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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문명 이후 인류가 발전시켜 온 문명은 모두 문자로 기록되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인류는 문자 발명 이전부터 탁월한 지능으로 지구상 최고의 생물적 위치는 물론 스스로도 상상하기 어려운 문명을 일구어왔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각종 문명의 혜택은 온 인류가 수천 년 이상 수백 세대에 걸쳐 이뤄온 문명의 총합이다. 인류의 삶을 이롭게 하는 철학과 삶에 대한 불안을 위로하는 종교, 삶을 즐기는 문화, 삶을 편리하게 하는 과학 기술은 각자의 속도에 맞게 발전을 거듭해 왔다. 특히 과학 기술의 발전은 그 속도가 과학자들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 때문으로 보여진다. 디지털은 다른 분야에도 모두 영향을 미치지만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피규어, 소설, 음악, 라이트노벨 등 오타쿠를 대표하는 문화는 미디어를 비롯하여 다양한 장르에 걸쳐 인간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장르가 다양하다는 것은 반대로 기회가 없어서 접하지 못한 작품 또한 많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어떠한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 작품에서 설명하는 단어의 의미나 스토리, 설정 소재 등 관련 자료를 찾아보게 되고, 점점 깊이 빠져들게 되는 경험을 누구나 한두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나아가 좀더 깊이 파고드는 이른바 ‘덕후’(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로, 현재는 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진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의 성향을 가졌다면 익숙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이 책 『덕후를 위한 교양 수업』은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소설, 라이트노벨 등 현대를 살아가는 덕후 관련 콘텐츠 중에서 ‘덕후들이 좋아할 만한’ 장르와 전문 용어를 엄선해서 다뤘다. 매일 한 페이지씩 365일 동안의 읽을거리를 역사, 신화ㆍ전설, 문학, 과학·수학, 철학·심리·사상, 오컬트·불가사의, 종교의 7개 분야 및 요일별로 나누어 구성했으며 매일매일 다채로운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그동안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익숙한 인물 또는 캐릭터인데, 그 유래를 잘 몰랐다면 이 책이 그 궁금증을 해소해줄 뿐만 아니라 호기심과 상상력을 한층 더 자극할 것이다. 하루 한 페이지씩 365일 읽다 보면 자연스레 지식을 익히고 좀더 풍부한 상식과 교양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풍요로운 덕후 생활을 보낼 수 있기를 저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백과사전식 구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어떤 테마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제별 구성이 아니란 뜻이다. 또 분야별 구성도 아니다. 그렇다고 시대별 구성도 아니다. 적확하게 표현하자면 '백화점식' 구성이라고 독자는 말하고 싶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 물건이나 상상, 가공의 인물, 신(神), 선과 악 등은 각기 독립적이기도 하고 부분별로 서로 협조적이기는 하다. 하루 한 건씩 365일간 쌓을 수 있는 지식사전이다. 바꿔 말하면 단 하나도 허투루 볼 대목이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일본 학자로 원제는 '365日で知る現代オタクの敎養'이다.
이 책 『덕후를 위한 교양 수업』은 요일별로 테마를 달리 한다. 월요일 - 역사 : 일본, 중국, 서양 역사를 중심으로 인물, 사건, 조직 등에 대한 설명. 화요일 - 신화. 전설 : 일본, 아시아, 그리스. 로마신화, 북유럽 신화 및 전선을 중심으로 캐릭터, 이야기, 사건 등에 대한 설명, 수요일 - 문학 : 일본, 서양, 중국을 중심으로 문학 작품, 문호 등에 대한 설명, 목요일 - 과학. 수학 : 물리, 수학, 생물을 중심으로 용어나 이론 등에 대한 설명, 금요일 - 철학. 심리. 사상 : 철학, 심리학, 사상, 예술을 중심으로 용어와 인물 등에 대한 설명, 토요일 - 오컬트. 불가사의 : 오컬트, 불가사의, 세계의 수수께끼를 중심으로 아이템, 사건, 장소 등에 대한 설명, 일요일 - 종교 : 일본, 서양, 아시아 종교를 중심으로 용어, 인물, 캐릭터 등에 대한 설명 등. 덕후들이 관심 있어 하는 장르와 관련된 인문학적 지식과 용어들을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한 가지의 주제로 나누어서 설명하기 때문에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고 관심있는 주제에 대한 내용부터 찾아서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내용은 과거에 있었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들이 전반적이다. 각 건에 대해 기억하기 쉽게, 찾아보기 쉽게 책 오른쪽 상단에 세 가지 테마나 지역, 혹은 부문을 적었다. 이를 테면 '민중을 이끄는 여왕은 은둔을 즐기는 아줌마'란 별칭으로 일본의 '히미코'를 첫 페이지에 실었다. 각 페이지 오른쪽 상단에 '고대' '일본' '인물'로 구별해 적어놓았다. 일종의 태그다. 그리고 한 주제에 맞게 기승전결식으로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지게 사전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서 보기가 좋다. 나무위키를 검색해서 보는 기분이랄까 간략하면서도 핵심적으로 기억해야 할 개념을 일러준 것이 인상깊다. 그리고 각 주제에 대한 해설에 대한 걸 좀 더 알고 갈 수 있도록 추가적으로 우측에 작은 용어 소개가 담아진 걸 보게 된다. 각 주제별로 제시된 용어까지 세밀하게 기억해두면 각 개념에 대한 지식을 체화하는 데 좋은 학습이 될 듯하다. 또 사물을 더 넓게 바라보는 에피소드와 토막지식이 들어 있어서 새롭게 알게 되는 정보도 익힐 수 있다. 그리고 종종 사진도 추가적으로 나와 있다. 저자 나름대로의 애로 사항과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조금은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음은 아쉽다. 또 제작비 관련 함께 게재된 사진이 조금은 원본이 좋지 않은 듯한 느낌이다. 선명한 원본이 아니었다면 컬러러 할 경우 오히려 원본의 의미마저 망칠 수 있기에 선택한 방법이라고 이해된다. 일본 출판 문화의 발전된 모습과 만화로 대표되는 애니메이션의 발달로 이 책이 나올 수 있는 근간이 되었겠지만 '게임 강국'으로 표현되는 우리나라에서 먼저 출판되지 않은 아쉬움도 조금은 남는다.
이 책은 지금은 번역된 책으로 읽지만 하루빨리 우리나라 저자가 우리의 책을 출판해 내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대하는 마음이 밝고 기쁘지만은 않은 것은 오히려 이 책에 대한 질투로 오해될까 해서 책의 평가는 여기서 마친다. 이 책에 유독 일본 문화와 관련된 인물, 역사, 신 등이 많이 등장하니 느낌이 편치만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을 파고 들어가면 모두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역사, 신화와 전설, 문학, 철학, 심리, 오컬트, 종교 등 다양한 범위에 걸친 교양 지식이 들어가 있다. 평소 '라이트 노벨'을 읽으면서 책을 읽는 속도가 느려서 불편하다고 하는 사람들의 이유 중 하나는 단순히 독해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독해력이 왜 부족할까. 이유는 명백히 배경 지식으로 불리는 상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명언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알고 있는갸가 매우 중요하다. 만약 알고 있는 게 없는 사람은 어떤 새로운 콘텐츠를 접했을 때 이해하기도 어렵고, 그 새로운 콘텐츠에서 다른 영감을 얻기도 어렵다. 통찰력이 없는데 어떻게 영감을 얻을 수 있겠는가. 이 점은 책을 읽을 때만 아니라 어떤 정보를 접해서 해석할 때도 같은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누누이 말하는 것이다. 우리의 디지털 산업은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게임 제작 수준도 세계 최정상급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본 지식이나 배경 지식의 확충에 게을리한다면 언젠가 자리를 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난다.
이 책은 평소 인문학 도서를 읽지 않는 사람도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도록 짧고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다. 만약 이 책을 라이트 노벨과 만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 읽는다면 여러 작품을 통해서 들어본 신화나 이름의 유래를 알 수 있어 처음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더 흥미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독자처럼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잘 모르는 독자들은 신비스러운 인물이나 대가들의 작품을 통해 본 신화의 세계 등에 관한 지식을 풍부하게 얻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역사ㆍ신화ㆍ전설ㆍ문학ㆍ과학ㆍ수학ㆍ철학ㆍ심리ㆍ사상ㆍ오컬트ㆍ불가사의ㆍ종교의 모든 카테고리를 아우르면서 하루에 한 페이지씩 읽더라도 일주일 동안 모두 7개의 카테고리를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아마 오랜 시간 동안 책을 읽어도 질리지 않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책을 읽다가 우연히 알게 되는 이름이나 신화를 만나게 되면 책에 줄을 그어 나중에 다른 책을 통해 확인하면서 비교 습득하는 일을 병행한다면 짧은 기간 내에 의외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혹시 라이트 노벨을 비롯한 다양한 판타지 장르의 책을 읽으면서 읽는 속도가 늘지 않아서 고민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또 내가 좋아하는 작품의 설정이 어디에서 유래된 것인지 알고 싶다면, 지금 바로 『덕후를 위한 교양 수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역자 : 김희성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특허법률사무소에서 각종 기술 특허에 관한 한·일, 일·한 번역을 담당했다. 이후 기술 전문 잡지사인 ㈜첨단에서 [월간 전자기술], [월간 표면실장기술], [월간 신제품신기술] 편집장으로 다년간 근무하며 잡지 및 단행본 번역, 편집, 교정, 취재 등의 업무를 진행했다. 현재는 전문 번역가 및 편집자로 활동 중이다. 주요 번역서로는 『저전압 시대의 전원 IC 쿡북』 등이 있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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