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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의 성별을 감별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이 발전한 순간에도 '백말띠'가 드세다는 근거도 무엇도 없는 미신을 믿고 유별날 정도로 많은 여성들을 살해한 과거. 사라진 건 여자 아이들이고 드세다 소리를 듣고 자란 것도 여자 아이들인데, 세상은 그 과거의 업보 또한 '역대 최악의 성비로 돌아와 남자애들이 남아돈다'는 식으로, 남자를 위해 해석하고 주목한다. 남자 애들끼리 짝을 한다. 결혼할 여자가 없다. 고 수군거리는 지금에 33년을 살아온 백말띠 여성들은 그저 웃길뿐이다. 그들이 죽이기 위해 찍어준 백말, 흑호, 황룡 등등의 칭호는 같은 소리를 들어온 동갑 자매들을 묶어주는 전국적인 동호회 이름이자, 태어나기 이전부터 존재한 차별을 잊지 않게 해주는 낙인이다. 그리고 그게 이제 책으로 나와서, 너무 반가울 따름. 드세다고 입막음만 당해봤을 여성들에게 "네 이야기가 필요해."라고 물어온 사람이 있었을까? 작품 속에서 같은 여성들이, 동갑친구들이 건네는 말은 그저 까만 글자로 존재함에도 커다란 위안이 된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제노사이드를 겪어내고서야 태어난 인간에게 2022년이 되어서야 물어보는 삶의 이야기. 책을 통해서 위로를 받는다는 건 이런 거다. 여지껏 내 삶과 상관없던, 모르는 얼굴의 작가가 해주는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슬프고 괴롭고 그렇지만 행복해지는 것. 이 땅의 자매들과 친구가 되지 못하고 사라진, 벽 뒤의 자매들이 무엇으로 존재하건 평온하고 따스하길 바라면서 한번 더 책을 읽으러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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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성비를 기록한 1990년 '백말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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