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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화당 사진문고는 실망시키는 법이 없지. 당연히 열화당의 이름을 믿고 꺼내 든 알지 못하는 작가인 사울 레이터의 이 책은 믿음에 보답을 했어. 1923년부터 2013년까지 주로 뉴욕에서 살았던 이 작가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직업인 랍비를 물려받지 않으려다 아버지와는 의절한 채 뉴욕에 와서 어머니의 도움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그림을 그리다 사진도 계속 찍고, 또 패션잡지를 위한 사진을 찍으며 살다가 아트 디렉터들과 어시스턴트 등의 요구에 질렸다는 이유로 상업 사진을 그만두고 힘들게 살다가-그러면서도 사진과 그림은 게속했다- 무려 70세가 다되어서야 사진계의 인정을 받아 작품을 팔아 빚을 갚았다는군. 그 세월까지 잘 견뎌서, 또 살아서 부와 명예를 누려 다행이라고 생각해. 이 책은 흑백사진, 컬러사진, 누드사진, 총 3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어. 흑백사진은 1940년대와 50년대 초반, 컬러사진은 50년대부터 70년대 초반, 그리고 누드는 4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작품인데, 그의 사진은 유리창에 비친 사람이거나, 비가 오는 거리거나, 눈 속을 달리는 차 등등 보통 사진 찍은 사람들이 장애물로 여기는 것을 오히려 전면에 부각시켜 보통 사람의 맨눈으로 일상적으로 보는 세상을 새롭게 구현한 이미지라고 느껴지더라고. 실제 우리가 보는 건 이렇게 창문 넘어 보이는 오가는 사람들처럼 무언가로 조금씩 가리워진 상태일테니. 심지어 누드조차도 누드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각적 낯섦을 보이는 소재처럼 보이네. 또 하나는 유진 스미스 사진에서 보듯이 그 옛날 뉴욕 거리를 다니는 멋진 중절모와 수트 혹은 드레스 차림의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향수-난 사실 그 때 뉴욕에 살던 사람이 아닌데 말이야. 하하-가 역사성을 더하여 사진의 역할에 대해 또 생각해보게 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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