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4)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75%
  • 리뷰 총점8 25%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8.0
  • 30대 0.0
  • 40대 0.0
  • 50대 10.0

포토/동영상 (2)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임현 《그들의 이해관계》, 논리학 예문 같은 문장을 통과하여 논리적 미학에 도달할 수 있기를...
"임현 《그들의 이해관계》, 논리학 예문 같은 문장을 통과하여 논리적 미학에 도달할 수 있기를..." 내용보기
「그들의 이해관계」  “... 사람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어느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게 되면 결국엔 경로를 벗어나버리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쪽이 자꾸 좋아진다라는 것은 누군가 나쁜 쪽을 떠안게 된다는 것 아니겠습니다. 본래는 공평하게 나눠서 나쁜 일을 상쇄시킬 수 있는 문제인데도 누군가 한쪽만 너무 갖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p.27) 운과 불운이 갈리는
"임현 《그들의 이해관계》, 논리학 예문 같은 문장을 통과하여 논리적 미학에 도달할 수 있기를..." 내용보기
  「그들의 이해관계」
  “... 사람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어느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게 되면 결국엔 경로를 벗어나버리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쪽이 자꾸 좋아진다라는 것은 누군가 나쁜 쪽을 떠안게 된다는 것 아니겠습니다. 본래는 공평하게 나눠서 나쁜 일을 상쇄시킬 수 있는 문제인데도 누군가 한쪽만 너무 갖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p.27) 운과 불운이 갈리는 어떤 지점이 있다. 그로 인해 어떤 이는 죽음을 맞이하고 남은 이는 그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어떤 이는 죽음을 맞이하는데 또 다른 이들은 그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는 사실 앞에서 난감해진다. 이 작가가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이 나쁘지 않다.

  「나쁜 사마리안」
  “... 어느 순간 엉망으로 취한 오중구는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말을 한다고, 실은 다들 어디서 들었던 말을 반복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든다고 한참을 주정했다. 그러니까 그게 마치 본래 자기 말인 것처럼 연기를 하고 있고, 그걸 들키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쓰는 게 내 눈에는 빤히 보이는데 왜 아무도 그걸 지적하지 않아? 아니면 우리는 오늘이 다 처음이니까 다 같이 서툴고 그래야 하는데 왜 어떤 사람은 능숙해? 나는 이렇게 어려운 일들이 왜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말들을 나는 아무 호응도 하지 않고 묵묵히 들어만 주었다...” (pp.49~50) ‘착한 사마리안’이 아니라 ‘나쁜 사마리안’이다. 그렇지만 이 소극적인 이웃을 나쁜, 이라고 명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착하지 않다고 모두 나쁜 것은 아니고, 나쁘지 않다고 모두 착한 것도 아니다. 내가 모르는 척 한 오종구 그리고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도경 사이의 거리를 독자인 나는 좁히지 못하겠지만 작가는 어떻게든 하고 있다.

  「해원」
  “아니요, 아빠는 이제 여기 안 계세요. 얼마 전에 멸종됐거든요.” 죽은 아빠에 대해 묻는 이를 향한 어린 아들의 대답이다. 짧은 소설이다. 죽은 남편, 낮에 수로 쪽으로 공을 날려버린 아들 노아, 그리고 다친 노아와 그날 저녁 수로를 헤매며 노아가 낮에 잃어버린 공을 찾는 엄마가 있다. 

  「거의 하나였던 두 세계」
  “나는 진실의 반대말이 주로 거짓이나 가짜라고 배워왔는데, 살면서 오히려 무지에 더 가까운 개념이 아닌가, 생각할 때가 많았다. 무엇보다 나는 종종 진실을 알고 있다고 오해할 때가 많았고, 그것이 잘못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은 대체로 무언가를 더 알게 되었을 때였으니까.” (p.119) 알게 된 것의 무게에 따라 진실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에 동의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하였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는 내게 동료 교수인 A와 오명조의 사례가 어떻게 거의 하나였는지를 생각하느라 독서가 지체되었다. 

  「이해 없이 당분간」
  “... 그러니까 이 집에 연희의 것이라고는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았는데 있다면 버려도 상관없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게 무엇도 아닌 바로 나라는 걸, 무심결에 연희의 칫솔로 이를 닦다가 문득 깨달았다. 고작 칫솔 같은 존재가 되어 나는 버려졌던 것이다.” (p.130) 〈해원〉처럼 짧은 소설이다. 연희와 헤어지고 난 다음 연희를 생각하고 나를 생각하고 연희와 내가 데이트 삼아 올라탔던 버스를 생각한다. 독자인 나의 십대의 마지막 시절 화미라는 이름의 교회 여자 후배와 탔던 버스 막차를 떠올렸다. 종점에서 내려 기사들이 머무는, 중간에 난로가 있던 구멍 가게에 기사들과 함께 앉아 있다가, 새벽 첫차를 타고 다시 잠실로 돌아왔다, 나와 화미는...

  「목견」
  모두의 모두를 향한 억울함으로 들들 끓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제대로 된 억울함을 구분해내는 일이 여의치 않다. 이런 사회에서는 서로를 향한 연민과 연대도 만만치 않은 일이 되고 만다. 오랜 시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가해자들의 연대는 곤고한데, 얼마 되지 않은 피해자들의 연대의 전통은 허약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소설은 희망을 말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절망조차 희미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예정」
  나는 편의점에서 일을 한다. 편의점 건물 뒤편 어딘가에 쓰레기 봉투를 내놓았는데 한 노인이 거기에 쓰레기를 거기에 두지 말라고 말한다. 나는 유독 그날 예민하여 노인에게 무슨 상관이냐 쏘아 붙인다. 그런데 내가 내놓은 쓰레기를 옆으로 치우자 노인이 드나드는 작은 문, 허름한 세간 살이가 안에 있는 노인의 집이 거기에 있었다. 짧은 소설이다.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생각해보면 말이네, 망각이란 단순히 기억을 잃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네. 치매라는 게 왜 노인성 질환을 대표하겠나. 기억할 게 많은 사람일수록 망각하는 것도 많다는 뜻이 아니겠나. 어쩌면 기억을 잃는 것은 다른 것을 더 많이 기억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네. 더구나 무언가를 뚜렷하게 기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무언가를 잊어야 하는 법이지. 가령 그대가 떠올릴 수 있는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 그대를 애틋하게 내려다보는 어머니의 미소일 수도 있고, 그대의 머리 위로 닿는 낯선 누군가의 손길, 혹은 처음 따귀를 맞았던 경험일 수도 있겠지. 다만, 그것을 처음으로 기억하기 위해서 그대는 수없이 많은 처음을 먼저 잊어야 했을 것이네. 그런니까 그대가 잃어버린 유일한 기억은 그대가 망각하고 있는 것을 망각했다는 사실 자체뿐이지.” (p.197) 임현의 소설에 등장하는 몇몇 문장은 논리학 예문 같다고 느낀다. 만약 이를 잘 통과한다면 일종의 논리적 미학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지만 쉽지는 않다. 소설은 망하여 컨테이너에 살다 불이 나는 바람에 죽을 뻔한 과거의 나에게 살아 남은 미래의 내가 건네는 긴 말이다.

  「고요한 미래」
  “집에서 잠들지 못하기 때문에 종일 졸음에 시달리는 것인지, 바깥에서 내내 졸았던 탓에 정작 집안에서 숙면하지 못하는 것인지 나중에는 그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게 되어버렸으나, 이상하게 집이 아닌 곳에서 나는 자꾸 잠이 들었다...” (p.219) 이런 탓에 나는 만나기로 하였던 남자를 만날 수 없게 되고 그 남자로부터 비난의 소리를 듣게 된다. 〈고요한 미래〉는 내가 좋아하고 감탄하는 스타일의 소설 그러니까 뫼비우스의 띠 혹은 우로보로스를 연상시키는 소설이다. 

  작가의 말의 첫 문단은 다음과 같다. “누군가의 문장은 꼭 나를 대신 설명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밑줄을 긋거나 페이지를 접거나 되도록 흔적을 남기는 편인데, 나중에는 왜 이런 구절에 마음이 동했나 싶어서 의아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식성과 체중이 달라질 때도 그랬다. 불편했던 자리가 제법 익숙해질 때도 비슷한 기분이었는데 나는 나와 매일 멀어지는 데도 왜 여전히 나인 것일까. 나로부터 얼마나 더 아득해진 뒤에야 내가 아닐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손톱을 깎다가 빠진 머리카락을 세다가 한때 나였던 것들이 수북해진다.” 소설집에 실린 거의 모든 소설은 ‘나’가 이끌어가는 일인칭 시점이다. 


임현 / 그들의 이해관계 / 문학동네 / 257쪽 / 2022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26.03.2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