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우리나라의 백정과 비슷한 Charmaar 계급의 두 재봉사 Ishvar 와 Om 이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온다. Parsi 미망인 Dina는 여동생 인생에 귀찮게 참견하는 오빠에게서 벗어나고자 조그만 소규모 가내수공업 공장을 차리고 Om과 Ishvar를 고용한다. 서로 다른 사회 계층에 속해 있는 이들 사이에 처음엔 긴장이 흐르나 마침내 우정이 싹트고 마치 행복한 가족처럼 지내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행운을 끊임 없이 위협하는 세력들이 있으니... 세든 집에서 가게를 차린 것이 발각되면 꼼짝 없이 길거리로 나 앉아야 하기에 집주인 대리인과 끊임 없이 숨바꼭질을 하면서 마음 졸일 수 밖에 없는Dina, 불법 판자촌에 머물다 하루 아침에 쫓겨나 거지들과 숙식을 같이 하다가 강제 노역에 끌려가게되는 Ishvar와 Om. Om의 결혼을 지상과제로 여기는 삼촌 Ishvar의 고집에 이들은 잠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고, 그 곳에서 원수 지간인 깡패를 잘못 건드려 산아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불임 수술을 강제로 받게 되고 Ishvar는 수술이 덧나 두 다리를 절단하게 되고 이 두 사람은 결국 거지로 전락하게 되고 마는데...
70년대 인디라 간디의 몇몇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보인다. 깡패가 동원된 투표장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정부로부터 내려 온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혈안이 되어 강제 불임시술이 횡행하는 불임 캠프에서 우리의 주인공들은 불행한 일을 당한다. Charmaar 계급이 겪어야 하는 사회적 고통을 보면서 인도 카스트 제도를 원망하게 되고, 열악한 도시의 주거 환경으로 인해 거지들과 나란히 길가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인도 도시 빈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
|
책을 살때는 살때는 제가 인도에서 살게될줄은 몰랐는데, 책을 산지 벌써 3~4년이 넘었고, 그리고 저는 인도에서 2년 10개월째 일하고 살고 있습니다. 직업상 여러번 일하는 곳을 설명하게 되고, 그러나 보니 인도를 모르는 상황에서 여행경험등에 의존해서 얘기하다, 조금씩, 인도 관련 서적을 찾아보자 하는 생각에 읽게 되었는데요...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이후, 격동의 역사를 보내면서, 그 속에서 정치적 폭력을 입은 사람들의 삶이 그려져 있습니다. 2017년 지금의 인도는 그때 보단 많이 안정되어 있지만, 그때와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지울수가 없습니다. 줌파 라히리가 그려내는 미국의 인도 엘리트 이민자들이 그려내는 세계가 인도의 한 모습이라면, 인도내에서 불가촉 천민으로 차별받고, 소수 종교로 차별받는, 그들의 삶도 인도의 한 모습인 것 같네요. 하지만, 두 세계 모두, (그리고 다른 세계들 역시) 인도 카스트제도가 근간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지울수가 없은 것 같습니다. 수천년 지속되어온 인도 힌두교를 기반으로 하는 카스트 제도가 근대화 50~60년만에 사라지진 않겠죠...오히려 겉으로 계속 다른 모습을 취하면서 좀더 교묘하게 내재화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에선 카스트가 종교에 의해 강제되어지지만, 차별하는 사람들에 의해, 차별받는 사람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불가촉천민으로 내재화되는지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도 일제시대 독립 이후, 6.25거치고, 근대화, 민주화를 거치면서, 그리고, 급작스런 물질적 성공을 이루면서, 한국인들 스스로는 얼마나 달라졌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급작스런 물질적 성공을 이룬 만큼,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졌는지, 아니면, 그 물질적 성공이 교묘히 지난날의 악습과 기득권의 이익을 유지하는 데 이용되지는 않는지...한국은 정말 평등한가요? 힘없는 사람들이 정치적 정책적 희생양이 되고 있지는 않는가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나요?... |
|
A Fine Balance (적절한 균형) 로힌턴 미스트리
인도라는 국가는 과연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힌두교, 간디, 쇠고기 금식, 카스트 제도, 가난 등으로 인도를 쉽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잠시만 살펴보자. 언어로는 힌디어와 영어 이외에도 21개 언어를 헌법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언어 학자들에 따르면 35개 언어가 쓰이고 있다고 한다. 종교로는 힌두교가 80프로이지만, 이슬람교가 1억 5천만 명, 기독교가 2천 5백만 명, 시크교가 2천만 명, 불교가 천만 명, 자이나교가 5백만 명, 조로아스터교와 유대교 등 소수 종교들을 믿는 사람들이 천만 명 정도라고 한다. 사실상 인류의 모든 종교가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인종으로는 북쪽의 펀자브, 서쪽 지방의 벵골, 남쪽의 타밀 나두 등, 주요 인종 분류만 10여개다. 지역으로는 영국의 식민통치가 끝난 후 1947년 인도-파키스탄 분리로 동서남북으로 국경선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로는 현대 인도를 정의내리기란 불가능하다. 그들은 핏줄, 언어, 종교가 아니라 단지 소속감으로 국가에 속해 있으며, 국가란 단지 생각과 상상의 결과물일뿐이다. 이 소설이 보여주는 개인들의 처참한 비극은 바로 발전이라는 미명하의 국가 획일주의에서 비롯한다. 1975년 인도 정부는 경제 발전과 정치 안정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개인의 권리를 극도로 제한한다. 또한 도시 미화와 가족 계획이라는 친근한 포장으로 개인들의 삶을 규제하고 말살하려고 한다. 정부에게 개인의 다양성이란 통제하고 규제해야 할 불필요한 것일뿐이다. 로힌턴 미스트리는 이러한 국가 폭력에 맞서는 개인들의 삶을 현미경처럼 자세히 보여준다. 국가적 폭력이 시시각각 조여오는 와중에 이시바, 옴프라카시, 마넥, 디나 등 소설의 주인공들은 각기 다르면서도 하나가 될 수 있는 삶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디나가 버려진 옷 조각들을 모아서 하나의 쓸모 있는 이불을 만들듯이, 전혀 다른 인생 배경을 가지고 있는 그들도 다함께 조화롭게 살 수 있음을 소설은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꿈조차도 국가와 자본과 맞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기란 불가능해지고 만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은 제발 주인공들이 행복할 수 있게 만들어 주세요 라고 소설가에게 간청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왜냐면 나로서는 그들의 삶이, 그들의 작은 소망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 우리 중 불쌍한 누구일 수도 있다는 급박한 조바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