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에 나온 책을 이제서야 보았다. 이렇게 시기적인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까닭은 이 책은 현대 종교철학, 특히 영미를 중심으로 한 종교철학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를 다룬 책이기 때문이다. 개설서의 성격상 시간이 지날수록 해당 분야의 정보가 쌓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주지 않으면 책의 가치를 떨어지게 마련이다. 하긴 내가 당시 보았더라고 제대로 이해를 못했을 터이니, 지금 보게 된 것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전술했다시피 영미를 중심으로한 소위 '포스트-모던'상황에서 논의된 종교철학/종교학적 상황에 대한 개설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먼저 칭찬부터 해야겠다. 이 책은 매우 친절한 책이다. 이 책은 본문만큽이나 각주를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각주에 달린 풍부한 참고자료는 이 책의 신뢰성을 더한다. 또한 이 한 권의 책을 계기로 다른 책들을 독서할 수 있는 매우 유익한 계기를 만드는 책이다. 이 한 가지 장점만으로도 이 책은 구입할 가치가 매우 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절판이라서 중고서점에서나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전반부는 영미종교철학에 대한 이해를, 후반부는 종교학에 대한 이해를 주로 이야기한다. 나에게 유익했던 것은 전반부였는데, 그 중 특히 3장과 4장이었다. 3장 '신념의 논리'는 개혁주의 인식론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개혁주의 인식론의 주창자인 기독교철학에서 논의되는 반기초주의, 반신학, 반/신학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제공한다. 그 동안 귀동냥을 통해 이름만 알았지, 기실 그 내용에 무지하였던 내게 개념의 속을 채워준 계기가 되었다. 4장 교리의 본질에서는 소위 후기 자유주의 신학이라고 불리는 통칭 예일학파(린드벡, 프라이)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이 부분에서 린드벡의 진리관 설명은 유익했다.
종교적인 고민과 철학적인 고민이 뒤섞인 물음을 지니고 있다면, 이 책은 당신의 물음이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그 물음을 고민하였던 사람들이 어떤 대답들을 내놓았는지 명확히 알게 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미 10년 전에 나온 책이라 현재 시점에서 논의가 많이 발전된 정보가 없다는 점이다. 이 책의 초판이 절판되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높지 않다. 심지어 신학도들조차 이런 고민을 은혜와 믿음으로 덮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친절한 책을 집필하신 배국원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제발 증보판을 내주시기를 마음 간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