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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나날들 가운데 기억에 남아있는 것들을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남아있던 기억들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조금 급해졌던가 봅니다. 드디어 지난해 여름 <경관기행>이라는 제목으로 시작을 했습니다만, 책쓰기에 몰입하느라 6개월째 이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살았던 집들 가운데 기억에 남은 최초의 집에 얽혀있는 기억 가운데 하나는 라디오입니다. FM은 없고 AM만 잡히던 1950년대 후반의 기억입니다.
그 라디오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강원도에 있는 지역방송사에서 근무하는 김형호 기자님의 <라디오 탐심>입니다. TV방송국에서 일하면서도 라디오에 대한 열정을 간직해오던 김기자님은 10여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라디오를 수집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1,000개의 라디오를 소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라디오를 1,000개 이상 소장하고 있는 수집가들은 무려 100명이 넘고, 3분은 라디오 박물관까지 열었다고 합니다. 특정한 물품을 모아서 박물관까지 열 정도면 대단한 열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자는 소장한 라디오가 박물관을 열 수준은 아니지만, 라디오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내게 되었으니 이는 라디오 수집과 같은 맥락에서의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두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 역시 어렸을 적부터 학창시절에 이르기까지 라디오 애청자였던 시절이 있습니다. 연속극을 즐겨듣고, 연속극 주제가를 따라 부를 정도였습니다. 라디오를 끼고 살던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적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 고른 책읽기였습니다. 선친께서 TV를 사셨던 것이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이었으니, 그 전에는 당연히 라디오 청취는 저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무렵 학생들 대부분은 심야방송을 즐겨 들었던 것인데, 저는 한술 더 떠서 연속극에 빠져있었습니다.
<라디오 탐심>에서는 제가 쓰던 라디오에 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렸을 적에 새소식은 물론 연속극과 노래를 듣던 라디오는 제 기억으로 금성사에서 만든 것이었습니다. <라디오 탐심>의 “‘번안 라디오’의 아이러니”에서 소개하는 골드스타A-501 제품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생산된 라디오였다고 합니다. 일본 산요사의 라디오를 베꼈다고 합니다. 그래도 부품의 국산화비율이 60%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저만의 첫 번째 라디오는 릴 테이프를 장착하는 녹음기에 붙어있는 것이었습니다. 사정이 있어서 연속극을 들을 수 없는 날에는 할머님께 녹음을 부탁드려 듣기도 했습니다. 예약녹음 혹은 예약녹화는 상상도 못하던 시절입니다.
릴 테이프가 늘어나서 녹음이 어려워졌을 무렵 외항선을 타던 형님께서 집에 오시면서 가져왔던 소니 카세트 녹음기를 쓸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도 소개한 소니 CF-580 모형입니다. 성능이 정말 끝내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도 이 모형이 저의 라디오 시대를 마무리한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라디오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다소 아쉬운 대목도 없지는 않습니다. 저자가 살고 있는 집을 찾아온 분들이 계셨는데, 어렸을 적에 이 집에서 살던 분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자가 살고 있는 집의 옆집은 바로 부인되시는 분이 어렸을 적에 살던 집이라고 했습니다. 부인되시는 분이 찾아오신 분들을 알아보셨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더해지지 않은 것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또 한 가지는 붐 박스를 야전 전축이라고 하셨는데, 턴테이블이 있어 LP판을 올려놓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휴대용 야외전축을 야전이라고 줄여불렀던 것으로 기억하기 때 때문에 야전전축은 역전 앞이 되는 셈입니다.
이러한 소소한 점을 빼고는 라디오에 관한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물론 관련된 인문학 자료까지도 소개하는 참 좋은 책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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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라디오 탐심
저 자: 김형호
출판사: 틈새책방
라디오는 자주 듣지 않는다 근무할 때 그냥 켜놓고 있을 뿐인데 오늘 만난 [라디오 탐심]을 통해 라디오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갔는지를 느끼게 되었다. 워크맨이나 mp3 그리고 쉽게 앱에서 음악을 듣기 전까지 라디오는 tv다음으로 일상에서 접하는 도구다. 음악을 듣기 위해 고단한 그 순간을 이기기 위해 '라디오'는 그렇게 사용 되었다. 저자는 라디오 수집가다. 그가 모은 라디오만 해도 어마어마하며 수집가에서 멈춘 게 아니라 박물관으로 전시까지 해 놓았다. 이 책은 라디오의 변천사로 볼 수 있지만 사람들의 삶도 보여준다.
아버지가 어부셨고 집을 나서기 전 항상 라디오를 들으셨다고 한다. 바다를 나설 땐 날씨를 꼭 확인 해야 하는데 그때 어김없이 사용 했던 게 라디오였다. 문득, 학창 시절 라디오를 듣고 조용히 잠을 청했던 적이 있었는데, 고요한 밤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그 순간만큼은 나만의 공간이었던 그때가 떠오른다. 또한, 저자는 라디오를 판매하면 구입하기도 했는데 한번은 100여 대의 라디오를 구입 한 적이 있었다. 그 중엔 고장이 난 것도 있지만 진가를 발휘하는 제품도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100여 대를 구입할 생각을 했을까..설마 했는데 정말 사진을 보니 라디오 사랑이 대단한 사람이구나 했다.
그 중 독일에서 구입한 라디오가 있는데, 한국분이었고 파독간호사로 독일에 갔다가 그곳에 머물게 되었다고 한다. 라디오를 하나의 제품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분과 삶아온 시간을 보면 그저 흔한 물건으로만 볼 수가 없었다. 또, 영화 속에서도 소품으로 종종 등장하는 게 라디오다. 하지만, 시대에 맞게 등장해야하는 게 '소품'이다. 체르노빌 영화의 한 장면을 보여주면서 라디오를 가지고 있는 소년병의 모습은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희망일까 아님 현실을 자각하지 못한 것일까? 그 작은 소품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라디오의 변천사를 보면 진공관에서 트렌지스터라디오로 이어졌는데 솔직히, 라디오 부품과 무엇이 꼭 필요한지 모르기 때문에 저자가 설명한 라디오의 여러 부품들을 인식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책을 읽는데 막힘은 없었다는 점!!! 그저 이런 게 있었구나 하면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어갔다. 다양한 라디오 제품을 보면서 너무나 이쁜 디자인도 있었고 처음 생산된 제품 이래로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라디오가 있는 가 하면 사라진 제품들도 있다. 그리고 여기 최초로 자동차 라디오를 만든 모토로라를 알게 되었다. 이름을 들으면 핸드폰을 생각나는데 역시 휴대폰 회사가 맞으며 1930년 최초의 라디오를 생산한 곳으로 우역곡절이 많았지만 성공한 기업이다.
저항의 상징으로 불린 '붐 박스' ,전쟁터에서 군인들에게 위로를 준 '라디오',주파수에 따른 사회 이미지 등 라디오는 그저 음악을 듣는 용도가 아닌 더 큰 의미를 지닌 존재란 것을 이 책을 읽고서 알게 되었다. 라디오 수집가는 아니지만 책 에서 본 몇 개의 라디오는 소장하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들었는데 고가의 금액인데 그래도 언젠가 구입하지 않을까 싶다.
<위 도서는 네이버카페컬처블룸에서 무상으로 받아 작성한 주관적으로 작성할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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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탐심.. '탐내는 마음'이라는 제목에서 짐작할수있듯이 라디오를 사랑한 저자가 들려주는 라디오 이야기를 담고있다 저자는 방송기자로 30대 초반부터 라디오를 수집하고 모던 라디오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라디오에 관한 글과 사진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TV와 라디오는 언뜻 경쟁자처럼 보이는데 TV방송국 기자가 라디오의 매력에 빠져 매니아를 넘어서 수집가가 되었다는게 재미있다ㅎㅎㅎ 라디오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누구나 하나쯤 있을것이다 지금은 라디오도 눈으로 보는 라디오, 고릴라디오 같은 앱만 깔면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들을수있지만 오래전 라디오시대엔 조금이라도 더 깨끗한 음질로 듣고싶어 주파수를 공들여 맞추고 안테나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김기덕 김광한 아저씨가 DJ로 진행하던 골든디스크와 팝스다이얼, 이문세 아저씨의 별이 빛나는 밤에, 정은임 아나운서의 영화음악, 유희열의 음악도시..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기위해 집으로 달려가 카세트 테이프로 녹음을해서 칭구들에게 선물로 주던 그때의 라디오가 낭만이 있었다 저자 또한 평생을 어부로 산 아버지가 새벽에 바다날씨 예보를 듣기위해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라디오를 켜놓고 어구를 손질하던 그때 그시절 추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라디오에 대한 추억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광부의 라디오부터 괴벨스의 주둥이까지'라는 부제에 맞게 라디오에서 찾은 시대의 흔적들과 라디오의 역사를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책은 총 세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번째 [사랑하면 보이는 것들]에서는 아버지의 라디오, 목숨값과 바꾼 광부의 라디오, 라디오의 집처럼 라디오와 관련된 옛추억을, 두번째 [라디오 신세계]에서는 불굴의 라디오 장인, 예술작품이 된 라디오, 라디오 간판스타같은 라디오의 변천사를, 세번째 [라디오 밖 세상]에서는 국민 라디오의 배신, 저항의 상징 붐박스의 부활, 단파 라디오 단상처럼 라디오가 역사속에 어떤 의미였는지를 알려준다? 저자는 10년동안 1000여개의 라디오를 수집했다 세상의 모든 라디오를 찾아서 언젠가 라디오 박물관을 만드는 꿈을 꾸는 저자의 라디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잊혀진 추억속의 라디오가 아니라 세월이 흘러도 세상이 바껴도 우리와 늘 함께 하는 좋은 칭구 라디오를 다시 만난 느낌이다 책을 읽기전엔 라디오와 관련된 추억이나 라디오 수집가의 라디오 이야기일꺼라 생각했는데 음악을 들려주거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정보를 전달해주는 우리가 알고있던 라디오를 뛰어넘어 역사속에서 라디오가 어떤 쓰임새였는지, 세상의 변화에 따라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는지를 알게되었다 라디오 매니아나 라디오 덕후가 아니더라도 이 책을 읽으면 분명 라디오와 사랑에 빠질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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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탐심> 오래전 TV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라디오가 사라질 것이라 단언한 이가 있었다고 한다. 모두의 인정과 존경을 받던 그 인물의 말은 예언이 되었을까? 아니 누구나 알고 있듯이 라디오는 여전히 우리의 곁에 존재한다. 그것도 유명 연예인을 비롯 아이돌스타들까지 라디오에 출연하고 진행까지 하고 있다. 누구나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진 요즘, 그럼에도 라디오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이 책을 본다면 어느 정도 그 궁금증이 해소 될 것 같다. 저자는 현재 강원도에서 지역 방송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그간 모은 라디오만 천여대가 넘는다고 한다. 자타공인 라디오 매니아이자 전문가일 수밖에 없는 그는 단순히 라디오를 듣는 물건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라디오는 역사적인 사실을 지니고 있는 유물이며 시대를 읽을 수 있는 기록물이다. 라디오에 얽힌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재밌는 사연과 이야기들까지 정말 라디오와 관련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한때는 필수품으로 다음에는 유행과 패션으로 그리고 여전히 누군가의 일상으로 존재하는 라디오에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라디오 하나만으로 책 한권을 써버린 저자가 대단하면서도 그 것의 정보와 재미를 놓치지 않고 빼곡하게 채워놓은 것도 참으로 놀랍다. 라디오로 빼곡한 저자의 안식처가 궁금해졌다. 수집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취미라지만 저자에게 라디오는 또 하나의 인생과도 같게 느껴졌다. 오래 된 골동품과 같은 역사의 라디오에서부터 손바닥만한 소형 라디오까지. 단순히 수집으로 열정과 돈을 투자하며 모아왔던 라디오를 인류의 유산으로 보고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했다는 그 마음이 읽힌다. 27가지의 에피소드마다 정감 있고 놀라운 사연들이 가득하다. 문득 오늘은 자극적인 영상의 OTT보다 나긋한 목소리로 들리는 라디오를 들어보고 싶어진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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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에게는 라디오는 거의 추억이 없는 그런 산물이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중학교시절 그리고 고교시절 늘 친구가 되곤했던 것이 라디오입니다. 밤마다 라디오를 켜고 좋아하는 한국 가요들을 듣기도 했고 좋은 곡이 나오면 카세트 테이프를 넣고 녹음도 했던 좋은 친구였죠. 작가는 강원도 삼척에서 방송국에 근무하고 있는데 저랑 비슷한 세대같아요. 책에서 쓴 다양한 경험이 저의 경험과도 유사하고 어릴적 아버지가 듣던 라디오 방송처럼 저도 아버지가 늘 라디오를 통해 트로트 음악을 듣곤 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추억이 제대로 소환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작가는 무려 1천개 이상의 라디오를 수집해서 보관하고 있고 국내의 제품뿐만 아니라 해외 각국의 오래된 라디오를 수집하고 있더라구요. 독일 제품, 호주제품, 미국제품등 그리고 몇십년이이된 제품들을 수집하고 그 라디오들을 통해 음악을 듣고. 우리나라에서 지금의 LG가 만든 라디오가 기술자립의 최초 라디오제품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삼성도 라디오를 만들었다네요. 지금이야 라디오의 경우 수많은 가전제품이나 티브이, 휴대폰에 밀려 완전 추억의 제품으로만 여겨지지만 라디오를 통해 뉴스를 듣고 시간을 알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던 시절이 있었으니 라디오는 우리에게 분명 고마운 발명품임에 분명해 보입니다. 라디오 뿐만 아니라 라디오 방송과 AM, FM, 단파, 장파등 다양한 주파수 이야기까지 들어있어 라디오를 가지고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펼칠수 있다는게 너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라디오 방송은 때론 정권을 선전하기 위한 도구가 되기도 하고 자유를 목말라하던 동독인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방송이기도 했겠죠.
이제 라디오의 전성시대는 오래전에 사라졌습니다.그러나 여전히 재난영화나 미래영화를 보다보면 라디오를 통해 서로가 연결되는 장면을 보면 라디오만큼 전세계를 연결하는 것도 없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라디오와 라디오 방송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되어 너무 좋았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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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탐심 ] 라디오 방송을 수신하는 라디오 기계가 품은 시대의 흔적들.
[라디오 탐심 (라디오에서 찾은 시대의 흔적들) / 김형호 / 틈새책방 ]
인문의 흔적이 새겨진 물건을 探하고 貪하다.
라디오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라디오 방송이고 또 하나는 방송을 듣는 기계 라디오다. 둘은 뗄 수 없는 관계다. 방송이 없다면 기계는 무용지물이고 기계가 없다면 방송은 전달되지 않는다. 요즘은 컴퓨터와 휴대폰으로 방송을 듣는 일이 많아서 라디오의 가치가 퇴색되는 것 같지만, 여전히 기계 라디오는 방송을 수신하는 대표 장치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라디오에 심취해서 성인이 돼서는 방송국에 취직하고, 틈틈이 라디오 기계를 모으기 시작했다. 라디오와 뗄 수 없는 운명이다. 그렇게 모은 라디오가 1000여 대 이상이고, 집에 둘 곳이 없어서 따로 보관장소(모던춘지)까지 마련했다.
세상의 모든 라디오를 만나 보겠다는 욕심으로 라디오 수집을 시작했다. 그렇게 10년이 흘러 수집한 라디오가 1,000개쯤 됐다. 언젠가는 박물관을 설립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에게서 죽비 소리를 들었다. “이런 물건을 혼자만 보고 즐기는 것은 이기적이고 세상에 대한 배신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국내의 중고시장, 골동품 가게 등을 누비며 옛 라디오를 찾고, 해외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외국에서 중고라디오를 공수하기까지 했다. 100년 전에 만들어진 진공관 라디오부터 IC칩의 시대를 연 트랜지스터라디오까지. 보급형 라디오부터 고가의 명품 라디오까지. 그의 수집은 오로지 ‘세상의 모든 라디오를 다 만나보자’는 뜻을 품고 있다.
라디오의 시작은 많은 공학적 의미를 부여한다. 라디오는 전파로 세상의 크기를 줄인, 소통의 수단이었다. 라디오 방송은 정보전달의 대표주자로, 교양과 예능, 오락거리의 한 부분을 담당했다. 역사적으로 시민계몽이라는 불편한 표현도 있고, 독재자에 의한 정권 홍보의 흑역사도 있다. 라디오는 탄생과 성장, 전성기와 쇠퇴기를 거치는 동안 인간, 그리고 사회와 상호 작용을 하며 인류 문명을 만들어냈다. [라디오 탐심]은 라디오라는 물건을 통해, 지난 100년간 인류가 거쳐 온 세월의 흔적을 읽는 책이다. 27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라디오가 걸어온 역사와 인류의 역사를 연관 지어 다양한 해석을 한다.
라디오는 단순한 공산품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 역사적 맥락을 담고 있다. 인간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물건이다. 작은 라디오로 심야방송을 들었던 사람들에게 라디오는 ‘친구’, ‘동행’과 다름없다. 삶의 위안을 얻고, 정보와 재미를 얻었다. 방송을 듣고, 라디오를 조립하고, 점차 성능 좋은 라디오로 옮겨가기도 했다. 휴대폰이 모든 것을 장악한 요즘에도 라디오는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쉽게 사그라들 문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라디오 방송을 라디오 기계로 듣는 것은 그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의 [만년필 탐심]과 더불어 틈새책방의 [라디오 탐심]은 출판사에서 추구하는 ‘인문의 흔적이 새겨진 물건을 探하고 貪하다.’에 걸맞은 책이다. 무언가에 이렇게 진심인 것은 부러운 일이다. 다른 시리즈도 기대한다. (내가 그런 책을 쓰는 것 또한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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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진 아침 공기가 차다.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곤 한다. 출근길은 언제나 자전거다. 혹 비가 내리면 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어느 방편이건 상관없이 나의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다. 가사는 잘 듣지 않는다. 속으로 흥얼거리며 리듬을 따라 부르다 보면 어느덧 목적지 도착이다. 다른 아이들이 한창 라디오 청취에 열을 올리던 시절에도 난 테이프가 늘어질 정도로 특정 노래만을 반복해 듣곤 했다. 소형 라디오에 취해 살던 시간들은 이제 과거가 됐다. 모두가 그러하듯 나 또한 휴대폰에 어플을 깔았다. 방에 놓인 라디오는 과연 여전히 정상 작동을 할지, 먼지를 뒤짚어 쓴 채 보낸 시간이 한없이 길다. 생각 없이 손을 뻗은 <라디오 탐심>이라는 책. 제목을 보기가 무섭게 ‘라디오’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은 존재감이 많이 희미해졌지만 한 땐 음악을 듣기 위해서라면 필수였다. 주파수를 잡아가며 좋아하는 프로그램, 좋아하는 연예인의 진행 솜씨에 빠져드는 이들도 꽤 됐다. 과연 기술 발달은 무서워서 필수품과도 같던 것의 존재를 지우고야 말았다. 헌데 저자는 다들 관심이 뜸한 라디오의 매력을 여전히 탐닉 중이었다. 사 모은 라디오의 숫자가 상당했는데,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오래된 그리고 해외에서 탄생한 제품들도 그렇게 긁어모았다. 전자제품은 출시와 동시에 낡는다. 2년에 한 번 주기로 휴대폰을 교체하는 게 다반사인 시기에 반 세기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머금은 제품들을 수집하다니 신기했다. 너무 오래 돼 멎은 제품도 여럿 보였다. 고장이 아니어도 현재로서는 거대한 배터리 등의 수급이 불가해 작동시킬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스스로 수리에 나서거나 전문가의 손길에 맡겨가면서까지 그는 라디오를 돌보았다. 심지어 라디오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까지 했다. 진열장에 빼곡하게 들어찬 라디오가 놀라웠다. 모든 제품이 머금은 시간을 헤아리면 얼마가 될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책은 각각의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일부는 촌스러웠고, 일부는 고풍스러웠다. 한 때 사람들의 열렬한 애정 대상이었던 제품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야심차게 출시했으나 대중의 관심 밖으로 순식간에 밀려난 경우도 존재했다. 상반된 두 개의 가치가 라디오 이야기에 등장했다. 국가 이데올로기의 확산을 위해 라디오가 활용된 사례는 많았다. 세계대전 당시 나치는 라디오를 활용해 국민들을 현혹시켰다. 매우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라디오를 소지하지 않는 건 마치 국가를 배반하는 것처럼 여겨졌고, 사람들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나치의 선전, 선동을 들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에 동조하게 됐다. 국가는 세련되게, 때론 노골적으로 라디오를 장악함으로써 여론을 조작하거나 양산했다. 라디오를 틀 때마다 위대한 각하를 부르짖는 방송이 나오는 세계를 상상하니 끔찍했지만, 이는 나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허구가 결코 아니었다. 반대의 경우도 존재했다. 국가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해상에서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음악을 틀고 듣고자 하는 멘트를 날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총칼을 들고 피 흘리며 하는 저항은 아니었으나 그들의 시도는 자유를 향하고 있었다. 오늘날의 유튜브 방송들과 왠지 모를 연관성이 보이는 듯도 하였다. 물론 후자는 적잖은 돈을 부르는, 철저히 자본주의적 속성을 받아들인 결과물로 해석하는 것도 가능할 터이나 말이다. 지역의 고유한 가치가 사라지고, 오로지 획일적인 도시만이 남는 듯한 인상이 라디오 세계에서도 전개되어 왔다. 지역방송은 꺼트려야만 하는 지방방송인양 여겨졌으며, 보다 큰 단위의 지역방송으로 통합되면서 색채를 상실했다. 강대국의 입김에 따른 것이었으나, 지방 분권이 비교적 잘 행해진 독일 사회의 지역 라디오 방송에 저자는 부러움을 표했다. 지역에서 생산된 브랜드 마크가 새겨진 라디오를 켜고 지역 라디오 방송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가 않았다. 다국적 기업이 모든 걸 장악한 오늘날에 적응해 살다 보니 나의 상상력이 메마른 모양이다. 라디오 아닌 다른 무언가로부터 특정 시대를 읽어내는 경험은 생소하면서도 흥미로웠다. 마구잡이로 사들인 나의 숱한 전자제품들도 과연 자신들이 품은 이야기를 나에게 전해줄 날이 오려나. 생산되는 것도 소비되는 것도 많은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사회에선 역설적이게도 이야기가 덜하다. 그 점이 나로서는 참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