진 그 모든 것들에 대한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작별 인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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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장난감을 정리하며 생각하곤 합니다. 한때는 아이들이 애정을 가지고 갖고 있던 장난감들이 점점 새로운 것들에 잊혀져가서 결국 버려지는 이 장난감들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픽사 애니매이션 '토이스토리'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쓸쓸히 쓰레기장으로 가는 것일까... 지금 이 장난감들이 아이들에게는 잊혀지고 버려지지만 다른 누군가가 이 장난감들을 돌봐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탈리아 일러스트레이터 마시밀리아노 프레자토의 그림책 《잊혀진 것들의 도시》는 제 마음처럼 누군가의 기억에는 잊혀진 것들을 돌보는 도시 '샤'와 '샤'의 주인공 까마귀의 이야기입니다.
'샤'는 《잊혀진 것들의 도시》 이름입니다. 살아있는 존재는 오직 샤의 주인 까마귀 한 마리와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달팽이뿐입니다. '샤'에는 잊혀진 모든 것들이 있습니다. 책을 포함한 각종 물건들과 잊혀져 가는 '말'들.. 어느 누구 봐주지도 않는데 까마귀는 정성껏 잊혀진 것들을 돌봅니다. 책의 글자를 닦고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말들을 병에 담아 두고 우물 안의 잊혀진 사람들에게 거울을 비추어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게 합니다.
《잊혀진 것들의 도시》는 밤마다 사막이 바다로 변하기도 하고 기존 집들이 떨어져 나가고 새로운 집들이 떨어져옵니다. 매번 잊혀진 것들이 오고 나비가 되어 날아가기도 합니다. 잊혀졌던 사람들과 물건들이 까마귀를 떠나 새로운 것으로 가 버리리는 모습을 보며 생각합니다. 까마귀가 잊혀진 것들을 홀로 정성껏 돌본 그의 정성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것일까?
우물 안에 있던 잊혀진 사람들마저 날아가버리는 건 결국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비록 까마귀만 남게 됐지만 까마귀는 슬퍼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기억하지 않아도, 다 떠나가 버려도 그걸로 충분합니다. 다시 살아가면 되고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입니다.
아마 이 도시에는 아이들에게 잊혀진 장난감도 이 도시에서 누군가의 돌봄을 받지 않을까요. 우물 안에 잊혀진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어딘가에서 그들이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고 있지 않을까. 비록 다른 사람에게 잊혀져 버려졌지만 어딘가에서 다른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고 있다면 얼마나 따뜻할까요.
《잊혀진 것들의 도시》는 우리 안에 잊혀진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어른을 위한 동화입니다. 잊혀진 것들에는 추락한 우리의 이상도 있습니다. 동심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그 잊혀진 것들을 생각하게 하며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과연 자신에게 잊혀진 게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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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것들의 도시가 있다. 그곳의 이름은 샤. 누군가 살던 집, 누군가 읽었을 책,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와 같이 사람의 손을 탄 물건부터, 두려움, 꿈, 이상(理想)까지. 누군가에게 잊혀진 모든 것들이 샤로 온다. 샤의 주인은 그 모든 것을 두루 살핀다. 집의 창문을 없애 공기가 통하게 하고, 책 속 글자를 지워 새로운 글이 들어갈 자리를 마련해 주며, 잊혀서도 달리고 있던 시침과 분침을 쉬게 해준다.
모든 것을 챙길 수 없는 한계에 우리는 의도치 않은 작별을 하고, 거기에 무뎌지고 익숙해지며 커간다. 잊고자 해서 잊은 게 아닌, 시간이 지나는 동안 찾지 않아 서서히 잊혀진 것들에 대한 마지막 인사를 보며 <토이스토리3>가 떠올랐다. <토이스토리3>의 앤디는 장난감과 처음만난 순간처럼, 성장하지 않은 것처럼 다시 한 번 장난감들과 노는 것으로 작별 인사를 한다. 모든 사람이 <토이스토리3>의 앤디처럼 작별 할 행운을 잡지 못한다. 그런 우리들을 위한 곳이 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대신해 마지막 인사를 해주고, 마지막 순간을 눈에 담아준다. 잊힌 모든 장난감은 꿈속에 넣은 샤의 주인은 우리를 대신해 장난감들과 놀고 있는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유령처럼 세월이 흐르며 잊히는 것이 서러운 것이 있는 반면 오히려 잊혀서 괜찮은 것도 있나보다. 우리가 커가며 사용하는 물건들이 바뀌듯, 커가며 많은 것을 배우고 알아간다. 소방차가 되길 꿈꾸던 아이가 시험을 치고 공무원이 되듯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데, 이런 성장에 ‘두려움’은 잊히는 게 달가워 보인다. 두려운 것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을 했다는 뜻일 테니, 두려움들은 슬프기 보다는 밝아 보인다. 그렇기에 너덜너덜해진 행성을 위해 눈물을 내어주는 두려움의 마음은 기껍지 않을까.
수많은 물체와 작별하고 꿈과 작별하고, 감정과도 작별을 한다. 누가 의도하고 작별하겠는가. 시간이 지나 어쩌다보니 작별하는 것이지. 그런데 적어도 나와 작별하는데, 작별하는 이와의 추억을 반추해 보는 정성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식하지 못 한 체 잊혀진 것들의 도시에 떨어지는 것은 슬플 것 같기 때문이다. 두려움처럼 쥐도 새도 모르 게 잊히는 게 기꺼울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나를 잊고, 나 스스로와 작별할 순간마저 놓쳐버리기 전에 미리 연습해 두어야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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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것들의 도시'를 지키고 있는 까마귀가 있다. 까마귀는 그곳에서 책들의 글자를 다 닦아내고, 시계바늘을 분리하고, 아기 유령들에게 눈물을 먹이고, 알들과 두려움을들 돌본다.
택배 박스처럼 쌓여있는 집들은 물 위에 떠 있기도 하고, 사막 위에 떠 있기도 한다. 까마귀와 같이 다니는 큰 달팽이는 닥치는대로 모든 것을 먹어치운다. 까마귀는 매일 같은 일들을 반복하며 '잊혀진 것들의 도시'를 지키고 있다.
'이곳에 사람의 흔적은 없어보인다'라고 느낄 때쯤 까마귀는 큰 거울을 가지고 어디론가 향한다. 우물안쪽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있었고, 그 사람들은 거울을 통해서만 자신의 본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곳으로 거울을 가져다주는 것도 "잊혀진 것들의 도시"를 돌보는 까마귀의 일 줄의 하나다. 사람들은 거울을 통해 자신의 지금 모습이 아닌, 비춰지는 원래모습을 보고 좋아한다.
잊혀진 것들로 이뤄진 도시는 마치 멸망된 세계같을 줄 알았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감이 기본으로 깔려있지만 곳곳에 따뜻한 색감들이 포진되어 있다. 크레파스화같은 그림들이 판타지 동화같은 느낌도 살려주고, 더 집중하게 만든다.
화자가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까마귀의 일을 도와주기 위해 "잊혀진 것들의 도시"로 갔을 때 난 그 도시가 마지막을 정리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잊혀진 것들이 모이고, 끝으로 향하는 마지막 단계이고, 완전히 정리되는 단계라고 생각했다.
잊혀진 것들의 도시에 모여있는 것들은 누군가의 물건도 있었고, 누군가의 눈물과 두려움도 있었고, 누군가의 얼굴과 과거도 있었고, 누군가의 꿈도 있었고, 가족도 있었다. 그리고 아마 자신을 잃어버린 누군가도 있었을 것이다. 그곳을 지키는 까마귀가 하는 행동들은 그것들을 정리하고 없애는 것이라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내기 위한 지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람들은 나이를 먹고 삶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잊어버리고 있을까? 내가 수없이 잊어버린 것들이 어딘가에 쌓여서 까마귀를 괴롭히고 있겠지? 과거는 과거라고 잊고, 미래는 아직이니까 잊어버리고, 현재는 또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고 잊어버리면 도대체 어떤 시간을 살아가는 것일까?
모든 것을 다 이고 지고 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소중한 것들은 자꾸 기억하고, 잊지않으려 노력해야겠다. 그래야 점점 포화상태가 되어가는 "잊혀진 것들의 도시"도 살리고, 까마귀도 살리고, 화자도 살리고, 나도 행복할테니까.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이 진하게 깔려있지만 읽을수록 밝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예쁜 일러스트의 매력도 좋은 책이다. 영화화 되었다는데 볼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거 같다.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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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것들의 도시♡
잊혀진 것들의 도시. 책표지를 보는 순간..까마귀가 어두운 도시 속에서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청소를 하려는 듯한 모습?!뭔가 몽환적이면서도..어두울 것도 같은 느낌이었지만.. 글밥이 많지 않아 받자마자~ 금세 읽었어요. 다소 난해하기도 하고..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인지..처음엔 잘 이해가 안되었는데(이래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가보다^^) 다시 읽어보니.. 무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발한 상상에서 출발하는 이야기예요. 우리에게 잊혀진 물건들이 모여 있는 한 도시와 그 도시를 관리하는 어느 까마귀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요. 작가는 환상적인 모험담과 신비로운 분위기의 일러스트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시선을 뗄 수 없는 신비로운 장면들과 예측할 수 없는 흡입력 있는 스토리는 순식간에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어요.
시간의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도시에서 한 까마귀가 잊혀진 것들을 돌보고 있어요. 샤(SHA), 잊혀진 것들의 도시랍니다. 어느 날 샤에 작은 행성 하나가 떨어지고, 까마귀는 그 행성을 정성스레 돌봐요. 행성 깊숙한 곳에 박혀 있던 폭탄을 제거하자 도시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지요. 인류가 창조하고, 사랑하고, 잊어버린 모든 것들이 그렇게 작별을 고합니다. 누군가에게 잊혀져 샤로 오게 된 유령들.. 눈물은 그들의 먹이로 쓰였고~ 두려움들은 옷장안에 숨어든 채 벌벌 떤다는 비유법이 너무 귀여웠어요~ 잊혀진 장난감들, 잊혀진 그림들, 잊혀진 사람들...거울 앞에서만 자신을 찾을 수 있는- 폭탄이 전쟁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날아다니는 물건 중 제일 마지막으로 본 것이 통화 중인 낡은 전화기였다는 대목에서 울컥하기도 했어요. 영원히 그곳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우물 속 잊혀진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나가고.. 저도 그동안 잊고 지냈던 추억의 사람들이 떠올랐어요. 잊혀진 줄로만 알았던 그들과 물건들을 추억하며 미소지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고, 아마 이것이 제가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이 될 것입니다.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최선을 다해 관찰하고 배울 것입니다. 그리고 잊혀진 것들을 돌볼 것입니다.- 본문 중-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된 후기입니다*
#잊혀진것들의도시, #어른을위한동화, #동양북스, #마시밀리아노프레자토, #신효정, #리뷰어스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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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것들의 도시]라는 제목에 마음이 일렁이기 시작합니다.
잊혀진 것, 뭔가 죽음일 것 같기도 하고 기억에 대한 이야기일 것도 같고, 오일 파스텔로 그린 것처럼 보이는 질감과 푸르고 검인 빛 색감과 오렌지 빛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세계를 보여줍니다.
표지에 보이는 까마귀가 보는 것은 무엇인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우를 빗자루로 쓸어담고 있는 듯한 모습,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표지 하나만으로도 매력이 넘치는 그림책입니다. 약 50장 정도의 두꺼운 그림책인 [잊혀진 것들의 도시]는 '샤'라는 잊혀진 것들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나는 한 소녀가 건넨 한 마디 말인 '샤로 가세요. 샤의 주인을 찾아 그를 도와주세요."에 이끌려 그곳으로 날아 가게 됩니다. '샤'에는 까마귀, 달팽이, 고양이, 유령, 두려움들, 버려진 알들, 낡은 주전자, 잊혀진 장난감, 꿈들 등의 다채로운 존재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표지에 유성처럼 보였던 것들은 이상이었습니다. '샤'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주는 보여 주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던 세상이며, 조금은 아련하기도 한 것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샤'의 주인인 까마귀는 잊혀질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도착하면 매일 아침 진지하게 선별 작업을 한다고 한다. 돈은 냄새가 고약한 물건과 함께 전부 태워 버렸다는 말에 잠시 멈추었네요. 그리고 까마귀가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여줄 때 다시 멈추고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눈 앞의 존재를 마구 마구 먹어버리는 달팽이를 보면서 왜 달팽이로 설정했을지 궁금했습니다. 까마위와 함께 처음부터 등장하는데 욕심이 많은 달팽이가 전부 먹어 치우고 배설물만 남았다고 할 때는 달팽이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일지 아이들과 이야기 하게 되더라구요. 물론 상징이라는 말이 아니라 어떤 것이 떠오르냐고 했죠. 아이들은 애니메이션에 나온 가오나시가 떠오르기도 하고, 돼지가 떠오른다고 말하기도 하더라구요.
거울 앞에서만 제 색을 되찾는 잊혀진 사람들은 거울 속에서는 생기있고 편안해 보였는데, 거울이 자신의 모습을 기억해 낼 수 있게 해 주어서 라는데. 자신의 모습을 기억한다는 것은 어떤 말인지 되묻게 되더라구요. 전쟁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지금의 우크라이나가 떠올라서 마음이 무겁기도 했네요. 그리고 이어지는 가장 화려한 작별 후에 작은 행성의 상처가 치유되었다는 말에 위안을 받기도 합니다.
이야기 속의 화자인 나는 누구일지 궁금했는데, 거의 마지막 장면에 샤의 주인을 대신해 자리잡은 나는 또 다른 까마귀였습니다. 까마귀가 바라보는 거울 속에는 잊고 지냈던 얼굴이 보이구요. 마지막 단어인 '장미'만을 기억하는 화자인 나는 누구일까요? 최선을 다해 관찰하고 배울 것이며 잊혀진 것들을 돌볼 것이라는 나. 이야기가 명확하게 이런 것이야 라고 말하는 그림책이 아닙니다. 그래서 어린 아이는 그림에서 더 많은 것을 읽게 되겠지요. 글이 그림보다 친숙한 세대인 저에게는 글을 여러 번 읽으며 멈추고 다음은 그림을 보면서 되새기게 됩니다. '샤'라는 세계와 그 곳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돌보는 이. 유령과 두려움들마저도 행성을 위해 애를 쓰는데 그 장면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이 그림책을 읽을 때 처음에 훅 빠져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읽는 도중에 멈추어 돌아보게 하여, 여러 번 읽고 되새기게 되더라구요. 그 과정이 즐겁고 바쁜 일상 속에서 힘겨워하는 제 영혼을 쉬게 해 주었습니다.
읽는 내내 잃어버린 것들의 도시 '샤'에 가 있는 나의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네요. 양말 한 짝들일 수도 있고, 낡은 인형일 수도 있구요. 괜시리 거울도 보게 되네요. 나의 모습을 잊지 않기 위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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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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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읽었을까요! 그림책에 훅 빠져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림을 읽느라 글이 잘 안 보였습니다. 그림책이라기보다는 아주 고급진 미술관 도록 느낌을 받았어요. 너무나도 특별했답니다. 판타스틱한 장면 장면에 숨겨져 있던 섬세한 결이 어떤 파동을 타고 나에게 전해져 오는 듯 했어요. 페이지를 넘기는 손끝이 짜릿해집니다. 매번 상상을 초월하는 장면들이 화면 가득 펼쳐지니까요. 두툼한 책 두께만큼 무게감도 상당합니다. 그림이 무려 55점입니다. 면지까지 합치면 더 되네요. 보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머릿속이 와글거려요. 잊혀진 것들의 도시가 있다? 이런 상상,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문득 이런 저런 공상으로 허기를 채우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샤, 잊혀진 것들의 도시입니다. 그곳에는 우리에게 잊혀진 모든 것이 모여 있습니다- 헉! 저는 이 문장때문에 순간 아련했어요. 잊혀졌던 온갖 그리움들이 조각보처럼 펼쳐지는 듯 했으니까요. 수많은 관계 속에서 그래도 빛나는 하루를 살아내느라 숨이 가쁜 인생들. 아프고 고달파도 참아내며 너와 나의 사랑을 확인하는 애처로운 존재들. 매일 아침 태양이 떠오르면 지난 밤의 어둠을 잊고 또 다시 달려가야만 하는 우리들. 기필코 잊고 싶지 않았지만 기억 저 편으로 사라져 버린 소중했던 순간들. 그 모든 것들에게 말을 거는 마법같은 그림책을 만난 것 같았습니다. 앞면지는 원작 느낌을 그대로 살려 두었군요. 작가 마시밀리아노 프레자토는 토리노 태생으로 2013년부터 이탈리아 출판사 '라비에리'에서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하며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신비로운 일러스트와 독특한 상상력이 빚어낸 환상동화'라는 평을 들으며 2021년에는 단편영화화 되어 이탈리아 다수 영화제 베스트 필름상 및 특별상을 수상하였다고 합니다. 영화가 살짝 궁금해지네요. 그렇다면 북트레일러로 그림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감상해보시는 것도 좋겠어요. -모든 것은 한 소녀가 제게 건넨 한 마디 말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샤(sha)로 가세요. 샤의 주인을 찾아 그를 도와주세요.- 수수께끼같은 그림책의 서문인데요. 그림책을 다 읽어봐도 저는 답을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소녀는 누구이며 '저'는 누구인지... 그림책의 주인공은 화자인 '저'와 샤의 주인인 까마귀입니다. 그리고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달팽이와 잠시 다녀가는 몇 마리 고양이들, 눈물을 먹고사는 작은 유령들, 옷장 안에 숨어있는 두려움들, 버려진 알들, 잊혀진 장난감들, 잊혀진 사람들, 상처입은 행성, 추락한 이상(理想)과 같은 다소 충격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대서사를 엮어냅니다. -수많은 잊혀진 것 중에는 잡다한 물건이나 책, 고양이도 있었지만, 어딘가 이상하고 쉽게 사라져 버릴 것들도 있었습니다. 바로 '말'입니다. 까마귀는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말들을 병에 담아 두었습니다. 가끔씩 병마개를 열고, 멀리 날아가는 말들을 보며 조용히 눈물 흘릴 수 있게 말입니다.- 여기서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세상을 떠도는 수많은 말들이 누군가의 가슴에 담기어 눈물이 된다는 설정이 참 아름다웠어요. 한 번 쓰고 버릴 말이라도 함부로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되뇌이게 되었습니다. 이제 까마귀의 하루 일과를 따라가 볼게요. 동이 트면 잊혀질 수 모든 것들이 이곳에 도착합니다. 까마귀는 온갖 기억으로 뒤덮인 사막에서 매일 아침마다 선별 작업을 시작해요. 쓸모없는 것과 값진 것을요. 심연에서 꿈을 끌어올리는 일은 그가 애정을 쏟는 일 중의 하나입니다. 거침없이 일을 수행하다가도 그를 멈추게 하는 사물이 딱 하나 있습니다. 거울인데요. -까마귀는 거울을 발견할 때마다 하던 일을 멈추고 거울에 비친 무언가를 바라봅니다. 자신조차 잊고 있었던 그 무언가를...- 이 순간의 거울은 어떤 의미일까요? 스스로의 존재를 인지하는 통로로서 거울을 차용한 것 아닐까요? 도시의 가장 깊은 곳에는 잊혀진 사람들이 있었어요. 까마귀는 거울을 어깨에 메고 우물 바닥으로 내려갑니다. 잊혀진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기억해 낼 수 있도록 거울을 가져다 주려고요. 저도 모르게 울컥하고 말았어요. 다만 잊혀지고 싶지 않은 제 마음이 투사 되었나 봅니다. 그래서일까요? 잊혀진 사람들이 우물밖으로 날아오르는 바로 이 장면에서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어요. 가장 완벽한 작별을 고하며 눈꽃에 몸을 맡긴 채 장엄하게 사라지다! 그림책과 함께 그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요. 잠깐만요. 까마귀에게 아직 할 일이 더 남아있군요. 선별작업이 끝나고 나면 이제 돌봄의 시간입니다. 책의 모든 글자들을 깨끗이 닦아내고 햇볕에 말립니다. 편지는 바람에게 맡기고요. 작은 유령들에게는 눈물을 먹여주고, 버려진 알들에게는 이야기를 들려 주어요. 어둠이 내려앉으면 옷장 안의 '두려움들'을 꺼내줍니다. 함께 영화를 보고, 밤이 되면 새로 온 꿈들과도 인사를 나누어야 해요. 비로소 달이 바닷속으로 잠기면 그제서야 휴식이 찾아오지요. 정말 까마귀가 열일을 다하네요. 그런데 샤의 주인은 왜 까마귀일까요? 잘 잊어버리는 사람에게 까마귀 고기를 먹었냐는 말을 하는데요. 잊혀진 것들의 도시에서 그것들을 돌보는 주체가 까마귀라는 것이 역설적으로 다가오기도 했어요. 그림책을 읽으면서 또 마음 아팠던 것은 전쟁과 상처, 폭탄이라는 끔찍한 단어를 만나야 했다는 사실입니다. -한때 전쟁이 일어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억을 되새기고 싶진 않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샤에 악취를 풍기는 거대한 알이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진짜 알이 아니라 작은 행성이었습니다.- 환경 파괴의 위기를 겪고 있는 지구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해서 저는 솔직히 무서웠어요. 모든 것이 꿈이었을까요? -저는 최선을 다해 관찰하고 배울 것입니다. 그리고 잊혀진 것들을 돌볼 것입니다.- 그림책 속 화자 '저'의 마지막 말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나의 마음이기도, 우리 모두의 마음이기도 하니까요. 일상에 지친 나와 너를 위로하며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그림책, 《잊혀진 것들의 도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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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것들의 도시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채의 그림이 많아서 밤이 연상되고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마치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것 같은 세상이 책 속에 펼쳐진다. 처음에는 작가의 상상력이 담긴 세상을 재미있게 즐겼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 수록 더 많은 의문이 든다. 잊혀진 것들의 도시의 주인으로 왜 까마귀를 선택했을까? 소녀의 말에 따라 그 도시로 날아간 것은 누구일까? 왜 잊혀진 것들을 돌본다고 표현했을까? 왜 어떤 것은 달팽이가 먹어치우고 어떤 것은 남겨서 이 도시의 주인이 돌볼까? 아직까지도 답을 찾지 못해서 그냥 의문문으로만 남겨둔 상태이다. 혹시 이 책을 읽으신 다른 분들은 어떤 생각이신지 궁금하다. 동화책에 정답을 찾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내가 이 책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몇 번을 읽어도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잊혀진 것들'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물건이 떠올랐다. 내가 잊어버렸거나 더이상 필요가 없어서 버린 물건들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 이상이 담겨있다. 꼭 실체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존재하는 이념, 말 그리고 꿈. 내 시선을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것은 꿈이었다. 잊혀진 꿈. 처음에는 단순히 내가 매일 밤 꾸는 꿈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꼭 그 꿈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릴 적 부터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놓아버린 꿈. 내가 성장하면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스스로 정하기 시작했다. 이건 이래서 안돼라고 말하며 스스로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붙여서 도전하기를 거부했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는데 불가능한 것이라고 판단한 일로 낙인 찍었던 꿈. 그 꿈도 여기 있는 까마귀가 돌봐주고 있을까. 혹시 다시 불러올 수 있을까. 만약 가능하다면 다시 불러오고 싶다. 부디 달팽이가 먹어치우지 않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신비로운 세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책을 제공해주신 동양북스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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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서평단 #잊혀진것들의도시 #마시밀리아노프레자토 #동양북스 #동화책 #어른들을위한동화 내게 잊힌 것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다. 나는 어려서부터 뭘 잘 잊어버린다. '아 맞다'를 달고 사는 사람. 분명히 가방에 넣은 기억이 나는데 그 많은 짐들 중에서 꼭 필요한 것만 잊고 온 탓에 집에 들어와서 침대 위에서 까꿍?하는 물건을 보고 맥이 풀리는 그런 사람. 그래서 최근에 써야할 것들은 제 자리로 돌려놓기보다 주변에 잘 두는 편이고, 그러다보니 현재를 차지하는 그것들에 집중하는 동안에 나의 한 시대였던 것들이 마치 낮과 밤처럼 잠시 내 기억의 뒤편으로 숨어버리기도 하곤 하는 그런 사람. 그래서 늘 주변이 산만하고, 그게 싫어서 고쳐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은 그런 사람. 그러다가 불쑥불쑥 잊었던 것이 생각나면 쉽사리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서 꼭 찾아나서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써놓고 보니까 진짜 이상한 사람 같네.... 그래서 나는 요즘 대답하는 물건이 너무 좋다. 폰이랑 워치가 서로 찾아준다든지, 삼성띵즈가 삼성 세계관 속에서 버즈나 폰이나 태블릿이 대답하게 해준다든지. 그래서 나는 무언가를 잊지 않는 사람들이 대단하다. 또 나를 잊지않아주는 사람들이 고맙다. 물론 나의 흑역사스러운 모습이나 기억하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모습들은 동화 속 '샤'에 버리고 거울도 주지 말았으면 싶지만, 그래도 나의 존재가 그들의 복작한 현생 속에서 작은 틈을 확보했다는 사실이 고맙다. 이 동화를 보고 나니 나는 잊혀진 도시로 보내지지 않고 적어도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머릿속 마음속에서는 한 공간을 할애받은 것이었다. 그럼 기왕이면 좋은 모습으로, 곱게 기억되어야겠다.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망각은 신의 선물이라고들 한다. 어떤 의미에서 동의한다. 수십 년을 살면서 느끼는 강렬한 감정들이 내내 그 강도로 나를 감싸고 있으면 순간순간이 숨막힐 것이다. 강렬한 감정들은 작은 칩처럼, 혹은 도서 대출카드처럼 색인을 붙이고 차곡차곡 서랍안에 들어간다. 근데 생각해보면 진짜 잘 둔다고 뒀는데, 그때는 색인을 잘 붙여서 잘 보이게 넣어뒀는데 현생에 치이다보면 그게 잘 못 둬서가 아니라 그 색인들이 너무 많아져서 찾기 힘든 것이 될 때가 많다. 검색이 되기도 하지만, 안 되기도 하니까. 갑자기 김초엽님의 #관내분실 이 생각난다. 하지만 아주 잊은 것은 아니다. 어? 그떄 그 거, 어디있더라? 하고 갑자기 떠오를 때면 그 생각에 종일 사로잡혀있을 때도 있다. 이 동화는 그 잊혀진 것들이 상하지 않도록 돌보아주는 까마귀 이야기이다. 내가 잠시 잊은 것들은 영영 사라지지 않고 '샤'라는 도시에 머문다. 생각해보니 얼마 전에 또 읽고 싶었던 책 중에서 힘들었던 기억들과 함께 사는 법에 대한 책을 본 기억이 난다. 이 기억은 아직 샤로 가지 않았군... 사실 이 동화를 세 번쯤 읽었는데 내가 주제를 잘 파악한 건지는 조심스럽다. 그만큼 생각할 거리가 많은, 어른들의 동화이다. 근데 그래서 좋다. 온갖 상상력으로 점철된 동화가 그래서 닫힌 결말로 가는 것은 교훈성이 강하다. 근데 청소년기만 되어도 머리가 커져서 남의 말 안 듣는 어른들이 어디 동화책이 빤하면 읽고 생각할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이 동화는 몇 번이고 더 읽어볼 만한 동화라고 생각한다. 이 서평은 3번 읽은 버전의 서평이고, 앞으로 감상이 추가된다면 내용을 추가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언급해둔다. 그러라고 양장본 커버에 좋은 냄새가 나는 종이로 되어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일단 동화는 그림체부터 상상력까지 몽환적이다. 아, 이거 동화니까! 하는 생각을 놓지 않게끔 처음부터 끝까지 상상력을 동원하고, 그림이 도와주는 것이 다행스럽고 좋다고 느껴질 만큼 비약적인 상상력을 통해 전개된다. 그걸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예술 같아서 책 한 권이 예술작품 같다는 생각을 했다. 와중에 어른의 삶을 사는 나는, 대체 이 까마귀는 노동시간이 얼마인가, 대체 언제 쉬는가. 무엇을 위하여 일하는가, 그는 행복한가? 따위의 생각을 했다. 다행히 잠시 휴식이 찾아오는 타이밍은 있었지만 그리 길어보이지는 않았고, 후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그는 돌보는 것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돌보기 위해 돌보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돌보는 것을 돌보기 위한 돌봄이라니. 정말이지 유령도 돌보고 두려움도 돌보고 달팽이도 돌보고 모든 것을 다 돌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잊힌 모든 것들은, 망가지지 않고 다치지 않고 망가지지 않은 채로 잘 있다가 돌아가기도 하고, 새로운 손님을 함께 돌보기도 한다. 또 교사로서 눈에 띈 것은 까마귀의 돌봄 방식이었다. 알들을 돌볼 때도, 두려움을 돌볼 때도 다수에 따르지 않는 알이나 두려움에게 굳이 다수를 따르도록 강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까마귀는 훌륭한 보호자이고, 또 훌륭한 교사였지 않을까. 그래서 잊힌 것들은 외롭지 않지 않았을까. 거울을 보고 한참을 머물면서도, 잊힌 사람들에게까지 거울을 가져다주는 까마귀. 다친 행성이 찾아왔을 때도, 겉만 훑어 치료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픈 가시까지 빼주어서 아픈 것들을 토해내고 나아서 날아갈 수 있도록 보살피는 그는 대체... 그러나 기억의 폭풍을 맞이하며 잊힌 것들이 모두 날아가고 나서, 까마귀가 쌓아온 샤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우물 속에 있던 잊힌 사람들까지 모두 날아가고 나서(이제 생각해보니 기억의 폭풍은 데이터베이스 같은 뭐 그런 것이었을까?) 보살피던 것이 모두 그 도시를 떠났다는 것에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신마저 도시를 떠나 기억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 또한 그가 단지 잊힌 것들을 맡아두었기 때문에, 그래서 되도록이면 자신의 품을 떠나는 것이 더맞는 것들을 돌려보내기 위해 보호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책은 마지막에서, 샤로 떠난 주인공이 까마귀의 뒤를 이어 우리가 잊은 것들을 잘 돌보고 있다는 것, 그러니 우리는 언제든 잊힌 것들을 기억해내면 그것을 그 세계로부터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끝을 맺는다. 나는 좀처럼 내용에 대한 서평을 잘 쓰지 않는데, 서평이 내용스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책을 읽고 생각한 내용을 공유함으로써 상대편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게 서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내용을 이야기한 것은 내가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사실 정답은 없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내용을 말했다고 한들, 이 책은 내용만 보기보다 그림과 함께 보아야 비로소 완성되는 책이기 때문에 좀 더 마음 편히 책의 메시지에 대해서, 같이 읽으신 분들과 이야기해보고 싶은 책이다. 이 책 읽으신 분들, 저랑 생각 같이 나눠주셨으면 좋겠고 안 읽었으면 읽고 와서 나눠주셨으면 좋겠다. 모처럼 신선하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독서의 기회 주신 #동양북스 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