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에 찌들어 평생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림만 그리다가 죽은 후에야 남은 작품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는 화가. 그러한 선례를 남긴 화가는 많지만, 살아 생전에 인기와 부를 누리고, 죽어서도 높은 그림값을 받는다면 금상첨화일게다. 하지만 진정한 예술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일진데 부와 명예가 이미 보장된 이에게 그런 치열함이 남아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 책의 주인공인 화가 한인현은 바보라는 닉네임처럼 유명하지도 않고, 전업작가임에도 상업 그림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면서도,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는데는 무척 인색한 특이한(?) 작가다. 요즘같은 세상에 도대체 이런 사람이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로 순수한 예술혼으로 가득찬 사람. 좋은 작품과 좋은 화가를 알아볼 수 있는 심미안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똑같은 사람을 두고, 한 사람은 천재로, 또 한 사람은 무능력자로 여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짦은 글과 함께 판매도 하지 않는다는 선생의 작품을 두고두고 음미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