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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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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감각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김성규 교수님의 정신분석학 강의를 처음 접했던 때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요. 언제부터인가 타인과의 만남이나 접촉이 조심스러워지고 소통의 방식마저 변화하자 ‘인간’과 ‘관계’의 의미에 대해 혼란스러움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누군가와의 자연스럽고 친밀한 맞닿음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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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꾸만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감각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김성규 교수님의 정신분석학 강의를 처음 접했던 때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요. 언제부터인가 타인과의 만남이나 접촉이 조심스러워지고 소통의 방식마저 변화하자 ‘인간’과 ‘관계’의 의미에 대해 혼란스러움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누군가와의 자연스럽고 친밀한 맞닿음이 그리워지기도 했어요.

  그러자 오래전 수강했던 교수님의 강의가 문득문득 떠올랐습니다. 인간의 정신을 분석한다는 것이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인간과 인간의 행동에 대해 다정한 방식으로 접근하셨던 교수님의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았거든요. 비대면 소통으로 인해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이 어려운 지금, 홀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지금. 스스로를 보듬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를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라는 텍스트로 다시 만날 수 있어 정말 반갑습니다. :-)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는 평소 우리가 ‘악의 형태’라고 생각하는 것, 혹은 ‘악하다’고 여기는 인간 정신의 세목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때때로 조롱거리로 전락하기도, 가벼운 의미로 남용하여 불특정 다수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것들이죠. ‘악’의 존재는 우리를 불쾌하게 만듭니다. ‘악한 존재’로의 접근을 기피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이유는 아주 단순해요. 그저 ‘악’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특정 사건이나 사람을 두고 선/악을 나누며 혼자만의 결론을 내렸던 일이 자주 있습니다. 하지만 그 근원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악은 어째서 악이라고 판단되었는지, 악의 기저에는 어떤 내력이 있는지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그저 어떤 것이 악이고 어떤 것이 선인지 구별하기에 급급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는 ‘악’에 대한 편견을 거두어내고, ‘악’을 그저 하나의 형태이자 상태로서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계급·사이코패스·거짓말·복수·다중 인격·기억의 상실과 강박까지 우리가 ‘악’으로 취급하는 다양한 정신 상태를 펼쳐놓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그 시간이 매력적이었어요. 계급에 대한 복종이 인간의 본성임을 부정하지 않지만, 침묵하지 않는 용기 ‘파레시아’의 가능성을 강조(1장)하고, 다중 인격 장애의 원인인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것이 스스로를 위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드럽게 전달(9장)하는 식입니다.

  교수님의 경험이 녹아든 짧은 에피소드들은 텍스트와 독자 사이 거리감을 줄여주는 소소한 재밋거리인 동시에 ‘내게는 이런 면이 없을까’, ‘주변에서 이런 일을 본 적도 있는 것 같은데’ 하며 곰곰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 주어서 좋았어요. 《쉰들러 리스트》, 《킬미, 힐미》와 같이 익숙한 작품을 통해 풀어낸 여러 사례 덕분에 더욱 흥미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책 속에 언급된 작품들을 다시 보게 되는 때에는 과거와 다른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겠죠? ‘갑질’과 ‘프로아나’ 등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거나 들어보았을 최근의 이슈에 대해 다룬다는 점은 시의성을 충족한다는 측면에서 그 가치를 느꼈어요.

 

  ‘악’이 없는 완전무결한 세계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그 전에, 우리가 ‘악’이라고 판단하는 모든 것들은 정말 ‘절대 악’일까요? 무턱대고 악을 두둔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겠지만, 악의 내력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한 건 분명한 듯합니다. 결점 없는 인간은 어디에도 없고, 누구에게나 조금씩의 악한 면은 존재하겠죠. 하지만 그 누구도 인간을 ‘악한 존재’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선/악이라는 상반된 단어의 존재 자체가 인간의 양면성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를 통해 조금씩 악한 우리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악한 타인과 함께 살아가며 조금씩 선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완독 후 ‘누구나 조금씩은 비정상’이라는 부제목이 더욱 와닿고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비정상의 우리들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찾은 것 같아 기쁩니다. 잘 읽었습니다!

 

#인간의악에게묻는다 #김성규 #심리 #계급 #복종 #사이코패스 #리플리증후군 #판옵티콘 #가정폭력 #정신분열증 #복수 #해리성정체성장애 #프로아나 #알츠하이머병 #분리불안장애 #완벽주의 #선과악

s*****9 2022.02.13. 신고 공감 26 댓글 13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빨간 모자 강무에게 투사된 '인간의 악'
"빨간 모자 강무에게 투사된 '인간의 악'" 내용보기
SBS tv에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방영중입니다. 잔혹한 장면에 눈길을 돌리면서도 흥미롭게 보고 있어요. 드라마를 보는 내내 궁금했습니다. 저들은 무슨 마음으로 저럴까, 원래 그렇게 태어난 걸까, 아니면 자신도 모르게 악행을 저지르는 걸까. 때마침 이 책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가 출간되었더군요. 곧바로 구입했습니다. 한자리에서 다 읽어버릴 만큼 흡인력이 강했어요.
"빨간 모자 강무에게 투사된 '인간의 악'" 내용보기

SBS tv에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방영중입니다. 잔혹한 장면에 눈길을 돌리면서도 흥미롭게 보고 있어요. 드라마를 보는 내내 궁금했습니다. 저들은 무슨 마음으로 저럴까, 원래 그렇게 태어난 걸까, 아니면 자신도 모르게 악행을 저지르는 걸까. 때마침 이 책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가 출간되었더군요. 곧바로 구입했습니다. 한자리에서 다 읽어버릴 만큼 흡인력이 강했어요. 드라마로, 책으로 새해 벽두부터 왜 인간의 악이 화두가 된 걸까?

 

나의 궁금증을 이 책은 풀어줄까? 저자 김성규는 말합니다.

악행을 저지르고 주변을 못살게 구는 사람은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인 걸까. 어쩔 수 없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도 악이라고 해야 할까. 인간은 원래 악한 존재인 걸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담은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p.7, 프롤로그: 인간은 왜 악을 저지르는 걸까)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첫 번째 이야기는 혼자 사는 여성만을 골라 살해하는 빨간 모자조강무 편입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범을 잡고 보니 그는 아직 주민등록도 안 된 미성년자였습니다. 저는 강무의 심리 추적에 초점을 맞추어 책을 한 번 더 읽었습니다.

 

강무의 어린 시절은 아동 학대로 점철된 나날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가족에게 폭력을 일삼던 난폭한 가장이었던 거지요.

저자 김성규는 말합니다.

아동 학대는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욕설과 언어적 모욕, 무관심, 거부적 태도, 일탈의 방관, 무가치하게 대하기, 성적 학대 등을 포함하는 굉장히 포괄적인 폭력 개념입니다. 아직 정서 및 신체적으로 나약한 아이들이 이를 겪을 때 매우 심각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뇌 발달 장애, 신경 시스템 장애, 스트레스 조절 장애, 애착 장애, 인지 장애 등 거의 모든 심리 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p.144, 6: 사랑의 매는 정당화될 수 있을까)

 

강무가 일하는 중국집의 사장은 그를 누구보다 모범적인 소년으로 알고 있지요. 엄마도 아버지도 일찌감치 집을 나가버린 뒤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강무를 기특하다 여깁니다. 그러나 배달이 끝난 늦은 밤, 빨간 모자를 눌러 쓰는 순간 그는 전혀 다른 인격이 됩니다. 다중 인격 장애의 전형입니다.

저자 김성규는 말합니다.

다중 인격 장애자 중 90퍼센트 이상이 아동 학대 피해를 당한 것으로 보고됩니다. ……그렇기에 정신 및 신체적 폭력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다중 인격 장애는 주 인격이 기억하기를 거부한 정보를 무의식 저편으로 넘겨버리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인격을 탄생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두렵고 무서운 기억이 없어진 빈자리에 전혀 다른 성격의 인격을 생성하는 일종의 방어기제인 것이죠.” (pp.208-209, 9: 어두운 인격은 감춰야만 할까)

 

아버지는 엄마의 옷을 벗겨놓고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그 끔찍한 장면은 질긴 트라우마가 되어 그를 따라다닙니다. 강무는 이제는 만날 수 없게 된 아버지 대신 물리적인 제압이 쉬운 여성들을 골라 복수를 합니다. 그리고 몸에 밴 습성처럼 살인을 저지른 후 피해자의 옷을 꼭 벗겨놓고 달아납니다.

저자 김성규는 복수에 대한 감정을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입은 피해를 상대방에게 돌려주고자 하는 것. 그래서 내가 당한 고통을 상대방이 느끼게 만들고 싶은 강렬한 욕망. ……복수심에 온몸을 지배당한 인간은 이성적으로 생각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오직 복수 하나만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기에 복수는 종종 자신과 상대 모두를 파괴하는 병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pp.178-179, 8: 정당한 보복은 가능할까)

 

범죄가 들통 나자 강무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담당 형사에게 묻습니다. “지문은 다 지웠는데, 어디서 들킨 거죠?”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이미 사이코패스가 되어버린 강무. 그는 부모에게서 비롯된 원망과 혐오가 뼈에 사무쳐 살인 행각을 멈출 수 없게 되어버렸던 것입니다.

저자 김성규는 사이코패스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사이코패스의 머리와 가슴은 모두 차갑습니다. 따라서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거침이 없습니다. 팰런은 사이코패스에게는 사랑이나 인간적인 감정을 주고받고자 하는 욕구가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죄책감이 들도록 만드는 양심 또한 거의 기능하지 않죠. 또한 명랑하며 근심이나 걱정이 없습니다. 상당히 사교적이면서도 타인에 대한 거리감과 냉담함, 무관심을 갑작스레 드러내는 것이 바로 사이코패스입니다. (p.71, 3: 사이코패스는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런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두려움에 떨며 앉아 있는 조그만 강무 뒤로 괴물 같은 거구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려는 장면. 시선을 돌리면 두려움에 떠는 작은 몸집을 가진 여성의 목숨을 강무가 탈취하려는 장면. 그렇습니다. 아버지의 폭력은 강무에게 살인이라는 악행의 그림자로 투사되어버린 것이지요. 강무가 절망의 눈빛을 떨구며 끌려가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의 희망 없는 긴 미래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저의 심정을 대변이라도 하듯 저자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끝을 맺더군요.

우리는 단 하나의 성격과 마음으로 구성되는 존재가 아니며,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 있는 존재도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다양한 개성과 마음을 가졌기에, 서로가 서로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이해하며 살아가야 하는 인간입니다. 우리는 자신과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왜 다른지 이해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야 더 인간적인 인간이 될 수 있습니다.” (p.316, 에필로그: 인간은 악하다는 진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인 225일부터 7회가 방송됩니다. 앞으로 전개될 사건에는 이상심리자의 더 다양한 얼굴이 등장하겠지요. 그럴 때마다 이 책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를 들춰보기 바랍니다. 위에 언급한 아동 학대, 다중 인격 장애, 복수심, 사이코패스 외에도 갑질의 심리, 거짓말의 심리, 관음증, 정신분열증, 질투심, 완벽주의 등이 궁금하다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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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1 2022.02.13.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