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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청소년문학 대상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다. 그만큼 경쟁력 있는 글이라는 얘기다. 글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선 평범하면 안 된다. 특별해야 하고 그것이 타인들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조건들을 갖추고 있는 듯하다. 특별한 소재를 선택했고 그것을 특별하게 바라보면서 건강하게 채색해 가고 있다. 그런 면들이 아마 심사에서 크게 점수를 받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문장의 매끄러움도 한 몫은 했을 것이다.
‘훌훌’이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는 매력적이다. 무엇인가 모두 벗어버린다는 의미가 진하게 깔려 있다. 어려운 일, 피곤한 일, 아픈 일 들을 물건처럼 내어놓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가볍게 인식하면서 옆에 둘 수 있겠다는 의미로 사용된 의태어를 만나면서 지난한 아픔이 떠오른다. 그것을 억지로라도 견디어내고 이겨나가고자 하는 입양아의 건강한 생각들이 들어있다. 좌절이라는 말을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환경에서 그것을 극복하는 의미로 사용된 ‘훌훌’이라는 말이 무척 친근하게 다가든다.
고교 2학년인 유리의 얘기를 하고 있다. 유리는 할아버지와 둘이 살아가고 있다. 엄마는 유리를 보살피는 것을 포기했는지 밖으로 나가버렸고, 돌아오지 않는다. 아빠는 모른다. 그런 가운데 유리는 자신이 엄마 서정희에게 입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정희는 할아버지의 딸이고, 자신은 그러니까 입양아로 할아버지의 손녀가 된다는 말이다. 그런 가운데 서정희가 죽었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그녀의 아들인 초등 4학년 연우가 그 집에 들어오게 된다. 연우는 아동학대 흔적이 있고, 그런 환경 탓으로 학습과 행동에 많은 문제를 보인다. 유리에게도 마음 문을 열지 않는다.
유리의 학교생활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함께 묶인 친구들도 있다. 미희, 주봉이 그들이다. 미희는 세밀한 아이로 학습능력도 있다. 주봉은 털털하고 학습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며 정의로운 학생이다. 그들 3명은 점심시간을 중심으로 항상 몰려다닌다. 그런데 신 학년 때, 동아리에 참여해야 한다. 그래서 4명 이상이 되면 동아리를 만들 수가 있기 때문에 그들은 한 명을 더 참여시키기로 한다. 유리가 추천한다. 성당에서 본 세윤을 참가시키면 어떻겠냐고 한다. 세윤은 말이 없고 삼세하며 침착한 학생이다.
연우가 그 집에 들어와 그를 먹이고 학교에 보내는 일은 유리의 담당이 된다. 즉 유리의 일이 무척 많아지게 된다. 연우가 처음 학교에 갔을 때 유리에게 연락이 계속해서 온다. 그것은 연우의 학교에서 오는 소식이다. 연우가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유리는 연우의 학교에 찾아가서 그런 사실들을 다 듣는다. 그리고 연우를 데리고 집으로 간다. 그리고 한 번은 연우가 학교에서 친구를 때려 그의 부모가 찾아왔던 적이 있다. 연우가 세희의 얼굴을 때려 상처를 입혔다는 것이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연우, 유리 그렇게 모두 세희의 집에 사과하기 위해서 찾아가기까지 한다. 그런데 그 집은 세윤의 집이었다. 세희는 세윤의 동생이었다는 말이다. 할아버지는 세희 어머니에게 사과를 하면서 연우를 사과하도록 시켰다. 무사히 일을 잘 끝이 나고 연우가 다시는 그렇지 않겠다고 하면서 해결된다.
그런 사이에 연우가 어머니의 마지막을 함께 있었다는 것이 문제가 되어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 일 때문에 유리는 신경을 많이 쓴다. 결국 어머니의 과실로 인한 사망으로 끝이 나고 연우가 다리에서 밀어 어머니가 떨어졌다는 책임을 모면하게 된다. 그 후 연우는 조금 밝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할아버지는 가끔씩 며칠씩 집을 비운다. 택시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할아버지는 며칠 집을 비우고 들어오면 화장실에게 무척 괴로운 동작을 보인다. 유리는 그 사실에 끔찍한 생각을 갖게 되고, 할아버지에게 묻는다. 무슨 병이냐고. 결국 할아버지는 암이라고 얘기하고 그렇기 때문에 검사와 치료를 위해 며칠 병원에서 머문다는 것을 유리는 알게 된다.
유리는 암담해 진다. 아직은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면 자신과 연우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은 피붙이 하나 없는 이 집에서 언젠가는 떠나겠다는 생각을 늘 했지만 연우가 들어오고 가정적인 분위기를 느끼기 시작한 때다. 할아버지는 조직검사를 하고 수술을 할 수 있으면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치료를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학교의 담임선생님에 대한 유언비어가 나돌고 그것이 모두 엉뚱한 얘기라고 유리는 생각한다.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다든지, 바람이 나서 혼자 살게 되었다든지 하는 내용이다. 담임선생님은 유리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가끔씩 연우도 돌봐주고 유리에게는 아주 살가운 선생님이다. 그런데 아이들 중 몇이 정확하게 벌점을 주는 선생님에 대한 반감으로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유언비어를 문제 삼는 일이 일어난다. 모든 학생들이 싫어하는 빛을 띠는데도 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선생님을 넌지시 궁지로 몰아넣는다. 그 얘기를 듣다 못한 세윤이 책상을 쾅 치게 되고, 선생님은 아이들의 태도를 교권보호위원회에 물어보겠다고 하면서 이 후는 녹음을 하면서 수업하겠다고 슬기롭게 처리한다. 아이들은 더 이상 떠들거나 문제를 일으키지 못한다. 유리는 그때 세윤을 다시 보게 된다. 세윤을 남다른 아이라 생각한다.
중간고사가 코앞에 있게 되고, 내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리는 학습에 열중을 한다. 하지만 학원 한 번 가지 않은 입장에서 성적에는 한계가 있다. 유리는 늘 최선을 생각한다. 원래 유리는 대학의 조건 중에서 4년 장학금, 기숙사 등의 조건만 갖춰지면 어디라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대학을 갈 때가 집을 떠날 때라고 생각을 하면서 성장해 온 것이다. 그런데 잡다한 여러 일들이 겹치면서 학습에도 많은 지장을 받는다. 또 연우를 보면서 그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도 생긴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건강이 더욱 마음이 써지게 된다.
그런 가운데 세윤이가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윤은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에 대해 당당하다. 보통의 경우, 힘들어 하거나 자신을 감추려 애를 쓰는데 세윤은 그렇지 않다. 그것을 보면서 유리는 자신에 입양아라고 밝히지 못하는 사실에 대해 힘겨워 한다. 그러면서 유리는 자신의 친부모가 어디에 있는가? 누군가를 알고 싶어 하고 뭔가 알고 있는 듯한 세윤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세윤은 피하기만 하고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지만 답이 없다. 그런 시간이 좀 지나간다. 할아버지는 수술하기로 결정하고 유리의 과거에 대해 얘기해 준다. 세윤은 입양 가족 관련 동영상을 유리에게 보내준다. 그래서 유리는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된다.
과거, 어느 날 트럭과 승용차가 부딪히는 사고가 난다. 승용차에는 어린아이를 둔 서정희씨 가족이 타고 있었고 트럭에는 아이 하나를 둔 젊은 부부가 타고 있었다. 젊은 부부는 그 사고에서 즉사한다. 승용차에서는 어린아이가 죽고 남편마저 죽는다. 그래서 서정희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유리를 데리고 와서 양녀로 삼는다. 결국 유리의 친부모는 모두 죽은 것이다. 그 후 서정희는 아무래도 유리에게 소홀하게 되고 밖으로 돌게 된다. 학원 강사의 일도 심드렁하게 되고 남자를 만나 연우를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술로 연명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러면서 연우와 싸우게 되고 학대도 하게 된다. 유리가 연우를 처음 만났을 때 연우의 몸은 상처투성이다. 그것이 서정희의 아픈 사실이라 할 수 있을 게다.
할아버지는 수술을 한다. 그리고 유리는 세윤의 위로를 받는다. 세윤의 아버지도 암이었는데 치료를 받고 지금은 깨끗하다고. 할아버지가 치료를 받고 나면 낫게 될 것이라고 한다. 유리의 집을 떠나고자 하는 생각도 변해 간다. 피붙이는 아니지만 한 가족인 연우를 그냥 둘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연우와 할아버지 그렇게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는 날을 생각한다. 이전까지 모두 차갑게 구분되는 가족이었지만 조금씩 서로를 내어주고 마음을 나누는 훈풍이 도는 가정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입양아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면서 그 아픔을 그린다.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자신이 입양아라는 것을 알았을 때 친부모에 대한 배반감, 그리고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낯섦 등은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좌절감, 상실감 등이 대단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사실들이 심리적으로 어떻게 어린 마음을 이끌어갈 것인가는 명약관화하다. 자신에 대한 포기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 이 글은 입양아들이 그것을 알았을 때 자신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쪽으로 방향이 잡힌다. “어떻게 하면 더욱 건강한 삶이 될까? 바람직한 삶이 될까?”를 생각하도록 하고 있다. 세윤, 유리 모두가 그렇게 건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정말 어려운 환경의 성장을 보여준다. 유리는 초등 3학년 때부터 음식을 만들었다 한다. 할아버지가 음식에는 서툴러 유리가 찌개를 끓이게 되고 그것이 할아버지가 칭찬하는 음식이 되면서 그때부터 유리가 집안의 살림을 담당하게 된다. 연우가 처음 그 집에 왔을 때 참치 김치찌개를 끓이게 되고 연우가 그것을 무척 좋아한다. 음식이 마음에 들어 유리에게 조금의 마음을 연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서 음식을 통해 차츰 연우와 벽을 허물어 나간다. 요즘 어른이 되어도 반찬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유리의 삶은 생존을 위한 처절함이 깃들어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런 삶을 바른 시선으로 지켜나가는 따뜻한 작가의 눈도 마음에 지혜로 다가든다.
성장은 무한한 가능성이다. 어릴 적 삶은 기억일 따름이다. 아무리 힘들고 아팠을 지라도 과거일 따름이다. 그것이 오히려 긍정의 사다리가 될 수 있음이다. 이 글은 어렵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선사하고 있는 글이다. 읽으면서 험난한 삶의 길에서 따뜻함을 잃지 않게 하는 아름다운 시선을 보았다. 이런 마음들이 살아있다면 세상의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랄 것이고 세상도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사람은 서로 어울려 살아가면서 문제가 풀어질 수 있는 것이다 연우를 바라보는 유리의 눈은 조금씩 확신에 차 있는 듯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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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일은 해야 했다. 설거지 같은 일이었다. 식탁에 밥 한 공기 더 올리면 되는, 딱 그 정도의 일이었다. (p.47)
★ 서러웠고 치사했고 가슴이 뭉클했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감정이었지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닥쳐 버린 모든 일이 그렇듯 이 마음도 어쩔 수가 없었다. (p.78)
★ 누군가가 연우에게 "너 아침 먹었어? 뭐 먹었어?" 하고 물었을 때 연우가 "밥 먹고 왔지. 그럼 뭘 먹어?"하고 대꾸하게 해 주고 싶었다. (p.142)
고등학생 유리는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 '서정희 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열여덟 살 때부터 할아버지와 살던 유리에게 배 다른 동생 연우가 생기게 되는데요. 기본적인 생활 습관도 잘 갖춰지지 않은 연우를 돌보던 와중, 유리는 경찰로부터 연우가 엄마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연우의 몸에 난 아동학대 흔적을 발견하고, 자신과 비슷한 입양 가정의 학생을 만나게 되며 유리는 점차 과거를 훌훌 털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알아가게 됩니다.
첨예한 감정선으로, 차갑지만 따뜻하게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문경민 작가님의 <훌훌>입니다. 상이라는 것이 작품의 품질을 증명하지는 않습니다만, 8회, 10회 수상작을 워낙 재밌게 읽은 터라, 이번 수상작은 어떤 느낌일지 먼저 관심이 갔어요. 우선 이 작품은 <작가의 말>에서 확인할 수 있듯, 작가님께서 직접 입양 가정의 어머니를 인터뷰한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하신 소설인지라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상당히 섬세했습니다. 특히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여러 자잘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주인공이자 서술자인 유리가 겪는 감정 변화가 굉장히 현실적이고 예리하다는 점이었어요. 233쪽에 서술된, 진실을 알게 된 후 유리가 느끼는 감정이 상당히 드라마틱하면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이야기하는 '차가운 현실 속 따뜻한 애정'이 작품에 녹여내기 굉장히 힘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리라는 캐릭터의 성격과 어우러져 작품은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매력을 지니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대상화되지 않도록 주인공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어떤 소설이든, 작가는 자신이 소재로 차용한 현실이 독자들에게 대상화되는 일을 충분히 경계해야만 합니다. 여기서 '대상화'라는 말은 쉽게 이야기하자면 인간성을 고려하지 않고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한다는 뜻이에요. 장애인이라는 용어를 장애우友로 바꾸고자 했던 옛날의 사례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생판 모르는 남이 갑자기 나를 친구라고 부르고, 나를 돌봐주어야 하는 존재로 여긴다니, 그거야말로 대상화에 해당하겠죠.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대상화의 여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작가님이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다양한 처지에 놓인 인물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하면서, 불필요한 연민을 배제하되 그들이 받는 차별과 편견을 가감 없이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죽은 새를 주워 온 연우의 생각, 그리고 연우와 싸우던 와중 엄마 서정희 씨의 학대 장면을 떠올리며 연우를 끌어안고 우는 어린 주인공의 모습 등이 읽으면서도 인상 깊었습니다. 요컨대, 입양 가정의 학생들을 대하는 작가의 시선은 '돌봐줘야 된다'는 식의 부담스러운 동정도 아니고 '우리와 다르다'는 식의 차가운 손절도 아닙니다. 그러한 점에서 독자들이 적절한 거리에서 따뜻함을 지닐 수 있도록 이끄는 점이 아주 매력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외의 이야기는 '훌훌' 털어버리며 읽을 수 있나요? 유리와 연우, 그리고 할아버지가 품고 있는 각자의 사정과 그들이 서로 유대를 쌓아가는 과정은 이 작품이 이래서 대상을 수상했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분명한 인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리네를 제외한 조연들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불필요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조연들의 수가 적지 않은 탓에, 서사가 차지하지 않아도 될 공간까지 차지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더 인상적으로 그려질 수 있었던 주인공들의 이야기 농도가 다소 옅어지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미희와 주봉이처럼 단순히 엑스트라 역할에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렇다 하더라도, 주요 등장인물에 해당하는 세윤은 유리의 '거울' 역할을 해주고 있으므로 중요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번하게 등장하고는 있지만 남는 이미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또한 연우 아빠, 고향숙 선생님과 같이 뭔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법한 사람들도 줄곧 등장합니다만, 그들은 기대했던 만큼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 소모적으로 활용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갈등의 전환을 야기할 것처럼 보였으나 손쉽게 퇴장하는 인물, 사정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명언을 날리는 인물 등을 사례로 들 수 있을 듯합니다. 스토리 구조를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만드는 인물들을 과감히 삭제하거나 플롯 자체를 정돈해서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다 잘 드러낼 수 있었다면 좀 더 훌륭한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긍정적으로 읽을 수 있었던 데에는 유리네 식구들의 서사가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리가 엄마인 서정희 씨의 진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을 힘들게 하던 감정의 응어리들을 '훌훌' 터는 장면에서, 등장인물이 '용서'나 '원망'이 아닌 '애잔'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거리 유지가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네요. 그렇기에 더더욱 이러한 서사들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 또한 있었습니다.
"살아온 길이 저마다 다르니까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나는 그 사정을 알 수가 없잖니." (p.207) 고향숙 선생님이 이 말을 던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아쉬움을 제쳐두고, 이 문장 자체는 작품의 주제를 담아내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 그대로 작중 등장인물들은 차가운 현실 속을 살아가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함부로 상대방의 삶에 대해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잔잔함과 따뜻함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훌훌'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함부로 뜨겁게 굴지 않고, 잔잔하게 인물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저희 서재가 인정하는 명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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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분명한 목표가 생기면 힘들 때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오직 목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목표에 도달했을 때 삶이 달라질 거라는 믿음으로 버티게 된다. 누군가에게 목표는 취업, 결혼, 집장만이 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성적이나 모아둔 돈의 금액이 된다. 민경민의 장편소설 『훌훌』의 주인공 열여덟 살 유리에게는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 입학이 목표였다. 막연하게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보통 청소년의 마음과는 다르게 확고했다.
유리에게는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상처가 있었다. 입양된 엄마가 자신을 버린 것이다. 왜 그랬는지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할아버지에게 맡긴 후 떠나버렸다. 할아버지와 사는 일은 나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공간에서 할 일만 하면 문제 될 게 없었다. 택시 운전을 하는 할아버지는 2층에서 지냈고 유리는 1층을 사용했다. 학교에 다니면서 필요한 용돈도 부족하지 않았다. 다만 둘 사이에 친밀감이라는 건 기대하기 어려웠다.
유리는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학교 공부도 열심히 했고 이제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독립하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엄마가 죽었고 엄마의 아들 연우가 오기 전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믿었다. 동생이면서 동생이 아닌 연우는 유리에게 돌봄의 존재였다. 할아버지는 연우를 특별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유리와 똑같이 적당한 거리를 두었다. 자주 여행을 가고 아픈 기색이 역력했지만 유리는 묻지 않았다. 하지만 연우가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와 다투고 경찰이 찾아오고서는 달랐다.
연우에게는 가정폭력의 흔적이 있었고 엄마의 죽음에도 깊게 관련되어 있었다. 이제는 할아버지와 대화를 해야 했다. 할아버지의 상태와 연우를 어떻게 할지, 엄마는 왜 자신을 입양하고 버렸는지 말이다. 할아버지와의 대화는 순조롭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그렇듯 대학 걱정은 하지 말라고 말했고 유리는 그 소리에 화를 냈다.
할아버지와 나 사이의 거리는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우리는 그 안에서 안전했다. 어떤 상처도, 어떤 부대낌도, 어떤 위태로운 기대나 상처가 되고 말 애정도 할아버지와 내게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이 집을 훌훌 떠나면 됐다.(중략) 할아버지와 나 사이에 연우가 들어왔다. 연우와도 거리를 둘 수 있을까. 거리를 두어야 할까. 연우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172쪽)
유리는 할아버지와 가족은커녕 아무런 관계가 아니라고 여겼다. 친구와 학교 선생님들 사이도 다르지 않았다. 입양아라는 걸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독립만 하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니 진심이나 사정 같은 건 꺼내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상하게 연우는 달랐다. 연우도 자신처럼 성장할까 두려운 마음이 있었다.
유리의 그런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모든 걸 털고 훌훌 떠나고 싶은 마음에 살포시 내려앉은 그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암에 걸린 할아버지, 자꾸만 애틋한 연우를 향한 어떤 마음은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때로 그럼 마음은 비밀이 되고 때로 상처가 된다.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유리의 마음을 달래주는 담임 선생님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다.
“살아온 길이 저마다 다르니까 함부로 판단할 수 없을 것 같아. 나는 그 사정을 알 수가 없잖니.” (207쪽)
『훌훌』은 밝고 따뜻한 성장소설이다. 입양이라는 소재를 다루지만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꺼내지 않는 방법으로 우리가 갖는 편견을 생각하게 만든다. 소설에서 유리를 둘러싼 친구(미희, 주봉, 세윤)와 어른인 할아버지와 담임 선생님은 있는 유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대한다. 그런 관계로 인해 유리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아마도 연우에게 유리도 그런 존재가 될 것이다.
누구나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유리처럼 의지와 상관없이 부여받은 상처도 있을 것이다. 상처와 함께 살아가며 성장하는 게 인생일지도 모른다.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다 훌훌 털어버리는 날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아마도 유리는 ‘훌훌’ 털어버리고 ‘훌훌’ 가볍게 날고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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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 아이들을 보며 이 녀석들은 언제 철들까 싶을 때가 있지만, 또 때론 너무 일찍 철들어 버리면 그것도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고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도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게 좋다. 그래서 지나치게 어른스런 아이를 보면 묘하게 신경이 곤두선다. 무엇이 저 아이를 애어른으로 만들었는지. 이 아이의 아픔은 무엇일지. 이건 예의 바른 것과는 결이 다른 거니까. 출생의 비밀 한두 개쯤은 있어야 극적이고 비극의 주인공 같은 분위기를 동경(?)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마는 이런 말을 하는 애들은 충분히 사랑받았기에 가능한 일이겠지.
유리는 할아버지와 둘이 산다. 하지만 할아버지와는 피가 전혀 섞이지 않았다. 자신을 입양한 엄마와 자신을 낳은 사람의 행방은 알지 못한 채 살고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자신의 가정사.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없고 자신에 대해 감추며 살고 있었다. 이런 유리의 소원은 대학에 입학해 이 집을 떠나는 것.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입양했지만 키우지 않은 엄마 서정희씨의 갑자기 죽었다. 자신을 입양했다가 버린 서정희씨. 장례식을 치르며 알게 된 서정희씨의 아들 연우. 엄마의 갑자스런 죽음과 연우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그리고 서정희씨는 연우를 학대한 것일까? 엄마 서정희씨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고,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않은 연우. 그런 연우와 할아버지를 유리는 조심스레 자신의 삶 안에 편입시키기 시작 하는데..
세상은 변했고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반응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사람과 가족을 인정하고 그럴 수 있을거라는 말을 하지만, 이건 3자가 느끼는 상처에 관한 추측일뿐. 정작 입양 아이들의 삶이 어떤지 처음으로 들여 다 볼 수 있었다. 그들을 배려한다고 하는 것이 진짜 배려인지, 실제로는 배려의 탈을 쓴 무례인 것은 아닌지 아이 입장에서 생각했다. 제대로 키울 수 없는 아이를 입양하고 방치하는 것. 자신의 아이조차 제대로 캐어하지 못하고 방치를 가장한 학대를 하는 것.
가족이 이 사회 구성원의 가장 기본이라고 하지만 그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이다. 하루가 다르게 연일 터져 나오는 아동 학대 사건이나 성범죄사건.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부류의 인간들. 아이들을 장난감처럼 생각하는 사람들. 책임질 수 없다면 아이를 낳지 말고 입양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은 각각 다른 것 같더라. 감당해 낼 여건도 다르고. 설령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죽음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함부로 말할 수는 없을 거야. (207) 타인의 고통을 내 마음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의 강도는 모두 다를 테니까. 마음 약한 사람에게 너는 왜 그렇게 마음이 약하냐고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 또한 강해지고 싶지 않을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을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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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다. '훌훌'이라는 제목과 함께 봄을 알리는 표지가 나는 이끌었다. 청소년 문학이지만 어른이 읽어야할 소설이다. 입양이라는 소재와 그것을 향한 우리의 시선. 아름다운 성장소설이자 좋은 소설이다. 다양한 세대의 등장으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이들을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읽기를 바라는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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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교 정문 앞에 서서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평평하고 넓은 운동장을 바라보는데 까닭 없이 마음이 편안했다. 앞으로의 삶은 저 운동장처럼 평평했으면 했다. 나의 삶이나 할아버지의 삶이나 연우의 삶도 큰 굴곡 없이 평탄했으면 했다. 큰 욕심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프지 않고 돈에 쪼들리지 않고 적당한 공간을 깨끗하게 관리하며 살고 싶었다. 할아버지는 괜찮은 걸까. -p117
나는 연우의 어깨를 끌어안고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 세윤이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툭툭, 하는 느낌과 함께 마음에 새살이 돋는 것 같았다. 나는 한 번 더 힘을 주어 연우의 어깨를 안았다. 연우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수술 결과를 들으러 가야 할 시간이었다. 나는 말했다. "잘됐을 거야. 아주아주 잘됐을 거야." 연우는 내 눈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p251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훌훌'을 읽었다. 꽤 이 책을 추천했던 사람들이 있었고 추천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제목처럼 한 번 읽기 시작하자 '훌훌' 읽혔다. '훌훌' 하늘을 날 것만 같은 자유로움을 만끽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그냥 마음 한 구석이 무겁고 아득했으니까, 그런데 주인공 유리와 갑자기 생긴 동생 연우, 함께 살고 있는 할아버지가 마주한 일상을 묵묵히 헤쳐나가기로 결심하는 과정을 보니 지금과는 상당히 달랐던 과거를 '훌훌' 털고 일어나는 모습이기에 나도 이 책에서 서서히 '훌훌' 달아날 수 있었다.
유리는 입양되어 이 집에 왔다. 엄마 서정희씨가 자신을 입양했으나 엄마의 따뜻한 보살핌 안에서 자라지 못했다. 서정희씨의 아버지인 할아버지와 함께 지금까지 생활을 하고 있다. 있는 듯 없는 듯, 1층과 2층에서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은 채, 간격을 좁히지 않은 채 그렇게 무덤덤하고 무신경하게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서정희씨가 다른 남자와 살면서 낳은 아이 연우가 나타났다. 유리에게는 동생인 셈인데, 연우의 등장과 서정희씨의 죽음이 함께 찾아왔다. 연우는 엄마 서정희씨의 죽음과 긴밀한 연결고리가 있었다. 고등학생인 유리는 스스로 챙겨야 할 생활의 짐이 절대 가볍지 않았는데, 동생 연우의 짐과 병원을 오가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의 짐까지 맡게 된다.
학생 신분일 때는 가족도 중요하지만,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학교의 친구들의 존재가 꽤 중요한 삶의 질을 차지한다. 유리에게는 다정하고 진득한 친구들이 곁에 있다. 깊은 속까지는 내비치지 못해도 학교생활이 투박해지지 않게 유리의 곁을 지켜주는 주봉, 미희 세윤이. 연우로 하루가 뒤죽박죽이 되더라도, 할아버지 떄문에 마음이 무너지게 되더라도, 유리가 지쳐 일어설 수 없을 때에도 친구들은 소리 없이 조용히 유리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다.
수능만 보고 대학만 들어가면 이 집과 영영 이별할 거라고, 이 생각 하나로 지금까지 살아왔던 유리는 연우가 등장하면서부터 자신도 모르게 미래를 이전과는 좀 다르게 그리게 된다. 등장인물이라고는 유리 하나였던 그림이 연우와 할아버지까지 등장하게 된다. 세윤 역시 입양아라는 걸 알게 된 유리는 세윤과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이 유명한 입양아였다는 사실을 듣는다. 어떻게 서정희씨 집에 들어오게 됐는지, 자신의 친부모님은 왜 입양을 보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유리는 서정희씨를 만나기 전의 어린 유리와 마주한다.
알고 싶었던 입양 전의 이야기로부터 '훌훌',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이 집과 자신 사이의 괴리감에서 '훌훌', 말만 가족이었던 막연한 외로움에서 '훌훌', 유리의 '훌훌' 이야기는 마주했던 시절을 딛고 일어서 다른 미래로 '훌훌' 떠나는 바람 같다. '훌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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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만 가면 이 집을 훌훌 털고 떠나려 했는데. 징글징글한 과거는 싹둑 끊어 내고 오롯이 나 혼자 살고 싶었는데. 연우를 만나고 진로 고민이 조금 복잡해졌다. 연우와도 거리를 둘 수 있을까? 거리를 두어야 할까? 떠나지 못할 이유가 생겼는데 이상하게 가뿐했다. (본문 중) 이 상황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251쪽)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유리는 첫날 담임선생님이 쓰라고 한 '자기소개서'에 취미와 특기, 좋아하는 영화 장르, 좋아하는 가수와 배우, 친구 관계와 약간의 가정 사정과 성적 고민, 진로 고민을 적었습니다. 학기 초 담임 고향숙 선생님과의 상담시간은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는 것까지만 적은 자기소개서를 중간에 놓고 학원에 다니지 않고 인터넷 강의만 듣고도 성적이 괜찮다는 평을 받으며 무난하게 끝났습니다. 할아버지 서행호, 엄마 서정희, 엄마 서정희의 딸 내 이름은 서유리 입니다. 여덟살 때 마지막으로 본 엄마는 나를 입양해 3년간 키워주고 할아버지에게 버리고 떠난 사람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요즘 자주 여행을 떠나고 유리가 대학에 가면 독립할 수 있도록 돈을 마련해 주겠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유리 역시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이 집을 훌훌 털고 떠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들려 온 엄마의 사고 사망 소식은 유리에게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왜 자신을 입양했는지, 입양을 하고는 왜 버리고 떠났는지, 떠났으면 잘 살아야 하는데 왜 알콜중독과 쓸쓸한 모습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는지 유리는 묻고 싶었으나 대답해 줄 사람은 이미 이 세상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만 열 살의 연우, 엄마의 아들이 장례식이 끝난 후 유리와 할아버지가 사는 집으로 옵니다. 초등학교 4학년으로 올라가야 하는 연우를 여행을 떠난 할아버지를 대신 해 전학 수속을 하고 아침밥을 먹여 학교에 데려다 주는 역활까지 하고 등교를 한 유리는 오후 시간에 한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연우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어떻게 그 나이에 이렇게 어른스러울 수 있는지. 유리도, 같은 아품을 가지고 있는 세윤도, 밝고 맑아 보이는 미희도, 주봉이도 나름의 최선을 다해 자신의 시간을 채워가는 모습이 참 대견스럽습니다. 담임인 고향숙 선생님도, 딸이 입양한 자식과 낳은 자식을 홀로 키우는 할아버지도 남모를 아픔과 슬픔을 간직하고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모습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유리가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지 못한 이유와 그 이유 때문에 마음이 가뿐해진 까닭은 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나중에 유리가 커서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고향숙 선생님의 옛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핏줄이 아니어도 단단하게 유리와 연우와 할아버지를 잇는 인연의 끈이 이들을 가족이 되게 만들고 울타리가 되어 주길 바래봅니다. 정말 5월에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훌훌 #문경민 #장편소설 #문학동네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수상작 #책추천 #책스타그램 #독파 #완독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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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사전적 의미는 가볍게 날듯이 뛰거나 움직이는 모양 혹은 눈, 종이, 털 따위가 가볍게 날리는 모양입니다. 성가스럽고 버거운 일을 털어낼 때 가장 간절한 단어 이기도 합니다. 등장인물 유리를 읽는 내내 마음 한 켠에 목구멍을 좁혀 누르는 울음 같은 덩어리를 만들었습니다. 감당하기 힘든 여러 상황과 관계들이 풀 수 없는 시험 처럼 옭아매는데 훌훌 벗어던지고 싶다는 의지로 이겨 내는 과정들이 대견하고 아팠습니다. 그리고 결국 동류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보듬는 것으로 한 뼘 성장하여 상황은 같지만 마음은 훌훌 털어낸 듯 조금 가벼워진 듯 하여 유리의 삶을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유리와 같은 아이를 응원해야겠고, 작은 위로와 공감의 손이 되어야겠다라는 다짐이 생깁니다. ■ 나는 핸드폰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손으로 이마의 흉터를 문질렀다. 본문 93쪽 입양아라는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는 상처가 이마의 흉터를 닮았습니다. 얼굴의 이마에 있어서 거울을 통해 보지 않으면 잘 모르다가도 습관처럼 만져지는 손길에 흉터를 의식하게 되는 것이죠. 학교 생활 중 친구들과 만나고 공부하며 급식을 먹을 때는 입양을 의식 하지 않다가 암호가 필요한 문 앞에 서 듯 입양이라는 단어가 걸리면 유리가 처한 어려움의 출발은 입양이란 암호를 해결하지 못해서 생긴 듯 하거든요. ■ 나의 삶이나 할아버지의 삶이나 연우의 삶도 큰 굴곡 없이 평탄했으면 했다. 본문 117쪽 인생사가 만만치 않았던 이들은 특별하기보다 평범하길 원합니다. 유리는 자신을 따뜻하게 품지 못하였지만 엄마 처럼 버리지 않았던 할아버지의 삶을 향해서도, 자신의 자리에 한 켠을 차지에 힘듦을 주는 연우의 삶에도 평탄함이 펼쳐지기를 바랍니다. 할아버지와 연우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에는 힘에 부치지만 외면하지 않고 따뜻한 끈을 연결해 둡니다. ■ 치뜬 눈의 흰자가 무시무시했다. 이제껏 늘 보아 왔던 무덤덤한 얼굴이 아니었다. 본문 131쪽 중에서 딸이 내맡기고 간 손녀를 맡아 기르면서도 적극적인 손길과 애정을 더하지 않았고, 그 환경 속에 자라는 유리 역시 독립하는 그 날만을 꿈 꿉니다. 과연 이게 전부일까 싶었던 그들 일상에 연우는 파문입니다. 연우를 통해 자신을 버린 엄마를 보는 유리, 어쩌면 할아버지는 연우를 통해 또다시 실패하고 좌절하는 딸을 보았을 수도 있습니다. 아동학대로 물든 연우에게 유리와 할아버지는 같은 사람이 되어 폭력적인 자신들의 모습에 놀랐지요. ■ 연우가 공부만 못하는 줄 알았던 건 내 착각이었다. 본문 143쪽 중에서 기본생활습관, 학습력 등 어느 부분도 제대로 양육되지 않았음을 유리는 깨닫습니다. 입양되었다가 방치되듯 할아버지에게 맡겨진 것이 불행인지 친엄마의 손에 학대 당하다가 결국 혼자 남겨진 게 불행인지 유리는 헷갈립니다. 하지만 한 가지, 연우에게 따뜻하게 하고 싶습니다. 유리는 가정통신문을 챙기고 학습을 돌보며 밥을 꼭 해서 먹입니다. 그 돌봄이 연우의 마음을 열고 뾰족한 유리 자신에게도 부드러운 사고를 열어줍니다. ■ 세윤의 말이 맞았다. 학교를 통해서 성공하는 애들은 따로 있었다. 차분히 앉아 있는 걸 잘할 수 있고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있고...불공평한 건 경제적인 요소만이 아니었다. 본문 154쪽 중에서 경제적 측면에서 학습과 일상을 마음껏 누리는게 불가능한 유리. 그러나 자신의 성적이나 성과 등을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태생적 한계나 사회적 틀 안에서 어려움이 남들보다 많을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유리의 이런 태도가 스스로에게 자신의 환경과 배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죠. 어른의 입장에서는 빠른 포기 같은 것으로 보이기도 해서 안타까웠습니다. ■ 할아버지와 나 사이의 거리는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본문 172쪽 중에서 사회에 대한 빠른 포기를 하고,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듯 선을 긋는 유리는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유리 만큼 아프고 상처투성이며 지쳐서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진정한 일인은 할아버지 일 듯 합니다. 연우의 등장으로 유리는 이 관계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묻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으며 적당한 선을 지키던게 무너집니다. ■ 내 손에 닿은 작고 말랑말랑한 감촉에 나는 움찔 놀랐다. 연우가 먼저 내 손을 잡기는 처음 이었다. 본문 180쪽 중에서 어쩌면 연우의 손이 유리와 할아버지를 변화시켰을 겁니다. 할아버지는 딸을 지키지 못했고, 유리는 입양 이라는 단어로부터 오는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보호와 손길이 필요한 연우때문에 할아버지는 입을 열고 대화를 시작했며 몇 개월 죽는다면 이 의무감에서 벗어날텐데 오히려 더 다가옵니다. 유리 역시 성적을 따라 이 집을 떠나는게 목표였지만 연우가 있는 곳을 떠나는 것에 망설입니다. 자신처럼 홀로 크듯 만들고 싶지 않아 냉동실 밥을 꺼내, 반찬을 만들어 내 놓으며 연우 먹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이미 마음을 키웠던 것입니다. ■ 연우를 잘 돌볼 자신은 없었지만 연우를 지켜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버렸다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본문 215쪽 중에서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고 선을 긋는 할아버지에게 선을 넘고 홀로서기도 벅찬데 연우를 끌어안고 살아갑니다. 유리의 성장을 통해 무엇이 달라지게 한걸까 생각합니다. 연우를 통해 돌봄과 관심을 쏟고 관계의 변화를 통해 자신과도 대화합니다. 유리와 할아버지 모두 감추어 두었던 상처를 연우라는 어둡지만 밝아질 가능성이 큰 빛 앞에서 드러내어 서로를 보듬습니다. 따뜻하고도 자아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도서협찬 #훌훌 #청소년도서 #청소년도서추천 #추천도서 #문학동네 #문경민소설 #소설문경민 #훌훌청소년소설 #베스트셀러 #문학동네청소년소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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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볍게 다루지않고 세심하게 인물들의 내면을 잘 담아낸 작품인것같아 좋았다 상처를 가진 인물들이 서로를 통해 아픔을 마주하고 회복해가는 과정들이 담긴 따뜻한 이야기 소설 속 인물들이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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