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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편이 아닌 소설의 편에 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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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러운 소설이다. 일반적인 서사가 있는 소설을 기대했는데 전혀 아니다. 부분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 파악이 힘들다. 더 섬세하게, 더 진중하게 읽으면 이해가 좀더 쉬웠을까? 모르겠다, 작가는 “허구에 대한 가짜 허구를 쓰고 싶었다.” 라고 말한다. 이것은 “소설에 대한 소설, 소설을 위한 소설, 소설을 향한 소설을 쓰는 사람”이었다는 말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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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러운 소설이다.

일반적인 서사가 있는 소설을 기대했는데 전혀 아니다.

부분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 파악이 힘들다.

더 섬세하게, 더 진중하게 읽으면 이해가 좀더 쉬웠을까? 모르겠다,

작가는 “허구에 대한 가짜 허구를 쓰고 싶었다.” 라고 말한다.

이것은 “소설에 대한 소설, 소설을 위한 소설, 소설을 향한 소설을 쓰는 사람”이었다는 말과 이어진다.

솔직히 이 문장을 보고 막연하게 공감했다.

아마도 소설 속에 소설이란 단어가 나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4편이 실려 있는데 어느 한 편 쉽게 읽히는 소설이 없다.

첫 단편 <가면의 공방>부터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이해해야 하는지.

서사가 없는 듯 있는데 주인공의 서사는 또 아니다.

현실에 뿌리를 둔 이야기가 아니고 환상 문학이 갑자기 끼어든 듯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환상 문학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도, 구성되어 있지도 않다.

<거위와 인육>으로 넘어가면 천사와 악마가 뒤섞인다.

푸아그라와 거위 농장과 해방, 다시 억압의 순간으로 넘어가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천사를 소인배 천사라고 부르는 것이나 허풍쟁이 악마란 호칭은 또 무엇인가?

 

표제작 <클로이의 무지개>는 이야기의 교차와 중첩이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자이로스코프호의 쌍둥이 선원과 미스터리 스마일과 앵무새 클로이.

자이로스코프의 분실과 미스터리 스마일의 실종, 클로이의 혼란스러운 비행.

클로이의 깃털과 쌍둥이 선원의 파손된 후의 배와 만나는 순간.

미스터리 스마일과 거인의 만남, 거인의 눈 속에 있던 자이로스코프.

읽다 보면 시간의 순서가 뒤섞인 듯하고 공간도 비현실적이다.

여기에 자이로스코프호의 침몰과 그 배에 실린 황금 등의 유물 탐사가 끼어든다.

뜬금없이 나오는 오무아무아는 또 무슨 의미일까?

 

<프록코트 혹은 꼭두각시 악몽>은 자신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가 등장한다.

거울 보면 얼굴을 알 수 있지 않느냐? 는 물음이 이 소설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프루프록 씨의 저택 묘사는 읽으면서 쉽게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았다. 상상력의 빈곤이다.

나의 머리를 더 복잡하게 한 것은 ‘아를르캥의 유서’다.

독특하게 문장을 표현한 것과 원숭이가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그’가 나가는 마켓은 무엇이고, 그가 찾는 자신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무겁고 어려운 듯한 전체 이야기 속에서 가볍고 재밌는 순간들도 나온다.

그런데 이해는 어렵다. “인간의 편이 아닌 소설의 편에 선 작가”란 서평가 금정연의 말이 인상적이다.

이달의 사락 f***2 2023.06.0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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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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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의 무지개 - 양선형표지 색이 예뻐서 놀라고, 이런 표지와 상반되는 내용들이 담겨있어 놀라고, 처음 접해보는 문체에 놀라고, 여러모로 많이 놀라운 책이다. 책 4개의 순서는 1. 가면의 공방 2. 거위와 인육 3. 클로이의 무지개 4. 프록코트 혹은 꼭두각시 악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표지에 자세히 보면 앵무새 그림이 있다. 그 앵무새의 이름이 클로이다. 각기 다른 이야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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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의 무지개 - 양선형

표지 색이 예뻐서 놀라고, 이런 표지와 상반되는 내용들이 담겨있어 놀라고, 처음 접해보는 문체에 놀라고, 여러모로 많이 놀라운 책이다.

책 4개의 순서는 1. 가면의 공방 2. 거위와 인육 3. 클로이의 무지개 4. 프록코트 혹은 꼭두각시 악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표지에 자세히 보면 앵무새 그림이 있다. 그 앵무새의 이름이 클로이다.

각기 다른 이야기지만, 연결성이 있다. 2번 소설 거위와 인육에서는 프아그라를 먹기 위해 길러지는 거위들을 구하기 위해 소인배 천사가 등장한다. 그 천사는 가짜 프아그라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엑스터시 수준의 중독성을 가진 배설물 푸아그라를 만들어 인간들에게 선보인다. 그것이 거위의 배설물인 줄 모르고, 진짜 프아그라라고 믿고 탐닉하는 인간의 욕망은 우습기 짝이 없다. 작가는 이 부분의 소제목을 프아그라 포르노라 표현한다. 거위간의 제공을 위해 갇힌 철장은 억압이고, 거위들의 해방은 자유다.

3번 소설 클로이의 무지개에서 클로이는 마술사 미스터리 스마일과 함께 무대에 선다. 인간에게 배운 말을 그대로 낭독하는 앵무새다. 새가 인간에게 길들여 자신의 본능을 누르고 날아가지 않음 자체가 나는 억압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문장은 [클로이가 창공을 날개짓하며 떨어뜨린 마지막 깃털이다] 로 끝이나는게 비로소 클로이의 자유다.

소설 문장 하나하나가 날이 서 있었다. 중심을 잡고 읽지 않으면, 휘몰아치는 단어들로 머리를 때려 맞은 것 같았다. 한국 소설은 정말 오랜만에 읽었는데, 너무나 신선하고 날것 그대로다.

p21 [몽환적인 질병에 잠식된 브라운관 속의 서정시들, 꾸벅거리는 모가지들의 행진 혹은 불황, 충치가 게걸스레 씹는 은박지처럼 현란하게 구겨지는 의미와 충치를 납땜하는 보철처럼 까마득하게 패인 공허를 충당하는 빈사 상태의 이미지들, 방사능 피복에 의해 기형적으로 부어오른 덩이뿌리의 다발성 증식, 속 빈 깡통처럼 걷어차이거나 미치광이 소시오패스의 사격 연습을 위해 길거리에 방치되는 우주, 그것이 무엇이든지등등...] 으로 표현들은 마침표 없이 끝없이 한페이지가 넘도록 이어진다. 쉼표의 정신없는 속사포 공격은 속도가 너무 빨라 휘몰아 친다. 내가 무라카미하루키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가 책 한권에 상상하지 못 할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인데, 양선형의 소설은 처음인데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느낌이다. 인간의 상상력은 끝이 없구나. 그 상상력을 끄집어내 활자로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작가의 능력이다. 오랜만에 머리 세포 하나하나가 자극받은 책이었다.

pick문장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지옥에나 떨어져라. 그는 생각했다. 온 세상 사람들이 제 자존감 지수를 의식하고 괜한 열등감에 시달리며 가끔은 아무렇게나 휴식해도 괜찮을 마음의 텃밭을 종일 순찰하고 감독하는 피로한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지 않냐. 자존감이 높낮이를 통해 내면에 자리한 비가시적인 영역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측량하고 어필해야 하는 속류 심리학에 중독되어 있지 않냐. 대낮에 자존감 버섯에 대한 애타는 마음을 이렇게 합리화하고 일축하다가도 밤이 되면 으레 그의 머릿속으로 모면할 수 없는 근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p-91

절망이 자신을 깨물고 놓아주지 않을 때 어떻게 하면 이 절망에서 헤어날 수 있을지를 고민하지 마라. 이것이 굶주림의 일반 원칙이지. 외려 나는 절망에 스스로를 제공한 다음 절망에 잠식된 자로써 느낄 수 있는 망연자실한 관능을 환대하는 사람이었지. 그 관능이 절망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대화라면 나는 절망과 친교하는 가운데 내 활기를 사치하는 방법들에만 관심이 있었어. p-122


미지의 독자로 선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학과지성사 출판사로부터 좋은 책을 제공받아 작성합니다.
YES마니아 : 로얄 t********0 2022.03.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