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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춘익의 『비판과 체계』는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라, 철학이 철학을 넘어서기 위해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이차 성찰’의 실천이자, 20세기 이후 비판이성의 위기를 통찰하는 깊은 성찰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칸트로부터 시작된 비판철학의 계보를 재구성하면서, 비판이 단지 해체의 도구로만 머물 수 있는지, 혹은 새로운 체계를 사유하고 조직할 수 있는 구성능력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묻는다. 특히 루만의 체계이론을 기능주의적으로 환원하지 않고, 비판이 스스로를 조직화할 수 있는 이론적 가능성으로 확장해내는 시도는 이 책의 핵심적 장점이다. 저자는 해체와 저항의 반복 속에 공허해진 비판 담론에 의문을 제기하며, 대안 없는 비판이 아니라 구성적 질서를 꿈꾸는 비판, 곧 ‘비판적 체계’를 상상하는 철학을 제안한다. 이는 푸코나 들뢰즈의 탈구축적 사유와 일정한 거리감을 두면서도, 반체계적 열정을 하나의 정치적 윤리로 이행시키려는 시도로 읽힌다.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비판은 저항과 동일시되었지만, 장춘익은 이 항등식을 의심하며, 비판이 유효하려면 그것이 어떤 ‘다른 체계’를 사유할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의 문장은 어렵지만 명료하고, 서술은 정제되었으나 과감하며, 철학적 반성과 사회이론의 경계를 재구성함으로써 비판 그 자체를 하나의 존재론적 형식으로 끌어올린다. 『비판과 체계』는 비판이 자기 도취적 언어로 퇴행하는 것을 경계하며, 오히려 비판을 사유의 조건으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을 요청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