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날, 눈이 풍성하게 내렸다. 간밤부터 내리던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었다. 나무는 눈꽃을 피웠다. 이른 아침 공원을 찾았더니 이웃 나라 눈 많은 고장을 연상시킬 만큼 눈 세상이다. 나무마다 눈을 얹고 있어 세상의 소음을 흡수하고 있다. 간간이 직박구리가 내는 소리랑 노랑지빠귀 소리, 그리고 까치와 큰기러기 날아가는 소리가 들릴 뿐 고요하다. 가지에 눈을 잔뜩 싣고 있는 나무에서 툭, 눈 뭉치가 떨어진다. 눈가루가 날리기도 한다. 땅을 덮은 푹신한 눈을 조심스레 밟으며 공원 안쪽으로 들어간다. 눈은 길마다 쌓인 높이가 다르다. 소나무 밑은 거의 눈이 없고, 나뭇잎을 떨군 나무 밑은 눈이 많다. 나무가 없는 곳은 눈이 더 많다. 신발 위로 올라올 만큼 눈이 많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 아이들 소리가 들린다.
눈이 오면 아이들이 가장 먼저 반응한다. 강아지처럼 몸이 들썩이며 뛰어놀고 싶어 한다.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까지 하면 더 재밌겠지. 귀가 쫑긋 노란 여우도 눈이 내리자 놀고 싶은 마음이 들썩들썩한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동무를 찾아간다. 그러나 단짝 친구 곰은 쿨쿨 겨울잠을 잔다. 같이 놀면 좋으련만 단짝 친구 곰에게 겨울잠은 꼭 필요하다. 겨울잠을 제대로 자야 봄날 기지개를 켜며 일어날 수 있다. 그런 사실을 잘 알지만 곰이랑 놀 수 없다는 생각에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다. 힘 없어 눈밭을 걷는데 깡충깡충 뛰어가는 친구가 있다. 노란 여우는 산토끼에게 “친구야, 노올자!” 소리친다. 그러나 산토끼는 나무 밑 구멍으로 쏙 들어가고 만다. 고맙게도 나무 위 부엉이가 산토끼가 나오는 문을 알려주어 산토끼를 다시 만난다.
안녕! 난 노란 여우야. 넌 누구니 노란 여우가 먼저 인사해요. 나? 나, 어, 어, 얼룩 토끼. 이름이 좀 이상하지 얼룩 토끼가 말을 더듬어요. 아니, 엄청 재밌는 이름인데! 얼룩 토끼의 얼굴이 금방 환해져요.
산토끼 이름은 얼룩 토끼다. 사실 노란 여우가 노올자 소리칠 때 이미 둘은 친구가 되었다. 아이들은 그렇게 친구가 된다. 다만 얼룩 토끼는 부끄러움이 많은 친구인가 보다. 놀자고 해도 구멍으로 들어가고, 누구냐고 물어도 말을 더듬으며 자신의 이름이 이상하다고 스스로 말한다. 노란 토끼에게 그런 것들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함께 놀면 그만이지 다른 게 무슨 소용이람. 하여 노란 여우는 폴짝폴짝 팽그르르, 얼룩 토끼는 깡충깡충 뛰어논다. 노는 방법이 다르더라도 둘이 놀면서 해결한다. 노란 여우와 얼룩 토끼는 해님이 산 너머로 숨어버릴 때까치 논다. 잠자리에 누우면 금방 잠에 떨어질 만큼 신나게 논다. 다시 눈을 뜨면 노란 여우는 얼룩 토끼랑 또 눈밭에서 놀 테고 꿈나라에서는 그리운 곰도 함께 논다. |