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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내보이는 시는 좋은 작품이 아니라고 했다.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그 느낌이 충실하게 전달될 수 있는 분위기를 갖춘 시가 진정 좋은 시라고 말이다. (그러고 보면 시만큼 어려운 문학 장르도 없는 듯 싶다.) 자신이 느낀 기쁨, 슬픔, 사랑, 원망 등의 감정을 말로 하지 않아도 충분히 전달 가능한 시. 나는 임길택의 『탄광마을 아이들』을 읽으면서 그의 동시가 바로 이런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는 동시집에 수록된 작품 가운데 「연속극을 보다가」라는 동시이다. 그 시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내가 잠을 잘 때도/ 텔레비전 속 부자 아줌마/ 쓸데없이 울고 있을 때도/
어머니는/ 아침 올 때까지 졸음과 싸우며/ 탄 속 돌멩이를 고르시겠지요/
탄가루 흩날리는 선탄실에서/ 오늘밤도 어머니 목구멍/ 탄가루 집이 되어야만 하겠지요/
어머니의 고생을 가슴 아파하는 아이는 연속극을 보면서 '쓸데없이 울고 있는 부자 아줌마'와 자신의 어머니를 자연스레 대비시키고 있다. 늘 고생만 하는 어머니가 가엾다는 둥, 우리 엄마는 왜 그런 부자 아줌마와 같지 못할까 하는 둥의 표현은 시 속 어디서고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이 시를 읽는 독자들은 아이의 그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 받을 수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게 하는 이런 은근한 표현이 바로 그의 시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 산골 마을과 탄광 마을에서 15년간 교사 생활을 해왔다는 작가는 그간 보고 느낀 것들을 『탄광마을 아이들』 속에서 아주 순수하고 해맑은 아이의 눈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가난하지만 정직하고, 힘겹지만 따뜻한 그 곳의 삶에 대해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가 사는 마을에는 탄광 기계 소리가 하루 종일 끊이지 않고, 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울에는 까만 물이 흘러간다.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보면 아무런 인사도 없이 떠나버린 친구들, 변소 모서리에 거미가 쳐 놓은 거미줄에까지 석탄가루가 내려앉는 그런 탄광 마을에 아이는 살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 곳을 사람 살 데 못된다고 이야기 하지만, 아이는 그것이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또 자신이 살아있다는 뜻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그에 대한 소박한 애정을 표하고 있다.
물론 아이의 마음이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늘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자신이 처한 이 상황과 이 마을에 대한 불안함, 불만들을 아이만의 방식으로 표출해냄으로써 보다 높은 수준의 현실성을 붙잡아 낸다고 본다. 『탄광마을 아이들』속의 시중에서 가장 가슴 저리게 다가왔던「아버지 걸으시는 길을」에는 아이의 이런 마음이 잘 담겨져 있다.
빗물에 패인 자국 따라/ 까만 물 흐르는 길을/ 하느님도 걸어오실까요//
골목길 돌고 돌아 산과 맞닿은 곳/ 앉은뱅이 두 칸 방 우리 집까지/ 하느님도 걸어오실까요//
한밤중,/ 라면 두 개 싸들고/ 막장까지 가야 하는 아버지 길에/ 하느님은 정말로 함께 하실까요
이 시에서 보여지는 아이의 마음은 다른 시에서처럼 한없이 천진난만하지 않다. 자신의 삶에 대한 은근한 생각들, 그런 생각 속에 표출된 아이의 불안함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삶의 진정성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임길택의 시 한편 한편이 '참되지 못하게 커버린' 우리 어른의 마음을 움직이고, 또한 아이들에게는 '참된 마음'을 심어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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